A soccer genius becomes a great coach RAW novel - Chapter (180)
180. 제왕 혹은 폭군(2)
* * *
하준의 폭탄과도 같은 기자회견이 종료된 이후.
영국과 유럽에 불어닥친 폭풍은 상상 이상으로 엄청난 파급력을 가지게 되었는데.
[UEFA, ‘해당 사안에 대해선 엄중하고 세밀한 조사를 약속할 것.’] [FA, ‘인종차별 이슈에 대해선 매우 유감, 그러나 협회 차원에서 관여한 적 없어.’] [제이 블록스 앤 디멘션의 입장 발표에 유감을 표한 런던 시.] [영국 왕실, ‘영국과 영 연방의 모든 나라에서 차별은 없으며, 차별이 있다면 관련자는 직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중한 처벌을 받게 될 것.’]이제는 축구계에서 거물이 되어버린 하준의 발표에 더해 영국 내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제임스 정의 제이 블록스 앤 디멘션의 합세에 축구 협회뿐 아니라 런던 시장과 영국 정계, 그리고 왕실 까지 이 사안에 대해 입을 열기 시작했고, 이는 잉글랜드 축구 협회장에게 엄청난 스트레스로 작용하게 되었다.
“X발! 시대가 어느 땐데 아직도 인종차별 이슈란 말이야!”
각국 축구협회의 여러 스캔들로 인해서, 각 국의 검찰 및 수사 기관에서 축구 협회에 대한 수사 강도가 매우 강해진 만큼, 현재 협회장을 맡고 있는 윌리엄 스톤스는 탁자를 내려치며 분개하고 있었다.
캠브릿지 공작이 물러나고 영국 왕실의 인사가 아닌 일반 축구 행정가 출신으로 협회장에 오른 스톤스는 누구보다 자리를 지키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는데, 이번 인종차별 이슈로 인해서 다시 한번 자신의 자리가 위태롭게 된 것이었다.
“협회장님.”
“왜? 또 무슨 일이야?”
“이것 좀 보시지요.”
옆에 있던 비서가 건넨 인터넷 기사를 본 스톤스는 얼굴을 쓸어내렸다.
[이 모든 사건은 협회장의 방조 때문? 캠브릿지 공작을 다시 협회장으로 올려야 한다는 여론 급상승.] [32라운드와 33라운드 경기를 맡은 주심에 대한 조사 착수. 편파 판정에 금전이 오갔는지 집중 조사 예정.] [FA에 대한 비난 여론 거세져.] [최근 사안에 대한 입장을 밝힌 왕실, ‘첼시는 다시 한번 잉글랜드 축구의 위대함을 알릴 가능성이 큰 팀. 피해 선수 및 구단에 깊은 유감.’] [영국 정부, ‘현대 사회에서 그 어떤 차별도 정당화 될 수 없어. 이 일은 절대 좌시하지 않을 것.’] [윌리엄 스톤스의 거취는?]까드득—.
“후우…. 어떻게 이 자리까지 오르게 됐는데. 안 되지, 안 돼. 킴과 자리를 할 수 있도록 첼시 측에 얘기를 전달해주게.”
“알겠습니다, 협회장님.”
그렇게 스톤스 협회장은 하준에게 만남을 요청했고, 이 소식을 조르지뉴에게 전해들은 하준은 입꼬리를 씨익 들어올렸다.
“확실히 우리 구단주가 끗발이 좋긴 해?”
“그렇긴 하네. 쭌, 네 기자회견만 있었으면 불씨만 지피고 우리가 불이익을 당했을 수도 있었을 텐데.”
“협회장이 급하긴 급했나보네. 구단주나 구단 대표이사도 아닌 내 얼굴을 보자고 하니.”
하준의 말에 조르지뉴는 쓴 웃음을 지으며 답했다.
“이미 언론에서는 네가 피해자로 각인이 된 상황이니까. 구단주나 대표이사보다는 너를 만났다고 언론에 뿌리는 것이 더 확실할 테니까.”
“뭐, 일단은 만나는 봐야겠네. 그보다, 조르지뉴.”
“응?”
“오늘 훈련에서 애들 파울에 대처하는 방법 좀 알려줘. 다음 경기에는 훌리건들도 난리칠게 분명하고, 선수들이라고 해서 다르지 않을 테니까. 더하면 더했지.”
“파울에 대처하는 방법이라…. 어떤 유형의…? 몸을 사리라고?”
조르지뉴의 말에 하준은 고개를 젓고는 이내 장난기 가득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왜, 내가 잘하던 거 있잖아? 눈에는 눈, 이에는 이. 특히 우정이나 알렉스는 그거 기깔나게 잘 해낼 거야.”
하준의 말에 질린다는 표정을 지은 조르지뉴는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뭐, 네가 그렇게 마음먹었는데 누가 말리겠냐.”
“좋아. 나는 발등에 불 떨어진 양반 얼굴이나 보고 올게.”
그렇게 감독실을 나선 하준을 본 조르지뉴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이걸 좋다고 해야 할지, 나쁘다고 해야 할지….”
