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soccer genius becomes a great coach RAW novel - Chapter (21)
21. 치솟는 주가(3)
타다다닷!
[아딜손이 왼쪽으로 공을 밀어 줍니다!] [민종진이 권명호를 놓쳤군요!] [권명호! 권명호가 달려옵니다!]“막아! 빨리!”
권명호의 순간적인 쇄도로 타이밍을 뺏긴 경기 유니온의 오른쪽 풀백 민종진이 다급하게 외쳤지만 이미 늦었다.
위험지역에 포진된 서울의 선수는 권명호와 아딜손을 제외하더라도 총 넷.
정상기가 남은 센터백 한 명을, 이태준과 정창훈이 왼쪽 풀백을 끌어내며 권명호는 완벽한 프리상황에 놓였고,
뻐엉—!
거침없이 오른발을 휘둘렀다.
[권명호 때립니다!] [오른발로 때린 벼락같은 슈우우우웃!]쐐애애애액—!
어떻게든 슈팅을 막아 보려 송웅희 키퍼가 몸을 날렸지만,
철렁—!
승리의 여신은 서울에게 미소를 지어 주었다.
와아아아아!
[고오오오올! 골입니다! 권명호의 벼락같은 슛으로 서울이 앞서 나갑니다! 스코어는 1-0!] [아아! 양발잡이 윙백이 이렇게 위력적입니다!]“좋았어!”
[서울의 김하준 감독대행이 펄쩍펄쩍 뛰며 기뻐하는군요.] [홈 서포터들 또한 대단히 기뻐하네요.]“이번에도 보스가 짜 놓은 판대로 움직였군요. 허허, 이렇게 쉽게 경기를 운용할 수 있다니.”
팀의 선제골이 기쁘면서도 믿기지 않는다는 듯 말하는 볼러를 보며 하준은 씨익 웃었다.
“명호가 양발잡이인 게 한몫했죠.”
양발.
현대 축구에서 양발을 자유자재로 쓰는 선수는 아주 많은 옵션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그것이 왼쪽 윙백이라면 더더욱.
게다가.
측면을 타고 올라 왼발로 위협적인 크로스를 올리는 장면과, 언더래핑 혹은 인사이드 커팅을 바탕으로 중앙으로 좁혀 들어와 오른발로 슈팅을 때리는 장면을 모두 연출 할 수 있는 양발잡이 왼쪽 윙백이 바로 권명호였다.
‘명호가 괜히 마르셀루 스타일이라는 얘기를 들었던 게 아니지.’
그리고.
이른 시간에 선제골을 넣은 서울은 계속해서 맹공을 퍼붓기 시작했다.
타다다닷!
촤아앗.
툭—!
[트라몬타나가 중앙 위쪽으로 넘어와서 볼을 받아 주는군요!] [오늘 트라몬타나의 활동 범위가 조금 특이합니다. 프리롤인가요?]중계진의 의문은 합리적이었다.
오늘 경기에서 프랑코는 좌, 우, 전, 후를 가리지 않고 적재적소의 장소로 완벽한 타이밍에 이동했으니까.
그리고, 프랑코의 이러한 움직임을 가능케 한 하준의 안배는 바로,
타다닷!
[프리롤이 맞는 것 같네요. 지금도 보십시오! 프랑코가 이동하기 무섭게 루이스 코스타가 전진해서 자리를 메웁니다! 톱니바퀴가 맞물리듯이 일어나는 움직임이군요!]후방 지역에서의 포지션 플레이였다.
프랑코가 자리를 이동하면 루이스 코스타가 전진해 그 자리를 메우고, 프랑코의 이동에 따라 선수들의 자리가 유기적으로 변동되어 그라운드 위의 구역을 계속 점유하는 데 문제가 없었다.
간혹, 경기 유니온의 역습이 이어지더라도.
투욱!
타다다닷!
