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soccer genius becomes a great coach RAW novel - Chapter (40)
40. 악몽을 선사하는 팀(2)
와아아아!
우라와 스퀘어즈의 홈, 사이타마 스타디움에 서포터즈의 함성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 서울 유나이티드와 우라와 스퀘어즈의 경기를 사이타마 스타디움에서 보내드립니다!]“관중들이 정말 많네요.”
빽빽하게 들어찬 관중석을 보며 하준이 말하자, 최용환은 고개를 끄덕였다.
“상암이랑 규모가 비슷하니까. 관중석이 빽빽한 걸 보니, 저놈아들 또 사고나 안 치면 좋겠네.”
전범기 이슈가 항상 끊이질 않는 한일전이다 보니, 최용환은 넌더리가 난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우우우우—!
“음···. 벌써부터 야유를 하네요.”
선수들이 입장하기 직전.
우라와의 홈 서포터즈는 서울의 벤치에 나와 있는 감독과 코치진을 향해 야유를 퍼붓기 시작했다.
“흥. 저것들은 옛날부터 저랬지. 한결같아서 좋네.”
이어지던 야유는 선수들이 입장하면서 잠잠해지기 시작했다.
[양 팀의 선수들이 입장하는군요. 자, 라인업을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홈 팀 우라와 스퀘어즈 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정석적인 형태의 4-4-2 배치를 가지고 나온 고바야시 감독이군요. 특이하게도 4명이 모두 중앙 미드필더 자원이네요.]고바야시 미나토의 선택은 정석적인 4-4-2였다. 윙어를 선발로 두지 않고, 중원에 네 명의 중앙 미드필더를 배치했다. 다만, 양쪽 측면 지역에 있는 미드필더는 평소 메짤라로 기용되던 선수를 배치해 측면의 위험을 줄이고자 했다.
[중원을 반드시 장악하겠다는 의도일까요?] [글쎄요. 이번 시즌, 고바야시 감독 또한 다양한 전술을 구사해 왔는데요. 오늘도 좋은 결과가 따를지 궁금하네요.] [다음은 원정팀 서울 유나이티드의 라인업을 보시겠습니다.] [서울 유나이티드는 3-5-2 대형을 가지고 나왔네요. 최근 서울 중원에서 다양한 역할을 맡던 임우정과 황상수가 올림픽 출전으로 이탈했죠?] [맞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아딜손이 중원에 배치되었군요.]하준은 오랜만에 백쓰리 투톱을 가지고 나왔다.
최전방에는 김채우와 구정운이,
중원에는 아딜손 제수스와 프랑코 트라몬타나, 그리고 그 둘을 받치는 신영준이 만드는 역삼각 3 미들로 형성됐고,
권명호와 정창훈이 좌, 우측면 윙백으로 배치되었다.
그리고 문태진, 윤상우, 루이스 코스타가 백쓰리를 만들고 정우현이 골키퍼 장갑을 끼고 나왔다.
[신영준이 오랜만에 수비적인 롤을 맡은 것 같네요.] [그렇습니다. 윤상우 시프트나 황상수를 기용하고 신영준은 박스 투 박스로 풀어 놓을 때가 많았는데, 중원을 구성하는 두 선수가 이탈해서 생긴 배치인 것 같네요.]무덤덤하게 그라운드를 바라보는 하준과 달리, 우라와 스퀘어즈의 벤치 앞에 서 있는 미나토는 주먹을 쥐락펴락하고 있었다.
‘무슨 수를 쓰고 나오는 거냐?’
어떤 전술을 사용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으로 며칠간 잠도 제대로 못 이룬 미나토의 얼굴에는 다크서클이 진하게 자리 잡고 있었고, 미나토의 히스테리 때문인지 우라와 벤치의 코치들은 숨도 제대로 못 쉬고 있었다.
“음?”
“왜 그래?”
“아. 누가 쳐다보는 것 같아서요. 기분 탓이겠죠?”
“실없는 소리는. 경기 시작하겠다.”
최용환의 말이 끝나자, 주심은 기다렸다는 듯이 휘슬을 불었다.
삐이이익—!
[주심의 휘슬과 함께 16강 1차전이 시작됩니다! 서울 유나이티드의 선축으로 경기 진행됩니다!]툭-!
툭—!
서울은 경기 초반부터 패스 길을 만들며 자유로이 움직였다.
[트라몬타나가 구정운에게! 구정운이 다시 아딜손에게 내줍니다!]쉴 새 없이 이어지는 패스의 향연에 우라와의 선수들은 이리저리 끌려 다니는 모습을 연출하고 말았는데.
[트라몬타나에게서 공을 빼앗기 위해 두 명이 동시에 달려듭니다!]중앙에 일자로 배치된 네 명의 미드필더 중 두 명이 프랑코에게 달려들었으나,
드르륵—.
휘익!
툭—!
간단하게 탈압박에 성공한 후 오버래핑해 올라오는 정창훈에게 공을 밀어 주는 프랑코였다.
타다다다닷!
