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soccer genius becomes a great coach RAW novel - Chapter (22)
22. 화제의 감독(1)
경기 유니온을 4-0으로 꺾고 우승을 차지한 우리는 남은 세 경기 역시 승리를 거두며 24승 7무 5패, 79점의 승점으로 2030시즌을 마칠 수 있었고 리그 종료 후 결국, 나는 정주호의 SA 매니지먼트와 계약을 체결했다.
그리고.
다음 시즌을 앞두고 나와 구단에는 몇 가지 변화가 생겼다.
[김하준을 정식 감독으로 선임한 서울 유나이티드.] [비운의 천재 김하준. 20대의 나이로 서울 유나이티드의 정식 감독이 되다.] [서울과 2년 계약. 대행이 아닌 정식 감독이 된 김하준.] [K1 리그 최연소 감독이 된 김하준. K1, K2에서 모두 최연소 기록 경신.] [서울 유나이티드, “우승과 승격의 주역을 내치는 건 어리석은 짓. 앞으로도 김 감독과 함께 할 것.”]-와···. 감독대행 아니고 ㄹㅇ 감독 됐네?
-김하준이면 킹정이지ㅋㅋㅋㅋ.
-아무리 2부라지만 김하준 부임 이후 패배 없이 스트레이트로 우승 따냈는데 구단이 생각이 있으면 잡는 게 맞아.
-크! K-나겔스만 탄생이네. 앞으로 행보도 기대됨.
나는 기본 연봉 3억에 각종 수당을 얹은 총 4억 대 연봉으로 2년간 서울 유나이티드의 감독직을 맡게 되었고, 구단에서는 1군 코치진 증원을 위해 발 벗고 나서서 구인을 시작했다.
물론, 이렇게 좋은 소식들만 들려왔으면 좋았겠지만.
[서울 유나이티드의 정상기, 이태준. 국가의 부름을 받다.] [정상기, 이태준. 군 입대 확정. 2031 시즌에선 상무에서 뛴다.] [주요 공격 자원 둘을 잃은 서울 유나이티드.] [대대적인 지원을 천명한 K 건설. 서울 유나이티드, 이적 시장의 큰손이 되나?]“군대에 이렇게 빨리 갈 줄이야.”
유럽 진출을 목표로 하는 정상기와 이태준은 군 문제를 먼저 처리하기를 원했었고, 마침 TO가 났던 상무팀에서 차출 명령이 떨어져 돌아오는 이번 시즌부터는 김천 상무 불사조에서 우리를 적으로 상대하게 되었다.
‘요즘 대표팀 성적이 좋질 못하니, 메달로 병역 면제를 노려볼 수도 없을 테니 이해는 간다만···.’
나의 주요 공격 옵션 중에서 둘이나 이탈해 버리니 여간 골치 아픈 문제가 아니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한 시즌 만에 1부로 복귀에 성공한 것에 크게 기뻐한 K 건설에서 이번 이적시장에 대대적인 지원을 약속했다는 점과···.
통찰안의 업그레이드였다.
‘그런데 이걸 업그레이드라고 부르는 게 맞는 걸까?’
단순히 선수의 특성과 특성의 점멸로 경기에서 활약 여부만을 알려 주던 통찰안은 조금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하기 시작했는데, 선수의 능력치를 5개의 별로 표현해 나타내는 구조였다.
‘대강 별 다섯 개가 월드클래스인가?’
다섯 개가 최대였으니 다섯 개가 꽉 찬 선수는 아마 월드클래스일 것이다. 우리 팀에서 제일 높은 별을 자랑하는 선수는 세 명이었는데,
바로 명호와 프랑코, 아딜손이었다.
셋의 머리 위에는 별 세 개 반이 떠올라 있었는데, 내 추측으로는 유럽에서도 통할 수 있는 수준의 선수를 뜻하는 것 같았다.
‘실제로, 명호도 수비 약점만 없었다면 계속해서 유럽에서 뛰었을 테니까 대강 맞겠지.’