[경기 유니온의 역습! 서울이 라인을 많이 올린 상태인데요! 후방에 선수가 별로 없어요!] [아! 임우정! 임우정이 도스산토스의 전진을 늦춥니다! 악착같은 몸싸움!]넓은 활동량을 보여 주는 임우정이 상대 역습의 주요 인물의 전진을 늦췄고, 그 틈에 정창훈이 빠르게 수비라인으로 복귀해 세 명의 센터백 중 한 자리로 들어갔다.
백쓰리를 구성하는 루이스 코스타의 이동에도 대형은 변함이 없게 되는 것이었다.
거기에, 시간이 지연되면 될수록 선수들은 후방으로 복귀하게 되니, 경기 유니온은 수적 우위를 점할 수가 없었다.
그리하여.
촤아아앗—!
[문태진! 문태진이 슬라이딩 태클로 공만 빼내는 데 성공합니다! 대단한 태클!]커맨더 윤상우의 지침을 받은 문태진은 철벽이라는 말이 절로 나올 수비를 보여 주며 경기 유니온의 역습을 끊어 내는 데 성공했다.
“보스. 사실, 저는 오늘 전술이 역습 상황에서 위험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꼭 그렇지도 않군요.”
“상수 대신 우정이를 넣은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이죠. 상수는 상대 선수를 마크해서 지워 버리는 데는 능하지만, 활동량을 바탕으로 경기장에 윤활유가 되지는 못해요. 그렇지만 우정이는 적재적소에 나타나거든요.”
이번 경기에서 프랑코가 하프라인의 위쪽 어디에서나 나타나는 모습을 보였다면, 임우정은 중원과 수비라인의 전 지역에서 두문불출하며 궂은일을 도맡았다.
“확실히 임의 넓은 커버리지가 많은 도움이 되고 있군요. 임의 커버와 코스타의 전진으로 프랑코는 자유로이 움직일 수 있게 되고···. 파이널 서드에는 두 명의 플레이 메이커가 위협적인 찬스를 만드는 꼴이군요. 호우.”
“뭐···. 신영준의 컨디션 때문에 우정이를 넣은 것이긴 하지만요. 주장답게 우정이를 잘 가르쳐 놨네요.”
실제로, 경기 유니온의 수비수들은 처참한 표정으로 경기에 임하고 있었다. 폴스나인을 맡은 아딜손의 움직임도 변수를 많이 만들어 내는데, 프랑코까지 전진해서 키패스를 뿌려 댄다?
다윗이 두 명의 골리앗에게 린치를 당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는 상황인 것이다.
그리고, 그런 상황은 현재 진행형으로 경기 유니온의 수비수들에게 펼쳐지고 있었다.
투욱—.
[아딜손이 다시 왼쪽으로! 아! 트라몬타나! 저기서 나타나는군요! 오늘 저 선수는 홍길동 그 자체입니다!]왼쪽 하프 스페이스에서 나타난 프랑코.
그러나, 경기 유니온의 선수들은 프랑코를 저지할 수 없었다. 풀백과 센터백은 권명호와 정상기에게 끌려 다니는 상황이었고, 중원의 오혁수가 뒤늦게 수비가담을 했으나 거리 차이가 너무 벌어진 탓에 별다른 영향을 줄 수 없었다.
촤앗!
[트라몬타나가 공을 잡습니다!]왼발잡이인 프랑코가 왼쪽 하프 스페이스에서 나타나 공을 잡았다.
이 장면을 본 이태준은 본능적으로 골 냄새를 맡고 페널티 박스로 쇄도하기 시작했다. 통상, 왼발잡이는 왼쪽에서 슈팅을 가져가지 않고 크로스나 패스를 보내기 때문이다.
바로 지금처럼.
“쭌! 태쭌! 고우!”
투우웅—!
[트라몬타나가 공을 띄웁니다!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는데요!] [이태준이 빠르게 쇄도합니다! 홍선우가 이태준을 막기 위해 달려오는데요! 누가 더 빨리 공에 닿게 될지···!]‘반드시! 반드시 막는다!’
위험 상황을 빠르게 무마시키려는 홍선우는 최선을 다해 뛰었지만.
