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soccer genius becomes a great coach RAW novel - Chapter (4)
4. 감독대행?(2)
“후욱···. 후욱···.”
서울 유나이티드 선수들은 훈련장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열심히 훈련에 매진 중이었다. 전임 감독이었던 정인우 감독체제 때와는 달리, 강도 높은 체력훈련을 지시하는 하준의 훈련방식에 다들 단내가 나도록 뛰며 힘들어하는 기색이 역력했으나.
“거기! 뒤처진다!”
하준은 그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그가 보기에 서울 유나이티드의 문제점은 모래알 같은 조직력도 있었지만, 선수 개개인의 낮은 체력과 미숙한 판단력이 크다고 판단했다.
이에, 하준은 감독대행을 맡고 처음으로 진행한 훈련에서 강도 높은 체력훈련을 진행했다.
‘체력은 단기간에 끌어올릴 수 있는 게 아니지만···.’
다음 리그 일정인 9라운드까지 남은 시간은 4일.
그도 단기간에 체력을 끌어 올릴 수 없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이렇게 선수들을 극한으로 몰아붙이는 이유는···.
‘정신 상태를 제대로 박아 놓고, 체력이 좋은 자원을 걸러 내기도 하고.’
그가 지향하는 전술의 대부분은 강한 체력이 뒷받침되어야 했기에, 하준은 선수단의 체력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
‘냉정하게 봐도 우리 팀 전력은 리그에 있는 다른 팀들에 비해 좋지 못하다.’
불과 1년 전까지는 1부리그에 있었던 팀이었지만, 현재 상황을 놓고 본다면 리그의 경쟁자들에 비해서 우세하기는커녕 뒤처질 수도 있는 전력이었다. 이는, 팀의 강등으로 인해 주 전력들의 이탈과 정인우 감독의 실속 없는 영입과 논란의 선수기용이 합쳐진 결과였다.
그렇게 시간이 조금 더 흐르고.
삐이이익—!
하준은 휘슬을 불어 선수들에게 체력 훈련 종료를 알렸다.
“허억···. 아···. 죽을 것 같···.”
“물. 무울···!”
“으으으···.”
체력이 좋아 하드워커적인 플레이를 하기로 유명한 주장 신영준을 제외한 나머지 선수들은 죄다 거친 숨을 몰아내며 힘들어했고, 그것을 지켜보던 하준이 못마땅한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개판이군.’
하준은 전임 감독이 싸질러 놓은 똥이 너무나 큰 것을 몸소 체감하며 미간을 짚었다. 그는 이리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떠올렸다. 하준이 코치로 정인우 감독이 주관한 코치 미팅 때 이리저리 의견을 내보았었지만,
‘네가 뭘 안다고 이리저리 훈수질이야? 감독해 봤어? 분데스리가에서 코치 잠깐 하다 온 게 벼슬이야? 이래서 요즘 것들은. 에잉, 쯧!’
코칭 스탭을 모아서 전술 미팅을 하는 이유가 무엇이던가?
바로, 감독과 함께 다음 경기에 사용할 전술을 논의하고 부족한 점을 보완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정인우 감독은 하준을 항상 아니꼽게 바라보곤 했었고 그의 의견은 대부분은 묵살당했었다.
어쩌다 그의 의견이 수용될 때는 경기에서 궁지에 몰려 패색이 짙어질 때뿐이었다.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던 하준은 고개를 저으며 상념을 털어냈다.
“체력훈련을 설렁설렁 진행한다 싶더니···. 그 결과가 이 꼬라지구만.”
어쩌다가 자신이 그 양반의 똥을 치우게 된 건지 머리가 아파오는 하준이었지만 그에게는 불평을 늘어놓을 시간이 없었다. 한시라도 빨리 선수들의 조직력을 가다듬고 전술훈련을 통해 선수들에게 자신이 원하는 움직임을 가르쳐야 했다.
