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soccer genius becomes a great coach RAW novel - Chapter (33)
33. 트로피 사냥꾼(2)
아딜손의 움직임으로 인해 골키퍼와 일대일 상황이 만들어졌고, 정창훈은 망설이지 않았다.
뻐엉—!
[정창훈! 때립니다!]정창훈이 오른발로 잘 때린 슈팅은 골키퍼가 미처 손을 쓰지 못하는 사각으로 향했고,
쐐애애액!
철렁—!
선제골로 연결되었다.
[고오오오올! 골입니다! 정창훈의 침착한 마무리! 서울 유나이티드가 1-0으로 앞서갑니다!] [원정 골을 넣으며 유리한 지점을 만드는 서울 유나이티드!]와아아아!
[서울의 원정 서포터즈가 힘찬 함성을 보내네요.] [서울 서포터즈로서는 대단히 기쁠 겁니다. FA컵을 따내게 된다면 승격하자마자 더블을 달성하게 되는 것이니까요.]그리고, 서울은 서포터즈의 바람대로 연신 강한 공격력을 선보이며 전북을 압도해 나갔다.
[아! 키퍼가 막아냅니다. 서울이 찬스를 아깝게 놓칩니다.]전반 30분, 성현수의 슈팅이 빗맞아 키퍼에게 막히면서 서울의 기가 막힌 찬스가 무산되었다.
[키퍼가 패스를 선택합니다.]키퍼의 패스를 받은 전북의 센터백이 풀백에게 패스하는 순간.
이번 경기를 대비해 하준이 강조했던 움직임이 그라운드 위에 나타났다.
타다다닷!
[서울 유나이티드의 강한 압박! 아! 줄 곳이 없어요!]정창훈이 전북의 오른쪽 풀백 김지운을 강하게 압박하는 장면이 연출되었다. 물론, 여기까지는 강한 전방압박을 가져가는 스타일의 다른 팀들과 별로 다를 게 없는 움직임이었지만 한 가지가 달랐다.
바로, 신영준과 프랑코의 움직임이었는데.
[신영준과 프랑코가 패스 길을 완전히 차단한 상태입니다! 김지운, 패스를 줄 곳이 없군요.]신영준과 프랑코가 각각 김지운이 선택할 수 있는 패스 길을 차단하면서 전북의 트라이앵글을 부숴 버렸고, 이러한 상황에 김지운은 정창훈의 압박을 받아 측면에 고립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정창훈을 달고 전진을 하기에는 서서히 올라오고 있는 권명호가 정면에 떡하니 버티고 있는 상황.
김지운으로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태였다.
한편.
하준은 막다른 길목에 몰린 김지운을 보며 악당과도 같은 웃음을 짓고 있었다.
씨익.
“이거거든.”
결승 1차전을 대비한 훈련에서 누누이 강조했던 1차 빌드업 상황에서의 강한 압박. 하준은 바로 이 장면을 위해서 선수들에게 압박 타이밍까지 지정해 주며 여러 패턴을 학습 아니, 세뇌시켰다.
[고립된 김지운을 돕기 위해 전북의 수비진이 움직입니다.]패스를 받을 수 있는 위치로 움직여라.
모든 감독들이 선수들에게 주문하는 움직임이었으나, 이번에는 상황이 달랐다. 하준은 이 상황까지 예측한 판을 깔아 둔 것이었고 그 결과는.
촤앗—!
[정창훈이 볼을 탈취합니다!]궁지에 몰린 김지운에게서 어렵지 않게 공을 빼낸 정창훈은 오른발을 빠르게 휘둘렀고,
투우웅—!
그의 오른발에서 떠난 공은 센터백 하나가 이탈하면서 빈 공간이 생긴 아딜손의 앞으로 전달되었다.
“창훈. 굿 패스.”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은 아딜손은 정창훈의 패스가 자신에게 도달하자 곧바로 발을 휘둘렀다.