[정창훈이 공을 받습니다! 그대로 측면을 타고 달립니다!]최근 중원 가담을 하는 일이 많았던 정창훈이 오랜만에 측면을 타고 질주하기 시작했다. 그런 정창훈을 막기 위해 우라와의 왼쪽 풀백이 달려들었지만,
뻐엉—!
우라와의 왼쪽 풀백이 도달하기도 전에 왼쪽으로 크게 방향을 전환하는 정창훈이었다.
[정창훈의 방향 전환 패스! 권명호가 받습니다!]촤앗!
툭!
왼쪽 측면에서 공을 받은 권명호는 하프 스페이스에 위치한 김채우에게 짧게 패스하고 질주를 시작했다.
툭-!
공을 받은 김채우가 권명호에게 리턴을 내주었고,
[권명호와 김채우의 이대일 패스! 우라와의 우측을 간단하게 허물어 버립니다!]타다다다닷!
우라와의 측면을 허문 권명호가 박스 안으로 접어 들어가는 데 성공했다.
[권명호! 권명호가 페널티 박스 안으로 진입합니다!]“막아!”
경기가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페널티 박스까지 돌파가 이루어지자, 우라와의 골키퍼가 당황한 목소리로 수비진에게 소리쳤지만.
타닷! 휘익—!
[권명호의 시저스! 수비 하나를 더 허뭅니다!]니어 포스트와 가까워진 권명호를 막기 위해 키퍼가 결국 달려 나왔으나,
투욱—!
권명호는 무심하게 박스의 뒤편 중앙으로 공을 흘렸다.
[권명호가 공을 뒤로 보냅니다! 아! 김채우! 김채우가 있습니다!]뻐엉—!
순식간에 비워진 골대를 향해 김채우가 슈팅을 날렸고, 그 슛은.
철렁—!
골로 이어졌다.
[고오오오올! 김채우가 첫 골을 만듭니다! 원정 골로 유리해진 서울 유나이티드!]우우우우—!
실점을 허용하자, 우라와의 서포터즈가 서울 선수들에게 야유를 퍼붓기 시작했지만 이내 그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골을 넣은 김채우가 우라와 서포터즈를 보며 터치라인을 타고 조깅하듯이 뛰기 시작했으니까.
“푸흡. 그거 따라 한 건가?”
그라운드를 바라보던 하준이 웃음을 참기 위해 안간힘을 쓰며 말했다. 산책하듯이 뛰며 관중석을 바라보는 김채우. 그리고 그들이 발을 붙이고 있는 곳은 사이타마 스타디움.
누가 봐도 20년도 더 전에 화제가 되었던 산책 셀레브레이션을 떠올릴 광경이었다.
“히야. 저놈아 저것도 골 때리네. 첫 골부터 저러면 나중에는 뭐로 세리머니 할라고?”
“아? 산책 세리머니 했다고 뭐라고 하시는 줄 알았는데.”
하준의 말에 최용환이 씨익 웃었다.
“잘하는 아한테 왜 뭐라하겠노. 벌써부터 저거 해뿌면 나중에는 뭐하냐 이 말이지.”
* * *
김채우의 첫 골 이후.
우라와 스퀘어즈는 말 그대로 폭격을 맞고 있었다.
철렁—!
[아! 고오오오올! 또 골입니다! 후반전이 시작되자마자 또 실점을 허용하는 우라와 스퀘어즈! 구정운의 골로 스코어는 4-0입니다!]전반전에만 세 골.
후반전이 시작되자마자 다시 한 골을 허용하며 4-0.
카메라 화면에 잡히는 우라와 서포터즈 중에는 눈물을 글썽이는 사람까지 있을 정도였다.
“오···. 이 정도일 줄은 몰랐는데요.”
“허허···. 내도 그리 생각한다. 이렇게 발릴 줄 몰랐는데. 좀 싱겁네.”
예상외의 상황에 감탄하는 하준과 최용환. 그리고, 반대편 벤치에 있는 미나토의 썩어 들어가는 표정은 현재 상황을 명확하게 보여 주고 있었다.
‘도대체 뭐가 문제지? 왜 저렇게 뚫리냔 말이야!’
미나토는 미치고 팔짝 뛸 지경이었다.
서울은 스토퍼인 문태진이 하프라인을 넘어 전진해 공격적인 패스를 뿌리고 있었다. 그 말인즉슨 후방에 공간이 난다는 소리인데.
우라와는 그 공간을 공략할 틈도 없이 서울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물론, 문태진이 아무 생각 없이 전진한 것은 아니었다.
문태진이 전진할 시에는 신영준이 그 자리를 메워 백쓰리를 유지하고, 정창훈이 오버래핑 대신 중원으로 파고들어 공간을 커버하고 있었다.
“이익···!”
미나토는 하준이 자신을 조롱하기 위해 문태진을 전진시키는 것이라 생각했다. 미나토뿐만이 아니라 우라와의 모든 관계자들 또한 그리 생각할 터였다.
그도 그럴 것이, 애시당초 문태진은 철벽 수비로 유명한 수비수였지, 빌드업이나 공을 운반하는 능력을 주 무기로 하는 선수가 아니었으니까.
그러나.
하준에게는 그러한 의도는 없었다.
