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soccer genius becomes a great coach RAW novel - Chapter (29)
29. 원수는 준결승전에서 만난다(2)
서울의 선축으로 경기가 시작됐고, 서울은 경기 초반부터 공격적으로 플레이하며 경기 주도권을 잡기 위해 분투했다.
투욱—!
[윤상우가 트라몬타나에게!]공을 받은 프랑코는 지체하지 않고 측면으로 공을 넓게 벌렸다.
투웅—!
[트라몬타나가 롱패스로 방향 전환을 시도합니다! 왼쪽 측면으로 넓게 벌립니다!]타다다다닷!
프랑코가 측면으로 공을 넘기자, 권명호가 속도를 높여 공을 받는 데 성공했다.
[권명호! 권명호가 공을 잡습니다! 빠르게 전진하는 권명호! 라인을 타고 달립니다!]우우우—!
[수원 서포터들이 야유하는군요. 더비 라이벌의 기를 꺾기 위해서 서포터들도 최선을 다하는군요!]수원 서포터들은 열과 성을 다해서 야유를 퍼붓고 있었지만, 권명호는 전혀 개의치 않으며 전진했다.
‘이 정도 야유는 유럽에선 일상이야.’
유럽에서만 6년을 버텨온 권명호에게 라이벌 팀의 서포터들이 퍼붓는 야유는 오히려 칭찬에 가까웠다. 야유를 퍼붓는다는 것은 자신의 플레이가 저들에게 위협적으로 느껴진다는 것이었으니까.
[권명호가 측면을 넓게 활용하며 전진하고 있습니다.]권명호는 평소의 패턴과는 다른 전진을 시도하고 있었다. 평소였다면 중앙으로 꺾어 들어가려는 시도를 했을테지만 이번 경기에서는 철저하게 측면으로만 움직이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하준의 지침 때문이었는데.
‘명호야. 이번 경기에서는 측면을 넓게 써. 그리고 많이 뛰어야 하니까 체력 소모가 꽤 클 거야.’
평소 중원에 위치한 선수들이 빌드업을 위해 측면을 넘나드는 움직임을 보이는 서울이었지만, 하준은 이번 경기에서 측면은 오롯이 윙백에게 맡기는 선택을 했다.
[권명호를 막기 위해 수원의 오른쪽 풀백 이정안이 달려 나옵니다!]‘막을 수 있다···!’
이번 시즌 맞붙었던 세 번의 경기에서 권명호에게 매번 뚫려야 했던 이정안이 투지를 끌어 올리며 접근했지만.
투우욱—!
[권명호가 대각선으로 찔러 줍니다!]타다다다닷!
촤앗!
타다닷!
[하프 스페이스로 침투한 신영준이 패스를 받아 냅니다! 페널티 박스 근처까지 공을 운반하는 신영준!]순식간에 파이널 서드로 치고 들어오는 신영준을 막기 위해서 수원의 수비진이 분주하게 움직였지만, 그들이 예상 못 한 변수가 있었다.
타다다닷!
[아! 박스 근처에 서울의 선수가 신영준을 제외하고도 네 명! 압도적으로 많은 숫자가 배치되었습니다!]백쓰리를 구성하는 세 명의 수비수와 양쪽 윙백을 제외한 나머지 선수 모두가 파이널 서드 안에 포진된 상황이 펼쳐진 것이었다.
그리고, 이들에게는 정해진 위치가 없었다.
툭-!
[신영준이 박스 안으로 들어갑니다! 수비에 걸릴 수도 있는데요···! 신영준의 컷백! 아! 아딜손 슈우우웃!]페널티 박스 왼쪽 사이드로 들어간 신영준이 지체하지 않고 컷백을 내주었고, 왼쪽으로 위치가 바뀌어 있던 아딜손이 곧장 슈팅으로 연결했다.
뻐엉—!
아딜손이 정확하게 때린 슈팅은,
타앙!
골포스트를 맞고 튕겨 나왔고.
[아! 아딜손의 슛이 골포스트를 맞고 튕겨 나옵니다!]타다다닷!
