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soccer genius becomes a great coach RAW novel - Chapter (27)
27. 공간의 지배가 곧 승리다(2)
선제골을 허용한 김천은 실점을 만회하기 위해 라인을 끌어 올리며 공격적인 형태를 취했다.
툭!
툭!
[김천이 라인을 올렸군요. 오른쪽 측면의 이태준에게 공이 연결됩니다!]타다다다닷!
이태준이 공을 가지고 빠른 속도로 전진하기 시작했고, 이에 맞춰 신영준과 윤상우가 이태준을 막기 위해 움직였다.
[신영준과 윤상우가 동시에 압박합니다!]‘영준이 형과 상우 형 움직임은 이미 다 알고 있다고!’
한 시즌을 동고동락해서일까?
이태준은 두 명이 어떻게 움직일 것인지 다 안다는 듯 바깥쪽으로 치며 경로를 비틀었다.
[측면으로 치고 나가는 이태준! 길명진이 커버합니다!]“흐음···. 이태준이 점마는 우리 수비가 어떻게 할지 감을 잡은 것 같은데? 거기다가 오늘 컨디션도 좋아 보이네.”
상황을 지켜보던 최용환이 말을 내뱉자, 하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모를 수가 없죠. 지난 시즌에 합을 맞춰 왔던 상대들이니.”
최용환은 덤덤한 하준의 대꾸에 미간을 찌푸렸다.
“방책은 없나? 왜 그리 담담하노?”
“방책은 이미 그라운드 위에 있습니다. 오늘 상우를 수비형 미드필더로 출전시킨 이유가 그것이고요.”
하준의 자신만만한 말에 입을 닫은 최용환은 고개를 돌려 그라운드를 바라봤다. 그런 그의 눈에 들어오는 광경은.
[아! 이태준이 측면에서 들어오질 못합니다. 신영준과 길명진이 절묘하게 공간을 틀어막고 있네요!]“명호 녀석이 압도적인 공격력으로 측면을 깨부수는 윙백이라면, 길명진은 상대를 끈적한 늪으로 끌어들이는 측면 수비수죠.”
이태준이 서울 선수들의 움직임을 예측했듯이, 길명진 또한 같이 뛰었던 이태준의 움직임을 정확히 캐치하고 그를 꽁꽁 묶어 두고 있었다.
“인사이드로 치고 들어오지 못하게 된 녀석은 크로스를 올리겠죠.”
“그렇겠지. 그렇게 되면 십중팔구 정상기에게 공이 갈 테고.”
최용환의 말에 하준은 고개를 저었다.
“상기는 아무것도 못 할 겁니다.”
하준의 호언장담.
그리고, 그라운드에서는 하준의 말이 그대로 실현되고 있었다.
뻐엉—!
[길명진에게서 떨어진 이태준이 크로스를 올립니다!] [중앙에는 선수들이 얽혀있네요!] [정상기가 공을 받기 위해 움직입니다!]정상기는 날아오는 공에 머리를 맞추기 위해 빠르게 뛰었지만,
터엉!
문태진이 한발 먼저 공을 헤더로 튕겨냈다.
[문태진의 클리어링! 공이 오른쪽 측면으로 빠집니다!]“보셨죠?”
씨익 웃는 하준의 얼굴을 본 최용환이 얼빠진 표정으로 물었다.
“어떻게 된 기고?”
“우리 팀에서 경기장 전체를 볼 수 있는 선수는 상우밖에 없거든요.”
하준의 말대로 윤상우는 크로스가 올라오기 전.
그러니까, 이태준이 길명진과 신영준에 묶여 시간을 지체하고 있을 때 기민하게 선수들의 라인을 조절하고 적재적소로 배치되게끔 오더를 내렸다.
지난 시즌, 처음 수비형 미드필더로 배치되었던 그 경기 때처럼.