이 셋을 제외한 나머지 선수들은 별 두 개에서 세 개 사이를 왔다 갔다 했으니, 국내 리그 평균이 아마, 별 두 개에서 세 개인 듯했다.
이처럼 선수를 판별할 수 있는 기능이 추가되었으니, 이적시장에서 허탕을 칠 일은 대폭 줄어들었지만···.
“아! 왜, 쉴 시간을 안 주냐고오!”
아무리 내가 축구에 미쳐 있어도 쉴 땐 쉬어야 될 것 아닌가?
* * *
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정식 감독이 된 하준은 연말부터 2031년 연초까지 숨 돌릴 틈도 없이 바쁜 나날을 보냈고 그 결과, 서울 유나이티드의 여러 소식이 차례차례 언론에 보도되었다.
제일 먼저 서포터들을 기쁨과 놀라움에 빠트린 소식은,
[독수리 최용환, 감독이 아닌 수석 코치로 서울 유나이티드에 복귀.]바로, 전설 최용환의 서울 복귀였다.
[최용환, “김 감독과 같이 일하고 싶었어.”] [최용환의 복귀를 진심으로 환영하는 서울의 서포터들.]막걸리 해설과 재치 있는 입담으로 예능에 자주 얼굴을 내비치던 최용환은 하준의 지략과 지도를 통해 한 시즌 만에 다시 K1 리그에 복귀한 서울 유나이티드에 복귀 의사를 표했고 수석 코치로 팀에 합류하게 되었다.
감독으로 세운 커리어가 하준에 비해서 훨씬 많은 그가, 왜 수석 코치로 서울에 합류했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걸쭉한 웃음과 함께 이렇게 답했다.
“원래 배움에는 끝이 없다 아입니까? 제가 봤을 때, 김 감독 그 친구 그거 물건입니더. 그래서 한번 같이 일 해 볼라고예.”
최용환의 합류 이후, 서울은 수비와 골키퍼 코치까지 구인에 성공하여 체계적인 코칭 스탭을 꾸릴 수 있게 되었고, 수석코치 겸 공격 코치를 도맡던 볼러는 공격 파트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코치진을 제대로 꾸리는 데 성공한 서울 유나이티드는 이적 시장에서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며 K1 리그에서도 우승컵을 따내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는데.
[서울, 13억에 서귀포 시티의 괴물 신인 구정운 영입.] [거미손 정우현, 10억에 대구 시티즌에서 서울 유나이티드로 이적 확정.] [부산 로얄즈, 15억에 성현수의 서울 이적 허용.]하준의 요구에 따라 세 명의 선수를 영입하면서 38억을 겨울 이적시장에 쏟아부었고, 이를 토대로 하준은 K1 리그를 맞이할 준비를 해 나가고 있었다.
“흐음···.”
한편, 개막전을 앞두고 훈련장에서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보던 하준이 마음에 들지 않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는데, 이를 본 최용환이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김 감독. 와 그라노? 뭐 문제 있나?”
“아. 문제라기보다는···. 저기 저 카메라들은 뭐죠?”
하준이 영 탐탁지 않아 했던 이유.
바로, 훈련장에서 훈련 장면을 카메라에 담고 있는 촬영 스탭들 때문이었다.
“아, 저거? 구단 SNS랑 너튜브에 홍보 차원으로 올린다 안 하드나. 그거 때문에 찍고 있는 거 같은데?”
하준에게 지휘봉을 맡기면서 엄청난 성적으로 K2를 박살 낸 서울 유나이티드의 모그룹 K 건설은 구단을 더 이상 마케팅 측면이 아닌 사업의 일환으로 활용할 마음을 먹었고, 그에 따라 기업 홍보부에서 거금을 들여 구단의 이미지 메이킹에 열을 올리기 시작한 것이었다.
“이래서야···. 전술 훈련을 하기가 조금 꺼려지는데요?”
