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soccer genius becomes a great coach RAW novel - Chapter (187)
187. 에필로그
* * *
[잉글랜드 클럽 역사상 최초로 쿼드러블을 달성한 첼시.] [시즌 초반 자신의 약속을 그대로 지켜낸 킴.] [알렉스 퍼거슨 이후 최대의 업적을 만들어 낸 킴.] [킴의 훈장 수여에 대한 논의에 들어간 영국 의회.] [영주권 보유자인 킴, 귀화하나?]“으음….”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린 직후.
사실, 나는 그 이후의 일이 그리 선명하게 기억나지 않는다. 그라운드에 있는 모든 첼시 구성원들이 얼싸안고 기쁨을 나누고, 축포를 터뜨렸던 것 이외에는.
누군가는 울었고, 누군가는 웃었다.
또 누군가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멍하니 서 있었고.
잉글랜드 축구사에 굵직한 획을 그은 사람이 되기는 했지만, 나의 일상에 그다지 큰 변화는 없었다. 늘 그렇듯 새로운 시즌에 돌입했고, 37/38 시즌을 진행하며 열심히 팀을 지휘하고 있었으니까.
굳이 변화 요소를 찾는다면, 제이와 재스퍼라 이름 지은 나와 세실리아의 쌍둥이 아들이 태어났다는 것 정도.
“잘 자네. 잘 때는 정말 천사가 따로 없는데.”
곤히 잠든 두 아들을 보며 중얼거리는 나를 본 세실리아는 말갛게 웃었다.
“배고프다고 울 때도, 기저귀 갈아달라고 울 때도, 재워달라고 울 때도 다 천사 같은걸요.”
“미안해. 애들 돌보느라 힘들 텐데. 내가 집에 있는 시간이 별로 없어서.”
“으음, 아녜요. 노느라고 그런 것도 아닌데 뭘.”
아니라고, 미안해하지 말라고 하는 그녀의 얼굴에 묻어있는 피곤을 볼 때마다 안식년을 가져야 하나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감독이라는 자리가 1년만 쉬고 올 게요 한다고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나마 집에 있는 시간만이라도 그녀의 짐을 덜어주도록 노력하는 수밖에.
“그보다…. 이번에는 파리에 혼자가게 되어서 어쩌죠?”
처음 해보는 육아 탓에 피곤에 절어 있으면서도 발롱도르 시상식에 같이 가지 못하는 것을 미안해하는 그녀를 보며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내가 미안하지. 이럴 줄 알았으면, 지난 시즌에 조금 덜 잘할 걸 그랬나 싶기도 하고.”
“준, 무슨 그런 소리를 해요? 나는 준이 이렇게 승승장구해서 너무 기쁜데.”
그렇게 시간이 흘러 홀로 향하게 된 발롱도르 시상식에서 나는 지난해와 똑같이 올해의 감독상을 수상할 수 있었다.
“축하합니다, 첼시의 하준 킴!”
짝짝짝짝짝!
나의 수상은 모두가 예상할 수 있었던 일이었지만, 발롱도르 본상 시상 때에는 모두를 놀라게 하는 결과가 나오게 된다.
아니, 예상은 어느 정도 할 수 있지만 그게 실현될까 싶은 일이 일어났다고 하는 게 맞겠지.
두구두구두구두구!
“2038 발롱도르 영광의 수상자는 바로…. 축하합니다! 첼시의 우정 임!”
와아아아아!
당당히 신계 선수 중 하나로 인정받은 것과 동시에, 첼시 쿼드러블의 주역이나 다름없는 임우정의 수상은 이 자리에 모인 모두에게 적지 않은 충격을 안겨주었다.
‘실력으로야 받는 게 맞지만….’
축구계에서 아시아인이 받고 있는 차별이 아직도 해소되지 않은 터라, 어쩌면 이번에 수상을 하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 예상이 주를 이뤘으나, 지난 시즌 첼시의 행보가 워낙 압도적이었던 터라, 프랑스 풋볼도 그것을 무시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아. 아. 우선, 이 상을 받을 수 있게 도와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이 자리에 오를 수 있으리라고는 전혀 상상하지도 못했기에…. 감회가 새롭네요.”
천천히 말을 이어나가는 녀석을 보며 나는 문득 예전을 떠올렸다.