윤상우는 하늘 위에서 경기장을 내려다보듯이 경기장 전체를 파악하고 있었고, 윤상우의 오더로 인해 김천의 공격수들은 공간을 만들어 낼 수도, 공을 따낼 수도 없었던 것이다.
“물론, 태진이의 수비력이 뒷받침되니까 할 수 있는 거긴 하지만요.”
만약, 문태진의 강점인 대인 마크와 판단력이 부족했었더라면 윤상우 시프트는 시도할 생각조차 못 했을 것이었다.
[공을 잡은 진호수가 윤상우에게!]툭!
툭—!
[윤상우가 아딜손에게 연결합니다!]순식간에 만들어진 서울의 트라이앵글은 매끄러운 패스 플레이를 만들어 내며 역습에 속도를 더했다.
촤앗!
타다다다닷!
[공을 받은 아딜손이 전진합니다!]순식간에 시작된 역습에 라인을 올린 김천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김천의 수비형 미드필더가 아딜손을 막기 위해 달려들었지만,
탁! 타닷—! 타다닷!
[환상적인 개인기로 부드러운 탈압박을 보여주는 아딜손! 그대로 전진합니다!]괜히 브라질리언이 아니라는 듯이, 아딜손은 유려한 드리블을 선보이며 김천의 수비형 미드필더를 바보로 만들며 전진했다.
“뭐 하는 거야! 빨리 막아!”
김천의 이재영 감독이 그라운드를 향해 고래고래 소리쳤지만 아딜손의 전진은 계속되었고, 아딜손이 파이널 서드에 도달했을 무렵.
[김천의 수비가 아딜손을 막기 위해 나오는군요!]위협적인 전진을 계속하는 아딜손을 막기 위해 김천의 센터백이 달려왔고, 그것을 본 아딜손은 입꼬리를 올렸다.
씨익.
“···뭣···!”
순간, 무엇인가 잘못되었음을 직감한 김천의 센터백이 무언가 액션을 취하기도 전에,
투우웅—!
타다다다닷!
공은 아딜손의 발을 떠나고 있었다.
[아딜손의 감각적인 로빙패스! 왼쪽 하프 스페이스로 향합니다!] [그리고 그곳에는! 아! 성현수! 성현수가 쇄도합니다!]“그렇지. 시킨 대로 잘하네.”
매끄럽게 이어지는 플레이를 보는 하준의 입꼬리가 귀에 걸릴 듯이 올라갔고, 옆에서 그라운드를 지켜보던 최용환의 표정 역시 상기 되기 시작했다.
타앗!
뻐엉—!
[성현수! 가슴 트래핑으로 잡아 놓은 뒤, 바로 때립니다!]성현수의 발등에 얹힌 공은 마치 바나나처럼 감기며 파 포스트 상단 구석으로 쏘아졌고,
쐐애애액—!
철렁—!
골키퍼의 손끝을 아슬아슬하게 벗어나며 골망을 갈랐다.
[고오오오올! 골입니다! 성현수가 서울에서의 첫 득점에 성공합니다!] [성현수의 골로 스코어는 2-0! 리드를 지키는 서울 유나이티드!]“와···. 침투도 잘하고 마무리도 잘하네. 왕년에 내를 보는 것 같네.”
“하하···. 최 코치님하면 아시아에서 막을 사람이 없었죠.”
[방금의 골 장면을 보시죠. 아딜손이 드리블로 센터백 한 명을 끌어냈죠? 그리고 구정운이 나머지 센터백을 끌고 들어갑니다. 페인트죠. 이렇게 빈공간이 만들어지면서 성현수가 빠르게 침투하면서 슈팅을 날리게 됩니다.] [선수들이 전술적 움직임을 완전히 체화한 모습입니다. 김하준 감독이 훈련을 독하게 시키기로 유명한데, 그 결과가 이것이라면 충분히 그럴 만하군요.]두 번째 골 이후, 후반전이 되어서도 서울에게 얻어맞던 김천은 결국 실점을 한 번 더 허용하며, 3-0으로 서울에게 승점을 헌납하고 말았다.
