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soccer genius becomes a great coach RAW novel - Chapter (24)
24. 화제의 감독(3)
촤르르르륵—!
잔디를 가르며 낮게 쏘아지는 패스를 향해 달리는 이는 바로.
[구정운! 구정운이 달립니다!]이번 시즌을 앞두고 서울로 이적해 온 괴물 신인 구정운이었다.
타다다다닷!
촤앗!
다소 투박하게 공을 잡은 구정운과 그런 구정운을 막기 위해 강하게 압박하는 인천의 수비.
[몸싸움을 걸어오는 인천! 아! 구정운이 버텨 냅니다!]거센 압박 속에서도 구정운은 공을 지켜내며 전진하고 있었고, 이 모습을 지켜보던 하준의 입꼬리가 호선을 그렸다.
‘데리고 온 이유가 있지.’
하준이 구정운을 데리고 온 이유가 무엇일까?
단순히 골을 잘 넣어서?
물론, 폭격기라는 특성처럼 골을 잘 넣는 것도 큰 이유 중 하나였겠지만, 하준이 주목한 부분은 다른 곳에 있었다.
소위 등딱이라고 불리는 포스트 플레이부터, 거센 몸싸움에도 밀리지 않고 공을 가지고 전진 할 수 있는 능력까지.
응당 원톱으로 서는 스트라이커가 가져야 할 대부분의 능력을 보였기에 구정운을 선택한 것이었다.
‘골이야 누가 넣어도 넣기만 하면 되는 거고···.’
하준은 스트라이커의 득점 능력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축구가 계속해서 발전할수록 포지션 간의 경계는 희미해지고 모든 포지션의 선수들이 각자의 움직임을 공유하듯이 변화하고 있는 현시대에서 스트라이커는.
‘상대 진영을 뚫어 놓는 선봉장,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지.’
물론, 골을 잘 넣어 준다면 금상첨화인 것이고.
실제로 지난 시즌 하준이 지휘봉을 잡은 이후부터는 서울의 득점 패턴을 보면 한 선수의 멀티 골, 해트트릭보다는 다수의 선수가 한 골씩 집어넣은 경우가 훨씬 많았다. 권명호나 정상기가 멀티 골 이상을 집어넣은 경기는 상대 팀의 진영이 아예 붕괴되어 있었던 경우였고.
타앗!
타다다닷!
[아! 기어코 안으로 파고듭니다! 구정운이 우악스럽게 돌파에 성공했어요! 페널티 박스 부근입니다! 인천의 수비수는 두 명밖에 남지 않았거든요?] [측면에서는 권명호가 전진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두 명의 수비가 한꺼번에 구정운에게 갈 수 없게 되는데요!]페널티 박스에 발을 들여놓은 구정운은 망설이지 않았다. 오른발을 강하게 당겼고,
뻐엉—!
당겨진 오른발이 공을 때렸을 때는, 그야말로 맞고 뒈져라 슛이 골대를 향해 날아갔다.
쐐애애애액—!
[구정운의 강한 슈우우우우웃!]“오, 저놈아 저거 컨트롤이 장난 아이네. 저렇게 세게 찼는데도 공이 뜨지도 않는다야. 내 같았으면 미국전에서처럼 됐을 긴데!”
하준의 옆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최용환 역시 감탄을 내뱉으며 구정운의 슈팅을 지켜봤다. 최용환의 말처럼 위로 솟구쳐도 이상할 게 없는 강한 슈팅이었지만, 임팩트만 정확히 때린 구정운의 슛은 상대 키퍼가 움직일 틈도 없이 골망을 찢을 기세로 꽂혔다.
철렁—!
와아아아아!
[고오오오올! 데뷔전에서 데뷔골에 성공한 구정운! 구정운의 득점에 힘입어 서울 유나이티드가 1-0으로 앞서갑니다!] [순식간에 득점으로 연결하는 서울의 플레이! 김하준 감독이 지난 시즌 보여 주던 서울의 플레이 스타일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득점을 만들어 냅니다!] [젊은 감독답게 전술을 다루는 방식이 아주 유연하네요!]씨익.
