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soccer genius becomes a great coach RAW novel - Chapter (35)
35. 영광의 서막(2)
“보스, 윤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으음···. 제가 봐도 그렇네요.”
나는 챔피언스리그 D조 첫 경기에 사용할 전술을 가지고 전술훈련을 진행 중이었는데, 지금껏 무난히 잘 따라와 준 선수들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영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삐익!
“상우! 그 상황에서는 미리 내려왔어야지. 네 움직임이 중요해!”
“네!”
조별리그 첫 경기를 앞두고 나는 다소 수비적인 움직임을 가져가기 위해 선수들에게 이제까지와는 다른 방식의 움직임을 요구했다.
그 때문일까?
윤상우뿐만이 아닌, 다른 선수들 또한 삐걱대는 모습이 연출되고 있었다.
“매번 공격적으로 올라가서 상대를 줘 패던 녀석들이 수비적으로 할라니까 적응이 안 되는 거지. 너무 재촉하지 말고 기다리봐라.”
“끄응···.”
최용환 코치의 말도 상당히 일리가 있었다. 내가 지휘봉을 잡은 후, 서울 유나이티드라는 팀은 언제나 공격적인 전술로 상대를 압도하며 찍어 눌러왔다. 그랬던 선수들에게 수비적인 움직임을 더욱 요구하니, 움직임이 삐걱거릴 수밖에.
짝짝!
나는 손뼉을 치며 선수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후, 다시 입을 열었다.
“자, 다들 모여 봐. 다시 한번 설명할게.”
내 옆에 있던 볼러가 눈짓에 맞춰 이동식 전술 판을 세팅했고, 나는 그 위에 자석들을 하나씩 붙이며 말했다.
“돌아오는 이번 챔피언스리그 경기에서 우리는 이제와는 다른 경기 방식을 취할 거야. 우리가 왜 그런 움직임을 취하려는지 알고 있는 사람?”
내 말에 손을 드는 것은 명호와 김채우, 단 두 사람뿐이었다.
나는 그들에게 눈짓으로 말해 보라는 신호를 줬고, 명호가 먼저 입을 열었다.
“가브리엘 산투스. 그 괴물을 막기 위해서겠죠.”
“세비야에 있을 적에 첼시 선수로 뛰던 산투스와 경기를 치른 적이 있는데, 솔직히 그놈은 괴물이 맞아요. 감독님도 잘 아시겠지만.”
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나는 선수들을 하나하나 훑어보았다. 명호와 김채우를 제외한 나머지 선수들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잘 이해되지 않는다는 얼굴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이해 못 할 것은 아니었다.
우리 선수단은 연령대가 매우 젊은 편에 속하는 어린 팀이기도 했고, 주전 선수 중에서는 챔피언스리그 무대를 처음 밟는 선수가 대다수였으니까.
‘거기다, 두 시즌 연속으로 승승장구했으니···.’
사기가 올라 있다는 건 좋은 일이었지만, 상대의 강함을 체감하지 못하는 것은 문제가 될 소지가 있었다.
“둘의 말처럼 상하이 홍화에는 가브리엘 산투스라는 괴물이 존재해. 솔직히 말해서 리그 수준에 맞지 않는 이레귤러라고 봐도 무방하다. 우리는 여태까지 잘해 왔어. 하지만, 앞으로 더욱 나아가기 위해서는 이런 방식의 경기도 필요해.”
웃음기 없는 나의 말이 끝나고, 그제야 고개를 끄덕이는 선수들.
“해서···. 이번 전술을 다시 한번 설명할 테니까 잘 이해했으면 좋겠다.”
나는 자석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경기에서 사용할 전술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이번에 우리가 사용할 전술 대형은 크게 보면 4-2-3-1 형태였지만 나는 선수들에게 그 틀에 연연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물론, 내가 포메이션을 그대로 지키며 경기를 운용한 적은 없었지만, 이번에는 특히 더 그럴 거야.”
이번 경기에서 나는 중원을 구성하는 두 자리의 라인을 포백 라인에 가깝게 배치할 생각이었다. 수비적인 전술들이 대부분 그러하듯이.
“그렇다고 90분 내내 버스를 세운다는 말은 아냐. 그날, 중원에는 우정이랑 상우가 설 거야. 우정.”
“네! 감독님.”
임우정이 배치될 자리에 붙어 있는 자석을 요리조리 움직이며 나는 다시 입을 열었다.
“우정이 너는 특히 더 많이 움직여 줘야 해. 이번 경기에서는 압박의 타이밍 같은 건 정해 주지 않을 거야. 공을 뺏기는 순간 무조건 압박을 시작해. 이건 모두가 다 동일해.”
공을 뺏기는 순간 전원이 시도하는 압박.
상대의 공격을 1차로 저지할 수 있는 방법임과 동시에, 선수들의 체력을 대폭 갉아먹는 지침이기도 했지만 나는 개의치 않았다.
언제고 이런 전술을 사용해야 할지도 모르기에 그간 선수들의 체력훈련 강도를 아주 강하게 설정했던 것이기도 했으니.
