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soccer genius becomes a great coach RAW novel - Chapter (42)
42. 영광을 안겨주는 감독(1)
“흐아···. 겨울인데도 후끈하구만.”
“여름이 아닌 게 다행이죠.”
챔피언스리그 결승 1차전 경기에 임하기 위해 카타르 도하에 도착한 우리를 반기는 것은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24도를 웃도는 더위였다.
“으···. 너무 더워요.”
“여름이 아닌 걸 다행으로 알아라. A 매치 때문에 여름에 왔을 때는 정말 죽는 줄 알았어.”
선수들 역시 한국의 겨울과 달리 더운 날씨에 좀처럼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차라리 1차전이 원정인 게 나아.’
1, 2차전에 걸쳐 펼쳐지는 결승전이라, 양 팀 모두 원정에서는 페널티를 가지고 경기에 임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카타르의 더위에 힘들어하는 것처럼, 저들 역시 2차전 당일 날에는 추위에 적응하기 힘들어하겠지.
어차피 페널티를 가지고 경기를 해야 한다면 1차전에 치르는 것이 훨씬 나았다. 힘들어도 1차전을 잘 해내기만 한다면, 2차전에서 우리가 압도적 우위를 점할 수 있으니.
“알 사드는 어떻게 나올 것 같드노?”
“음···. 글쎄요. 초반에는 전진 패스나 빌드업을 통한 공격 전개를 할 것 같아요. 그리고 승기를 잡으면 침대 축구를 다시 시도하겠죠.”
사비가 지휘봉을 잡고 있을 시절에 알 사드에 입혀 놓은 전진 패스 능력과 유기적인 움직임은 사비가 팀을 떠난 지금도 여전히 그들의 축구 컬러에 남아 있었다.
다만, 사비가 팀을 지휘할 때와는 다르게 그들의 장기라고 할 수 있는 침대 축구가 다시 부활하긴 했지만.
‘뭐, 우리가 실점 하지 않으면 침대 축구를 시도할 수조차 없겠지만.’
간혹 조별 리그에서는 자신들이 이기고 있는 상황이 아니더라도, 무승부만 챙기면 된다는 생각에서 침대 축구를 하는 경향이 있었지만, 우리와의 경기는 결이 달랐다.
‘결승전에서 지고 있는 상황에서 침대 축구를 할 리는 없으니.’
저들은 1차전에서 끝장을 보려 할 것이다. 저들에게 2차전은 상당한 부담일 테니.
“그건 그렇고. 순식간에 바뀐 환경에 잘 적응 할 수 있겠나?”
최용환 코치의 걱정스러운 목소리가 귓가에 들렸다.
“그럴 겁니다. 프로니까요.”
갑작스럽게 바뀐 기후는 선수들의 경기력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었다. 특히, 계절이 반대가 된 것이나 다름없는 지금 같은 상황은 더.
최용환 코치는 이에 대한 염려를 가지고 있었는데, 이에 대한 염려는 챔피언스리그 결승 무대를 7년 만에 밟게 된 것도 한몫하고 있었다.
‘챔피언스리그 결승 무대를 밟아 본 것은 신영준 한 명뿐이니까.’
서울 유나이티드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는 선수.
팀의 주장이자, 원클럽맨으로 서울 유나이티드에서 계속해서 뛰고 있는 신영준만이 현재 선수단 중에서는 유일하게 7년 전 챔피언스리그 결승 무대를 밟아 본 선수였다.
“주장이 선수들을 잘 이끌어 줄 겁니다. 거기다, 유럽 출신도 있으니까요. 스쿼드 자체는 밀리지 않는다고 자신 할 수 있습니다.”
팀의 중심을 잡아주는 신영준과 유럽에서 활약하다 합류한 명호와 김채우. 거기다, 수준급의 용병을 비롯해 젊은 선수들 또한 뛰어난 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니, 저들에게 스쿼드로 밀리는 수준은 절대 아니었다.
바뀐 환경과 원정 경기에 대한 부담만 흘려보낼 수 있다면, 이번 시즌 우리가 보여 주던 퍼포먼스를 다시 보여 줄 수 있으리라 충분히 기대할 수 있었다.
“그래. 김 감독이 자신 있으면 잘 되겠지.”
“고지가 코앞이니까요. 선수들도 저와 같은 마음일 겁니다.”
그 후로.
이틀이라는 시간은 쏜살같이 흘러, 경기 당일이 되었다.
덜컥.
우리에게 배정된 원정팀 드레싱 룸 문을 열자, 각자의 루틴대로 경기를 준비하고 있는 선수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짝짝!
나는 손뼉을 쳐 선수들의 주의를 집중시킨 뒤에 입을 열었다.
“어때? 컨디션은 다들 괜찮아?”
“네!”
잘 벼린 칼날과도 같은 기세를 내뿜는 선수들의 모습에 나는 퍽, 만족스러워졌다.
이래야 내 선수들이지.