“이쯤 하면 다들 혼란스럽겠지?”
하준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이번 경기에서 그가 바라는 것은 인천을 이기는 것만이 아니었다.
바로, 서울의 전력을 분석하는 다른 팀들에게도 질문을 던지는 것.
하준이 그간 서울 유나이티드를 이끌며 보여 주던 전술적 움직임은 강한 전방압박과 전진 티키타카가 베이스가 된 움직임이었다. 그런데 이번 경기에서 보여 주는 움직임은 어떠한가?
반대 측면을 비워 두는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한쪽의 수적 우위를 만들어 상대를 가두는 플레이. 대단히 수비적인 플레이를 펼치다, 기회를 포착하자마자 순식간에 상대 진영을 박살 내는 모습을 보고 다른 팀들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어떤 대응 전략을 가지고 나와야 할지에 대해서 꽤나 골머리를 썩겠지.’
이처럼, 리그에서 감독의 수 싸움은 해당 경기 하나에만 포커싱이 되는 게 아니다. 하준이 던지는 질문은 경기를 치르는 상대 팀뿐 아니라 리그에 참가하는 다른 경쟁 팀 모두에게 해당 되는 것이었으니까.
[아! 인천이 전반전에 바로 교체 카드 한 장을 사용합니다!]빠른 실점으로 인해 이른 시간에 교체 카드를 사용한 인천은 왼쪽 윙어 포지션의 선수를 교체했다.
[한태양이 교체돼서 들어옵니다!]한태양.
측면에서 플레이하는 플레이 메이커로, 지난 시즌 인천의 핵심 선수 중 하나로 인천의 준우승에 기여한 바가 큰 선수였다.
‘이제야 꺼내는구만. 자, 그럼···.’
한태양이 들어가는 것을 본 하준이 그라운드의 선수들에게 외쳤다.
“B!”
선수들은 고개를 끄덕였고, 미세하지만 작은 변화가 생겼다.
[한태양이 투입되고 15분이 넘게 흐른 시간인데요? 한태양이 패스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군요.] [황상수가 집요하게 따라붙고 있네요. 김하준 감독이 황상수에게 한태양의 맨마킹을 지시한 것 같습니다.] [황상수가 한태양을 맨마크 하는 동안 신영준의 커버 영역이 더 넓어지고 있네요. 저렇게 뛰다가는 후반전에 퍼져 버릴 텐데요?]한태양을 지워 버리기 위해 황상수가 위치와 상관없이 움직이기 시작하자, 신영준이 커버해야 할 영역이 더 넓어졌고 그만큼 신영준의 체력 소모도 급격해졌다.
그러나, 벤치 앞에 서서 경기를 보는 하준과 당사자인 신영준 모두 덤덤한 표정을 하고 있었는데.
‘주장은 전반전에 모든 체력을 쏟아 붓고 나온다고 생각했으면 좋겠네요. 체력 안배 필요 없으니까 전반전만큼은 중원 전체를 지배한다는 생각으로 뛰어요. 할 수 있죠?’
‘알겠습니다. 감독님. 그러면, 후반전에는···?’
‘후반전에는 우정이가 그 역할을 할 겁니다. 이번 경기에서는 공간이 많이 비게 되니까요.’
전반전만 뛰는 것으로 미리 합의되어 있었던 터라, 지시한 하준이나 지시를 묵묵히 수행하는 신영준 모두 표정 변화가 있을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남은 시간 동안 인천은 제대로 된 반격을 펼치지도 못한 채 전반전이 종료되고 말았다.
삑! 삐익! 삐이이익—!
* * *
후반전을 앞둔 하프타임.
벌컥—.
선수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체력을 비축하고 있었다.
그런 그들 앞에 선 나는 덤덤하게 입을 열었다.
