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soccer genius becomes a great coach RAW novel - Chapter (20)
20. 치솟는 주가(2)
정주호와의 만남 이후.
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임우정! 몸싸움으로 상대를 압도합니다!] [아! 전진패스으으으!] [임우정의 패스를 낚아챈 정상기가 논스톱으로 때립니다아아앗!]철렁—!
[고오오오오올!] [해트트릭! 해트트릭입니다! 데뷔한 지 불과 반년 만에 해트트릭을 달성하는 정상기! 스코어는 5-0입니다!]리그 32라운드 상대인 안산 메카즈는 우리의 거센 공격 앞에 처참하게 두들겨 맞는 중이었다.
“크으으으! 보스! 해트트릭입니다! 정이 해트트릭을 달성했어요!”
맞춤으로 짜 놓은 전술과 선수들의 기량 또한 많이 올라온 시점이라 나는 걱정 없이 경기를 보고 있었고, 스코어가 4점 차로 벌어졌을 때부터는 경기에 집중하지 못한 채 상념에 접어들고 말았다.
‘나겔스만. 한국의 나겔스만으로 만들어 준다고?’
호언장담하던 정주호의 얼굴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어째서 그렇게 자신할 수 있는 걸까?
그는 나처럼 통찰안이라는 이능이 있는 것도 아닌데.
‘그때 보여줬던 서류 더미와 얘기들을 보면 허세나 블러핑도 아닌 것 같은데···.’
분명, 나는 내 실력에 자신이 있다. 그리고, 정주호 역시 나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접근했다. 이 두 가지 사실만 놓고 보았을 때 그와 계약하는 것이 그리 나쁘지 않은 판단이지만 왠지 모르게 꺼려지는 느낌이다.
‘견제와 무시만 받아와서 그런가.’
선수 시절에는 겪어 보지 못한 무시를 숱하게 겪다 보니, 나에게 호의를 가지고 접근하는 정주호에 대해서는 의구심밖에 들지 않았다. 당장, 정인우만 하더라도 나를 어떻게든 찍어 누르려고 하지 않았던가.
‘그래도 능력과 배경 좋은 에이전트가 있는 편이 좋겠지.’
아시아인으로 유럽 리그 구단의 감독이 되려면 실력을 입증한 것으로는 부족하다.
보이지 않는 장벽.
인종이라는 걸림돌이 아직도 유럽 축구계에는 존재한다.
선수의 경우, 실력을 입증하면 무리 없이 등용되는 요즘에도 감독들은 얘기가 다르다. 당장 우리가 떠올릴 수 있는 유럽의 감독들은 죄다 백인이지 않나?
그렇기에, 입김까진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영향력을 줄 수 있는 SA의 서포트를 등에 업는 것은 절대 나쁜 조건이 아니었다.
“······스! 보스! 제 말 듣고 있어요?”
상념이 너무 길어졌던 걸까.
옆에 있던 볼러가 나를 흔들며 말하고 있었다.
“아. 미안해요, 볼러. 무슨 얘기 중이었죠?”
“보스답지 않게 경기장에서 집중하지 못하셨군요. 조금 전에 경기 종료 휘슬이 울렸습니다. 5-0으로 우리가 승리했죠.”
크게 놀라거나 하진 않았다.
내가 집중력을 잃었을 때가 이미 10분여를 남겨 놓은 시간이었으니까.
그 시간 안에 5점을 뒤집을 수 있다면, 그 전에 5골을 내리 먹히지 않았겠지.
“거기다, 경기 유니온이 방금 또 패배했답니다. 이제 경기 유니온과 승점 차이는 7점입니다. 7점!”
“오. 그건 정말 좋은 소식이네요. 33라운드에서 경기 유니온을 꺾으면 우승 확정이 되는 거네요.”
남은 리그 잔여 경기는 총 네 경기.
거기에, 다음 라운드 상대는 경기 유니온이었다. 우리가 경기 유니온을 잡는다면 승점 차는 10점이 된다. 그렇게 되면 경기 유니온이 남은 세 경기를 내리 이기고, 우리가 남은 경기를 모두 진다고 하더라도 리그 순위는 뒤바뀌지 않는다.