“컨디션이 좋다니 다행이네. 우리는 7년 만에 챔피언스리그 결승 무대를 밟을 수 있게 됐어. 여기 모인 선수들 중에서 7년 전의 결승 무대를 밟아 본 건 주장뿐이겠지만, 우승을 위한 갈망은 모두가 똑같으리라 생각해.”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선수들.
선수들의 눈에서 우승을 향한 열망이 강하게 느껴졌다. 남은 두 경기만 잘 마무리 하게 되면, 우리는 트레블이라는 위대한 업적을 달성 할 수 있었으니.
“상대는 중동의 강호다. 전임 감독이었던 사비가 장기 집권을 하며 바르셀로나 혹은, 과르디올라의 팀 같은 팀으로 바꿔 놓은 팀이지. 그러나.”
나는 크게 프린트된 사진 두 장을 꺼내 전술 판에 붙였다.
“이 사진처럼, 사비가 떠난 뒤에는 그 옛날의 버릇을 버리지 못하고 또다시 그라운드를 제 침대인 마냥 드러눕기 시작했다.”
하하하하!
선수단이 큰 웃음을 터뜨렸고, 나는 이 모습이 대단히 보기 좋다고 생각했다.
선수로 뛸 시절, 대표팀 경기 때문에 중동 원정을 왔을 때.
침대 축구에 대해 크게 걱정을 하던 대표팀 선수단의 분위기와는 정반대의 분위기. 나는 이러한 분위기가 국내의 모든 팀들에 갖춰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중동 팀을 상대로 신경 써야 할 것은 침대 축구에 대한 걱정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그들을 효과적으로 부숴 버릴 수 있는가이니까.
“해서 묻겠다. 사비의 가르침을 잊어 가고 있는 저 녀석들을 이길 자신이 없나?”
“아닙니다!”
“이길 수 있습니다!”
이만하면 선수들의 자신감은 충분히 올라온 것 같고.
“좋다. 카타르는 겨울에도 우리의 여름에 육박하는 온도를 보여 주고 있다. 이 기후가 우리의 승리에 방해가 될 수 있나?”
“아닙니다!”
“좋다. 나가서 보여 주고 와라, 우리가 누구인지. 또, 아시아의 제왕이 누구인지를.”
* * *
와아아아!
[안녕하십니까!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결승 1차전, 알 사드와 서울 유나이티드의 경기를 이곳, 카타르 월드컵 경기장에서 보내드립니다!]챔피언스리그 1차전 경기는 알 사드의 홈구장이 아닌, 카타르 월드컵 경기장에서 치러지게 됐다.
이는, 알 사드의 홈구장이 2만 명도 채 수용하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AFC 규정상,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의 경기장은 관중을 4만 명 이상 수용할 수 있어야 했고, 경기장 규모가 작은 알 사드는 2022 카타르 월드컵 때 지어졌던 카타르 월드컵 경기장을 빌려 경기를 치르게 되었다.
[사비 감독이 바르셀로나로 떠난 이후, 오랜만에 챔피언스리그 결승 무대를 밟게 된 알 사드인데요.]서울 유나이티드가 7년 만에 결승 무대를 밟은 것처럼, 알 사드 또한 사비가 지휘봉을 내려놓은 지난 5년 동안 결승 무대에 오르지 못하다 오랜만에 결승 무대를 밟게 되어 아시아의 많은 축구 팬들의 관심을 끌어낼 수 있었다.
[서울 유나이티드와 알 사드. 두 팀 모두 챔피언스리그 결승 무대에 오른 것은 꽤 오랜만의 일입니다. 그런 만큼 양 팀의 서포터즈 모두 우승에 대한 염원이 아주 클 텐데요.] [맞습니다. 알 사드는 5년 만에, 서울 유나이티드는 무려 7년 만의 결승 무대죠. 두 팀 중, 더 간절한 팀이 승리할 수 있을 겁니다.] [경기 시작에 앞서, 양 팀의 라인업부터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알 사드는 3-5-2 대형을 가지고 나왔습니다.]알 사드는 이번 시즌, 그들의 베스트 전술이라고 할 수 있는 3-5-2 대형을 가지고 나왔고,
[이에 맞서는, 원정팀 서울 유나이티드는 4-2-3-1 대형을 가지고 나왔군요.]하준의 서울 유나이티드는,
최전방에는 구정운이 원톱으로,
2선에는 프랑코 트라몬타나, 김채우, 성현수가,
임우정과 신영준이 중원을 구성했고,
권명호, 문태진, 윤상우, 정창훈으로 구성된 백 포 라인에 골키퍼 장갑은 정우현이 낀 4-2-3-1 대형을 가지고 나왔다.
양발잡이 선수가 많아진 서울의 스쿼드 덕분에, 첫 시즌 이후 왼발잡이 선수를 왼쪽에 잘 배치하지 않던 하준은 이례적으로 왼쪽에 정발 윙어 배치를 보여 주었다.