뻐엉—!
[아! 튕겨 나온 공을 성현수가 슈팅으로 다시 연결합니다!]박스 근처에서 계속해서 서울 선수들이 위치를 바꿔 가던 중, 수원의 수비진은 성현수를 놓치고 말았고, 그것에 대한 대가는.
철렁—!
실점이었다.
와아아아!
[고오오오올! 골입니다! 성현수가 침착하게 마무리하는 데 성공합니다!] [아! 대단한 집중력입니다! 튕겨 나온 공을 아주 침착하게 마무리했는데요!] [방금 골 장면을 다시 보면, 이 짧은 와중에도 서울의 공격진이 시시각각 자리를 바꾸는 모습이 보이는데요. 이러한 움직임에서 수비의 균열이 생겼고, 그 틈을 성현수가 아주 잘 파고들었습니다.] [서울의 원정 서포터들도 환호를 지르며 좋아하네요.]“예쓰으! 보스! 골입니다! 10분도 되지 않아서 선제골이에요!”
“됐다! 선제골이니까 분위기는 우리한테 넘어오게 됐어!”
선제골에 흥분한 볼러와 최용환과는 달리 하준은 표정의 변화 없이 그라운드를 계속해서 바라볼 뿐이었다.
‘이제부터가 중요해.’
상대는 궁지에 몰린 쥐나 다름없었다. 하준은 이 점을 경계했는데, 쥐도 궁지에 몰리면 고양이를 물듯이, 수원이 거친 플레이나 반칙도 마다하지 않는 플레이를 가지고 나올 수 있었기 때문에 신중한 판단이 필요했다.
그리고.
하준의 예상대로 수원은 거칠게 나오기 시작했다.
터억!
“아악!”
우우우우—!
[아, 신영준이 얼굴을 감싸 쥐고 그라운드에 누워 있습니다. 경기는 중단되지 않았는데요.]하프 스페이스로 침투중인 신영준을 본 정창훈이 오른쪽 측면에서 감각적인 롱패스를 뿌려 주었고, 그것을 받아내려는 신영준을 수원의 수비형 미드필더가 얼굴을 가격하고 만 것이다.
[주심이 보질 못 한 건가요? 리플레이 장면으로 봐도 고의적인 파울이었습니다만.]“이게 왜 카드가 아니야! 고의적인 파울이라고!”
[서울의 벤치에서 김하준 감독이 얼굴을 벌겋게 붉힌 채로 항의하고 있네요. 주심의 판정에 상당한 불만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김하준 감독은 주심의 판정을 존중하는 편이죠? 지휘봉을 잡은 이후 이렇게 흥분한 적은 처음인 것 같네요.] [대기심이 김하준 감독을 진정시킵니다. 항의가 계속되면 경고를 받을 수도 있겠네요.]“김 감독. 진정해라. 더 하다가 퇴장당하면 답도 없대이.”
심판의 석연찮은 판정에 화가 난 것은 최용환도 마찬가지였으나, 경험의 차이가 하준과 최용환을 갈랐다. 심판의 이상한 판정에 어필을 하는 것까지는 괜찮으나, 심판의 심기를 건드려 감독이 퇴장을 당하게 된다면 최악의 상황으로 향하고 만다.
그리고, 이러한 경험이 제법 되는 최용환은 하준을 벤치 안으로 데리고 들어왔다.
까드득—.
이를 바득바득 갈고 있는 하준을 보며 최용환이 한숨을 내쉬고는 하준의 어깨를 두드렸다.
“진정해라. 진정. 지휘자가 열 내다가는 경기 다 말아먹는다. 이런 더비 매치는 심판이 오심을 저지를 확률이 높은 걸 니도 잘 안다 아이가?”
최용환의 말처럼 실제로, 양 팀 서포터들이 원수지간이나 다름없는 경기에서 주심이 오심을 할 확률이 높았다.
이는, 홈 서포터들의 야유가 큰 작용을 하는데. 서포터들에 의해 압도되는 것은 선수들뿐 아니라 심판들도 마찬가지이다.