‘기왕 이길 거면 확실하게 밟아 놓는 것도 나쁘지 않겠네.’
자력으로 우승을 결정지을 수 있는 경기였으니, 녀석들에게 거하게 한 방 먹여 줄 생각이었다. 마침 우리 홈에서 열리는 경기기도 했으니.
그런데 잠깐.
“볼러, 걔네 왜 자꾸 지고 있는 거죠? 그래도 초중반엔 걔네가 1위였는데.”
내 물음에 볼러가 웃음을 참지 못해 시뻘게진 얼굴로 입을 열었다.
“크흡···. 그게 말이죠. 큭큭, 크흡. 경기 유니온의 구 감독이 보스를 따라 한답시고 전술을 이리저리 바꾸고, 선발 라인업에도 변화를 주다가 오히려 털리고 있었답니다.”
아, 뱁새가 황새 따라가다 가랑이 찢어진다는 말이 이럴 때 쓰는 말이었던 것 같은데.
“그 양반은 뭐하러 저를 따라 한대요? 자기 전술 철학이 있을 텐데.”
“요즘 유행이랍니다.”
“네?”
갑자기 유행 운운하는 볼러를 보며 고개를 갸웃하자 볼러는 내 어깨를 팡팡 두드리며 말했다.
“보스의 변화무쌍한 전술 스타일이 K2 리그에 유행처럼 번진다는군요. 정작, 우리를 상대할 때는 최대한 수비적으로 나오지만 말이죠. 하하.”
“아···.”
순간 할 말을 잃었다.
유행할 것이었으면 진작에 유행할 것이지. 현대 축구에서 이런 전술이 유행하기 시작한 지가 벌써 10년이 넘었는데···.
그리고.
‘보고 따라 한다고 바로 되면 그게 전술인가.’
내가 여러 가지 전술을 응용하는 탓에, 우리 선수단은 고된 훈련과 여러 전술 훈련을 병행하며 상당히 타이트한 훈련 스케줄을 소화 중이었다.
이러한 노력 없이 감독의 전술 놀음만으로는 경기장에서 완벽한 경기가 나올 수 없는 것인데, 다른 감독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고이다 못 해 썩어서 그렇지.’
현재, K1 리그를 제외하고, K2 리그 감독의 평균 연령은 50대에서 60대를 왔다 갔다 하는 수치다. 내가 말도 안 되는 나이로 감독대행을 맡고 있는 것을 제외하면, 경기 유니온의 구제민 감독이 48세로 가장 젊은 축에 들었으니.
비교하기는 싫지만, 아무래도 유럽과 수준 차이가 있다 보니 새바람이 불지 않는 K2 리그는 좀처럼 혁신을 불러오지 못했고, 이번에 나의 등장으로 조금씩 달라지는 모양이 된 것 같았다.
“자, 볼러. 그러면 짝퉁들에게 진짜를 보여 주기 위해 준비해야겠죠?”
“아. 당연합니다. 보스.”
“그럼, 정리해서 사무실로 가시죠.”
내 말에 잠시 얼굴이 굳은 볼러는,
“······네? 보스. 오늘은 경기가 끝났으니 저희도 퇴근을···.”
“쓰읍. 원래 경기가 끝난 직후에 전술적으로 머리가 잘 돌아가는 겁니다. 샤워만 하고 사무실로 오세요.”
“오우, 노오오!”
절망적으로 외쳤지만, 나는 그것을 무시한 채 그라운드를 빠져나왔다.
* * *
리그 33라운드, 서울 유나이티드와 경기 유니온의 경기 당일.
서울의 드레싱 룸에는 선수단이 저마다의 루틴으로 경기를 준비하고 있었다.
누군가는 노래를 들으며, 또 누군가는 눈을 감은 채 명상을, 또 다른 누군가는 경기 유니온의 최근 경기 영상을 보며 준비하고 있는 그때.
덜컥—.
하준과 볼러, 이수혁이 드레싱 룸 안으로 발을 들였다.
“자. 다들 컨디션은 어때?”
