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soccer genius becomes a great coach RAW novel - Chapter (45)
45. 우리라고 못할 건 없잖아?(1)
“확실히 캘리포니아는 겨울에도 나쁘지 않네요.”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내린 하준의 첫마디에 주위에 있던 코칭 스탭 전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나라 봄 날씨랑 비슷하니까 뛰기도 편할기다.”
“경기 뛰기 딱 적합한 날씨입니다. 보스.”
12월 초.
이들이 샌프란시스코에 모습을 드러낸 이유는 클럽 월드컵 참가 때문이었다. 아랍과 일본이 대부분의 개최를 가져가던 클럽 월드컵이 이번 2032년에는 예외적으로 미국에서 개최가 확정된 탓이었다.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팀의 자격으로 참가하게 된 서울 유나이티드는 자동으로 8강에 진출하게 되어 여유 있게 일정을 준비할 수 있었고, 그 때문인지 선수단의 컨디션도 괜찮아 보였다.
“보자···. 그래. 우리는 LA 갤럭시 그놈아들 이라고?”
“네. LA 갤럭시가 예상외로 좋은 경기력을 보여서 8강에 안착했다네요. 상대가 우리구요.”
개최국 리그 우승팀이 플레이오프에 진출 할 수 있는 터라 클럽 월드컵에 참가할 수 있게 된 LA 갤럭시는 생각 외로 분전을 거듭한 끝에 8강에 진출할 수 있었고, 8강에서 서울 유나이티드와의 대진이 확정된 상황.
“멕시코 팀을 만나는 것보다는 괜찮은 상황이죠.”
A매치뿐만 아니라 클럽 팀 간의 경기에서도 멕시코와 대한민국은 상성이 좋지 못했고 이는, 지난 클럽 월드컵 역사를 되짚어 보아도 동일했다. K1 리그 팀들이 8강에서 고배를 마셔야 했던 때에는 모두 상대가 멕시코 팀이었으니.
“거기다. 여기까지 왔는데 금방 돌아가면 쪽팔려서 잠도 못 잘 테니까요.”
선수들이나, 저나.
뒷말을 삼킨 하준이 뒤따라 내려오는 선수들을 보며 빙그레 웃었다.
샌프란시스코에 발을 들인 지 이틀 뒤.
이들은 미식축구팀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의 예전 홈구장 리바이스 스타디움에 모습을 드러냈다.
와아아아!
[안녕하십니까! 미국 샌프란시스코 산 호세에서 인사드립니다! 이곳은 리바이스 스타디움입니다!]10년 전까지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의 홈구장으로 사용되던 다목적 경기장은 이제는 2026 북중미 월드컵 이후, 축구만을 위한 경기장으로 탈바꿈했고, 그 탓인지 잔디 상태도 아주 양호했다.
와아아아!
LA 갤럭시!
LA 갤럭시!
양 팀 선수들이 입장한 뒤, 주심이 곧바로 휘슬을 입에 물었다.
삐이이익!
[클럽 월드컵 8강전, LA 갤럭시와 서울 유나이티드의 경기가 지금 시작됩니다!] [서울 유나이티드의 선축으로 진행되겠습니다!]툭!
툭—!
[서울 선수들이 다소 느린 템포로 볼을 주고받습니다.]클럽 월드컵 첫 경기인 8강전에서 하준은 4-2-3-1 대형을 가지고 나왔고, 빠른 템포를 가져가던 평소와는 달리, 낮은 템포로 경기를 풀어 나가기를 지시했다.
툭!
툭—!
타다다닷!
툭!
[LA 갤럭시의 빠른 압박! 그러나! 서울 유나이티드! 공을 빼앗기지 않습니다!]상대의 빠른 압박에도 불구하고, 서울 유나이티드는 마치 상대방을 놀리기라도 하듯, 빼앗길 듯 말 듯 한 타이밍에 동료에게 공을 넘겼다.
[트라몬타나가 공을 잡습니다! 아! 트라몬타나의 패스!]뻐엉—!
[트라몬타나가 패스로 방향을 전환합니다!]경기가 시작된 지 15분.