‘최소한 플레이오프라도 진출해야 해. 안 그러면 모든 책임을 나에게 떠넘기겠지. 썩을.’
하준에게는 유럽으로 돌아가 최상위 리그의 최초 아시아인 감독이 되겠다는 목표가 생겼다. 한국의 2부리그에서 커리어가 꼬이게 되면 그런 꿈을 이룰 수 없었기에, 그는 좋으나 싫으나 꼭 이 팀을 끌어 올릴 필요가 있었다.
“후. 오전 훈련은 이것으로 마무리하겠다. 오후 훈련 시각이 되면 이곳에 집합할 수 있도록!”
“네!”
하준이 자리를 뜨자, 선수단의 곳곳에서 탄성과 욕지기가 한 번에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아, X발. 갑자기 왜 저러는 거야?”
“정 감독님 계실 때는 저러지 않았잖아?”
“감독대행 달았다고 혼자 너무 오바하는 거 아냐?”
불만 섞인 목소리가 모여 있는 그룹으로 눈을 돌린 신영준은 저도 모르게 실소를 내뱉을 뻔한 것을 간신히 참았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불만을 터뜨리는 선수들은 정인우 감독 체제에서 그래도 출전을 보장받았던 선수들이었으니까.
‘변화가 싫은 거겠지.’
정인우 감독 체제에서 주전으로 기용되던 선수 중, 비리에 엮인 선수를 제외하고 순수 실력으로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것은 신영준을 비롯해 채 셋이 되지 못했었다.
그는 서울 유나이티드가 1부의 왕으로 군림하던 시절 데뷔해서 28살인 현재까지 팀을 떠나지 않고 묵묵히 뛰고 있었는데, 팬들 또한 열심히 뛰며 구단에 충성하는 신영준을 지지했다. 그런 신영준의 입장에서 볼 때, 불만을 터뜨리는 저 그룹은 팀에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 존재들이었다.
반면.
“후욱···. 힘들긴 하지만 코치님? 감독대행님? 아무튼. 생각이 있으셔서 그런 거 아니겠어요?”
“한 가지로만 불러라. 체력을 끌어올리기 위함이겠지. 코칭 스탭 중에서 제일 우수한 교육을 받고 온 게 코치님이셨잖아?”
반대편에서 몸을 스트레칭하고 있던 정상기와 이태준은 훈련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며 좋은 분위기를 만들고 있었다. 실력도 되지 않으면서 불만만 터뜨리는 그룹과 경기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군말 않고 훈련에 임하는 이들 중 누구를 택하겠는가?
신영준은 9라운드 선발 라인업을 어느 정도 짐작 할 수 있었다.
* * *
띠리리링—.
“네. 김하준입니다.”
-아, 코치님! 아니지. 감독님! 새로 코치직을 수행하게 될 코치님 두 분이 구단에 도착하셨습니다. 사무실로 보낼게요.
다행히 오늘이 가기 전에 후임 코치들이 도착한 모양이었다. 2명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좀 걸렸으나, 지금으로서는 사람 한명 한명이 아쉬울 때였으니까 입을 다물었다.
“아! 고생하셨어요. 감독실로 안내 부탁드릴게요!”
통화가 끊기고 시간이 그다지 지나지 않았을 때.
감독실 문을 노크하는 소리가 들렸고 나는 문을 열며 새로 온 코치들을 맞이했다.
“어서 오세요.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안녕하세요. 체력 코치로 오게 된 이수혁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반갑습니다. 티미 볼러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우리말과 독일어로 건네오는 인사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화답했다.
“두 분 다 와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인력이 모자라던 참이었거든요. 일단 다음 라운드에 대한 대비를 위해 회의부터 진행하고 싶은데, 두 분 다 괜찮으신가요?”
혹여, 볼러가 우리말을 알아듣지 못할 것을 대비해 독일어로 한 번 더 같은 말을 했고, 두 코치 모두 괜찮다는 반응을 보이자, 나는 그들을 테이블 앞에 앉히고 영상을 틀었다.