“그래도 저건 너무 대놓고 한 파울인데 너무한 거 아녜요?”
“제대로 못 봤을기다. 수원 저놈아들이랑 심판이랑 위치가 얽혀서 조금 가려졌을 수도 있고. 그리고, 니는 파울 상황에 덜 민감해질 필요가 있고.”
“후우···.”
같은 상황에 다른 반응을 보인 하준과 최용환. 다른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우선적으로는 경험의 차이였다.
허를 찌르거나 유연한 사고로 만들어 내는 전술은 하준이 그 궤를 달리하겠지만, 경험 면에서는 그러하질 못했으니까.
그리고 또 한 가지의 큰 이유는 바로, 하준의 트라우마였다.
부상으로 이른 시기에 은퇴해야 했던 하준에게 있어서 악의적인 파울이나 위험한 파울 장면은 일종의 트리거와도 같았으니.
“맞아요. 진정해야죠. 최 코치님 없었으면 냉정하게 판단 못 하고 일을 그르칠 뻔했네요.”
“알면 됐다. 빨리 경기나 집중해서 봐라. 자슥아.”
[문태진이 깔끔한 태클로 공만 빼내는 데 성공합니다! 문태진이 윤상우에게!]수원의 역습 상황을 시의적절하게 끊어 낸 문태진이 곧장 윤상우에게 볼을 연결했고, 윤상우는 곧바로 프랑코를 향해 패스를 전개했다.
투욱!
[트라몬타나에게 연결되는 공.] [이번 경기에서 서울의 빌드업을 주도하는 것은 트라몬타나와 신영준 두 선수입니다. 평소에 거의 모든 선수가 빌드업에 참여하던 모습과는 다른 양상이네요.]중계진의 말처럼, 이번 경기에서 서울이 보이는 빌드업 양상은 평소 하준이 취하던 방식과는 차이가 있었다.
빌드업 상황에서 거의 모든 선수가 참여하게 했던 이전과는 다르게, 중원의 두 선수. 신영준과 프랑코만이 빌드업을 주도했고, 최전방에 위치한 세 명의 선수는 파이널 서드에서 자유로이 움직일 뿐, 빌드업에는 일절 관여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그로 인해서 양쪽 윙백이 평소보다 더 많은 체력소모를 가져가고 있었지만, 그것으로 얻을 수 있는 하나의 이점이 있었다.
툭-.
투욱—!
[트라몬타나의 기가 막힌 전진 패스! 구정운에게 연결됩니다! 구정운의 포스트 플레이! 등을 진 채 수비를 버텨 냅니다!]바로 세 명의 공격수들의 체력 보존과 파이널 서드 안에서의 유기적인 스위칭 플레이. 전술적 움직임과 패턴 플레이라는 틀을 정해 놓고 선수들을 체스 말처럼 부리던 것과는 다르게, 이번 경기에서 하준은 전방에 있는 세 명의 공격수에게 공격 상황에만 집중할 수 있는 판을 만들어 준 것이었다.
‘때로는 선수들에게 주어진 자유도에서 기가 막힌 플레이가 터져 나오거든.’
하준이 그렇게 확신할 수 있는 배경에는 자신의 경험이 깔려 있었다. 11년 전, 투헬이 자신에게 했듯이.
“정운!”
등을 진 채 공을 지켜내던 구정운의 시야에 아딜손이 들어왔고, 구정운은 미련 없이 공을 아딜손에게 연결했다.
툭!
툭!
[구정운이 아딜손에게! 아딜손이 침투하는 성현수에게 다시 원터치로 내줍니다!]왼쪽에서 침투하던 성현수는 공을 받자마자 다시 원터치로 아딜손에게 공을 연결했고, 공을 받은 아딜손은 발을 크게 휘둘렀다.
[다시 아딜손에게 들어온 볼! 슈팅 하나요오!]휙!