경기를 지켜보는 모두가 지지부진한 경기가 되리라 생각 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서울은 느린 템포로 공을 돌리고 있을 뿐이고, LA 갤럭시는 소득 없는 압박만을 가져가고 있었으니까.
그러나.
경기를 지켜보는 관중도, 경기에 임하고 있는 LA 갤럭시 선수들도 알지 못했다.
서울 유나이티드라는 늪이 LA 갤럭시를 집어삼키고 있다는 것을.
전반 30분.
이곳저곳에서 패스만 돌리던 서울 유나이티드의 움직임이 변했다.
[임우정이 왼쪽 측면의 이태준에게!] [이태준이 넓게 벌립니다!]타다다다닷!
이태준이 측면을 타고 달리기 시작했지만,
[이태준이 공을 달고 달립니다! 아! LA 갤럭시의 측면 수비수가 보이질 않는군요!] [서울 유나이티드가 템포를 빠르게 올립니다!]보다 높이 위치해 있던 LA 갤럭시의 오른쪽 수비수 앤드류 브라운은 이태준을 쫓아갈 수 없었다.
‘감독님 말씀대로야···!’
이번 경기를 앞두고 하준은 선수들에게 평소와 다른 당부를 했다.
‘전반 30분 동안은 저들을 속인다. 패스를 계속해서 돌리고 저들의 힘을 빼 놔. 그리고 저들에게 암시를 거는 거지, 서울 유나이티드라는 팀은 패스는 뛰어날지 몰라도 전진성이 부족한 팀이라고.’
일종의 유인책이었다.
빠른 전방 압박을 선호하는 LA 갤럭시의 체력을 빼놓음과 동시에 착각을 심어 주는 것.
이러한 전략이 성공할 수 있는 이유는, 아직까지도 축구계에 만연한 아시아 리그에 대한 무시가 크게 한몫했다.
자신들이 플레이오프를 통해 올라온 팀이라도, 아시아 지역의 챔피언쯤은 충분히 이길 수 있다는 자만.
‘자만은 눈을 가리고, 눈이 가려진 줄도 모른 채 늪에 발을 들이게 되는 것이지.’
그러한 자만이 저들의 눈을 가리게 만들었고, 그 결과는.
툭!
[중앙으로 좁혀 들어온 이태준이 컷백을 내줍니다!]타다다닷!
[이태준의 컷백이 정상기에게 향합니다!]뻐엉—!
저항할 방법을 빼앗긴 채 실점을 허용하는 것뿐.
철렁—!
[고오오오올! 골입니다! 이태준의 컷백을 깔끔하게 마무리하는 정상기!] [클럽 월드컵에서 첫 골을 신고하는 정상기와 서울 유나이티드입니다!]“그런데, 김 감독. 이제는 점마들도 우리가 어떤 팀인지 알게 될 텐데, 그러면 의미 없어지는 거 아이가?”
어찌 보면 당연하다고 볼 수 있는 최용환의 의문에 하준은 빙그레 미소 지었다.
“아뇨. 우리가 어떤 팀인지, 얼마나 위험한 팀인지 안다고 해도 달라질 건 없습니다.”
하준은 손을 들어 LA 갤럭시 선수들을 가리켰다.
“지난 30분간 공을 뺏길 듯 뺏기지 않는 우리 선수들 때문에 저 녀석들 약이 바짝 올랐죠? 그 시간 동안 자신들이 오버페이스하고 있다는 사실도 알지 못한 채, 체력을 낭비했습니다.”
“허···!”
“그리고, 체력 하면 우리 선수들도 전혀 뒤지지 않잖아요?”
지난 3년.
하준이 선수들을 혹독히 단련시키며 제일 신경 썼던 부분은 전술적인 이해력도 발기술도 아닌 체력이었다.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전술이고 뭐고 의미가 없다.’
그렇게 단련된 서울 유나이티드는 체력으로는 어디에서도 꿇리지 않을 팀이 되었고, 이제 와서 서울의 진면목을 알아봤다고 한들, LA 갤럭시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편하게 지켜보시면 됩니다.”
* * *
삑! 삐익! 삐이이익—!