진중했던 드레싱 룸의 분위기와는 대조되게 가벼운 어투로 말한 하준은 선수단을 훑어보며 그들의 기색을 살폈다.
“좋습니다.”
“벌써 날뛰고 싶어서 좀이 쑤셔요!”
“빨리 저 녀석들을 깔아뭉개고 싶어서 기다릴 수가 없습니다!”
활기찬 선수들의 답변에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은 하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너희들도 알다시피, 이번 경기에서 이기면 우리의 우승이 확정된다. 다시 K1 리그로 복귀한다는 얘기지. 플레이오프 같은 변수를 따지지 않은 채 말이야.”
하준은 말을 내뱉는 와중에도 감개무량한 기분이 들었다. 팀이 혼란스러운 와중에 감독대행을 맡았을 때, 하준이 현실적으로 잡은 목표는 플레이오프 진출 후 K1 리그 꼴찌 팀을 이기고 승격하는 것이었으니.
“긴말하지 않겠다. 우리는 이제까지 잘해 왔고, 또 앞으로도 잘할 것이다. 오늘 우승 트로피를 따내고, 우리가 원래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가자!”
“네!”
우레와 같은 선수단의 대답에 입꼬리를 올린 하준이 문을 열고 나섰고, 선수단 또한 그의 뒤를 따랐다.
와아아아아!
[안녕하십니까! 오늘은 상암 경기장에서 인사드립니다! K2 리그 33라운드, 서울 유나이티드와 경기 유니온의 맞대결이 곧 펼쳐집니다!] [이번 경기로 리그 우승팀이 결정될 수도 있죠?] [맞습니다. 이번 경기에서 서울이 이기게 되면, 잔여 경기 결과와는 상관없이 우승 확정과 함께 K1 리그로 승격이 확정됩니다.]이번 경기로 우승을 확정 지을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일까.
서울의 서포터들이 관중석을 꽉 채운 채, 경기 시작 전부터 목 놓아 응원가를 부르고 있었다.
오오! 오오! 서울 유나이티-드!
오오! 오오! 서울 유나이티-드!
[경기 시작 전부터 서울의 서포터들이 응원가를 목 놓아 부르고 있군요.] [하하. 우승을 확정 지을 수도 있는 경기다 보니 서포터들의 기대가 매우 클 겁니다.] [말씀드리는 순간, 양 팀 선수들이 그라운드로 입장합니다!]경기 유니온을 홈으로 불러들인 서울 유나이티드의 라인업은 이러했다.
최전방에는 정상기와 이태준이, 둘보다 조금 처진 위치에 아딜손 제수스가 배치되어 제로톱 형태를 띠는 쓰리톱을 형성했고.
임우정과 프랑코 트라몬타나가 중원을 구성하며, 양쪽 윙백으로 권명호가 정창훈이,
그리고 후방에는 문태진, 윤상우, 루이스 코스타로 이루어지는 세 명의 수비수가 위치했고, 하우찬이 골키퍼 장갑을 낀 3-4-3 대형이었다.
[오랜만에 백쓰리를 다시 가지고 나온 김하준 감독대행이군요?] [그렇습니다. 최근에 4-3-3을 베이스로 한 전술들을 많이 사용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오늘은 다시 백쓰리를 가지고 나왔네요. 과연, 어떤 모습을 보여 줄지 기대해 볼 만하겠습니다.]그리고, 서울 유나이티드에 맞서는 원정팀 경기 유니온은.
카일 제임스와 누네스 도스산토스가 최전방을 구성하고,
미드필드 공간에는 헬리오 바르보사, 하범진, 오혁수, 조운재가,
지태희, 홍선우, 현동수, 민종진으로 이루어지는 포백 라인에 송웅희 키퍼가 장갑을 낀 4-4-2 대형을 가지고 나왔다.