타다다닷!
뻐엉—!
이태준의 쇄도보다 늦은 움직임 탓에 한 끗 차이로 공을 놓치고 말았다.
[달려오던 이태준이 하프 발리 슛을 시도합니다! 슈우우우웃!]쐐애애애액—!
철렁—!
와아아아아!
[고오오오올! 골입니다! 트라몬타나의 감각적인 패스를 이태준이 마무리하면서 서울 유나이티드가 한 점을 더 추가합니다! 스코어는 2-0입니다!]* * *
전반전을 2-0으로 마무리하고 맞이한 후반전에도 우리의 맹공은 계속됐고, 경기 유니온은 그런 우리에게 계속 두들겨 맞다 결국 2골을 더 허용하고 말았고,
삑! 삐익! 삐이이익—!
4-0이라는 스코어로 우리에게 승점 3점과 우승 확정이라는 아주 큰 선물을 선사하고 말았다.
와아아아아!
[4-0! 4-0으로 서울 유나이티드가 승리합니다! 오늘의 승리로 서울 유나이티드가 우승을 확정 짓습니다!] [강등 1시즌 만에 바로 K1 리그로 복귀를 결정짓는 서울 유나이티드! 김하준 감독대행이 기적을 만들어 냈습니다!] [상암을 가득 채운 서울 유나이티드의 서포터들도 함성으로 우승을 기뻐하고 있군요. 이번 시즌의 서울 유나이티드는 기쁨을 누릴 자격이 있습니다!]“와아아아!”
“보스! 우승입니다!”
“감독님, 우승이에요! 우리가 해냈습니다!”
“으아아아! 우승이다! 우승!”
그라운드 위의 선수들은 물론, 벤치에 앉아 있는 선수들과 볼러, 이수혁까지 두 팔을 위로 들어 올리며 환하게 기뻐했다.
사실, 나는 조금 얼떨떨했지만.
‘뭐···. 일단은 우승인가?’
오늘 경기가 시작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우승을 결정짓고 나면 뭔가 벅차오르겠거니 싶었는데 막상 별 느낌이 없었다.
그저, 첫 번째 고비를 잘 넘겼구나 하는 정도랄까?
“볼러, 이수혁 코치. 두 분도 고생 많았어요.”
“아닙니다. 감독님이 잘해 주신 덕분이죠.”
“하하. 보스가 아니었다면 지금쯤 플레이오프 걱정이나 하고 있었겠죠.”
“과찬이네요. 우리 선수들과 두 분이 없었다면 못 해냈을 겁니다. 자, 이제 우승을 즐겨야겠죠?”
여전히 두 명밖에 되지 않는 조촐한 규모의 코치들과 함께 우승을 자축하고 있을 때.
“야! 빨리 가져와!”
“주장! 여기 있어요!”
타다다다닷!
유리병을 건네받은 신영준이 나를 향해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무엇인가 이상한 낌새를 느낀 나는 곧바로 그라운드를 향해 달렸으나.
“야! 잡아!”
“얘들아 감독님 잡아라! 못 가게 막아!”
“네! 당장 대령하겠습니다!”
“감독님은 못 뛰니까 사방에서 포위해! 오늘 경기 때처럼 게겐 프레싱이다!”
뭐, 인마?
내가 너희들을 우승으로 만들어 줬는데 이런다고?
타다닷!
꽈악!
부상으로 은퇴한 내가 현역으로 뛰고 있는 선수들을 속도로 제칠 수 없는 노릇이었고, 몇 발자국을 옮기기도 전에 붙잡히고 말았다.
나는 선수단의 체력훈련에 열을 올린 것을 처음으로 후회했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연출되었고.
“에~이. 감독님, 어딜 가시려고 그러심까?”
“얘들아, 꽉 붙잡아라.”
“예이, 단단히 붙잡았슴돠! 주장!”
아니, 인간적으로 상기 너는 나한테 이러면 안 되는 거 아니냐?