영상은 총 세 가지였다. 그간 서울 유나이티드가 치룬 8번의 리그 경기와 오늘 오전에 있었던 체력 훈련의 영상. 그리고, 마지막은 다음 라운드 상대인 경북 FC의 8라운드 경기 하이라이트였다.
“으음···.”
영상을 본 두 명의 코치는 침음을 삼켰다. 하긴, 나라도 갑갑한 심정에 말을 제대로 꺼내지 못했을 것이다. 8번의 리그 경기 영상과 오늘 체력 훈련을 촬영한 영상을 보면 너무나도 답이 없었으니까.
“예. 잘 압니다. 많이 갑갑하실 거에요. 그렇지만 저희는 이 팀을 이끌고 승리를 따내야만 하는 입장입니다.”
“그···. 선수들의 조직력도 좋은 편은 아니군요.”
이수혁 코치가 에둘러 말을 조심스레 꺼냈다. 출근 첫날부터 심한 말을 꺼내기가 어려웠던 탓인지 그는 최대한 내 기분이 상하지 않도록 말을 조심하는 것 같았지만,
“오, 맙소사. 어떻게 이따위 경기력을 펼칠 수가 있죠? 정말 심각하군요. 이래서는 시즌 내내 한 번이라도 이길 수 있을지 확신할 수조차 없겠네요.”
독일에서 온 볼러는 속사포로 자신의 소감을 밝혔다. 독일어를 하지 못하는 이수혁이 고개를 갸웃거리자 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그에게 설명했다.
“개판이라고 하시는군요.”
“아···!”
나는 화면에 전술판을 띄운 뒤 다시 입을 열었다.
“돌아오는 이번 리그 경기에서 저는 백쓰리를 운용할 계획입니다. 선발로 보낼 선수들은 대충 이렇게 추렸구요.”
통찰안을 얻고 난 뒤로, 틈틈이 봐 두었던 선수들을 토대로 짜 놓은 임시 선발 라인업과 전술을 그들에게 선보였고, 둘은 나쁘지 않은 반응을 보였다.
“확실히, 지금의 상황에서는 백쓰리로 후방을 구성하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중원에 신이라는 친구가 활동량이 좋더군요. 후방의 센터백들을 보호하면서 빌드업에 관여할 수 있게 임무를 주면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둘 모두 내 생각에 호의적인 반응을 내놓자 나는 절로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볼러의 경우, 내가 생각했던 바와 똑같은 것을 생각하고 있었다.
활동량과 커버하는 범위가 넓은 신영준은 박스 투 박스 성향을 가지고 있는 미드필더였다. 그러나 조직력이 모래알과도 같은 지금은 그에게 백쓰리를 보호하는 임무와 빌드업에 관여하는 임무를 맡길 참이었다.
“그런데.”
이수혁이 임시 선발명단을 훑어보다 돌연 입을 열었다.
“감독님이 선발 명단으로 짜 둔 선수들 중에는 어린 자원이 상당히 많네요?”
“아아.”
20살의 정상기를 비롯해서 내가 9라운드에 출전시킬 선발진에 점 찍어둔 이들은 대부분 20대 초반의 어린 선수들이었다. 단순히, 정인우 감독에게서 기회를 얻지 못했던 이들이어서 선발로 끌어 올린 것은 아니었다.
그간, 내가 코치로 있으면서 봐 왔던 움직임들과 이번 체력 훈련에 임하는 태도 등을 모두 종합한 결과였으나, 상황을 모르는 이들에게는 의아하게 보일 수밖에 없으리라.
“맞습니다. 상당수가 20대 초반인 어린 자원들이지요. 제가 이 팀에 몸담으면서 보아 왔던 선수들 중 괜찮은 선수 위주로 꾸려 놓았습니다. 그들의 부족한 경험은 주장인 신영준이, 그리고 저희가 채우게 될 것입니다.”
