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soccer genius becomes a great coach RAW novel - Chapter (32)
32. 트로피 사냥꾼(1)
삐익!
“아냐! 지금보다 한 템포 빠른 시기에서 압박이 들어갔어야지!”
전북 그린스와의 FA컵 결승 1차전을 앞둔 서울 유나이티드의 훈련장에서 하준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렸다.
“핵심은 상대의 고립이야. 그걸 위해서 1차 빌드업부터 방해를 하는 거지. 센터백이 패스하는 그 순간부터가 핵심이야. 이 타이밍을 잊지 마.”
하준이 손짓·발짓을 다 동원하여 설명하고 선수들은 고개를 끄덕이는 장면이 연출되었고, 뒤에서 이를 지켜보던 코칭 스탭들 또한 고개를 끄덕였다.
“보스가 꽤나 열정적이군요.”
“뭐라고? 내가 독일어를 잘 몬해서.”
“감독님이 열정적이라고 하는군요.”
독일어를 구사하지 못하는 최용환은 통역관의 도움을 받아 볼러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고,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리그 우승도 했겠다. 이제 남은 트로피는 FA컵뿐인데 완벽하게 이기고 싶을기야. 저 마음을 내가 잘 알지.”
최용환의 말대로 하준은 결승 무대에서 보다 완벽한 경기력을 선보이며 트로피를 들어 올릴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감독 대행 시절부터 트로피를 따내며 승격 시즌인 이번 시즌에도 서울에게 트로피를 안긴 그에게 세간에서는 트로피 사냥꾼이라는 별명을 붙여 주었고, 하준은 그에 걸맞게 FA컵 트로피도 추가하기 위해 열과 성을 다하는 중이었다.
“우리가 리그에서 전북에게 계속해서 승리를 따냈다고 방심하면 안 돼. 결승전이라는 무대는 동기부여가 크게 작용해. 거기다, 전북은 리그 2위를 할 만큼 강한 전력을 가지고 있으니, 방심하는 순간, 물어뜯기는 건 우리가 될 거야.”
선수들 또한 하준의 말을 머리에 새기며 고개를 끄덕였다.
“결승 두 경기만 잡아내면 더블이다. 너희도 트로피 하나로는 성에 차지 않겠지?”
“네!”
선수단의 우렁찬 대답에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은 하준이 다시 휘슬을 입에 물었다.
서울의 이러한 훈련이 며칠 동안 지속되었고, 시간이 흘러 경기 전날.
하준은 경기 전 인터뷰를 위해 전북의 미디어 룸에 발을 내디뎠다.
찰칵!
찰칵!
하준의 뒤를 이어 전북 그린스의 황찬수 감독이 자리에 착석하자, 전북 그린스 직원의 안내에 따라 인터뷰가 진행됐다.
“황찬수 감독님! 이번 시즌에 상대 전적에서 밀리는 서울 유나이티드와 FA컵 결승 1차전을 앞두고 있는데, 승리할 비책을 가지고 나오셨나요?”
전북의 홈임에도 불구하고 초반부터 강한 질문이 나왔지만, 황찬수 감독은 개의치 않은 표정으로 입을 뗐다.
“물론입니다. 리그에서는 서울에게 연패를 면치 못했지만, FA컵만큼은 디펜딩 챔피언인 우리가 서울을 꺾고 우승을 따낼 것입니다. 선수들 또한 동기부여가 잘 되어 있으니, 이길 자격은 충분하다고 봅니다.”
황찬수 감독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인 기자는 뒤이어 하준을 향해 질문을 던졌다.
“김하준 감독님, 지난 준결승 1차전에서 입은 부상으로 구정운 선수가 이번에도 출전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에 대한 대책은 무엇인가요?”
지난 준결승 1차전에서 약한 부상을 입은 구정운은 최소 다음 경기까지 출전을 못 할 것으로 예상되었고, 기자는 이 점을 콕 집어 말했던 것이다.
‘흠. 정운이의 복귀 시기에 관해서는 사람들이 다 다르게 예상하는 듯하니···. 블러핑을 좀 쳐 볼까.’
구정운의 몸이 백 퍼센트 회복되지 않은 지금, 하준은 그를 명단에서 아예 제외했다. 그러나,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은 구단의 사람을 제외하면 아무도 없었기에 하준은 미소를 띠며 입을 열었다.
“이번에도 출전하지 못한다라···. 글쎄요. 구정운 선수는 빠른 회복도를 보였고, 선수 또한 이번 경기 출전에 대한 열망이 큽니다. 기자님의 예상에 대한 결과는 내일 경기가 되면 알 수 있겠군요.”
어느 것 하나 확답을 준 것이 없는 답변.
그럼에도 좌중이 시끄럽게 변하고 기자들의 타이핑 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지난 시간 동안 하준이 만들어 낸 엄청난 업적은 상대 감독, 기자 할 것 없이 그의 말을 신뢰할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김하준 감독님! 이번 결승 1차전에서도 압도적인 스코어를 보일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글쎄요. 저희는 준비해 온 모든 것을 경기장에서 쏟아부을 뿐입니다. 이제까지 모든 경기에서 그래 왔고, 내일 치러질 경기 또한 다르지 않습니다. 저는 언제나 최선을 다할 뿐입니다.”
