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soccer genius becomes a great coach RAW novel - Chapter (46)
46. 우리라고 못할 건 없잖아?(2)
삐익!
“상우! 조금 더 과감하게!”
“네!”
“아딜손! 측면으로 빠르게 빼 줘!”
“예스!”
나는 이틀 앞으로 다가온 맨체스터 시티와의 결승전을 대비해 선수들의 움직임을 하나하나 손보고 있었다.
“으음···. 맨체스터 시티라. 내는 유럽 쪽은 자세하게는 몰라서 그런데, 우리가 이길 수는 있겠나?”
내 옆에서 선수들의 움직임을 지켜보던 최용환 코치가 조심스레 물어왔다. 우리가 아무리 멕시코나 미국 팀들을 이겨 냈다고는 하지만 유럽 챔피언이 주는 무게감은 차원이 다르기에 최용환 코치의 표정이 썩 밝지는 않았다.
“솔직히 말해서 이길 가능성은 낮습니다.”
“허어···.”
맨체스터 시티.
명실상부 유럽의 최강자를 다투는 클럽을 현재의 서울 유나이티드가 이기기란 요원한 일.
“우리는 우리의 축구를 보여 주면 됩니다.”
“그렇긴 하지. 사실, 여기까지 올라온 것만 해도 억수로 잘한 일 아이가?”
만약 결승전 상대가 유럽 챔피언인 맨체스터 시티가 아니라, 남미 챔피언이 올라왔다면 어떻게든 해 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남미 챔피언도 우리와의 전력 차는 상당했지만, 과르디올라가 이끄는 맨체스터 시티만큼 답이 나오지 않는 정도는 아니었으니까.
‘그 양반이 기어코 맨시티를 유럽의 패자로 만들어 버릴 줄은···.’
바르셀로나를 떠난 이후, 이상하리만큼 챔피언스리그와 연이 없었던 과르디올라는 내가 스페인으로 이적한 후부터 계속해서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진출했고, 지금까지 총 네 번의 빅이어를 들어 올리는 데 성공했다.
“이것 참. 맨체스터 시티에는 발롱도르 위너가 있는 것도 아닌데, 어떻게 귀신같이 챔피언이 돼노?”
최용환 코치의 말처럼 맨체스터 시티에는 발롱도르를 수상한 신계 선수가 있지는 않았다. 음바페와 홀란드 이전, 발롱도르를 양분해 왔던 호날두와 메시의 팀이 챔피언스리그에서 압도적인 존재감을 뿜었던 것을 기억한다면 당연히 가질 수 있는 의문.
“그게 바로 무서운 점입니다. 물론, 시티의 스쿼드가 약한 것은 절대 아니지만, 절대적인 선수가 없이도 우승컵을 들 수 있는 것이 과르디올라니까요.”
좋은 선수들을 계속해서 영입했지만 번번이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따내지 못하자, 과르디올라는 팀 유스 체계를 바꿔 버렸다.
바르셀로나의 라 마시아처럼.
그 결과, 2000년대 중반부터 2010년대 초반까지 바르셀로나의 전성기 시절처럼 양질의 자원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고, 전술가로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과르디올라는 최고급 재료를 받은 일류 요리사처럼 손쉽게 챔피언스리그를 평정했다.
“으음. 그래서 결승전을 이렇게 준비하는기가?”
최용환 코치의 물음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죠. 우리가 라인을 내리고 두 줄 버스를 세운다고 해도 의미가 없을 겁니다. 어차피 두들겨 맞을 거라면 우리도 때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상대가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이길 수 있는 전력 차이가 아니라고 해도 나는 맞고만 있을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그렇기에 맞불을 놓을 생각으로 선수들을 담금질하는 중인 것이고.
‘운이 따라 준다면 이길 수도 있겠지.’
크게 기대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포기하는 것도 아니었다.
이번 결승전에서 나는 아니, 우리는.
우리의 축구를 보여 주면 된다. 그거면 되는 것이다.
압도적으로 불리한 상황에서도 우리 팀의 컬러를 잃지 않고 전 세계에 보여 주는 것. 그것이 팀을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내가 구단과 서포터즈에게 안겨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니까.
“맨체스터 시티에선 누구를 제일 경계해야 하노?”
최용환 코치의 물음에 나는 고개를 저었다.
누구를 제일 경계해야 하냐고?
2032년 현재. 과르디올라의 맨체스터 시티를 두고 묻는 질문 중에서 제일 의미가 없는 질문이었다.
이제는 베테랑이 되어 주장으로서 팀을 잡아 주는 포든과 전성기 다비드 실바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 주는 제임스 매카티.
거기에 중원은 또 어떠한가?
페르난지뉴와 로드리의 역할을 완벽하게 계승하고 그들의 뒤를 이은 로메오 라비아가 떡하니 버티고 있었다.
최전방에서 골을 미친 듯이 박아 넣는 모건 로저스는 어떠하며.
‘이들이 전부 출전할지에 대해서는 미지수지만.’
