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soccer genius becomes a great coach RAW novel - Chapter (184)
184. 기록을 세우는 감독(3)
* * *
[도메스틱 트레블을 달성한 첼시.] [잉글랜드의 진정한 챔피언으로 군림하게 된 첼시.] [맨체스터 시티 이후 잉글랜드 역사상 두 번째 도메스틱 트레블을 달성한 첼시.] [챔피언스리그 결승만을 남겨둔 첼시, 잉글랜드 역사상 최초로 쿼드러블 달성하나?] [위르겐 클롭, ‘킴과 첼시라면 쿼드러블도 허무맹랑한 얘기는 결단코 아니야.’] [스티븐 제라드, ‘이번 시즌 첼시의 기세라면 가능 할 것.’] [이목이 집중되는 챔피언스리그 결승.] [잉글랜드를 집어삼킨 첼시의 다음 행선지는 유럽?] [스톤스 FA 회장, ‘첼시의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2036/2037 잉글랜드 전 대회 결산.]– 리그 순위
1. 첼시 35W / 2D / 1L / 107.
2. 맨체스터 시티 30W / 4D / 4L / 94.
3. 리버풀 28W / 5D / 5L / 89.
4.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28W / 4D / 6L / 88.
…(중략)…
18. 버밍엄 7W / 10D / 21L / 31.
19. 크리스탈 팰리스 5W / 15D / 18L / 30.
20. Q.P.R 4W / 10D / 24L / 22.
– 득점 순위
1. 임우정 / 첼시 / 27골
2. 알렉스 라이트 / 맨체스터 시티 / 26골
3. 정상기 /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 23골
4. 모건 로저스 / 맨체스터 시티 / 18골
5. 루이스 오스본 / 첼시 / 15골
– 도움 순위
1. 임우정 / 첼시 / 20도움
2. 다리우스 배티 / 맨체스터 시티 / 15도움
3. 알렉스 베컴 / 첼시 / 12도움
4. 이혁호 / 첼시 / 10도움
5. 안토니오 블랑코 /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 9도움
– 올해의 선수
임우정 / 첼시
– 올해의 유망주
알렉스 베컴 / 첼시
– 올해의 감독
김하준 / 첼시
– 잉글랜드 FA 컵 우승 / 첼시
– 잉글랜드 리그 컵 우승 / 첼시
“흐음. 압도적이긴 했네.”
맨체스터 시티와의 지난 FA컵 결승전 승리 이후, 도메스틱 트레블에 달성한 우리를 보는 세간의 시선은 기대 그 자체였다.
“잉글랜드 클럽 최초로 쿼드러블이라….”
그 대단했던 알렉스 퍼거슨조차도 쿼드러블이라는 위업을 달성하지는 못했으니, 이번에야말로 잉글랜드 클럽에서 쿼드러블을 달성하는 기염을 토할 것인지에 대한 기대감으로 잉글랜드 전역이 들썩거리고 있었던 것이다.
“못할 것도 없지만.”
주축 선수들 중에 어린 선수들의 분포 또한 예전 보다 많아졌으니 이런 세간의 기대가 압박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염려되곤 했다.
“그나저나…. 우정이 녀석은 이제 정말 신계라고 해도 과장이 아니겠는데.”
이제껏 프리미어리그에서 20-20을 달성했던 선수는 임우정을 제외하면 앙리 한 명뿐이었으니.
모르긴 몰라도 이번 챔피언스리그 결승 결과와 관계없이 발롱도르 수상은 임우정의 몫으로 돌아가지 않을까.
“이렇게까지 성장해줄 줄은 몰랐는데 말이지.”
처음 서울 유나이티드에서 임우정을 주전으로 기용할 때만 하더라도 지금의 이런 모습을 예상할 수 있었던 것은 결단코 아니었다. 오히려 기대했던 쪽이라고 한다면.
“상기 녀석이었지만.”
프리미어리그 정상급 스트라이커로 성장한 정상기의 포텐은 일찌감치 알아봤었지만, 임우정이 내가 생각한 범위보다 더 성장한 걸 보면, 내 왼쪽에 심어진 통찰안이 선수들의 미래까지 전부 맞추지는 못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지도자를 만나느냐, 어떤 전술에 녹아드느냐에 따라 정해진 포텐 이상을 뚫을 수도 있는 거겠지.”
그렇게 기사들을 훑어보고 있을 무렵.
똑똑—.
“네, 들어오세요.”
“안녕하세요, 감독님.”
임우정이 내 집무실을 찾아왔다.
“음…. 오늘은 회복훈련 이외에 따른 스케줄이 없었을 텐데? 무슨 일로 찾아왔어?”
“아…. 그게, 그러니까….”
내 물음에 녀석은 쭈뼛거리더니 자리에 앉은 이후로도 계속해서 우물쭈물하는 모습을 보였다.
“왜? 뭔데?”
“그…. 혹시, 현지 누나가 지금쯤 결혼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으로 받아들이진 않겠죠…?”
아.
“뭐…. 현지라면….”
임우정의 나이가 스물여섯이 되었으니 축구 선수의 결혼 시기로 보았을 때, 그리 나쁜 시기도 아니었다.