지극히 정석적인 답변에 기자들은 입맛을 다셨다. 하준이 때로는 기자들에게 좋은 기삿거리를 주며 자극적인 언행을 입에 담을 때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경우에서는 정석적인 답변만을 뱉어 내며 논란을 만들지 않기 때문이었다.
‘분위기도 좋고 흥행도 좋은데 굳이.’
이미 서울 유나이티드의 구단 흥행은 역대 최고에 달했다. 시즌권 판매량부터, 유니폼 판매량까지.
이러한 상황에서 굳이 자극적인 인터뷰를 통해 판을 키울 필요는 없다고 판단한 하준이었다.
그러나, 전북의 황찬수 감독은 달랐던 모양이다.
“황찬수 감독님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앞전에도 말씀드렸지만, 내일 경기는 저희가 반드시 승리합니다. 이건 숫제 예언이라고 봐도 좋습니다. 옆에 있는 김하준 감독이 뛰어난 전술가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습니다만, 축구라는 스포츠는 전술 하나만 가지고 되는 게 아니지요. 경험과 연륜을 내일 보여 주겠습니다.”
황찬수 감독은 디펜딩 챔피언의 저력을 보여 주겠다는 의지를 내비치며 전의에 불타올랐다. 정작, 하준은 신경도 쓰지 않았지만.
* * *
와아아아아!
[안녕하십니까! 전북 그린스와 서울 유나이티드의 대망의 FA컵 결승 1차전을 보내 드립니다!]전북의 홈구장에는 초록색과 붉은색의 관중들이 만석을 이루어 함성을 내지르고 있었다. 색깔도 대비되는 만큼 눈에 확 들어오는 장관이 아닐 수 없었다.
[경기 전 인터뷰에서 전북의 황찬수 감독이 경험과 연륜으로 김하준 감독에게 승리하겠다고 얘기했는데요. 과연, FA컵 디펜딩 챔피언인 전북이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되는군요.] [리그에서 만날 때마다 패배의 쓴맛을 삼켰던 전북이 이번에야말로 승리를 거둘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군요.]경기 전 인터뷰가 공개되고 나서 인터넷에서는 황찬수 감독의 말을 두고 갑론을박이 펼쳐졌다. 이번에도 전북이 쪽도 못 쓰고 패배할 것이라는 의견과 경험과 연륜을 무시할 수 없다는 의견으로.
[아, 말씀드리는 순간, 양 팀의 선수들이 입장하고 있습니다.] [자. 라인업을 살펴보시죠. 홈 팀 전북은 4-4-2 대형을 가지고 나왔습니다. 이번 시즌, 전북이 취하던 대형과는 조금 다른 모습이죠?] [맞습니다. 아무래도, 원래 대형보다는 조금 수정을 본 모양이군요.]수정을 한 이유가, 전날 있었던 하준의 블러핑 때문인지 아닌지는 황찬수 감독 본인을 제외하면 아무도 알 수 없었지만, 전북 그린스는 평소 즐겨 사용하던 전술과는 다른 전술을 가지고 나온 상태였다.
[이에 맞서는 서울은 4-2-3-1 대형을 가지고 나왔습니다.] [아딜손이 원톱에 배치되었군요, 이번에도 제로톱을 가동하는 걸 까요?]구정운을 제외하고는 마땅한 원톱 자원이 없는 서울 유나이티드의 스쿼드상, 하준은 제로톱 전술을 자주 사용할 수밖에 없었고, 오늘 또한 마찬가지였다.
서울 유나이티드는 최전방에 아딜손 제수스가 배치되었고,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에는 프랑코 트라몬타나가,
양쪽 측면에는 정창훈과 성현수가,
신영준과 황상수가 중원을 구축했고,
권명호, 문태진, 윤상우, 진호수로 이루어진 포백 라인에 정우현 키퍼가 장갑을 꼈다.
[어, 오늘은 정창훈이 왼쪽 측면에 배치되었군요? 그간, 정창훈은 오른쪽 측면에서만 뛰었는데 김하준 감독이 새로운 수를 두었네요.] [맞습니다. 어떤 움직임을 위한 배치인지는 경기를 지켜봐야 알 것 같네요.]지난 시즌부터 내내 오른쪽 윙어나 윙백으로 출전하던 정창훈의 갑작스러운 왼쪽 측면 출장. 이것에 대해 많은 이들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나, 이러한 배치를 본 황찬수는 하준의 의도를 곧장 이해할 수 있었다.
‘중앙으로 꺾어 들어오겠다는 뜻이구나.’
오른발잡이 정창훈을 왼쪽에 배치했다는 뜻은 정창훈에게 중앙 지향적인 움직임을 요구했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러나, 황찬수 감독은 전형적인 클래식 윙어 성향을 띠는 정창훈에게 인사이드 포워드 역할을 맡긴 것에 의문을 표했다.
‘어째서? 선수의 스타일이 쉽사리 바뀌는 것도 아닐진대.’