‘지금 수준의 체력이라면 그 한 경기는 가능하다.’
그다음 경기에서는 전부 로테이션을 가동해야 하겠지만, 상하이와의 경기 당일에는 내가 원하는 움직임을 충분히 구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압박으로 볼 소유권을 가져오게 되었을 때, 이때가 중요해.”
나는 왼쪽 풀백의 자석을 전방으로 길게 올리고, 오른쪽 풀백을 중원으로 올려놓았다.
“명호는 늘 하던 대로 측면 오버래핑을 빠르게 가져가고, 창훈이는 중원에 가담해라. 우정이 너는 여러 가지 판단을 할 수 있겠지만, 후방 지역에서 공을 가진다면 일차적으로는 전방 선수들에게 롱패스를 뿌릴 준비를 해.”
내가 임우정에게 요구한 것은 세 가지.
성실한 압박, 후방에서의 롱패스, 그리고 하프라인 위에서의 볼 운반.
“그러다 우리가 볼 소유권을 빼앗겨서 역습 상황이 되었을 때.”
나는 말을 잠시 멈추고는 윤상우를 바라봤다.
“상우가 센터백들 사이로 들어가 백쓰리를 형성한다.”
윤상우가 센터백 사이로 들어가서 백쓰리를 형성할 타이밍에 맞춰 나는 오른쪽 윙어 자리의 자석과 왼쪽 풀백 자석을 빠르게 수비라인으로 내리며 말을 이었다.
“그 틈에 명호와 아딜손이 빠르게 수비라인으로 내려온다. 아딜손.”
“예스.”
“측면 수비수의 모습을 보일 필요는 없어. 창훈이가 중원에 가담하면서 비어진 공간을 틀어막는다고 생각하면 돼. 네 스피드가 중요하다.”
냉정하게 말해서 상하이의 선수 중에 위협이 되는 선수는 가비 하나뿐이었다. 유럽 출신의 쟁쟁한 선수들이 많이 있다고는 해도, 가비를 제외한 나머지는 은퇴 전 연금이나 땡기러 온 노장들이 주를 이루었으니까.
“그리고, 채우.”
“네, 감독님.”
씨익 웃는 김채우를 보며 나는 사이다를 먹은 것처럼 속이 뻥 뚫리는 기분이 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내 왼쪽 눈을 통해 김채우의 특성이 점멸하는 것이 들어오고 있었으니.
예측불허의 암살자.
그것이 김채우가 가진 특성의 이름이었다.
‘특성이랑 플레이가 아주 잘 맞아떨어지지.’
예측불허.
김채우는 소위 말하는 크랙과 축구도사의 플레이를 경기마다 보여 주곤 했다. 측면에서는 유려한 드리블로 수비를 끌어들이며 라인 전체를 박살 내는 움직임을 보이는가 하면, 세컨톱의 위치에서는 예측하지 못한 순간에 파이널 패스를 보내거나 상대의 방심이 보이는 순간 때려 버리는 묵직한 슈팅까지.
그렇다고 스트라이커의 위치에서 부족함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야말로 육각형의 표본.
거기다, 그에게 매겨진 별은 네 개. 우리 팀에서 제일 높았던 별이 세 개 반이었던 걸 고려했을 때, 김채우 또한 아시아에서는 이레귤러나 다름없었다.
‘유럽의 다른 팀으로 이적했다면 주전을 꿰찼겠지.’
지난 10년간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를 무너뜨리고 라리가의 패자가 된 세비야는 김채우 조차도 주전으로 뛰지 못하고 로테이션으로 기용될 정도의 스쿼드를 지니고 있었다.
여차저차해서 아다리가 잘 맞아떨어져 우리가 영입에 성공했으니.
나는 그를 단물까지 빨아 먹을 생각이다.
“세컨톱 자리에 위치하되, 프리롤을 줄 거에요. 1, 2선에서의 움직임을 이끄는 핵심이 되는 겁니다. 할 수 있겠죠?”
“물론이죠. 맡겨만 주시죠.”
* * *
투욱—!
“오우···. 정말이지 대단하네요. 간결한 것 같으면서도 유려한 플레이라니.”
김채우의 움직임을 보며 감탄하는 볼러.
“그렇죠. 이번 경기에서 공격의 열쇠가 될 겁니다.”
하준이 이번 전술에서 핵심으로 뽑은 선수는 총 둘로 임우정과 김채우였다. 빌드업에서는 임우정의 역할이, 파이널 서드 안에서는 김채우의 역할이 누구보다 중요했으므로.
“그런데 보스. 산투스의 맨마킹으로 황을 쓰는 선택지도 있지 않았습니까?”
볼러의 의문 섞인 질문에 하준은 천천히 고개를 내저었다.
“가비의 움직임은 변칙적이에요. 상수를 맨마킹으로 붙이면 가비를 어느 정도 지연시킬 수는 있겠죠. 그렇지만 공간이 비게 될 겁니다. 그 공간이 만들어 낸 균열로 가비는 어시스트를 만들 수도 있죠.”