삑! 삐익! 삐이이익—!
[서울 유나이티드가 3-0으로 경기에서 승리합니다! 이로써, 리그 11연승을 달성하는 서울 유나이티드입니다.]“고생하셨습니다.”
“좋은 경기였네. 후우. 요즘 잘나가는 감독에게 한 수 배웠구만.”
“저도, 선배님에게 많이 배웠습니다.”
경기가 끝나고, 이재영 감독과 상투적인 인사를 주고받은 하준은 그라운드로 올라가 정상기와 이태준에게 다가갔다.
“잘들 지냈냐?”
“아. 감독님.”
“시원하게 졌네요.”
머리를 긁적이는 정상기와 한숨을 내쉰 이태준이 이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열심히 군 복무 하고 얼른 돌아와라. 니네 폼 다 모니터링하고 있으니까 설렁설렁 뛰지 말고.”
“오. 저희 경기 다 챙겨 보시는 거예요?”
눈을 동그랗게 뜬 정상기의 질문에 하준은 웃으며 대꾸했다.
“그럼. 상무로 임대가도 어차피 돌아올 건데. 계약 기간 아직 많이 남았다고?”
천연덕스럽게 웃은 하준이 고개를 돌려 이태준을 바라봤다.
“태준아. 그래서 오늘 어땠냐?”
“뭐가 말입니까?”
“네 마음대로 안 풀렸지 오늘?”
하준의 말에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이는 이태준. 하준은 그런 이태준의 어깨를 두드리며 입을 열었다.
“네가 상대를 아는 만큼 상대도 너를 안다. 그러니, 계속해서 연구해. 어떻게 하면 상대를 속일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상대의 허를 찌를 수 있을까 말이야. 이건, 감독이 아니라 비슷한 포지션에서 뛰었던 선수로서 주는 팁이야.”
이태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준의 말마따나 하준은 이태준과 겹치는 포지션에서 유럽의 높은 콧대를 납작하게 만들어 준 인물이었으니.
“감독님처럼 플레이 할 수 있으면 유럽으로 갈 수 있겠죠?”
이태준의 말에 피식 웃은 하준이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인마, 나처럼 할 수 있으면 유럽으로 갈 수 있는 게 아니라 서로 모셔 가려고 안달일 거다.”
“으으···. 감독님 방금 되게 재수 없던 거 알죠?”
짜게 식은 표정의 정상기를 본 하준의 입꼬리가 씨익 올라갔다.
“원래 잘하면 재수 없는 말도 멋져 보이는 법이야. 아무튼, 고민 있으면 전화하고. 상암에서 보자.”
* * *
김천과의 리그 11라운드 이후, 우리는 계속해서 좋은 분위기를 이어 나갔다.
[12R, 제주 FC를 박살 낸 서울 유나이티드.] [13R, 포항 아이언즈와의 경기에서 1-0 진땀승을 거둔 서울 유나이티드.] [14R, 강원 유나이티드를 3-0으로 꺾은 서울 유나이티드.]······
[K1 리그 후반기, K1은 서울 강점기?] [서울 유나이티드의 무패 우승 가능성은?] [리그 30경기 20승 10무. 압도적인 서울 유나이티드의 성적.] [리그 종료까지 8경기. 2위와의 승점 차이는 8점.]분위기는 좋다 못해 K1 리그를 씹어 먹으며 9월까지 단 한 번의 패배도 없이 리그를 순항 중이었다. 중간중간 무승부가 10번 정도 있었지만, 승격하자마자 무패 우승을 논할 수 있을 정도의 결과를 내고 있으니 불만은 없었다.
“허, 참. 이게 말이 되는 성적이가?”
옆에 있던 최용환 코치는 고개를 내저으며 말했다.
“말이 되네요. 다 서울의 레전드인 코치님이 오셔서 가능한 거 아닐까요?”