‘이맘 때 결혼해서 중심을 잡는 것도 나쁘지 않지.’
가정을 꾸리고 자신의 마음을 잡아줄 가족이 생기면 선수의 경기력에 좋은 영향을 미치니 굳이 말릴 필요 없는 일이었다.
다만, 녀석에게 궁금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우정아.”
“네, 감독님.”
“근데 왜 하필 현지냐?”
“……네?”
내 말에 멍청한 표정을 짓는 녀석을 보며 나는 짧게 한숨을 쉬었다.
사실, 임우정 같은 스타가 현지를 데려간다면야 이쪽에서는 두 팔을 벌리고 환영할 일이었지만, 한편으로 이때까지 지도하며 정이든 선수가 왜 하필 철딱서니 없는 것을 데려가려 하는 지는 정말 이해할 수 없었다.
‘아니면 가족들이랑 있을 때와는 달리 어른스럽고 배려심 깊은 모습이라도 보인건가?’
둘이 어떻게 지내는지 알 길이 없으니 정답은 모르겠지만 확실한건 현지가 임우정을 홀려도 단단히 홀렸다는 건데.
“그야…. 제가 정말 좋아하니까요. 혹시, 감독님께선 제가 사윗감으로 마음에 안 드시는….”
마음에 안 들기는.
“아냐. 마음에 안 들기는, 오히려 두 팔 벌려 환영이지.”
내 말에 안도의 한숨을 내쉰 녀석을 보며 나는 나지막이 물었다.
“그런데 현지한테 말은 꺼냈어?”
“아뇨…. 그게….”
녀석의 말을 듣자하니, 결혼의 결자만 꺼내려고 하면 심장이 터질 것 같아서 말을 꺼내지 못했단다.
‘경기장에서는 상대를 완전히 압살하는 녀석이 의외네.’
소심하다고 해야 할 지, 숭고하다고 해야 할 지.
“뭐, 결혼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생각하진 않을 거야. 우리 집에 종종 놀러 올 때마다 세실리아랑 얘기하는 걸 들어보면 조금 부러워하는 것 같더라고.”
“다행이다….”
“그럼 빅이어 들어 올리고 청혼해.”
어차피 경기가 끝나면 우승팀의 가족들이 경기장 안으로 들어와 기쁨을 나누곤 했으니 최적의 타이밍이나 다름없을 테니.
‘나는 겸사겸사 녀석의 동기부여를 올려놓으니 좋고. 녀석은 고민을 해결해서 좋고.’
이게 바로 일석이조 그 자체지.
그렇게 녀석의 고민을 해결하고 녀석이 떠난 뒤.
띠리리링—.
“얘도 양반은 못되네. 여보세요.”
-오빠! 요즘 우정이 무슨 일 있어?
“전화 받자마자 하는 소리가 그거야?”
이래서 동생 키워봐야 말짱 헛일이라니까.
내가 키운 건 아니지만.
“별일 없어. 왜?”
-아니, 요즘 같이 있을 때 고민도 많아 보이고, 기운도 없어 보이고, 그러다가 내가 무슨 말 하면 소스라치게 놀라던데. 혹시 내가 뭐 잘못한 건가?
“그런 거 아니니까 가만히 냅둬. 아, 그리고 결승전에 꼭 와라.”
-응? 결승전? 당연히 가야지. 오빠 보러 가는 건 아니지만.
“그래. 꼭 와라, 너한테 좋을 테니까.”
-어? 어떤 좋은 일?
“됐고, 끊는다.”
지도하던 선수가 가족이 될 예정에 처하니 기분이 참 오묘하기 그지없었다.
“흠…. 뭐, 빅이어를 들어 올렸을 때 얘기겠지만.”
* * *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앞둔 바로 전날, 캄프 누의 인터뷰 룸에는 많은 기자들이 들어찼다.
찰칵!
찰칵—!
‘눈이 부시네.’
경기 전 인터뷰가 처음도 아니었지만, 유독 오늘따라 플래시에 눈이 부셨다.
‘나도 긴장이 되는 건가?’
긴장이 되는 건지 그저 눈이 부신건지에 대한 고민이 한창인 와중 기자들의 질문으로 인터뷰가 시작되었다.
“감독님이 이끄는 첼시는 이번 시즌 그야말로 압도적이라는 말 외에는 표현할 방법이 없는 행보를 보여왔는 데요. 이번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다시 한번 세비야와 맞붙게 되었는데 심정이 어떠신가요?”
어떻기는.
“결승전답게 대진도 어려운 대진이 되었더군요. 그래서 더 재밌습니다. 나겔스만 감독과 수 싸움을 이어가는 것은 어찌 보면 행운이라고 볼 수도 있는 일이거든요.”
찰칵—! 찰칵!
“나겔스만 감독은 감독님의 팀을 상대하기 까다로운 팀이라고 평했는데요, 감독님 역시 세비야를 그렇게 느끼시나요?”
“물론입니다. 이번 시즌 상대했던 그 어느 팀보다 세비야가 제일 까다롭고 어려운 상대가 되겠지요.”