[트라몬타나를 제외한 2선의 나머지 선수가 모두 양발잡이인데다, 왼쪽 측면 수비수 권명호 역시 양발잡이라, 재미있는 패턴이 나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흥미로운 경기가 될 것 같네요.]잠시 뒤, 선수들이 입장했고 경기 전 절차를 마친 뒤, 주심이 휘슬을 입에 물었다.
삐이이익!
[주심의 휘슬과 함께 대망의 결승전 1차전 시작됩니다! 서울 유나이티드의 선축으로 경기가 진행되겠습니다!]툭-!
툭-!
센터 서클에서 구정운이 밀어준 공을 받은 김채우가 후방의 신영준에게 공을 돌렸고,
투웅—!
왼쪽 측면으로 방향을 전환하는 패스가 신영준의 발에서 터졌다.
타다다다닷!
[신영준이 왼쪽 측면으로 공을 보냅니다!]촤앗!
[트라몬타나! 트라몬타나가 공을 받아 냅니다!] [측면을 타고 달립니다!]공을 받은 프랑코가 측면을 넓게 가져가며 라인을 타고 달리기 시작했고, 다소 전진해 있던 알 사드의 오른쪽 윙백 하산 칼리드가 곧바로 반응하기 시작했다.
‘이 녀석은 발기술이 좋아. 분명히 나를 뚫고 지나가려 하겠지···!’
칼리드가 서울 유나이티드 분석 영상에서 봤던 프랑코는 발기술과 패스 능력이 좋은 플레이 메이커였다. 비록, 평소 위치와는 다른 곳에서 뛰고 있지만, 프랑코가 수비 하나는 거뜬하게 제칠 수 있는 선수란 사실에는 변함이 없었고,
칼리드 역시 프랑코를 향해 섣불리 발을 뻗지 않으려 했으나.
툭—!
타다다다닷!
‘응?’
눈앞에 벌어진 전혀 다른 상황에 몸이 멋대로 움직이고 말았다.
[아! 권명호가 안쪽으로 접어 들어왔군요!]권명호의 언더래핑과 그에 맞춰 권명호에게 내준 프랑코의 패스.
그에 따라 저도 모르게 권명호 쪽으로 움직인 칼리드를 비웃기라도 하듯이,
툭—!
권명호는 다시 프랑코에게 공을 내주었다.
[권명호와 트라몬타나의 2대1 패스! 트라몬타나가 유유히 측면을 공략합니다!]“이익···!”
순간적인 실책을 범한 칼리드가 재빨리 프랑코를 뒤쫓았으나, 거리는 이미 벌어진 뒤였다.
타다다닷!
[트라몬타나! 깊숙하게 들어갔습니다! 크로스를 올리나요?]프랑코의 크로스를 저지하기 위해, 알 사드의 오른쪽 스토퍼 압둘라 파티가 뛰어들었지만,
툭—!
프랑코의 선택은 크로스가 아닌 패스였다.
[프랑코가 김채우에게! 김채우가 볼을 잡습니다!] [박스 근처에 서울 유나이티드의 선수들이 다수 포진해 있습니다!]서울 선수들은 뒤바뀐 기후 따위는 자신들에게 영향을 줄 수 없다는 듯, 본인들의 장기를 여지없이 선보이고 있었다.
프랑코가 측면을 공략할 때, 권명호가 언더래핑으로 공격에 가담하기 시작한 것과 동시에, 임우정 또한 깊게 전진해 전방에 숫자를 더했고, 이는 상대 수비 대형을 어그러트리기 충분했다.
상대 진영 곳곳에 불규칙적으로 포진된 서울 유나이티드의 선수들로 인해, 알 사드 선수들은 대인 방어도, 협력 수비도 할 수 없는 어정쩡한 상황에 놓이게 되었고,
툭!
이는, 서울이 알 사드의 가슴에 비수를 꽂기에 충분한 상황이나 마찬가지였다.
[김채우의 감각적인 힐 패스!]공을 받은 김채우가 감각적인 힐 패스를 시도했고, 패스가 향한 곳은 하프 스페이스와 중앙 사이의 애매한 위치였다.
그곳에서 김채우의 패스를 받은 것은 최전방에 배치된 구정운도, 오른쪽 측면에서 접어 들어오던 성현수도, 전방으로 전진해 오던 임우정도 아니었다.
권명호.
평소 왼쪽 측면을 박살 내던 그가, 오늘은 중앙 근처에서 나타나는 순간이었다.
“명호가 측면에서 중앙으로 접어 들어오는 플레이도 좋지만.”
벤치에서 이를 지켜보던 하준이 빙그레 웃으며 중얼거렸다.
“마무리 능력도 일품이거든요.”
과거, 마르셀루에 비견 되곤 했던 그의 플레이는 비단 측면에서의 공격력뿐만이 아니었다. 마무리 능력 또한 마르셀루가 보여 주던 그것과 닮아 있었으니.
[권명호! 주저 없이 때립니다아앗!]뻐엉—!
강력한 파열음과 함께 불벼락 같은 슈팅이 권명호의 발끝에서 터져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