다른 팀이 유럽 챔피언 자격으로 결승에 올라왔다면, 베스트 일레븐이 나오지 않을 것이라 단언할 수 있었겠지만.
‘그 양반은 워낙에 예측 불허라···.’
결승에 어떤 멤버를 데리고 나올지 전혀 예상할 수 없었다.
“누구를 제일 경계해야 하냐는 말은 의미가 없습니다. 최 코치님.”
“어째서? 저쪽도 결국에는 에이스가 있기 마련 아니가?”
최용환의 대답에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리그에서 우리를 상대하는 팀들은 어떻게 생각할까요? 김채우를 막으면 되나? 구정운, 정상기를 막으면 되나? 그것도 아니면 아딜손을 막아야 하나?”
“아···.”
“그거랑 같습니다. 주요 선수를 막는다고 끝날 상대가 아닌 거지요.”
과르디올라가 팀을 이끄는 방식은 나와 비슷했다.
아니.
내 방식이 그의 방식을 닮았다고 보는 것이 맞았다. 내 전술체계와 선수단 운용 방식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인물이 과르디올라와 투헬이었으니까.
물론.
스페인, 독일을 거쳐 가며 각 리그의 장단점을 흡수했지만, 내 전술의 뼈대가 되는 기본 골자들은 과르디올라와 투헬이 추구하는 그것에서 온 것이 많았다. 그중에서도 과르디올라의 영향을 더 짙게 받았고 말이다.
‘그래서, 내 전술 성향을 두고 크루이프즘에 영향을 받았다는 얘기가 심심찮게 나오는 거지.’
뭐가 어떻게 되었든.
오랜만에 만나게 될 과르디올라에게 반드시 한 방 먹여 줄 생각이다.
선수 시절 내가 그랬던 것처럼.
* * *
“흐음. 꽤나 재미있는 팀이네.”
태블릿 PC에 재생 중인 서울 유나이티드의 경기 영상을 본 과르디올라의 감상이었다.
“동감입니다. 여타 다른 아시아 클럽과는 달라 보이네요.”
과르디올라의 말을 이제는 수석 코치를 역임하고 있는 케빈 데 브라위너가 받았다.
“재밌지 않나, 케빈?”
“무엇이 말입니까? 감독님?”
무척이나 재미있다는 눈으로 경기 영상을 지켜보는 과르디올라의 말에 데 브라위너는 고개를 갸웃했다.
선수로 그의 밑에서 뛸 때나, 수석 코치로서 그를 보좌하는 지금이나 데 브라위너는 가끔씩 과르디올라의 말을 이해하기 어려울 때가 있었다.
“킴 말이야. 그 크레이지 보이가 감독이 돼서 나타났는데 그냥 나타난 게 아니야. 아주 재밌는 팀을 만들어서 왔잖아.”
“아아···.”
과르디올라의 말에 데 브라위너는 10년 전을 떠올렸다.
크레이지 보이.
하준을 지칭하는 무수히 많은 별명 중 하나였지만, 하준을 상대하던 빅클럽들에게는 제일 먼저 떠오르던 별명이기도 했다.
아무렇지 않게 수비진을 찢어 버리고, 패배에 가깝던 경기를 승리로 바꿔 버리는 등의 기적 같은 일을 숨 쉬듯 해내던 선수.
그야말로 미친 활약.
그리고, 자신의 심기를 거스르는 기자나 상대 감독의 인터뷰를 정면에서 들이받아 버리는 다혈질의 성격.
두 가지 뜻의 크레이지 보이라는 별명을 얻은 그 어린 스타가 이번 결승에서 만날 적장이 되어 돌아왔다.
‘아쉽네.’
비록 상대 팀 선수였지만, 데 브라위너는 하준을 존중하며 좋은 관계를 맺고 있었다. 그랬기에 그의 부상 소식에 그 누구보다 안타까워하기도 했었고.
하준이 지도자의 길을 걷기로 했을 때, 그 누구보다도 하준의 앞날을 응원했던 것이 데 브라위너이기도 했다.
그랬기에 하준의 팀이 클럽 월드컵 결승까지 올라온 것에 대해 누구보다 축하하는 마음을 가진 데 브라위너였지만, 한편으로는 안타까움을 떨쳐 버리지 못했다.
한국 나이로 29세. 유럽 나이로 봐도 28세.
부상만 없었더라면, 전성기에 들어 지금도 괴물 같은 활약을 보이는 선수가 되었을 텐데.
“케빈.”
“아, 네. 감독님.”
상념에 잠겼던 데 브라위너는 자신을 부르는 과르디올라의 말에 상념에서 깨어났다.
“킴의 전술을 기억해 둬. 머지않은 시간 안에 챔피언스리그에서 만날 수 있을 테니까.”
“챔피언스리그요···?”