황찬수 감독의 의문이 채 풀리기도 전에, 주심은 휘슬을 불어 경기 시작을 알렸다.
삐이이익!
[주심의 휘슬과 함께 경기 시작됩니다! 서울 유나이티드의 선축으로 진행되겠습니다!]툭-.
킥오프와 동시에 서울은 빠르게 공격을 시작했다.
[아딜손이 트라몬타나에게 공을 밀어 줍니다.]오늘 전북이 가지고 나온 대형은 4-4-2였으나, 중원의 두 미드필더가 수비형 미드필더인 수비적인 대형이었다.
이는, 압박 상황 속에서도 볼키핑을 해내며 우악스럽게 돌파하는 능력도 갖춘 구정운을 의식한 대형이었는데, 경기 전 인터뷰에서 하준의 블러핑이 통했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타다닷!
[트라몬타나의 전진을 막기 위해 전북의 이기호가 달려듭니다!]이기호.
한때, 신영준과 더불어 국가 대표팀의 중원을 책임지던 수비형 미드필더였다. 나쁘지 않은 수비 지능으로 상대의 전진을 막고 패스 길을 차단하는 능력까지 지녔지만, 그에게는 치명적인 단점이 존재했다.
바로, 노쇠화로 인한 반응속도의 급감.
이러한 단점은 발재간이 좋은 테크니션을 상대할 때 더욱 크게 부각되었는데, 지금이 바로 그러한 상황이었다.
툭-. 타닥! 탓!
프랑코의 발에서 펼쳐지는 플립플랩.
[트라몬타나의 현란한 개인기!] [플립플랩으로 이기호를 유유히 벗어나는 트라몬타나!]황급히 프랑코를 뒤쫓기 위해 이기호가 뛰었으나, 떨어진 스피드로는 프랑코를 잡을 수 없었고, 그와 짝을 이룬 다른 수비형 미드필더 황채성이 달라붙었다.
그러나.
투욱—!
[황채성의 압박이 들어오기도 전에 신영준에게 공을 넘기는 트라몬타나!]촤앗!
부드럽게 패스를 받아 낸 신영준이 전진을 시작했지만, 전북의 선수들은 신영준에게 대인 마크를 진행할 수 없었다.
이는 제로톱이 가지는 이점이기도 했다.
중원의 두 명이 제껴진 상황에서, 아딜손의 위치가 공격형 미드필더와 스트라이커 사이의 어정쩡한 곳에 있기 때문에 센터백은 아딜손에게 묶일 수밖에 없었고,
양쪽 측면에 있는 정창훈과 성현수 또한 언제든지 중앙으로 들어 올 수 있기 때문에 좌, 우 풀백 또한 쉽사리 커버를 올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황찬수 감독이 구정운을 묶어 놓기 위해 센터백을 지능적인 플레이보다는 강한 피지컬을 바탕으로 하는 파이터형 선수로 배치 한 탓에, 폴스나인인 아딜손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었다.
‘뭐, 이런 상황까지 바라고 블러핑을 친 건 아니었지만. 낚여 주면 나야 고맙지.’
하준의 입꼬리가 올라간 순간.
타다다닷!
[신영준이 하프 스페이스를 타고 높이 질주합니다!] [김지운이 신영준을 막기 위해 자리를 이탈합니다!]지역 방어 형상을 취하던 전북의 움직임이 어그러지기 시작했다.
정창훈을 마크하고 있던 김지운이 돌연, 신영준을 막기 위해 자리를 이탈했고, 신영준은 미련 없이 왼쪽으로 공을 돌렸다.
툭!
[신영준이 정창훈에게!]신영준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 정창훈은 공을 받기 전부터 중앙 쪽으로 몸이 틀어져 있었다. 이러한 몸의 위치는, 반대 발 윙어로 포진된 상황에서도 크로스를 올릴 수 있었다.
투우웅—!
[정창훈의 크로스으으!]정창훈의 크로스는 빠른 속도로 오른쪽 하프 스페이스까지 도달했고,
타다다다닷!
그곳에는 침투 중인 성현수가 있었다.
[성현수! 성현수가 침투합니다!]순간의 움직임으로 자신을 마크하던 왼쪽 풀백을 떼어 낸 성현수는 어렵지 않게 크로스가 떨어지는 위치로 도달할 수 있었고, 센터백 듀오 중 하나가 성현수를 제지하기 위해 몸을 움직였지만.
툭—!
[아! 원터치로 처져 있는 아딜손에게 보내는 성현수!]성현수는 원터치로 공을 아딜손에게 보냈고, 때마침 전진하고 있던 아딜손을 본 남은 센터백 하나가 눈에 불을 켜며 달려들었다.
그러나.
아딜손은 슈팅이나 드리블을 할 생각이 없었다.
투욱—!
[아딜손! 자신에게 온 패스를 원터치로 다시 건넵니다!]아딜손이 남은 센터백 하나를 끌어들이면서 생긴 공간. 그 공간으로 아딜손은 망설임 없이 공을 보냈고,
타다다닷!
[정창훈! 정창훈이 박스 안으로 침투합니다!]그곳에는 쇄도 중인 정창훈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