뻐엉—!
[정창훈의 패스! 아! 아딜손! 중거리 슈우우우웃!]하준의 지휘 아래에서는 플레이 메이킹을 위주로 하는 플레이를 펼쳤지만, 아딜손은 위협적인 중거리 슛까지 겸비한 2선 자원이었고, 그 진면목을 유감없이 펼쳐 냈다.
쐐애애애액!
비어진 공간을 가르며 강하게 내질러진 중거리 슛은 한 템포 느리게 반응한 키퍼가 막을 수 있는 그것이 아니었고,
철렁—!
키퍼는 아딜손의 중거리 슛이 자신의 옆을 스쳐지나 골망을 가르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고오오오올! 아딜손의 환상적인 중거리 슛이 서울 유나이티드의 두 번째 골을 만듭니다! 스코어는 2-0! 전북 그린스가 더욱 힘든 상황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군요.]“이예스으으!”
[하하. 김하준 감독도 공중에 어퍼컷을 하며 좋아하는군요.] [김하준 감독이 저런 제스쳐를 취할 정도면 자신이 지시한 것이 잘 이행됐다고 보아도 무방하거든요? 아주 만족스러운 모양입니다.]와아아아아!
오오! 오오! 서 울!
아딜손! 아딜손! 아딜손!
아딜손의 호쾌한 중거리 슛이 골로 연결되자, 원정 석에 앉아 있던 서울 서포터즈 전원이 기립해 소리를 지르며 열광했다.
“허. 설마 이 상황까지 다 내다보고 애들한테 타이밍 지정해 준기가?”
최용환이 질린다는 표정으로 묻자, 빙그레 웃은 하준이 입을 열었다.
“방금과 같은 장면을 만들기 위해서 짠 판이거든요. 1차 빌드업을 방해하면서 상대 수비를 끌어내는 것. 효율 좋잖아요?”
“그라믄, 풀백 말고 수비형 미드필더한테 패스를 줬으면 우짤라고 그랬노?”
“방향이 달라져도 결과는 다르지 않을 겁니다. 제가 선수들에게 주입한 것은 압박할 타이밍과 패스 길의 차단이니까요.”
하준의 말대로였다.
하준이 선수들에게 세뇌하다시피 주입한 것은 압박할 타이밍과 패스 길의 차단. 측면으로 1차 빌드업이 전개되든, 중앙으로 전개되든 달라지는 것은 없다.
다만, 중앙으로 전개가 되었다면 신영준과 프랑코, 그리고 위치에 따라 정창훈이나 성현수가 추가로 붙었을 것이다.
“진짜···. 난 놈은 난 놈이네.”
최용환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헛웃음을 내뱉었다. 자신의 눈앞에서 펼쳐지는 이 광경이 초짜 감독에게서 나온 것이라니.
‘부상당하지만 않았으면 더 훨훨 날았을 것을.’
최용환은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하준이 처음 데뷔해 화제를 모았던 그때를.
유럽의 수많은 강자를 박살 내던 테크닉과 축구 지능, 그리고 그것에 더해 이렇게 사기적인 전술 이해도. 신체가 그것들을 받쳐 주었다면, 아시아인 최초로 발롱도르를 들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화무십일홍이라.
하준을 설명하기에 이보다 더 적합한 말은 없을 것이다.
상념에 빠져있던 최용환은 이내 고개를 내저었다.
하준의 옛날 퍼포먼스를 생각하며 안타까워하기보다, 현재의 하준이 보여 주는 센세이션을 지켜보는 것이 더욱 값진 일이었으므로.
* * *
아딜손의 중거리 골 이후, 후반전에서 한 골을 더 허용한 전북은 홈에서 승리를 내주고 말았다.