* * *
협회에 도착한 하준은 스트레이트로 협회장의 집무실로 안내를 받으며 속으로 생각했다.
‘생각보다 일처리가 더 빠른데?’
모르긴 몰라도 스톤스 협회장이 받았을 스트레스가 자신이 생각한 것 보다 더 심했음을 짐작한 하준은 올라가는 입꼬리를 멈추기 위해 애를 써야 했다.
‘하긴. 왕실의 일원이 협회장일 때랑 다르게 물어뜯기 더 쉬웠을 테니.’
전임 협회장인 캠브릿지 공작은 계승 서열 2위인 왕세손인 터라, 언론에서 매섭게 물어뜯을 수 있을 리 만무했으나, 이번 협회장인 스톤스는 일반 축구 행정가 출신이니 언론에서는 이보다 더 할 수 없는 먹잇감으로 여겨졌으리라.
똑똑—.
노크 이후 안쪽에서 문이 열리며 나온 것은 비서가 아닌 스톤스 본인.
“빨리 와주었군! 어디 불편한데는 없는가?”
“뭐, 딱히 불편한 점은 없었습니다. 협회장님. 지난 시즌 이후로 처음 뵙게 되네요.”
지난 시즌 리그 우승 메달과 트로피를 수여하기 위해 마주했던 때 이후로 처음 만남을 갖게 된 것을 떠올린 하준은 별다른 의미 없이 인사치레로 건넨 말이었으나, 스톤스에게는 그렇지 않았던 모양인지 몸을 흠칫 떨었다.
“아! 미안하네. 내가 많이 신경 썼어야 했는데, 자네와 자네 선수들이 그런 피해를 입게 될 줄은 정말 몰랐네.”
그렇게 자리에 앉아 마주하게 된 둘의 대화는 스톤스의 일방적인 하소연으로 이어졌는데.
“……해서 우리는 최대한 수사에 협조하고 문제의 원인을 엄중히 징계할 것이라네. 정말 우리는 몰랐던 일이야.”
“물론, 협회장님께서 그런 악랄한 지시를 하셨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럼! 내가 어디 그런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인가? 나는 자네와 같이 잉글랜드 축구계에 혁신을 가져올 사람들을 서포트하는 사람이란 말일세.”
“다만.”
“다만…?”
하준의 말에 눈에 띄게 당황한 스톤스는 급기야 식은땀을 흘리기 시작했으나, 하준은 개의치 않고 본인의 말을 이어 나갔다.
“아직까지 프리미어리그에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모양인가 봅니다.”
“그, 그게 무슨 소린가? 이건 일부 몰상식한 자들이 벌인 짓이네!”
“뭐, 이해는 합니다. 관습과 고정관념이라는 것이 그리 쉽게 깨질 것은 아니니까요. 제아무리 리그 우승과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따내고, 영주권을 가지고 있는 감독이라고 해도 저는 일개 동양인 나부랭이일 뿐이겠죠. 우습게 보는 것도 이해는 합니다.”
“무, 무슨 그런 소릴 하는가? 세상에 빅이어를 든 감독을 누가 우습게 본단 말이야?”
화들짝 놀란 스톤스를 보며 하준은 차갑게 조소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저와 제 팀, 그리고 제 선수들을 상대로 그런 짓을 벌일 엄두를 냈을까요? 글쎄요. 전 아니라고 보는데.”
하준의 말을 들은 스톤스는 눈을 질끈 감고 생각했다.
‘제기랄…. 어떻게든 킴에게 우리는 무고하다는 인식을 심어줘야 해. 그러지 않으면….’
이 사태 이전에도 영국 왕실에서는 알렉스 퍼거슨 이후로 잉글랜드 축구의 위대함을 다시 한번 보일 수 있는 하준을 두고 쿼드러블 달성 시에 KBE 훈장을 주냐 마느냐 갑론을박이 펼쳐지고 있는 상황.
이 사태가 불거진 지금.
하준 본인이 공언한 대로 쿼드러블에 성공하기만 한다면, 왕실에서는 세계의 시선을 고려해 KBE 훈장을 수여 할 것이 분명했고 이는, 명예 기사로 서훈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게다가.
‘킴은 이미 영주권자야. 아내의 뜻에 따라 언제고 시민권을 획득할 수도 있을 터….’
KBE 훈장을 수여 받은 상태에서 영국 시민권을 획득해 시민권자가 된다면 명예 기사에서 바로 Sir 호칭을 다는 진짜 기사 작위가 되는 터라, 스톤스는 후폭풍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킴, 걱정하지 말게. 내 기필코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것을 이 자리에서 약속하겠네. 믿지 못하겠다면 이 자리에서 이 대화를 녹음해도 괜찮네.”
자신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애쓰는 스톤스를 보며 하준은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
“협회장님이 이렇게 저자세로 나오실 필요는 없습니다. 일단은…. 네. 협회장님과 협회는 그런 시대착오적인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 수 있는 대화였습니다. 생산적인 대화였네요.”