[아! 슛 페인트! 수비가 역동작에 걸리고 맙니다!]슛 페인트로 상대 수비를 속인 아딜손은 벌어진 틈 사이로 들어오는 구정운에게 공을 밀어주었고, 구정운은 그대로 다리를 휘둘러 슈팅을 가져갔다.
아니, 가져가려고 했다.
그러나.
퍼억—!
삐이익!
[밀었습니다! 파울이에요! 주심이 경기를 중단합니다!] [구정운이 통증을 호소하는데요.] [아! 느린 화면으로 다시 보니, 넘어지면서 발목이 접질린 것 같습니다.] [구정운이 교체 의사를 표시하는데요.]슈팅을 가져가던 동작에서 밀쳐져 발목을 접질린 구정운은 경기를 지속하기 어렵다는 의사 표시를 했고, 서울의 벤치에서는 탄식이 흘렀다.
“보스. 누구를 준비시킬까요?”
“하아···.”
하준은 이마를 짚으며 눈가를 찡그렸다. 그도 그럴 것이, 이제 겨우 전반전 시간이 반 정도밖에 흐르지 않았는데, 부상으로 교체 카드 하나를 날려야 하는 상황이 달가울 리 없었다.
[김하준 감독이 짜증이 난 모양이네요. 표정이 좋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그럴 겁니다. 이제 전반 25분이 지나고 있는데요. 벌써 부터 교체 카드를 써야 하는 것은 물론, 구정운의 이탈로 다음 경기에도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어요.]한편, 수원의 벤치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박정훈 감독은 겉으로는 덤덤하게 반응하고 있었지만 속으로 쾌재를 내질렀다.
‘됐다! 서울에 서브 스트라이커 자원은 없어.’
물론 서울 유나이티드라는 팀은 거의 모든 선수가 골을 넣을 수 있는 팀이었지만, 주전 스트라이커의 이탈이 주는 타격은 생각보다 클 것이 분명했다.
‘PK를 내주는 건 뼈아프지만, 적의 주포 중 하나를 덜어 낼 수 있다면 손해만 보는 장사는 아니야.’
거기다, 평균 연령이 어린 서울의 선수들은 계속된 수원의 거친 플레이에 멘탈 관리가 안 되는 장면이 속속들이 보였다. 이러한 상황이라면 2점 차라도 금방 뒤집을 수 있다고 박정훈 감독은 굳게 믿었다.
‘어린 녀석들이라 거칠게 다룰수록 빈틈이 나올 거야. 그때를 노리면 우리가 이긴다. 이번에야말로···!’
박정훈 감독이 행복회로를 돌리기 시작한 그때. 하준은 입술을 깨물며 벤치를 돌아봤다. 누구를 교체할지를 고르기 위해서.
그리고 그 순간.
“윽···.”
하준의 왼쪽 눈이 가동되기 시작했다.
‘빌어먹을. 업그레이드가 돼도 통증은 사라지질 않네.’
욕지기를 삼킨 하준이 벤치의 선수들을 둘러보는 가운데, 그들 중 한 명의 특성이 빠르게 점멸하는 것을 확인 할 수 있었고, 그 선수를 확인한 하준은 씨익 웃으며 말했다.
“우정이를 투입할 준비 하세요.”
그라운드의 투견.
특성의 이름에 걸맞게 별명도 상암의 미친개인 임우정. 그의 특성이 빠르게 점멸하고 있었다.
“임을 투입시킬 겁니까 보스?”
“네. 프랑코가 정운이 자리에, 우정이는 프랑코 자리로 들어갈 겁니다.”
“우정아!”
하준의 부름에 옷을 갈아입은 임우정이 재빨리 달려오며 대답했다.
“네! 감독님!”
“저 자식들한테 우리도 거칠게 플레이 할 수 있다는 걸 알려 주고 와라. 너도 당하고 오면 뒤진다. 진짜.”
“에이. 제가 어디 가서 당할 사람으로 보이세요? 제가 저놈들 초토화 시키고 오겠습니다!”
하준이 수원 월드컵 경기장에 상암의 미친개를 풀어놓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