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soccer genius becomes a great coach RAW novel - Chapter (38)
38. 영광의 서막(5)
[주심의 휘슬과 함께 후반전이 시작됩니다!]후반전은 서울 유나이티드의 선축으로 진행됐다.
툭-!
툭-!
[후반 시작과 동시에 서울이 빠르게 패스를 전개합니다.] [전반과는 다르게 상당히 빠른 템포로 볼 소유권을 가져가는군요.]전반전에 보여 주던 모습과는 반대로 빠른 템포를 보여 주는 서울의 모습에 상하이는 적응을 못 한 채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상당히 공격적인 모습입니다. 전반과는 다르게 맞불을 놓는 듯한 움직임이군요.]가브리엘을 철저히 고립시키는 것에 더 큰 비중을 두던 전반과는 다르게 후반전에는 상하이에 대한 방어보다는 공격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선수들.
그 중심에는 임우정이 있었다.
툭—!
타다다닷!
[임우정이 밀고 들어갑니다!] [가르시아와 임우정의 몸싸움!]임우정을 저지하기 위해 가르시아가 몸싸움을 걸어왔지만.
터억!
‘무슨···!’
임우정과 부딪힌 가르시아는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그가 여태껏 겪어 왔던 아시아 선수들은 자신의 피지컬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선수가 태반이었다. 임우정 또한 그러리라 생각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몸싸움에 자신이 없어서 롱패스를 뿌리던 게 아니었나?’
가브리엘의 골 이후, 양 팀이 지지부진한 경기력을 펼칠 때 임우정은 공을 잡으면 롱패스 위주로 경기를 풀어가려 했었다.
그랬던 그가 이렇게 우악스럽게 몸을 들이밀고 드리블을 하고 있으니 놀랄 수밖에.
타앗!
타다다닷!
[임우정에게 나가떨어지는 가르시아! 임우정이 계속해서 전진합니다!]씨익.
“우정이 녀석. 어지간히 얕보였나 보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하준이 옅게 웃었다.
가르시아의 당황한 표정이 말해주고 있었다. 임우정의 플레이가 자신들의 예상 밖이라는 것을.
“그동안 만났던 다른 선수들이 얼마나 개판이었으면 저 피지컬로 몸싸움이 약할 거라는 생각을 한 거지?”
뭐가 어찌 되었든.
가르시아의 착각 덕분에 서울은 후반 초반부터 좋은 기회를 잡을 수 있게 되었다.
“우정!”
“네!”
투욱—!
김채우의 부름에 주저 없이 연결되는 패스.
[임우정이 김채우에게!] [상하이의 수비가 반응합니다!]김채우가 공을 제대로 가지지 못하도록 움직이는 상하이의 선수들.
그러나.
투웅!
[아! 원터치로 측면으로 빼냅니다!]김채우는 애초에 이 패스로 전진할 생각이 없었다.
타다다다닷!
상하이 수비들은 전반 동안 저도 모르게 김채우의 플레이에 학습되고 만 것이다.
수비를 간단히 벗겨 내는 움직임.
라인을 찢어 버리고 스트라이커에게 공을 배달하는 모습.
그야말로 크랙의 면모를 보여 주는 플레이.
그런 플레이를 전반 내내 보여 주다시피 하였으니, 상하이 수비진은 김채우가 이번에도 그러하리라 생각한 것이었지만.
스페인 최강 팀으로 부상한 세비야에서 그가 괜히 7년이나 버티고 있었겠는가?
씨익.
‘내 손바닥 위에 있다. 이놈들아.’
김채우가 수비진의 어그로를 잔뜩 끌어 놓고 공은 측면으로 빠진 상태. 순간이었지만 수비 라인에 균열이 생겼고, 서울의 공격진은 그 균열을 잡아 헤집어 놓을 능력이 충분했다.
타다다닷! 휘익—! 타다다닷!
[권명호가 수비를 따돌립니다! 환상적인 드리블! 맙소사, 브라질리언인가요?]드리블로 철저히 상대를 농락해 버린 권명호는 주저 없이 중앙으로 파고들어 왔다.
[중앙으로 들어옵니다! 상하이 수비진, 당황하고 있어요!]세 명으로 줄어든 수비진 중, 센터백 하나가 다급하게 권명호를 저지하려 했으나.
툭—!
[권명호! 컷백을 내줍니다!]박스 안에서 권명호가 컷백을 내주었고, 컷백이 향한 곳에는.
타다다닷!
[김채우! 김채우가 있습니다!]남아있던 다른 센터백이 황급하게 공을 걷어 내러 달려왔을 때, 김채우는.
휙!
탓!
[아! 접습니다! 김채우 때리나요!]순간적으로 열린 공간.
박스 안에 있는 상하이의 모든 선수가 슈팅이라고 예상했지만.
툭—!
[아? 공을 낮게 깔았습니다! 방향은 골대보다는 멉니다만···!]뻐엉—!
[아딜손! 아딜손이 순식간에 때립니다!]철렁—!