[FA컵 결승 1차전에서 3-0으로 전북 그린스를 격파한 서울 유나이티드.] [홈에서 세 골을 허용한 전북 그린스. 우승을 위해서는 2차전에서 최소 4골 이상이 필요.] [눈앞으로 다가온 더블. 서울 서포터즈는 함박웃음.]결승 1차전에서 전북을 3-0으로 박살 낸 서울은 더없이 좋은 분위기 속에서 남은 리그 일정을 진행하며 불멸의 기록 하나를 세우는 데 성공했고, 하준과 선수들에게도 유의미한 상이 주어졌다.
[26승 12무 0패. K1 리그 최초로 무패 우승에 성공한 서울 유나이티드.] [김하준, 무패 우승이라는 업적을 세우다.] [꺼지지 않는 김하준 신화. 각종 기록을 갈아치우다.] [K1 리그 올해의 감독에 선정된 김하준.] [K1 리그 시즌 MVP에 선정된 아딜손 제수스.] [K1 리그 영 플레이어 상을 수상한 구정운.]K1 리그 최초 무패 우승이라는 업적을 세웠을 뿐 아니라, K1 리그의 거의 모든 상을 석권한 서울 유나이티드의 사기는 말 그대로 하늘을 찌를 듯했고 이는, 이어진 FA컵 결승 2차전 경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타다다닷!
[구정운! 구정운이 몸싸움에 밀리지 않고 들어갑니다!]부상에서 복귀한 구정운은 전북과의 결승 2차전에서 말 그대로 미친 활약을 선보였다.
포스트 플레이부터 연계.
그리고 우악스럽게 수비벽을 뭉개며 들어가는 돌파까지.
[골키퍼와 일대일! 구정운! 때리나요?]뻐엉—!
쐐애애액—!
철렁—!
와아아아아!
이날, 서울의 경기력은 절정에 달했다.
왼쪽 측면을 붕괴시켜 버린 권명호의 어시스트를 받아 아딜손이 선제골을, 프랑코의 코너킥을 성현수가 헤더로 마무리해 두 번째 골을 기록했고, 마지막으로 구정운의 우악스러운 돌파 이후 강슛으로 만들어 낸 세 번째 골까지.
모든 선수가 만점에 가까운 활약을 펼친 가운데, 전북은 아무런 반항도 하지 못한 채 총합 스코어 6-0이라는 대패를 기록해야만 했다.
삑! 삐익! 삐이이익—!
와아아아아아!
[경기 종료됩니다! 서울 유나이티드가 2031 FA컵 우승을 따냅니다!] [더블입니다! 정말 대단합니다! 서울 유나이티드가 승격 첫 시즌 만에 더블을 달성하는 데 성공합니다! 리그 무패 우승과 더불어 FA컵까지 따낸 이 팀을 누가 과소평가 할 수 있을까요!]“우승이다! 우승이야!”
“더블이야! 더블을 해냈다고!”
목청이 떠나가라 함성을 질러대는 서포터즈와 기쁨에 몸부림치는 선수들을 보며 하준은 빙그레 미소 지었다.
‘첫 단추를 제대로 끼우는 데 성공했네.’
이번 시즌 참가한 모든 대회에서 우승을 따낸 하준은 더할 나위 없는 만족감을 느꼈다. 시즌이 진행되는 동안 항시 긴장을 풀지 않던 그였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모든 긴장을 내려놓은 채 우승의 기쁨을 한껏 즐기고 있었다.
“보스! 축하드립니다! 더블을 달성했어요! 그것도 승격 첫 시즌에!”
“감독님, 고생하셨습니다. 한 시즌 간 고생이 보답을 받았네요!”
“열심히 뛴 선수들과 훌륭한 코치진 덕분이죠.”
“마, 그렇게 겸양 떨 필요 없다. 김 감독이 전술을 잘 짜 놨으니까 이것도 된 기지. 축하한다.”
씩 웃으며 틱틱 대는 말을 내뱉는 최용환의 모습에 하준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뇨. 정말로 모두가 있어서 만들 수 있었던 업적입니다.”