“전반전은 잘해 줬다. 미리 말했던 대로, 후반전에는 우정이가 주장 대신 들어간다. 그리고.”
전술판에서 상대 자석을 끌어 올리고는 말을 이었다.
“후반에는 인천이 라인을 끌어 올리고 나올 거야. 측면에서 전개가 제대로 되질 않았으니, 중앙을 공략할 가능성이 커. 그래서.”
나는 황상수의 자석을 한태양 쪽으로 붙이고, 세 개의 센터백 자석 중 오른쪽에 있는 것을 중원 쪽으로 끌어 올렸다.
“상수는 계속해서 한태양을 지운다. 그리고, 상수가 이탈하는 지역은 루이스가 전진해서 메워. 우정이는 중앙에서 상대를 최대한 압박하고, 볼을 탈취하는 순간 앞으로 패스를 뿌려라.”
그리고 왼쪽 윙백인 길명진에게는 전반전처럼 그대로 플레이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길명진은 이번 경기에서 전진 보다는 유사시에 백쓰리를 형성하는 임무를 내렸고, 전반전에도 나쁘지 않은 지시 이행을 보였었다.
“자. 그러면, 후반전에도 똑똑히 보여 줘라. 우리가 돌아왔다는 걸.”
“네!”
하프 타임이 끝나고 후반전이 시작되자, 인천은 내 예상을 전혀 빗나가지 않은 채 라인을 끌어 올렸다.
[시작과 동시에 인천이 서울을 거세게 압박합니다! 라인을 끌어 올린 채 공격적인 형세를 취하고 있네요.] [끌려가고 있는 상황이라 그러기 싫어도 라인을 올려야 하는 입장이거든요? 치열한 중원 다툼이 이루어집니다!]치열한 중원 싸움에서 우리는 밀리지 않았다. 오히려, 우리가 압도하는 모습을 보이며 공을 수월하게 파이널 서드로 전개하는 장면을 만들어 내는 데 성공했다.
투우욱—!
[임우정의 전진 패스! 권명호가 달립니다!]그러나, 패스가 너무 길었던 탓인지 중간에서 인천에게 패스가 차단되고 말았다.
[인천의 역습이 시작됩니다!] [전반전과는 다르게 중앙으로 공을 전개하는 인천입니다!]인천의 공격 전개 중 8할을 담당하는 한태양이 상수에게 거의 지워지다시피 하다 보니, 인천의 선수들은 측면의 한태양에게 패스하는 것보다는, 중앙을 이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타앗!
[공을 탈취하는 데 성공하는 임우정! 임우정이 치고 달립니다!]타다다다닷!
임우정은 신영준과 거의 비슷한 타입의 선수였다. 엄청난 활동량을 바탕으로 박스 투 박스 움직임을 보이는 선수. 한 가지 다른 점이 있었다면.
투우웅—!
[임우정의 로빙패스으으!]패스와 킥의 정밀도가 말도 안 되게 좋았다는 것이었다.
타다다다닷!
임우정이 순식간에 로빙 패스로 방향을 측면으로 전환했고, 오버래핑해 올라온 정창훈에게 공이 부드럽게 연결되었다.
[임우정의 패스가 측면의 정창훈에게! 정창훈! 측면을 타고 달립니다!] [인천 선수들이 라인을 너무 올리고 있었는데요! 정창훈이 뚫어 냅니다! 그대로 라인을 타고 달립니다!]인천의 풀백을 어렵지 않게 뚫어 낸 정창훈은 라인을 타고 달리다가 그대로 크로스를 올렸다.
뻐어엉—!
[정창훈의 크로스! 구정운이 받아 냅니다! 등을 진 구정운이 인천의 수비를 버텨 냅니다!]공을 받아 낸 구정운은 내가 녀석을 데려온 이유를 그라운드 위에서 정확히 보여 주고 있었다.
툭!