[3-0으로 LA 갤럭시를 꺾고 서울 유나이티드가 준결승전에 진출합니다!] [클럽 월드컵 사상 세 번째 준결승전에 진출하는 대한민국팀이 된 서울 유나이티드!]아시아 챔피언스리그에서 저력을 보여 주는 한국의 K1 리그 클럽이지만, 클럽 월드컵에 나가기만 하면 준결승에 진출하지 못하는 그동안과는 다르게.
서울 유나이티드는 편안하게 승리를 거두며 준결승전에 진출하게 되었고 이는, 구단 기록으로도 최초였다.
“세상에···. 우리가 준결승에 올랐다. 올랐어!”
서울 유나이티드의 레전드 선수이자 감독으로도 한 획을 그었던 최용환이 아이처럼 기뻐하는 모습에 하준은 웃으며 그를 안아 주었다.
“벌써 이렇게 기뻐하시면 일러요. 결승 가야죠.”
“하하하! 그래! 결승 가야지!”
사실 최용환의 입장에서는 구단이 사상 처음으로 트레블을 달성한 것만으로도 굉장히 대단한 업적이라 여기고 있었고, 클럽 월드컵에서 광탈을 하더라도 낙담하지 않고 오히려 하준을 위로해 주려고 했었다.
그런데.
‘이놈아는···. 그릇이 큰놈이다. 한국인 감독 중에서 제일 난 놈이야···!’
최용환의 그런 걱정은 기우일 뿐이라고, 하준의 덤덤한 눈이 말하고 있었다.
그리고 며칠 후.
준결승전에서도 서울 유나이티드는 돌풍을 일으키며 거하게 사고를 쳤다.
철렁—!
[고오오오올! 골입니다! 김채우의 호쾌한 중거리 슛이티그레스의 골망을 가릅니다!]서울 유나이티드의 준결승 상대는 멕시코의 티그레스.
그동안 멕시코 클럽을 상대로 힘을 쓰지 못했던 다른 K1 리그 팀들과는 다르게, 서울 유나이티드는 시종일관 티그레스를 압도하며 그들을 가둬 놓고 패는 모습을 보여 주고 있었다.
툭!
타다다다닷!
[성현수가 원터치로 내준 볼!] [구정운에게 연결됩니다! 구정운! 우악스럽게 돌파합니다!]티그레스의 수비진이 피지컬로 구정운을 막아내려고 했지만,
두둑! 우두둑!
타다다다닷!
원톱으로서 갖추어야 할 덕목을 다 갖추었다고 봐도 무방한 구정운은 티그레스의 압박을 견뎌 내며 우악스럽게 돌파를 감행했고.
뻐엉—!
흔들림 없는 슈팅까지 성공했다.
쐐애애액—!
[구정운의 슈우우우웃!]철렁—!
[고오오오오올! 구정운의 슛이 티그레스의 골문을 찢어 버립니다! 스코어는 2-0!]2-0이라는 스코어가 전광판에 떠오르고 얼마 지나지 않은 시각.
삑! 삐익! 삐이이익—!
주심이 휘슬을 불어 경기 종료를 알렸다.
와아아아!
[서울 유나이티드가 티그레스를 잡고 결승에 진출합니다!] [클럽 월드컵 결승 진출에 성공한 서울 유나이티드!]서울 유나이티드 사상 첫 아니, K1 리그 소속 구단으로 처음 클럽 월드컵 결승 진출에 성공하는 서울 유나이티드였다.
“결승! 결승입니다! 보스!”
“감독님! 결승이에요! 결승 진출이라구요!”
결승 진출에 흥분을 감추지 못하며 하준을 흔들어 대는 코치들과 그들의 옆에서 눈가를 훔치고 있는 최용환.
이런 시끌벅적한 상황 속에서 하준은 그저 빙그레 웃어 보일 뿐이었다.
‘좋네.’
하준으로서도 솔직히 이번 클럽 월드컵에서 성과를 장담하기는 어려웠다. 유럽과 남미, 북중미 팀들의 스쿼드와 서울 유나이티드의 스쿼드를 비교하면 손색이 있는 쪽은 서울 유나이티드였으니까.
그럼에도 그들은 보란 듯이 해냈다.
마치, 그들에게 영광을 안겨준 감독을 배웅하는 마지막 길에 꽃잎을 뿌리듯이.