데 브라위너는 과르디올라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다른 누구보다 하준을 존중하는 그임에도, 하준이 유럽 챔피언스리그에서 상대 팀 감독으로 서게 될 것이라는 말을 받아들이기 힘든 탓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오로지 능력만으로 빅클럽의 주전을 꿰찰 수 있는 선수와는 달리, 아직까지도 유럽 축구계에 유색인종 감독에게는 보이지 않는 장벽 같은 것이 있었으니.
“왜? 불가능할 것 같나?”
빙그레 웃으며 말을 건네는 과르디올라를 보며 데 브라위너는 복잡한 심경을 숨길 수 없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네.”
좋은 용병을 데려와 응원하고 지지할 수는 있어도, 그들을 이끄는 지휘관 자리에 다른 인종을 앉히는 것은 절대 용납할 수 없는 것이 유럽 축구계가 아니던가?
간혹 예외가 있기는 했지만, 그 몇 안 되는 예외에도 아시아인이 들어갈 자리는 없었다.
‘유럽 국적의 스타 선수 출신이면 모를까.’
이러한 데 브라위너의 생각을 읽어 내기라도 한 듯, 과르디올라는 웃음을 거두지 않고 말을 이었다.
“한 번. 딱 한 번이면 될 거야.”
“네? 무슨···?”
“그 녀석이 유럽 축구계에 다시 발을 들여놓기만 한다면. 그 뒤는 거침이 없을 것이란 얘기지.”
확신을 넘어 단언하고 있는 과르디올라를 본 데 브라위너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시를 한번 들어 보지. 벼랑 끝에 몰린 어느 클럽 하나에 킴이 가서 상황을 뒤바꿔 놓는다면?”
벼랑 끝에 몰린 클럽.
예컨대, 강등권 싸움을 하거나, 강등 직전에 몰린 클럽에 하준이 부임해 성적을 반등시켰을 때의 얘기다.
“그러고 난 다음에는 적어도 인종이 그의 행보를 막는 일은 없을 거야.”
데 브라위너는 고개를 끄덕였다.
유럽 무대에서 이미 능력을 입증한 감독에게 인종의 잣대를 들이댈 팀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기에.
“그렇···군요. 그러면 이번 경기에서 저들이 저희를 이길 수도 있다는 얘기입니까?”
데 브라위너의 말에 과르디올라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렇지는 않지. 그렇지만, 이번 클럽 월드컵 일정 중에서는 제일 까다로운 경기가 될 것 같다.”
“까다로운 경기 말입니까···?”
“그래. 그래서 나는 베스트 일레븐을 내세울까 하는데. 자네 생각은 어때?”
베스트 일레븐.
시즌이 한창 진행 중인 12월에 열리는 대회이다 보니, 클럽 월드컵에서 베스트 일레븐을 내보내는 유럽 팀들은 드물었다.
시즌을 직접 진두지휘 중인 과르디올라가 그 사실을 모를 리 만무했고, 데 브라위너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감독님께서 생각이 다 있으시겠지.’
네 번째 빅이어를 들었다고는 하나, 맨체스터 시티는 전관왕이라는 기염을 토한 적은 아직 없었다.
바르셀로나에서 6관왕을 달성한 적 있던 과르디올라는 맨체스터 시티에서도 그러한 영광을 안겨 주기 위해 이번 대회에서 무조건 우승을 따낼 생각이었고, 실제로 예전에 참가했던 클럽 월드컵에서도 우승을 따냈었다.
그런데, 도대체 그때와 지금이 무엇이 다르기에 그의 감독은 베스트 일레븐을 가동할 준비를 하는 것일까.
“킴은 맞불을 놓을 생각일 거야. 전력 차로 본다면 맞불을 놓는다고 해도 우리가 이길 확률이 훨씬 높지.”
“그런데 왜 베스트 일레븐을···?”
“변수. 변수 때문이야.”
변수.
과르디올라가 경계하는 것은 변수였다.
베스트 일레븐이 아니어도 서울 유나이티드를 요리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오히려 수월하다고 여길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시즌 내내 가동되는 베스트 일레븐이 아닌, 로테이션과 2군 멤버가 섞여 들어간 스쿼드는 필연적으로 실수를 동반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러한 실수를 하준은 물어뜯을 것이 자명했고.
‘거기에 천운이 따라 준다면. 우승컵을 들어 올리게 될지도 모르지.’
그렇게 우승컵을 빼앗긴다면.
시즌 전관왕이라는 목표에 또 한 번 미끄러지는 것과 동시에, 엄청난 조롱을 받게 될 것이다.
“감독님은 킴의 팀이 그 변수를 만들어 내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하십니까?”
“물론이고말고. 킴의 전술적인 역량도 역량이지만, 감독으로서의 내 감이 말해 주고 있거든.”
과르디올라의 감.
데 브라위너는 입을 다물었다. 감독의 감이라는 것은 예상외로 높은 적중률을 보이곤 했으니까.
“그래서 나는 킴을 어엿한 상대 감독으로 대우해 줄 생각이야. 철저하게.”
장난스러운 표정을 짓던 과르디올라의 눈빛이 차갑게 빛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