서울 유나이티드의 2군 팀에 있던 녀석을 처음 봤을 때, 이 정도까지 성장할 거라고는 감히 예상하지 못했었는데.
“많은 좋은 동료들을 만나 발전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를 이 자리까지 끌어주신 김하준 감독님께 정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와아아아!
짝짝짝짝짝!
아시아 선수 최초로 발롱도르를 석권하게 된 임우정은 그야말로 세계 각지의 언론에서 대서특필하는 존재가 되었고, 일본과 중국에서는 마치 그들의 선수인 것처럼 축하 메시지를 보내왔다.
[김하준, 올해의 감독 수상.] [아시아 선수 최초로 발롱도르 위너가 된 임우정.] [발롱도르 시상식 창설 이래로 처음 탄생한 기록을 쓴 임우정.] [비주류에서 주류로 우뚝 선 아시아 축구.]그렇게.
발롱도르 시상식이 끝나고 박싱데이 일정마저 소화한 뒤에.
나는 명예 KBE에 서훈되어 대영제국 명예기사작위를 수여 받게 되었다.
짝짝짝짝!
[김하준, 2등급 명예 KBE 서훈.] [영국에서 김하준의 풀네임은? 하준 킴 KBE.] [영국 의회, ‘잉글랜드 축구계에 길이 남을 기록을 세운 공로를 높이 사.’] [대한민국 축구계 인물로는 최초로 대영제국 훈장을 수여 받게 된 김하준.] [김하준, 영국에 귀화하나?]명예 KBE를 수여 받은 상태이다 보니 일각에서는 나의 귀화에 대해서도 많은 말이 나오고 있었다. 개인적으로 영국 영주권자인데다, 배우자인 세실리아가 영국인인 점, 그리고 국적만 바뀐다면 호칭에 Sir(경)이 붙는다는 점 등.
여러 가지 이유로 나의 귀화를 점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글쎄…. 굳이 안 해도 잘 사는데 뭐.”
이미 첼시를 이끌며 만족할만한 대우를 받고 있고, 아이들의 국적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다보니 별다른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나는 귀화 문제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잘 살고 있는 중이다.
그렇게 한 차례 이슈에 오른 후에도 나와 첼시는 아무런 변화 없이 시즌을 치렀고 지난 시즌의 성적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리그와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거머쥐며 더블을 달성하게 되었다.
[첼시, 챔피언스리그 3연패.] [챔피언스리그 3연패에 성공한 킴.] [지단에 이어 두 번째로 챔피언스리그 3연패에 성공한 킴.] [네 번째 3회 우승 감독과 두 번째 3연패 감독에 오른 킴.] [과르디올라, ‘현 시점에 가장 위대한 감독을 꼽으라면 킴 외에 다른 이를 꼽을 수 있겠나?’]* * *
시간은 정말 빠르게도 흘렀다.
나와 첼시는 계속해서 승승장구하며 과거, 퍼거슨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보다 훨씬 더 강력한 모습을 선보였다.
내가 첼시에 선물한 트로피만 해도 이미 수십여 개.
일이 그렇게 되다보니, 스탬퍼드 브리지 앞에는 나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내 동상이 세워지기에 이르렀는데.
“그래도…. 마지막이구나.”
어느덧 내 나이는 예순 다섯.
감독으로 아직 더 현역에서 지도할 수 있는 나이였지만, 지도자 생활을 일찍 시작해서 그런 것인지, 첼시에서 있었던 세월만 30년 가까이 되어가던 찰나.
나는 은퇴를 결심했다.
“박수칠 때 떠나는 게 정말 멋있다더니, 그걸 실제로 하고 있을 줄이야.”
이제는 머리가 정말 하얗게 세어버린 조르지뉴가 나를 보며 씩 웃으며 농을 건넸고, 나는 그런 그의 모습에 옅게 웃었다.
“오래 해 먹었으니까. 그보다, 너는 나 때문에 감독도 못하고 계속 코치만 해서 어떡해?”
내 말에 조르지뉴는 어깨를 으쓱였다.
“내가 좋아서 붙어 있었지 뭐. 감독으로서의 내 능력보다는 너와 같이 일하는 게 훨씬 낫다는 판단이었을 뿐이야.”
일흔이 넘은 나이에도 여전히 수석 코치직을 역임하고 있는 조르지뉴는 내가 감독에서 물러나더라도 새로운 감독을 잘 보좌할 수 있을 테지.