“허이구. 입 발린 소리도 잘하네. 니가 다 했지, 내가 뭐 한 게 있나? 내가 감독할 때나, 선수로 뛸 때나, 이런 성적은 본적도 없다야.”
최용환 코치의 반응에 나는 옅게 웃으며 전술판에 붙은 자석을 이리저리 움직였다.
“코치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뭐가 말이냐?”
“수원이 어떻게 나올까요?”
리그에서 서로가 맞부딪히는 경기는 파이널 라운드 제외하고 총 세 경기. 그마저도 순위 그룹이 갈려 파이널 그룹이 달라지면 붙을 수 없게 된다.
리그 30라운드까지 치러진 현재. 우리는 수원과의 세 경기를 모두 치렀고, 2승 1무라는 결과를 세웠다. 그로 인해 서포터들은 물론이고, 구단의 모기업인 K 건설도 크게 기뻐하며 선수들에게 선물을 뿌렸을 정도였다.
“뭐, 더 욕먹기 싫어서라도 반드시 이기려 들겠지. 거기다 준결승이니까.”
운명의 장난인지, 리그 29라운드에서 마주쳤던 수원 블루스와 우리는 FA컵 준결승에서 만나게 되었다.
“동기부여가 확실히 되겠네요. 수원은.”
확실히 되는 수준이 아니라 기필코 이겨야 하는 심정일 것이다. 더비 라이벌 아니, 원수라고 해도 될 만한 팀에게 시즌 중에 한 번도 이기지 못했으니 말이다.
이러한 결과에 서포터들과 구단의 수뇌부가 얼마나 뿔이 났냐 하면, 리그 3위를 기록 중인 감독의 경질설이 대두되고 있는 정도였다.
“무슨 엘클라시코나 북런던 더비 보는 것 같기도 하네요.”
“지난번에 수원 경기장 갔을 때 기억 안 나나? 아주 죽이려고 들지 않드나. 우리나라 한정으로 북런던 더비보다 더 원수 보듯 할걸?”
“하긴. 조금만 더 과열됐다가는 영국처럼 선수단 버스 깰 기세긴 하던데요?”
분명히 10년 전만 하더라도 이 정도로 과열되던 더비 매치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대체 10년 동안 뭔 일이 있었던 겁니까? 이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김 감독아. 유럽에 있으면서 국내 축구판은 아예 보지도 않았나?”
“아. 뭐···. 그때는 제 코가 석 자인 판인데 다른 데 신경을 쓸 수가 있나요.”
“하기사. 니도 부상 때문에 계속 팀 옮기고 힘들었을 때네.”
이해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인 최용환 코치는 앞에 놓인 커피를 홀짝이며 말을 이었다.
“리그 사무국이 리그를 흥행시키면서 더비 라이벌 간의 감정도 격해졌어. 일련의 사건들이 조금 있긴 했지만, 이 정도로 과열될 줄은 나도 몰랐는데 말이지. 자극적인 기사들도 한몫했고.”
이어지는 최용환 코치의 설명을 들어보니 요는 이러했다. 리그가 흥행하기 시작할 때쯤, 서울과 수원이 선수 이적 건으로 다툼이 있었고 그 시기에 열린 슈퍼 매치에서 서포터들끼리의 다툼이 크게 번졌다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그런 사건이 있은 다음에 기사들도 자극적으로 양념을 쳤구요?”
“그래. 그거지. 사실, 극성팬들끼리의 난투극 정도로 끝나는 일이었는데, 기자들이 참 양념을 잘 치더라고. 불난 집에 기름 채로 갖다 부으니, 사태는 진정되지도 않고 원수처럼 변한기다.”
“흐음···. 이것, 참. 앞으로 더 격해지겠는데요?”
“와? 문제라도 생겼나?”
“문제라···. 문제죠.”
나는 입꼬리를 씨익 올리며 덧붙였다.
“도저히 수원에게 질 방법이 없어서 문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