카메라에 담기는 훈련 영상은 기껏해야 몇 분 남짓일 것이지만, 하준은 그마저도 경계하며 한숨을 쉬었다.
“으음. 뭐, 촬영은 오늘만 한다는 것 같으니···. 뭣 하면, 오늘은 설렁설렁하면서 김 감독도 선수들하고 같이 뛰어 보는 게 어때?”
“제가요? 저도 아직 한참 어리긴 합니다만···. 부상 이후로 스피드가 죽어서 말이죠.”
씁쓸한 웃음을 짓는 하준을 본 최용환 코치는 껄껄 웃으며 말을 덧붙였다.
“에이, 죽자 살자 뛰라는 소리가 아니고. 너도 안 감독처럼 기술 축구 아니냐. 기술은 네가 훨씬 위에 있긴 하지만. 뭐, 아무튼. 그런 거 시범 보이면서 애들 수비력이나 더 길러 줘.”
“음. 그러면 최 코치님도 거들어 주시죠. 왕년의 독수리가 어디 가겠습니까? 박스 안에서의 결정력은 살아 있을 테니, 골키퍼들한테도 좋은 경험이 될 겁니다.”
고개를 끄덕인 하준이 최용환에게 같이 하지 않겠냐 제안했지만, 최용환은 머쓱해 하더니 곧 익살스러운 표정을 짓고는 입을 열었다.
“에이. 나는 미국전 때 슈팅으로 다 보여 줘서 안 된다. 그리고 이제는 저놈아들 못 따라가.”
한때, 축구 콘텐츠 예능을 휩쓸었던 최용환의 셀프 디스를 듣고 웃음을 참기 힘들었던 하준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서둘러 선수들을 향해 뛰어갔다.
‘아무리 내가 감독이라도, 대선배 앞에서 빵 터질 수야 없지.’
그냥 선배도 아니고, 선수로서나 감독으로서나 서울 유나이티드라는 구단에 있어서는 상징적인 인물. 하준은 그를 존중하기 위해 최대한 빨리 자리를 벗어났다.
“어? 김하준 감독이 선수들한테 가는데요?”
그리고, 그 장면은 훈련 현장을 담던 스탭들에게 포착되었고.
“야! 빨리 잡아! 카메라 한 대는 김하준 감독 전담으로 붙여 놔. 전술 코칭이든, 뭐든, 뽑아내!”
“네!”
촬영 스탭들의 이런 사정을 몰랐던 하준은 훈련 중인 선수들을 하나로 모은 뒤에 말을 꺼냈다.
“오늘은 카메라가 너무 많아서 전술 훈련은 하기가 좀 꺼려지네.”
“어? 그러면 오늘 훈련 종료인가요?”
“훈련 종료? 명호, 너는 오늘 제일 늦게 퇴근할 줄 알아.”
“하하하하!”
왁자지껄한 선수단 사이에서 하준은 말을 덧붙였다.
“오늘은 그냥 간단한 게임이나 하고 해산하자. 반코트 게임으로 말이야. 몇 가지 상황 제한을 걸 거야. 예를 들어, 상대 크랙이 중원을 뚫었을 때 수비수들은 상황 판단을 어떻게 할 것인가? 이런 것부터 해서···.”
하준은 간단한 게임이라고 말했지만, 선수들에게는 사실상 전술 훈련의 연장선이나 다름없었다. 그가 제시한 상황들은 하나 같이, 경기 중 언제 어떻게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들이었으니.
“허, 역시 전술 변태 맞네.”
주장 신영준의 헛웃음 섞인 중얼거림을 시작으로,
지난 1년 동안 하준의 전술과 패턴 훈련을 받아온 선수들은 그럼 그렇지 하는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데 감독님. 크랙은 누가 맡는데요? 우리 팀에는 크랙이라고 할···. 음. 명호 형? 아딜손?”