조르지뉴와의 짧은 대화를 끝으로, 나는 스탬퍼드 브리지 그라운드 중앙에 세워진 단상 위로 천천히 걸어 올라갔다.
와아아아아!
내 은퇴식을 축하하기 위해 스탬퍼드 브리지에 모인 수많은 인파를 보며 나도 모르게 지난날을 돌이켰다.
현역 선수로 치명적인 부상을 연달아 입어 저니맨 신세가 되다 이른 나이에 은퇴했던 20대 중반.
코치를 시작으로 한국으로 돌아와 감독이 되어 다시 유럽으로 돌아왔던 일.
또, 감독으로 첼시에 돌아와 지금까지 대 기록을 써내려온 일.
‘많이 사랑받았네.’
선수로서 이런 은퇴식을 경험하지 못해 아쉽지만, 이 정도면 축구인으로서는 최고의 영예라고 할 수 있으니.
주위를 한번 둘러본 나는 단상 위에 설치된 마이크에 입을 갖다 댔다.
“제가 스탬퍼드 브리지에 존재한 세월이 생각보다 되게 오래 지났네요.”
짧았던 선수 시절을 포함한다면 30년이 넘는 세월을 스탬퍼드 브리지와 함께 했었다.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그리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선수로서 여러분들께 기쁨을 드렸었던 순간도 있었고, 지휘봉을 잡고 지금까지 수많은 트로피를 선물한 것도 그렇죠.”
와아아아아!
“엄청 거창하고 멋있는 말을 준비해왔지만…. 글쎄요, 이 자리에 서고 보니 그런 건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저….”
나도 모르게 목이 멘다.
뭐, 성격 때문인지는 몰라도 눈물까지는 나오지 않았지만.
“분에 넘치는 사랑을 주신 블루스 여러분이 있었기에,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오랜 세월 여러분들과 스탬퍼드 브리지에서 함께했지만, 이제 저는 지도자에서 은퇴해야 할 때가 되었습니다.”
관중석에 모인 수만의 팬들의 얼굴에는 짙은 아쉬움이 걸려있었다. 나도 아쉽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무릇 사람이란 떠날 때를 알아야 하는 법.
“감사했습니다. 여러분. 저는 이제 지도자에서 물러나 행정적으로 첼시를 서포트하며 살아가겠습니다. 첼시를 지휘하며 보낸 세월은 정말 잊지 못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짝짝짝짝짝!
그렇게 은퇴식을 마치고 집에 돌아왔을 때.
짐을 내려놓아서 그런 것일까?
나는 오래간만에 깊은 잠에 빠져 들었다.
깊게 잠든 나는 언젠가 본 적이 있는 것 같은 장소에 발을 내딛는 꿈을 꾸게 되었는데.
“내 선물을 가지고 보낸 지난 여정은 어땠었나요?”
얼굴도, 성별도, 나이도 짐작할 수 없는 어떤 존재가 내게 질문을 건네왔다.
아마도 저 존재가 나의 왼쪽 눈에 선물을 준 장본인일 테지.
“분에 넘치는 축구 인생이었습니다. 비록, 선수로는 꿈을 이루지 못했지만 지도자로는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냈으니까요.”
가감 없는 진심이었다.
“그렇군요. 만족스러운 여정이었다니 기쁘네요. 그렇지만….”
내 대답에 미소를 띠는 것 같던 존재는 어쩐지 안타까워하는 표정을 짓는 것 같았다. 얼굴을 인식할 수 없음에도 말이다.
“짙은 아쉬움이 보이네요. 선수로 재능을 만개하지 못했던 것이 컸던가요?”
그리고.
내가 그 말에 무어라 대답을 하기도 전에 나는 고층에서 바닥으로 떨어지듯 꿈에서 쫓겨나게 되었다.
“다시 한번 선물을 줄 테니, 이번에는 모든 것을 이뤄 봐요.”
마지막 말을 남긴 채로.
* * *
“…나요! 일어나요! 아빠!”
으음.
익숙한 목소리가 나를 깨운다.
“아이 참! 아빠! 오늘 훈련 늦겠어요!”
“아부우—!”
제이와 재스퍼, 그리고 루나의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 눈을 떴을 때.
“응…?”
나는 내 두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이게 뭔….”