진심이었다.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없었더라면 제아무리 하준이라고 해도 승격 첫 시즌 만에 더블을 달성할 수 없었을 것이다.
선수들의 피지컬을 관리하는 이수혁, 공격 훈련을 진행하는 볼러, 그리고 여타 다른 부분을 잡아 주는 코치들과 수석 코치로서 하준의 멘탈을 잡아 주는 든든한 최용환까지.
하준은 이들과 한 명 한 명 포옹을 나누며 기쁨을 나누었다.
그리고, 그때.
“최 코치님! 감독님 꽉 잡아 주세요!”
뒤에서 들려오는 권명호의 목소리에 최용환은 익살스레 웃으며 하준을 안은 양팔에 힘을 주었고, 위기감을 느낀 하준이 다급히 소리쳤다.
“아니, 잠깐! 최 코치님 왜 이러십니까?”
“큭큭큭. 우승을 했으면 1년 동안 고생한 선수들의 축하도 받아야 될 거 아니가? 다 이런 법이다. 고마, 가만있으라.”
능글맞은 최용환의 말에 하준이 뒤를 돌아 권명호를 보며 으르렁거렸지만,
“야, 오지 마라. 진짜 죽는다.”
“야~ 으즈 므르~ 즌쯔 즉는드~.”
감독과 선수가 아닌, 친구 사이로 돌아간 권명호에게는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그리고.
퐁!
쏴아아아아—!
작년과 똑같이 샴페인으로 샤워를 하게 된 하준은 얼굴을 닦아 내며 허탈하게 웃었다.
“하···. 어쩐지 리그 우승컵 들 때는 가만히 있더라니.”
악랄한 새끼들.
뒷말을 삼킨 하준이 섬뜩하게 웃으며 근처에 있는 샴페인 한 병을 주워 들었다.
“야···. 야, 잠깐만. 우리 아직 우승 셀레브레이션 안 했어. 그거 내려놓고 얘기할래?”
“시작은 니네가 먼저 했다.”
그렇게 한바탕 즐거운 소동이 있고 난 후, 하준은 수건으로 대충 머리와 옷을 털어 낸 뒤에 구단의 미디어 룸으로 발걸음을 옮겨 인터뷰에 응했다.
찰칵!
찰칵!
서울의 더블이 거의 확정적이었던 터라, 많은 취재진이 와 있었고, 구단에서는 믹스트존 인터뷰가 아닌 미디어 룸에서 인터뷰를 진행하기로 했던 탓이었다.
“김하준 감독님, 더블 달성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소감이 어떠십니까?”
“구단에 영광을 안길 수 있어 대단히 기쁩니다. 그리고 한 시즌 동안 함께 고생한 우리 선수들과 코치진에게도 정말로 감사합니다.”
타닥! 타닥!
찰칵!
플래시 세례와 함께 기자들의 타이핑 소리가 미디어 룸을 가득 채우며 화기애애한 인터뷰가 진행됐고, 하준을 향한 기자들의 질문은 그치질 않았다.
“K1 리그 올해의 감독상과 FA컵 올해의 감독상을 동시 석권하셨습니다. 대단한 커리어를 만들어 가고 계신대, 앞으로 특별한 계획이 있으십니까?”
“계획이라···. 제게 있어서 앞으로의 계획은 특별할 게 없습니다. 앞으로도 매력적인 축구와 서포터즈를 만족시킬 경기력과 성적을 만들어 내는 것이 계획이라면 계획이죠.”
“그 말씀은 다음 시즌에도 더블을 노린다는 말씀이신가요?”
기자의 말에 하준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더블이라···. 다음 시즌엔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에도 출전하는데 더블 가지고 되겠습니까?”
“그 말씀은···?”
“당연히 트레블을 노릴 겁니다.”
찰칵! 찰칵!
시즌이 종료되기가 무섭게 출사표를 던지는 하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