“그, 그렇지? 암, 그렇고말고. 우리는 이 시대착오적인 구시대의 잔재물을 없애는데 노력을 다 할 걸세. 부디, 내 말을 믿고 편안하게 지내게나.”
“네, 그럼 저는 이만 다음 경기 준비를 위해 가봐야 할 것 같네요.”
“그럼, 그렇고말고. 내가 너무 시간을 뺏었나 모르겠군, 어서 경기 준비하러 가세.”
그렇게 협회장과의 대화를 마친 하준이 코밤 훈련장으로 돌아가는 중, 제임스 정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게 되었는데.
띠리리링—.
“네, 구단주님.”
-킴, 다음 아스톤 빌라와의 경기가 스탬포드 브릿지에서 열리지 않습니까?
“아, 네 맞습니다. 홈경기예요.”
-그날 경기에 부총리님과 캠브릿지 공작 전하께서 직관하시겠다는 뜻을 전해왔습니다.
“부총리님과 캠브릿지 공작 전하께서요?”
-네. 프런트에도 말해 놓을 테지만, 미리 알고 계셔야 할 것 같아서 말이죠. 최대한 충돌 없는 경기 부탁드리겠습니다.
“네, 먼저 귀띔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수준 높은 경기를 준비하죠.”
전화를 끊은 하준이 씩 하고 웃음을 지었다.
“여론이 신경 쓰이는 모양이네.”
4차 산업을 이끌어 가는 영국의 이미지를 만드는데 일등 공신 역할을 한 제임스 정의 제이 블록스 앤 디멘션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은 상태에서 인종차별에 관한 스탠스를 잘못 취했다가는 나라 전체가 시끄러워 질 것이 분명한 상황.
부총리와 캠브릿지 공작의 직관이 의미하는 바는 불 보듯 뻔했다. 영국 정부와 왕실에서 이 사안을 가벼이 여기지 않는다는 표시나 마찬가지였으니.
“그 날 경기 심판들은 뭐…. 끝이겠고.”
정부와 왕실의 뜻을 경기장에서 보게 된다면 수사 기관은 수사를 진행함에 있어서 한 치의 오차도 발생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할 것이 뻔했고, 하필 재수 없게 그 당시 경기를 치른 아스날과 토트넘의 수뇌부는 어떻게 해야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을지 머리를 굴리기 바쁠 것이다.
“흐음…. 빌라가 어떻게 나올지가 관건이네. 이왕이면….”
아주 거칠게 나왔으면 좋겠는데 말이지.
뒷말을 삼킨 하준은 주차를 마치고 코밤 훈련장 내부로 들어가 구슬땀을 흘리며 훈련에 매진하고 있는 선수들을 살폈다.
“아, 쭌! 왔어?”
“어. 조르지뉴, 그보다 내가 부탁한 건 애들한테 전했어?”
“아니. 어차피 네가 올 것 같아서. 그 분야는 원래 네 전문이잖아?”
조르지뉴의 말처럼 후방 및 3선에 머무르며 플레이 했던 조르지뉴 보다는 하준이 그 분야의 전문 스페셜리스트라고 할 수 있었으니, 하준은 고개를 끄덕인 뒤에 선수들을 불러 모았다.
“음. 뭐, 오늘은 전술 훈련이 아니긴 한데, 너희들에게 따로 전달할 게 있어서 말이야.”
하준은 자신의 말에 귀 기울이는 선수단을 보며 장난기 가득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이건 후방보다는 전방에서 뛰는 선수에게 내리는 지침인데 말이야. 저쪽에서 거칠게 나온다? 선을 넘는 파울을 한다? 그럼 그대로 되갚아주는 거야. 물론, 티가 나서는 안 되겠지?”
“어…?”
말을 마친 하준은 볼을 하나 가져와 자신의 앞에 두고 말을 이었다.
“예를 들면 말이야. 더러운 파울로 프리킥이 주어졌어. 그럴 때는 이렇게….”
뻐엉—!
쐐애애애액—!
하준의 발을 떠난 볼은 빠르고 강하게 휘다가 수비수 형태의 장애물을 직격했고,
빠각—!
장애물은 두동강이 난 채로 바닥으로 떨어졌다.
“실수인 척, 갈겨버려. 어때? 속이 다 시원하지 않나?”
예전 외국의 모 프로그램의 미술 아저씨처럼 아주 참 쉽죠? 하는 표정의 하준을 보며 선수단은 질린 표정으로 하준을 바라봤다.
실수인 척 상대를 갈겨버리는 프리킥을 구사할 수 있으려면 일단 킥 능력 자체가 대단히 좋아야 함은 둘째 치더라도, 실전에서 그것을 그대로 구현할 수 있는지가 먼저였기 때문이었다.
“뭐, 우리 팀에서 주로 프리킥을 차는 프리키커는 우정이랑 알렉스 둘이니, 둘은 잘 해낼 거야. 그리고 다른 방법들은 말이야….”
이날.
코밤 훈련장에서는 교묘하고 악랄하게 상대를 엿먹이는 방법에 대한 하준의 강의가 한 시간 넘게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