윤상우의 의문에 하준은 씨익 웃으며 손가락을 들어 자신을 가리켰다.
“내가 있잖아.”
“······네? 감독님은 부상 이후로···.”
“쓰읍. 어차피 반코트고 미니게임이야. 그라운드의 절반만 쓰는데 뭐 상관있나. 그리고 당연히 내가 너희보다 못해야지. 너넨 현역이고 나는 은퇴한 지 좀 됐다고?”
하준의 반응에 선수들은 카메라가 있어서 그런가 보다 하며 고개를 끄덕이곤 자리를 잡으며 도발을 시작했는데.
“감독님이라고 안 봐줄 겁니다. 쪽팔려도 어쩔 수 없어요?”
그들은 알지 못했다.
이 말이 하준의 승부욕을 자극하는 일이 되는 것이었음을.
* * *
‘후우···. 이거 오랜만이라 몸이 말을 들을지 모르겠네···.’
비록 게임이라지만, 오랜만에 드리블할 생각에 하준은 걱정이 앞섰지만 묘한 흥분감을 감출 수 없었다.
삐익!
볼러의 휘슬을 신호로 게임이 시작되었고, 하준은 공을 툭툭 치며 천천히 드리블을 시작했다.
툭-.
투욱—.
하준에 관해서 사람들이 많이 오해하는 것이 하나 있었다.
첫 번째 부상으로 인해 하준의 테크닉이 전부 무너졌을 것이라고. 그러나, 그건 사람들의 오해에 불과했다.
첫 번째 부상에서 하준이 잃어버린 것은 스피드였고, 그것을 잃어버린 탓에 측면과 2선에서 3선으로 내려와 키패스와 기점, 빌드업을 도맡아 왔던 것뿐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오해는 하준이 지휘하는 선수들이라고 다르지 않았다.
‘감독님은 피지컬이 썩 좋은 편은 아니니까. 그리고 옛날의 테크닉도 펼치기 힘들 거고···. 어차피 게임이니 전술 훈련보다는 일대일 느낌으로 간다!’
타다다닷!
철벽 수비를 자랑하는 문태진이 하준을 향해 눈을 매섭게 뜨며 달렸다.
그러나.
씨익.
투우웅—. 타아앗. 타닥! 탓!
“······뭣?!”
별다른 개인기도 아니었다.
그저 공을 밀었다 당기는 듯한 부드러운 드리블로 문태진을 가뿐히 제친 하준의 모습에 포백으로 나선 네 명의 수비수가 일제히 경악했고, 하준의 드리블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타다닷—!
“루이스! 호수야! 자리 잡아!”
수비의 핵심인 윤상우가 빠르게 판단을 내리며 선수들의 위치를 조정했지만.
툭. 타닷—. 툭!
“미친!”
플립플랩을 선보이며 진호수를 깔끔하게 제친 하준은 루이스 코스타마저 슛 페인트로 속이고 돌파에 성공했다.
이를 악문 윤상우가 하준을 막기 위해 달려 나오자, 하준이 입을 열었다.
“크랙이 침투한 상황이야. 지금이야 나 혼자지만 다른 상대 선수도 쇄도할 거라고? 그런 것까지 고려해서 라인을 조정해야 할 거야.”
“예. 잘 새겨듣겠습니다.”
건성건성 대답한 윤상우가 기어코 하준의 근처에 도달했을 때.
툭! 휘익—! 타다닷!
하준은 크루이프 턴을 선보이며 유유히 윤상우를 빠져나갔고, 역동작에 걸린 윤상우는 반응하지 못한 채 하준의 돌파를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Xhit···! 보스의 실력이 아직도 살아 있잖아?”
순식간에 네 명의 수비수를 정리하는 하준의 움직임을 본 볼러가 머리를 감싸며 경악했고,
프리 상황이 된 하준은 골문 쪽으로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은 속도로 이동했다.
그리고.
“우현이 형! 막아!”
뻐엉—!
볼러의 경악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