그저 단순한 이유였는데, 신영준의 체력을 아끼기 위함이었을 뿐이었다. 임우정과 황상수의 이탈로 신영준에게 걸리는 부하가 많다 보니, 그 체력을 아끼기 위해 문태진을 전진 시킨 것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태진이 저거 생각보다 잘하네.”
빙그레 웃으며 말하는 최용환을 보며 하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1년 넘게 굴리니까 발기술도 발전을 하더라구요? 역시 연습 앞에 장사 없는 것 같습니다.”
발기술과 조율 능력이 주 무기인 윤상우와는 다르게 예측과 위치 선정, 정교한 태클로 철벽의 수비를 자랑하던 문태진은 하준의 밑에서 1년 넘게 구르며 패스와 드리블을 익혔고, 그 결과가 오늘 경기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났다.
[아딜손이 문태진에게!]툭—!
타앗.
하프 스페이스에서 공을 잡은 문태진에게 우라와의 선수가 달려들었다.
“이이···! 사람을 무시해도 정도가 있지···!”
우라와의 수비들은 이미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은 후였다. 그들이 영상으로 봐 왔던 김채우나, 프랑코, 아딜손과 같은 선수들이 저곳에서 패스를 뿌렸다면 차라리 덜 했을 테지만, 높은 위치에서 패스를 주고받는 것은 상대의 센터백 문태진이었다.
그러나.
문태진은 적의를 드러내는 우라와의 선수들의 말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뭐라는 거야? 일본어로 뭐라 그러면 알아들을 수가 있어야지.”
일본어를 알아들을 수도 없었거니와, 상대해 줄 생각도 없었던 문태진은 주저 없이 다리를 휘둘렀다.
투욱—!
[문태진의 스루패스! 김채우가 있는 쪽으로 향합니다!]페널티 박스의 바로 앞에서 공을 받은 김채우는 여유 있게 공을 왼쪽 대각선 방향으로 돌렸고,
투웅—!
[김채우의 발을 떠나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는 볼!]그곳에는 박스 안으로 침투하는 권명호가 있었다.
[박스 안으로 침투한 권명호에게!]촤앗!
뻐엉—!
공을 잡은 권명호는 주저하지 않았다.
[니어 포스트로 낮게 깔아서 찼습니다!]촤르르르륵—!
잔디를 가르며 빠르게 쏘아진 공은 키퍼가 몸을 채 날리기도 전에 골대 구석으로 꽂혔다.
철렁—!
[고오오오올! 골입니다! 권명호의 골로 스코어는 5-0입니다! 아아! 사이타마 대참사가 일어나는군요!] [양발을 자유자재로 쓰는 왼쪽 윙백이 이렇게나 무섭습니다! 권명호의 기가 막힌 오른발 슛이었어요!]대참사.
우라와의 서포터즈에게 이것 말고는 이 경기를 설명할 수 있는 단어가 존재하지 않았다. J리그 1위를 달리는 팀이 K1 리그 팀을 상대로 5골을 내리 먹히며 홈에서 패배하기 일보 직전이었으니까.
[아. 많은 사람이 자리를 뜨고 있습니다.]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뜻이겠죠.]차마 경기를 끝까지 볼 수 없었던 우라와 스퀘어즈의 서포터즈 중 절반이 경기장을 빠져나가기 시작했고, 이에 자극을 받은 우라와 스퀘어즈가 분투하며 점수 차를 어떻게든 뒤집으려 했지만.
삑! 삐익! 삐이이익—!
[아, 남은 30분 동안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우라와 스퀘어즈가 패배합니다.] [원정에서 5골을 넣은 서울 유나이티드가 8강 진출에 청신호를 켰군요.]경기가 끝나고, 생중계로 이것을 지켜보던 한국의 많은 축구 팬들은 난리가 났다.
-키야! 주모오오오오!
-사이타마에서 5골 폭격해버리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님들 고바야시 표정 봄? ㅋㅋㅋㅋㅋㅋㅋ.
-넋이 나갔는데? ㅋㅋㅋㅋㅋㅋ.
-고바야시의 우라와가 일본에서는 패스 축구의 일인자라던데 ㅋㅋㅋㅋㅋㅋㅋ.
-오늘 우라와 패스 성공하긴 함? ㅋㅋㅋㅋㅋㅋ.
-김하준이 감독은 이렇게 하는 거라고 손수 교육해주네. 고바야시는 수강료 내고 들어라.
-X 키를 눌러 상대에게 Joy를 표하세요.
-크. 오늘 서울 유나이티드 되게 호감이다. 산책 세리머니 부터 5-0 까지 ㅋㅋㅋ.
-진짜, 서울 유나이티드. K1이고 아챔이고 만나는 상대마다 악몽을 선사해버리네 ㅋㅋㅋ.
사이타마에 모인 6만이 넘는 관중들과 우라와 스퀘어즈에게 사이타마 대참사라는 악몽을 선사한 서울 유나이티드.
이날의 경기를 기점으로 일본 축구계는 하준의 이름 석 자를 잊지 못하게 되었고, 선수가 아닌 감독이 일본에 공포를 안겨다 주는 첫 사례가 만들어지는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