“자, 감독님 이 꽉 깨무십쇼. 다치면 안 되니까요.”
흡사, 누아르 영화에서 상대 조직원을 담그는 그러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녀석들을 보며 나는 몸을 흠칫 떨 수밖에 없었다.
“자, 잠깐! 우승컵은 들고 인마! 메달 받고 하자. 행사는 진행하고 해야지!”
내가 다급하게 외치거나 말거나, 이 미친놈들은 일을 중단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볼러! 볼러! 도와줘요! 이수혁 코치!”
“크흠. 얘들아, 감독님 다치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
“하하, 보스! 즐기십시오! 이게 바로 우승의 맛 아닙니까? 절대, 못 쉬게 해서 그런 건 아닙니다. 큭큭.”
이 사람들이?
아니, 샴페인을 뿌리건 병으로 뚝배기를 깨든 간에 메달과 트로피를 받기도 전에 먼저 하는 미친놈들이 세상에 어디 있단 말인가?
‘아. 여기 있네.’
펑!
푸슈우우욱! 쏴아아아아아—!
“어푸! 야 이 씨ㅍ···! 크으읍! 얼굴에 쏘지 마, 미친놈들아! 억!”
“하하하. 얘들아! 감독님이 좋아하신다, 더 가져와라!”
“그만해 미친놈아!”
“크하하하하! 그만하라신다! 그만해야겠냐?”
“아뇨! 주장, 감독님께 우리 훈련의 성과를 보여 줘야죠!”
“음. 그렇고말고. 자, 드가자!”
녀석들은 샴페인 다섯 병을 터트리며 나를 쫄딱 젖게 만들고 나서야 나를 놓아주었고, 나는 젖은 생쥐 꼴로 우승 세레머니에 참여할 수밖에 없었다.
‘하, 멀끔한 모습으로 인터뷰하려고 했는데. 이래서야 흑역사로 돌아다닐 짤만 만들어 내겠구만.’
이래서야 우승 세레머니가 끝나고 찝찝한 상태에서 인터뷰를 진행하게 될 판이었다.
우리가 난리를 치는 동안 우승 세레머니를 위한 단상과 세트가 설치되었고, 나는 젖은 꼴로, 선수단은 메달을 목에 건 채 히죽거리는 모습으로 단상 위에 올랐다.
“우승 트로피···.”
“우리가 진짜 우승하긴 했구나···!”
트로피를 전달하기 위해 리그 총재가 우리 쪽으로 다가오고 나서야 실감이 되는 듯, 선수들이 울컥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하긴. 이번 시즌이 좀 스펙타클 했어야지.’
시즌 초반의 개삽질로 리그 꼴찌를 벗어나지 못하다가 감독이 불미스러운 일로 경질되고, 하나 남은 코치가 감독대행을 맡아 여기까지 끌고 왔으니, 선수들이 받은 스트레스 또한 장난이 아니었을 터.
묵묵히 나를 믿고 따라와 준 선수들이 대견했다.
“김 코치. 아니, 김 감독. 리그 우승 축하하네. 자네 꼴이 조금···. 큽···. 웃기긴 하지만. 아무튼, 이번 시즌 리그의 흥행에도 도움이 되었고 여러모로 고맙고, 축하하네.”
“감사합니다. 훌륭한 선수들 덕분이죠.”
“너무 겸손하게 말할 필요 없네. 자네가 이번 시즌 보여 준 전술은 대단했으니 말이야. 하하, 자 이제 시작하지.”
나는 리그 총재의 축하 인사에 화답하며 옆에 서 있던 신영준에게 눈짓으로 신호를 주었고, 신호를 받은 신영준이 총재에게서 트로피를 건네받으며 세레모니가 시작됐다.
“으아아아아아!”
괴성과 함께 트로피를 번쩍 들어 올린 신영준에게 맞춰,
와아아아아!
서울! 서울!
오오! 오오오오! 서울 유나이티-드!
경기장을 가득 메운 서포터들이 함성으로 기쁨을 함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