신영준은 필드 안에서, 나와 코치들은 필드 밖에서.
“보스. 한 가지 질문이 있습니다.”
볼러가 눈을 빛내며 질문을 해 왔고, 나는 눈짓으로 계속해 보라는 신호를 줬다.
“왼쪽 사이드에 배치한 리는 그간의 경기 영상에서는 오른쪽 윙으로 출전하던 선수로 알고 있습니다만, 왜 왼쪽 사이드에 배치하신 건지요?”
볼러가 지적한 인물은 이태준. 빠른 속도와 위협적인 킥력을 바탕으로 움직이는 반대 발 윙어였다. 그 탓에, 정인우 감독은 이태준을 이용해서 공격 활로를 개척하려고 했었지만 단순한 전술 탓에 이태준은 활로를 만들기는커녕 고립되기 일쑤였고.
“그에게는 왼쪽 사이드를 넓게 가져가는 플레이를 부여할 것입니다. 이번 백쓰리를 가동할 때, 측면으로 깊게 오버래핑하는 것은 오른쪽 윙백 하나뿐일 겁니다.”
오른쪽 윙백이 오버래핑을 시도하면, 오른쪽 사이드에 위치한 윙 포워드는 중앙의 메디아푼타 위치로 들어오게 할 것이다. 그리고, 왼쪽 윙백을 중원에 가담시킬 생각이었다. 나는 그것을 볼러와 이수혁에게 알렸고 둘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확실히 중원과 파이널 서드에서 숫자를 늘릴 수 있는 선택이군요.”
“2010년대 후반, 2020년대 초반부터 유럽에서 많이 쓰이던 움직임이네요. 보스. 유럽에 계셨다더니 티가 나는군요.”
“부상으로 인해 변칙적인 드리블 능력을 잃어버린 제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전술을 이해하는 게 필수였으니까요.”
유럽에서 즐겨 쓰던 전술적 움직임을 나는 우리 팀에 접목하려는 계획이었다. 세계적으로 유행하기 시작했던 전술이었지만, 이상하게도 K리그에는 그다지 안정적으로 안착하지 못하기도 했었다.
감독들이 별로 선호하지 않아 생긴 일인데, 그 이유는.
‘일단 리그의 전체적인 경기 템포가 느려.’
물론 유럽 무대에 비교해서 느리다는 얘기다. 아시아로 한정한다면 K리그 역시 순위권을 다투는 리그임에는 틀림이 없으니.
과르디올라 감독과 시메오네 감독, 투헬 감독이 사용해 유명세를 탔던 포지션 플레이. 그것이 한국에 제대로 정착하지 못한 것도 이유 중 하나였다. 기본적으로 저 시기의 유럽에서 유행하기 시작한 전술들은 대부분 포지션 플레이를 사용하는 것을 베이스로 두는 것이었으니까.
“아무튼, 저는 이렇게 9라운드를 준비할 생각입니다. 두 분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전술적 접근이나 선수의 배치 자체는 흠이 없습니다. 다만, 선수들이 단기간에 저 전술에 녹아들 수 있을지가 문제겠네요.”
“현 상황에서는 제일 나이스한 초이스인 것 같네요. 보스.”
이수혁의 지적도 일리가 있었다. 기본적으로 포지션 플레이를 베이스로 둔 전술을 운용하려면 선수들이 그 패턴과 움직임을 숙달해야 했으니.
그렇지만, 나는 걱정하지 않았다. 당장 9라운드에 완벽함을 바라는 게 아니니까. 한 번으로 안 되면 두 번. 두 번으로 안 되면 세 번이고 녀석들에게 주입할 생각이었으니까.
나는 입꼬리를 올리며 씨익 웃었다.
“자. 일단, 전술과 선발 자체에는 동의 하신 것 같으니 이제 선수들에게 전술적 움직임을 때려 넣으러 가보실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