이번 시즌에는 결승전 외에는 단 한 번도 만나지 못했으니까.
원래, 자주 상대할수록 서로가 서로를 파훼하기 쉬운 법이라, 나겔스만이나 나나 모두 이번 대진이 상당히 어렵다고 느낄 것이 분명했다.
‘뭐…. 나겔스만이 이를 갈고 나오긴 하겠지만.’
찰칵—!
“이번 결승전을 앞두고 세간에서는 토레스와 임의 대결을 신과 신의 대결이라고 칭하고 있는데요. 임이 신계에 올랐다는 세간의 평가에 감독님도 동의하십니까?”
기자의 질문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죠. 임은 이미 지난 시즌에 신계에 발을 들여놓았고, 이번 시즌 들어서는 완전히 신계의 일원이나 다름없는 경기력을 선보였습니다.”
빈말이 아니라 임우정은 신계의 일원이 되어 그라운드를 누비고 있었다. 이 페이스 그대로 커리어를 이어 나간다면 아시아 최초의 발롱도르 위너가 될 것은 물론이고, 이후로도 쉽게 깨지지 않을 기록들을 갈아치워 나가겠지.
“일각에서는 임을 신계로 치기에는 너무 섣부르지 않냐는 평도 있는데요.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어떻게 생각한다라….”
임우정의 현재 플레이를 보고 그런 말을 내뱉는다면 사실상 축구를 알지 못하는 사람이나 다름없을 텐데.
아마 세비야에 우호적인 기자인 모양이지.
“엿이나 까 잡수라고 하세요.”
* * *
하루라는 시간은 정말 빠르게 흘렀다.
내 눈앞에는 캄프 누의 드레싱 룸에 앉아 내 말을 기다리는 선수단의 모습이 보였고, 나는 늘 그래왔듯이 경기를 앞둔 선수단을 한번 훑었다.
“어때, 지난 시즌에 이어서 또 결승 무대에 오른 소감은?”
“어서 트로피를 가져오고 싶습니다!”
우렁찬 목소리로 대답하는 루이스 오스본을 보다 나는 무심코 웃음을 흘렸다.
“그래. 좋은 기세네. 혹여라도, 너희 중에 오늘 경기에 대해 압박을 느끼는 녀석들도 있을 거다.”
일반적인 결승전이 아니었으니까.
트레블이 걸린 경기도 아니고 자그마치 쿼드러블이라는 기록이 걸린 경기였으니, 압박감에 짓눌린 선수도 또한 많을 것이다.
“그리 긴장할 필요 없다. 바깥에서는 쿼드러블에 성공하니 마니 하면서 떠들어대고 있지만, 우리는 여태까지 잘 해왔다. 그깟 기록에 매몰될 필요는 없어.”
내 말을 경청하는 선수단의 모습을 보며 나는 말을 이어 나갔다.
“쿼드러블에 성공하지 못하면 우리는 가치가 없는 클럽인가?”
“아닙니다!”
“그렇다고 쿼드러블에 성공한다고 우리의 여정이 끝나나?”
“아닙니다!”
세간에서는 지금이 우리가 아니, 잉글랜드 클럽이 쿼드러블을 달성할 최고 적기라고 외치고 있었지만,
그런 것은 이제 와서 하등 상관이 없었다.
‘시간은 많아. 이번에 성공하지 못하면 다음 시즌에, 그도 안 되면 그 다음 시즌에.’
우리는 그저 우리가 만들어 온 모든 것을 이 자리에서 내보이면 되는 것 그뿐.
축구 경기란 그런 것이다.
훗날 회자될 기록이 더 가치 있게 평가 받겠지만, 현재를 살아가는 팬들에게 기쁨을 주는 것.
그것이야 말로 축구의 아니, 모든 스포츠의 존재 의의 아니겠는가?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오늘 경기에서 선보이면 된다. 우리는 최선을 다해왔고, 오늘 경기라고 해서 다르지 않겠지. 실수해도 좋다. 책임은 모두 내가 지니.”
무언가 북받쳐 오르는 듯한 표정들을 보며 나는 빙그레 웃었다.
“그러니, 나가서 빅이어를 가져오기 위해 최선을 다해 싸워라. 그것 하나면 이번 시즌 우리가 달려온 여정의 마지막으로 충분하니까.”
“네!”
어찌 보면 이보다 훈훈한 팀 대화가 또 있을까 싶지만.
“아, 맞다. 카마라.”
“네, 감독님.”
“내가 지나오다가 들었는데 말이야….”
활활 타는 동기부여를 심어주는 것 또한 잊으면 안 되기에.
“세비야의 세르히오 토레스 알지?”
물론, 모를 리가 없겠지.
“그 친구가 그러더군. 에반 카마라라는 수비수는 X밥이라고.”
까드득—.
“이런 말을 들었으니 그 친구한테 제대로 보여줘야겠지?”
“네!”
열이 받은 녀석을 보며 올라가는 입꼬리를 간신히 참아야 했지만, 이것이야 말로 완벽한 팀 대화라고 볼 수 있는 광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