[공을 지켜 낸 구정운이 그대로 공을 내줍니다!]페널티 박스 안에서 공을 뒤로 내어 준 구정운. 그리고, 구정운의 패스가 향한 곳에는.
타다다다닷!
프랑코가 있었다.
뻐엉—!
[구정운이 내준 공을 트라몬타나가 그대로 때립니다! 슈우우우웃!]프랑코의 왼발에서 쏘아진 슈팅은 파 포스트를 향해 날아갔고, 인천 키퍼의 손끝을 스친 채 골포스트 상단 구석으로 정확히 빨려 들어갔다.
철렁—!
와아아아아!
[고오오오올! 골입니다! 트라몬타나의 절묘한 슛! 키퍼가 방향을 읽었지만 막을 수 없었습니다! 서울 유나이티드, 2-0으로 여전히 리드를 잡습니다!]“예쓰으!”
“와. 슈팅이 엄청 잘 맞았네. 김 감독아, 니 전술도 전술이지만, 선수 보는 눈도 진짜 대단하다.”
서울 유나이티드의 레전드 선수이자 감독이었던 최용환 코치는 서울을 떠나서도 서울의 경기를 챙겨 보았던 모양이다. 내가 지난 시즌부터 주전으로 자주 기용하던 선수들이 정인우 감독 체제에서는 후보나, 후보에도 못 들었던 선수라는 것을 언급하는 것을 보니 말이다.
“좋은 선수가 있는데 쓰지 않을 이유가 있나요? 생각보다 서울이 선수 풀이 나쁘지 않더라구요.”
“그렇긴 하지. 우리 서울이 옛날부터 그랬다 아이가? 내 때도···. 아 물론 그때는 내가 최고였지마는···.”
신나서 자랑을 시작한 최용환 코치의 반응에 나는 웃으며 슬쩍 눈을 돌렸다. 유쾌하긴 하지만, 자랑이 시작되면 생각보다 빨리 끝나지는 않았으니.
두 번째 골 이후, 인천은 더 공격적인 모습으로 우리의 골문을 열기 위한 발악을 지속했으나, 성과를 낼 수 없었다.
[임우정이 놓치는데요! 아! 루이스 코스타의 적절한 커트! 그대로 트라몬타나에게 패스!]선수들의 유기적인 움직임은 상대의 공격을 효과적으로 봉쇄했고, 생각대로 풀리지 않는 경기에 짜증이 난 인천의 선수들은 집중력을 잃어 갔다.
집중력을 잃은 인천은 우리 선수들에게 샌드백이나 다름없었다.
툭-!
툭-!
[매끄럽게 연결되는 서울의 패스 플레이! 인천, 맥을 못 추립니다!] [순식간에 파이널 서드에 5명의 서울 선수들이 위치합니다! 정창훈! 돌파를 시도합니다!]뻐어엉—!
[정창훈의 얼리 크로스으! 조금 길어 보이는데요!]다소 길어 보이는 듯한 정창훈의 얼리 크로스. 사람들과 인천의 선수들은 이것이 정창훈의 컨트롤 미스라고 생각했겠지만, 이는, 내가 지시한 움직임이었다.
우락부락한 장신의 구정운이 최전방에 포진한 이상, 크로스를 올리면 구정운에게 이목이 쏠리는 것은 당연한 사실.
나는 그 점을 노렸다.
중앙에 있는 구정운을 가볍게 지나간 정창훈의 크로스는 페널티 박스 측면 쪽으로 떨어졌고,
타다다다닷—!
그곳으로 명호가 질주하고 있었다.
[권명호! 권명호의 다이빙 헤더어어!]흡사 로켓처럼 몸을 던진 명호의 다이빙 헤더.
공은 낮고 빠르게 상대 키퍼의 사각을 파고들었고,
철렁—!
[고오오오오올! 서울 유나이티드! 세 번째 골을 추가합니다! 스코어는 3-0!]그렇게 K1에 맹수가 돌아왔음을 만천하에 알릴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