제이와 재스퍼의 나이가 다섯 살 정도로 어려져 있었고, 저들이 성인이 되었을 때 태어날 루나가 내 몸 위에서 기어 다니고 있는 이 아이러니한 상황.
“준! 일어났어요? 훈련 가야죠.”
“아, 세실.”
일어나지 않은 나를 깨우러 오는 세실의 모습 또한 연애시절의 그때처럼 굉장히 젊었다. 아니, 그때보다 더 젊다고 할 수 있을 정도의 외모.
“잠깐…. 오늘이 몇월 며칠이지…?”
“7월 5일이잖아요.”
무언가 들어맞지 않는 상황을 파악하다, 나는 불현듯 고개를 돌렸다.
고개를 돌리자 보이는 것은 침대 옆 협탁에 놓인 사진.
‘나…?’
첼시의 푸른색 유니폼을 입고 세실과 아이들을 데리고 함께 찍은 사진.
사진 속 모습은 내가 부상을 당하지 않고 첼시에서 지냈으면 지극히 당연하게 이루어졌을 법한 모습이었다.
“아부우우—!”
“어…? 아, 그래 루나야. 착하지 우리 딸?”
나도 모르게 루나를 달래며 한 가지 확신할 수 있었다.
지금은 2024년이었고, 어찌된 일인지 가족 구성원은 달라진 게 없다. 게다가 나는 부상 없이 여전히 첼시의 에이스로 뛰고 있는 중인 것 같았고.
그 말은 즉슨.
‘다시 한번 선물을 준다더니….’
초월적인 존재가 다시 내게 준 선물은 아무래도 평행 세계인 모양이었다.
내가 부상을 당하지 않았을 어떠한 평행 세계.
“하하….”
두근!
두근—!
이렇게 멋진 선물을 받게 되었으니.
‘제대로 이뤄내서 보답해야겠는데?’
이번에는 선수로도, 지도자로도 정점에 올라서야겠다.
– 축구천재는 명장이 됩니다. 完
안녕하세요, 주노드입니다.
187화를 끝으로 축구천재는 명장이 됩니다의 이야기가 막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이번 작품을 쓰게 되면서 참 많은 일들이 있었고,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휴재 없이 성실하게 연재하겠다는 다짐은 본업인 회사에서 직급이 오름과 동시에 잦은 야근과 컨디션 난조로 휴재를 밥 먹듯이 하는 불성실한 작품이 되어 굉장히 죄송스럽고 또 아쉽습니다.
이렇게 부족한 글을, 휴재도 잦은 글을 마지막까지 찾아주신 독자님들께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사실 이번 작품 주제를 설정하게 된 계기는, 지난 제 첫 글에서 능력물 축구 스토리를 전개하다 보니 전술적 묘사에 대한 갈증이 일어 감독물을 쓰게 되었는데, 전술적 묘사와 재미를 한꺼번에 잡는 것이 정말 어려운 일이더라고요. 제 의도대로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서울-마인츠까지는 전술에 더 힘을, 마인츠 후반-첼시에서는 조금 더 사람 간의 에피소드에 집중하여 이야기를 풀어나갔습니다.
사실, 머릿속에서는 하준과 첼시의 스토리가 계속해서 그려지지만, 네. 제가 판단하기에 지금이 완결을 낼 적기라고 생각했습니다. 닫힌 결말, 어쩌면 열린 결말이기도 한 결말 후에 독자님들이 하준의 이야기를 채워주시는 게 더 좋은 그림일 테니까요.
그리고, 앞으로…. 올해 들어 부쩍 휴재가 잦아진 이유처럼, 저는 본업에 더 집중할까 합니다. 시간적 여유가 부족해서 글의 퀄리티가 계속해서 하락하는 것 보다는, 나중에 시간적 여유가 될 때, 그때 재미있는 이야기를 가지고 찾아오겠습니다. 물론, 반겨주신다면요 ㅎㅎ.
마지막으로 축구천재는 명장이 됩니다를 도와주신 김경덕 편집자님, 천승민 편집자님, 그리고 글로번 대표님들과 글로번 직원분들, 그리고 마지막까지 하준과 첼시의 이야기를 따라와 주신 독자님들께 정말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리며 저는 이만 물러나도록 하겠습니다.
정말 감사했습니다! 모두 평안하시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