[고오오오오올! 서울의 역전 골! 서울 유나이티드! 다시 한번 앞서 나갑니다! 스코어는 2-1입니다!] [대단합니다! 한순간 열린 공간에서 자신에게 수비를 다시 한번 집중시킨 뒤에, 프리 상황인 아딜손을 정확히 봤습니다!]예측불허의 암살자.
김채우의 플레이는 특성이 말하는 그대로였다. 자신의 손으로 비수를 꽂으나, 주변의 지형지물을 이용해 상대를 제거하거나 목표물이 제거만 된다면 암살은 성공인 것이다.
“역시 꿀영입이란 말야.”
골이 만들어지는 장면을 보고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은 하준이 낮게 읊조렸고, 옆에 있던 최용환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반면, 상하이의 벤치에서는.
“이···! 대체, 왜 막지를 못하는 거야! 밥값도 못하는 천치 새끼들! 네놈들이 받아 가는 돈이 얼만 줄은 아는 거냐!”
시뻘게진 얼굴로 화를 퍼붓고 있는 감독과 그를 말리는 코치진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 대조되는 광경을 그라운드에서 지켜본 가브리엘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역시···. 재미없네. 오래간만에 불타올랐는데 영, 안 되겠다.”
잠시나마 경기에 재미를 붙였던 가브리엘에게서 전의라고는 눈곱만큼이라도 찾아볼 수 없었다.
지금까지 경기 양상으로 미루어 보았을 때.
그도 알 수 있었다.
그가 아무리 혼자서 적진을 뒤엎고 골을 만들어 낸다고 한들, 최선의 결과는 무승부일 뿐이라는 것을. 절대로 저들에게서 승리를 따낼 수 없다는 것을.
“음. 뭐, 한 골 더 넣어주면 돈값은 하는 거겠지?”
가브리엘은 더 이상 이 오합지졸 같은 팀 분위기에 신경을 끄기로 마음먹었다. 자신은 돈 받은 만큼만 움직이면 되는 것이고, 하준이 지휘하는 서울이 조직력이 워낙에 우수하니 경기에 이기지 못하더라도 그게 자신의 탓은 아니니까.
그리하여.
타다다닷!
휘익—!
[아! 서울의 수비진이 추풍낙엽처럼 쓰러집니다! 전반전에 보여 줬던 그 장면이 다시 한번 펼쳐지는데요!] [황상수! 황상수가 끈질기게 따라붙습니다!]전반전에 터져 나왔던 장면이 다시 한번 만들어지고 있었다. 가브리엘의 신들린 돌파에 우수수 나가떨어지는 서울의 선수들. 그나마 황상수가 끈질기게 따라붙고 있었지만, 가브리엘에게는 별다른 감흥을 주지 못했다.
그런데.
“음?”
촤아아앗—!
예상도 못 한 타이밍에 들어온 슬라이딩 태클이 깔끔하게 공만 탈취해 가는 것이 아닌가?
[김채우! 김채우가 한참 밑에서 튀어나왔습니다! 깔끔한 슬라이딩 태클로 가브리엘에게서 공을 빼내는 데 성공합니다!]“허···. 하하하하.”
쟤가 왜 저기서 나와?
가브리엘은 소리 내서 웃기 시작했다. 상대의 역습이 시작되었음에도.
“프리롤로 움직이는 것 같긴 했는데 말이지···.”
하준의 지시를 받은 김채우가 프리롤로 움직인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다.
프리롤.
말 그대로 자유로운 움직임을 보장받았다는 얘기. 하지만, 김채우는 공격진을 이끄는 입장이었다. 여기에서 튀어나온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 것인데.
전반전처럼 무력하게 실점을 허용할 것으로 예상되었던 서울은 가브리엘 본인의 예상과는 완전 반대로 움직였던 것이다.
“애초에 이렇게 될 걸 알고 처져 있던 건가?”
경기를 재개하기 전, 생각보다 아래로 처져 있던 김채우의 존재를 떠올린 가브리엘은 입을 다물고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고개를 돌린 그의 시야에는,
[임우정의 롱패스가 박스 근처로 도달합니다! 구정운! 구정운이 등을 지고 받아 냅니다!]툭—!
[등을 진 상태로 패스를 내주는 구정운!]뻐엉—!
[김채우! 저 선수 언제 저기까지 올라갔나요! 김채우의 슈팅이 이어집니다아아!]철렁—!
[고오오오올! 서울 유나이티드가 3-1의 스코어를 만들어 냅니다!]순식간에 상하이 골문을 찢어발기는 서울 선수단의 모습이 들어왔다.
“활동량이 말도 안 되네. 쭌은 대체 선수들을 얼마나 굴리는 거야?”
가브리엘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실없는 웃음을 흘렸다.
* * *
삑! 삐익! 삐이이익—!
김채우가 만들어 낸 골을 끝으로 더 이상의 골은 터지지 않은 채 경기가 종료되었다.
“좋은 경기···. 어. 나 무시당한 건가?”
경기가 끝났으니 상대 팀 감독과 악수를 나누려 근처로 다가갔으나 내민 손이 무안하게 그는 나를 지나쳐 갔다.
“흐음. 화가 많이 났나 보네.”
무례한 행동이었지만 화는 나지 않았다. 10년 넘게 축구판에서 있으면서 이런 장면이 드문 일도 아니었고.