‘결승이라···. 이것 참.’
이러면 힘을 뺄 수가 없잖아.
하준의 두 눈에 열기가 감돌기 시작했다.
그도 사람인지라, 다음 행선지에 대한 고민으로 완전한 집중력을 꺼내지는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선수들이 이런 결과를 안겨 준다면.
‘나도 사력을 다해서 임할 수밖에.’
코치들에게 둘러싸여 기쁨을 만끽하던 하준은 그라운드를 채 벗어나기도 전에 믹스트존 인터뷰에 붙잡혀야만 했다.
“승리를 축하드립니다. 이번 서울 유나이티드의 활약이 매우 인상 깊었습니다. 비결이 따로 있을까요?”
인터뷰어의 질문이 끝나고 통역이 그것을 그대로 읊으려고 하자, 하준은 손을 들어 제지했다.
“아. 통역은 괜찮습니다.”
머쓱해 하는 통역사를 뒤로 한 채, 하준은 유창한 영국식 발음으로 대답했다.
“감사합니다. 비결이라···. 글쎄요. 비결은 딱히 없군요. 우리는 언제나 승리를 갈망하고, 그것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노력할 뿐이죠.”
“아! 영어를 잘하시는군요. 이거 죄송합니다.”
“괜찮습니다. 그럴 수도 있죠.”
간단한 인사치레가 끝나고, 인터뷰어는 경기와 대회에 관한 질문을 계속해서 던져댔다.
“K1 리그 소속으로는 처음 결승에 오르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자국 리그를 대표해 굉장한 업적을 쓰고 계시는데요. 믿을 수 없는 업적을 만드신 것에 대한 소감을 듣고 싶네요.”
“믿을 수 없는 업적이라···.”
하준이 카메라를 향해 씨익 웃으며 말을 이었다.
“저희가 결승에 오르는 것이 믿기조차 어려운 업적인가요? 우리라고 못 할 것은 없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것을 증명하고 있는 중이구요. 대답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하하. 그렇군요. 다음 경기인 결승전 상대는 유럽 챔피언 맨체스터 시티입니다. 결승전에 임하는 각오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맨체스터 시티.
펩 과르디올라가 10년 넘게 지휘하고 있는 명실상부 유럽의 먹이사슬 최상위에 위치한 포식자.
이는, 결승전 상대가 이때까지 그들이 상대해 온 다른 팀들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것을 의미했다.
‘맨체스터 시티라···. 과르디올라 그 양반도 오랜만에 보겠네.’
하준이 미친 활약을 선보이며 유럽 축구계를 놀라게 했던 데뷔 시즌. 과르디올라는 하준을 향해 열렬한 구애를 했었다.
‘킴. 우리 팀으로 올 생각은 없나? 구단주께 얘기해 지금 연봉의 세 배를 받을 수 있도록 하지.’
빛나는 재능에 대한 탐욕은 둘째가라면 서러운 것이 과르디올라였다. 그리고 그의 두 눈에 들어온 하준의 존재는 세공이 되기도 전에 고고하게 빛을 발하는 최상급 원석이었고.
그러나.
‘글쎄요. 푸른색 유니폼을 입은 지 얼마 안 된지라. 덜 푸른색을 입기에는 아직 이르네요.’
‘뭐? 하하하하! 크레이지 보이라더니, 구단 레전드를 까는 것도 크레이지 하군. 건투를 빌지.’
하준은 과르디올라의 제의를 거절했고, 그것으로 그들의 직접적인 인연은 끝인 줄로만 알았다.
‘뭐···. 어렵겠지만. 적어도 크게 한방은 먹일 수 있지. 운이 따라준다면 더 크게 사고 칠 수도 있고 말이야.’
눈을 잠시 감았다 뜬 하준은 빙그레 미소 지으며 입을 열었다.
“맨체스터 시티도 저희에게 특별히 다른 것은 없습니다. 이제까지와 같이 전력을 다해 부딪쳐야 할 적일 뿐이죠. 그들이 유럽 챔피언이라 해도 상관없습니다. 우리는 아시아 챔피언이니까요.”
카메라를 타고 과르디올라를 향해 도발을 거는 하준의 두 눈이 반짝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