“그렇다고 해도···. 이 전술로 산투스를 완벽히 통제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애초에 한 골도 먹히지 않는다는 생각은 한 적 없습니다. 볼러, 10년도 더 전에. 아르헨티나의 메시가 아닌 바르셀로나의 메시를 제대로 통제한 전례가 몇이나 되죠?”
그제서야 아차 하는 표정을 지은 볼러를 보며 하준이 말을 이어갔다.
“물론, 가비가 메시 같은 스타일의 선수는 아니지만 현재 상황에서 끼치는 영향력으로 보면 메시에 비유 할 수 있죠. 다행인 점은 가비는 메시 같은 플레이 메이커가 아니기 때문에, 수 싸움으로 승부를 걸 수 있다는 거죠.”
상대 역습상황이 펼쳐졌을 때 하준이 선수들에게 부여한 움직임은 전원 수비.
“우정이의 스피드와 활동량, 아딜손의 스피드로 우리 수비진영에는 7명이 포진되는 겁니다.”
예컨대 이런 얘기였다.
일차적으로는 압박을 통한 전원 수비. 그리고 그 수비가 뚫려 역습이 전개될 때는 빠른 속도로 버스를 세워 내려앉는다.
다만, 이때의 버스는 흔히 두 줄 버스의 그 버스와는 결이 약간 달랐다.
언제든지 전진할 수 있는 기동력을 갖춘 버스.
그리고 그 버스의 운전사인 임우정은 공이라는 승객을 고속열차인 권명호나 어디로든 갈 수 있는 자가용인 김채우에게 데려다 줄 수 있는 능력을 지녔다.
“막기에 급급한 의미 없는 텐백이 아닌 팀 전체가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그림이 될 겁니다.”
“사실 버스나 텐백이라고 부르기도 애매하네요. 보스.”
볼러의 말대로였다.
어느 한순간 버스를 세우는 움직임을 보였다가, 단숨에 많은 수의 선수가 공격적으로 치고 올라가는 움직임. 토탈풋볼이 버스를 세우면 이런 느낌일까.
“뭐, 우정이를 비롯해 다른 선수들도 선수들이지만 김채우의 존재가 없다면 이 전술은 파훼법이 많을 겁니다.”
하준이 김채우에게 프리롤을 준 이유.
바로, 예측 불허한 상황을 만들어내는 놀라운 판단력과 그것을 실행에 옮길 수 있는 테크닉이었다.
“확실히 킴의 움직임은 전혀 예상할 수가 없네요. 리그 경기에서도 많이 놀랐지만, 프리롤을 주니 더욱 날아다니는군요.”
볼러의 말마따나, 전혀 예상할 수 없는 움직임을 보이는 김채우 덕에 파이널 서드에서 공격하는 상황을 부여한 훈련에 참여한 수비들은 죽을 맛이었다.
휘익—!
탓!
투웅—!
“어어엇!”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이루어진 파이널 패스.
뻐엉—!
그리고 그걸 골대로 욱여넣는 구정운의 슈팅.
철렁—!
“하···.”
가브리엘 산투스라는 괴물을 만나기에 앞서, 또 다른 괴물인 김채우 덕에 강제로 레벨업을 맛보게 된 서울 유나이티드의 수비진은 한숨만 내쉴 뿐이었다.
“와···! 채우 형, 어떻게 하면 그렇게 플레이 할 수 있어요?”
“경험이 많아질수록 너도 이렇게 플레이 할 수 있을 거야.”
“그럼, 형도 예전에는 많이 고전했었어요?”
누구든지 압도할 수 있을 피지컬과 표정만으로 사람을 박살 내 버릴 것 같은 임우정이 덩치에 맞지 않는 순수한 표정으로 물어 오자, 김채우는 피식 웃으며 말을 이어 갔다.
“당연하지. 재능이 없다고는 말할 수 없겠지만, 내 재능만 가지고는 이 자리까지 올 수 없었어. 재능만 놓고 봤을 때, 우리나라에서 나는 세 손가락 안에 들어가지도 못해.”
“에···? 형의 재능이 세 손가락 안에 못 든다면···.”
대체 누가 그 안에 든단 말이에요?
임우정이 삼킨 뒷말을 쉽게 짐작한 김채우는 눈짓으로 하준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 있네. 대한민국 아니, 아시아에서 절대 나올 수 없었던 역대급 재능이.”
축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하준일 정도로 하준의 열렬한 팬이었던 임우정은 김채우가 뱉은 뜻밖의 발언에 고개를 갸웃했다.
제아무리 비운의 천재로 잘 알려진 하준일지라도 김채우가 저 정도로 굽히고 들어갈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한 탓이었다.
“어···. 감독님이야 물론, 유럽에서도 극찬한 재능이란 사실은 알고 있지만 채우 형도 그에 뒤지지 않아 보이는데···.”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다, 꼬마야. 저 사람은 축구에 관해서는 모든 재능을 타고났어. 선수로서도, 지도자로서도.”
삐익!
“거기 둘, 잡담 그만하고 어서 훈련 진행해!”
아. 성격은 좀 별로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