‘선수들이나 칭찬해 주러 가야지.’
한계까지 몰아붙이며 체력을 짜낸 선수들을 칭찬해 주러 그라운드 위에 발을 들여놓는 그때.
“쭌!”
가비가 다가왔다.
“아, 가비. 멋진 골이었어. 우리 코치진도 난리가 나더라.”
“하하···. 뭐, 잠깐 불타오르긴 했어. 중간에 꺼졌지만.”
멋쩍게 웃는 녀석을 보고 알 수 있었다. 후반전에 수월하게 경기를 풀 수 있었던 이유를.
‘금세 흥미를 잃었구만.’
자신에게 보조를 맞춰 주지 못하는 동료 때문인지, 아니면 소리 지르는 것밖에 하지 못하는 감독 때문인지.
무엇이 정확한 이유인지는 알 수 없지만, 녀석의 흥미를 꺼 버린 게 우리에겐 득이 되었고 승리를 따낼 수 있었다.
‘하긴. 예전부터 그랬던 놈이니.’
유럽에 있을 때야, 녀석이 흥미를 잃는 일도 적었고, 녀석이 게임을 던진다고 하더라도 수준 높은 동료들이 있으니 패배까지 가는 일은 없었지만, 상하이는 얘기가 달랐다.
“너 인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끝나기도 전에 게임 던지면 어떡하냐? 덕분에 수월하게 경기하기는 했다만. 프로가 그래 가지고 되겠냐?”
“으으으. 쭌, 스탑. 설교하려거든 내 감독으로 오고 나서나 해. 설교는 질색이야.”
녀석의 과장된 몸짓에 나는 씩 웃으며 대답했다.
“가비. 정말로 내가 감독이 되면 어쩌려고 그러냐? 난 선수들 좀 빡세게 굴리거든.”
“흐흐.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하지 뭐. 쭌, 나 계약 2년 뒤에 끝나거든? 그때 나 불러줘. 어차피 코리아에 계속 있을 생각 아니잖아?”
이 녀석이 그건 어떻게 알았지?
내 얼굴에 ‘난 해외로 갈 거임’ 이라고 쓰여 있기라도 한 건가.
“뭐···. 그렇긴 한데. 내가 다른 팀으로 옮겨도 너한테 지금처럼 주급을 줄 수 있는 팀은 아닐 텐데.”
내 말에 가비는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팔짱을 꼈다.
“나 이제 돈은 많아. 부자라고? 오늘 경기 뛰면서 느낀 건데, 쭌 밑에서 뛰게 되면 왠지 모르게 축구에 재미를 붙일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더라고? 나중에 꼭 불러 줘야 해?”
“푸흐···. 알았다. 이 자식아.”
가비와의 짧은 대화를 끝내고 나는 그라운드에 널브러져 있는 선수들에게 다가갔다.
선수들은 극한까지 체력을 짜낸 대가로 그라운드에 누워서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다들 고생했어. 많이 힘들지?”
“윽···. 진짜 토할 것 같아.”
토할 것 같다는 명호를 시작으로.
“감독님, 못 일어나겠어요.”
“아 진짜, 이렇게는 두 번 다시 못 뛰어. 진짜.”
선수들의 기분 좋은 투정이 이어졌다.
수비진에서는 명호와 정창훈, 그리고 공격진 전원이 오늘 시도한 스프린트 횟수가 압도적이다 보니 저런 말을 내뱉을 만했다.
“그래그래. 고생들 했다.”
선수들을 독려한 나는 먼저 그라운드를 벗어났다. 아니, 벗어나려고 했었다.
인터뷰어에게 붙잡히기 전까지는.
“어···. 그러니까 뭐라구요?”
내가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걸 눈치챈 인터뷰어가 다급히 통역을 찾았고, 빠르게 통역사가 내 곁에 붙었다.
“감독님이 사 개 국어 이상을 하셔서 중국어도 당연히 구사할 줄 아셨다는군요.”
“아···. 과찬이십니다. 우리말을 제외하면 영어랑 스페인어, 독어밖에 못 해요.”
저니맨 생활을 하면서 향상된 것은 전술적인 역량뿐 아니라 언어 능력도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배운 적도 없는 중국어를 할 수 있을 리는 없고.
인터뷰 초반이야 어찌 되었든, 인터뷰 내용은 나쁘지 않게 흘러갔다.
경기 내용과 선수들의 움직임에 관한 부분까지.
“챔피언스리그 우승 후보로 꼽히는 상하이 홍화와의 대결에서 3-1로 승리 하셨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모습을 보여 줄 수 있을런지요?”
내가 배배 꼬여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인터뷰어의 마지막 질문은 이렇게 들렸다.
오늘 너희 뽀록으로 이겼잖아? 앞으론 안 되겠지?
나는 인터뷰어가 아닌 카메라 렌즈를 똑바로 응시하며 씨익 웃었다.
“오늘 승리는 제가 아니, 우리 서울 유나이티드가 거머쥘 영광의 서막에 불과합니다. 지켜보시죠. 이 대회의 우승자가 누가 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