[서울에 맞서는 경기 유니온은 플랫한 4-4-2를 가지고 나왔네요. 드리블이 좋은 바르보사가 측면으로 배치된 것으로 보아, 공격 형태와 플랫 형태를 오가는 4-4-2 운용으로 예상됩니다.] [메짤라 역할을 잘 소화하긴 하지만, 바르보사 선수가 기본적으로 중앙 미드필더 자원이거든요? 측면으로 배치되었을 때는 또 어떤 모습일지 중점적으로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아, 주심이 휘슬을 입에 대는군요.]삐이이익!
[주심의 휘슬과 함께, 경기 유니온의 선축으로 경기가 시작됩니다!]툭-!
툭!
경기가 시작되고, 경기 유니온은 중원에서 공을 돌리며 천천히 빌드업을 진행하려 했다.
그러나.
타다다다닷!
[아! 정상기의 빠른 전방압박!] [정상기뿐만이 아닙니다! 서울의 다른 선수들도 빠르게 경기 유니온을 압박합니다!]하준이 그간 선수단의 체력에 공을 들인 이유.
바로, 강력한 전방 압박을 위해서였다.
클롭이 대대적으로 유행시켰던 게겐 프레싱. 그것을 제대로 소화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체력이 뒷받침되어야 했기에, 하준은 지휘봉을 잡은 이후로 이수혁 코치와 함께 선수단의 체력을 끌어 올리는 것에 열을 다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그라운드 위에서 명확하게 드러났다.
타다닷! 타앗!
[공을 탈취하는 데 성공한 서울! 경기 유니온이 다시 공을 빼앗기 위해 열심히 뜁니다!]경기가 시작한 지 몇 분 지나지 않아 곧바로 공격권을 가져온 선수들을 보며 하준의 입이 호선을 그렸다.
‘이때까지와는 많이 다를 거야.’
하준이 지휘봉을 잡은 이후, 서울은 매 경기마다 전방 압박을 해 왔지만, 그것을 게겐 프레싱이라 부르기에는 손색이 있었다. 이는, 선수단의 체력을 고려해 하준이 적당한 선을 정해 두었던 탓이었는데.
체력적으로 완벽해졌다 판단한 지금은 하준이 그것을 치워 버린 채, 강도 높은 전방압박을 지시했고, 15년도 더 전에 꿀벌 군단이 보여 주었던 그 강도 높은 압박이 상암 경기장에 현신했다.
타다다다닷!
[공을 받은 정창훈이 오른쪽 측면을 타고 달립니다! 지태희가 정창훈을 막기 위해 달립니다만!]지난 더비 매치에서 정창훈을 제대로 막아내지 못했던 지태희는 이번에야말로 그를 막아내겠다며 호기롭게 덤벼들었지만,
타다닷! 탓!
툭!
지태희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급제동한 정창훈이 대각선으로 공을 보냈다.
[정창훈이 급격하게 속도를 줄입니다. 공을 옆으로 보내는데요?]타다다다닷!
[아! 트라몬타나! 공을 받은 트라몬타나의 빠른 전진입니다!] [하범진이 전진하는 트라몬타나의 쇄도를 읽지 못하고 놓친 게 이렇게 돌아오는군요!]하프 스페이스로 빠르게 침투하는 프랑코의 움직임에 오혁수가 반응하며 내려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투욱—!
[트라몬타나의 스루패스! 아딜손에게 향합니다!]이는, 다 하준의 계산 안에 들어 있는 상황이었다.
두 명의 플레이메이커를 파이널 서드로 올려 상대를 갖고 노는 플레이.
“X발! 안 돼!”
프랑코에게서 공을 빼앗기 위해 자리를 이탈한 오혁수는 자신을 지나쳐 아딜손에게 배달되는 공을 보며 무엇인가 잘못되었음을 느꼈다.
타다다다닷!
[아딜손에게 공이 배달되는 타이밍에 맞춰 권명호 역시 쇄도합니다!] [아, 오버래핑이 아니라 언더래핑을 하는군요?]순식간에 뚫린 두 명의 중앙 미드필더 덕분에 경기 유니온의 수비수 4명은 졸지에 빠르게 뛰어오는 6명의 서울 유나이티드 선수들을 상대하게 되었고,
“예쓰.”
투욱—!
아딜손의 발에서 빠른 속도로 공이 떠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