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soccer genius becomes a great coach RAW novel - Chapter (48)
48. 우리라고 못할 건 없잖아?(4)
삐익!
주심의 휘슬이 울리고 센터 서클에서 서울 유나이티드가 공을 돌리기 시작했다.
툭—!
타다다닷!
[맨체스터 시티! 볼을 탈취하기 위해 압박을 시작합니다!]로저스와 포든, 페란이 일제히 압박을 시작했고, 서울 유나이티드 선수단을 제외한 모두가 서울이 볼을 탈취당할 것이라 예상한 것과는 다르게.
툭-!
툭-!
[짧은 패스로 압박을 벗어나는 서울 유나이티드!]유럽 최고의 팀이 시도하는 압박에 대응하느라 정교한 패스가 나오진 않았지만, 압박을 벗어날 수 있을 정도로는 차고 넘치는 패스를 보여 주는 선수단을 보며 하준은 미소 지었다.
‘지난 3년간 굴린 보람이 있네.’
3년 동안 하준의 밑에서 체력을 비롯해 패스나 킥 등의 기본기를 재정립한 서울 유나이티드의 선수들은 자신들의 상대가 세계 최고의 팀이라고 해도 무방한 맨체스터 시티임에도 주눅 드는 모습이 없었다.
그리고.
타다다닷!
[패스를 받은 황상수가 왼쪽으로 공을 넘깁니다!]촤앗!
[윤상우! 윤상우가 받았습니다!]왼쪽 측면에서 공을 받은 것은 윙백 권명호가 아니라, 왼쪽 스토퍼로 출전한 윤상우였다.
‘미친. 우리를 상대로 저렇게 나온다고?’
경기를 지켜보고 있던 데 브라위너가 저도 모르게 욕을 내뱉을 뻔할 만큼.
하준이 던진 수는 무리수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공격적이었다.
윙백으로 출전한 권명호와 정창훈이 중원에 가담하고, 본래 중원에 있던 김채우와 아딜손이 파이널 서드로 전진했다.
윙백이 이탈한 측면은 양쪽 스토퍼인 윤상우와 신영준이 오버래핑해 올라가고 있었다. 황상수와 문태진만을 남기고 모두를 전진시키는 그야 말로 닥공 전술. 그렇기에 데 브라위너는 하준의 수를 이해할 수 없었다.
자신들과 우승을 다투는 빅 클럽도 이렇게 무모한 공격 전술은 쓰지 않는데, 도대체 무슨 자신감으로 이런 전술을 사용하는 것인지.
타다다다닷!
[윤상우가 측면을 타고 달립니다!]“흥. 무모한 수를···!”
윙백도 아닌 센터백의 오버래핑을 본 데스트는 내심 기분이 상했다. 간혹 저런 전술을 사용하는 팀들이 있긴 했다. 그러나, 그것은 내려앉는 상대를 부수기 위한 전술이지 자신들처럼 강팀을 상대로 사용하는 전술은 절대 아니었다.
“얼마나 무모한 선택인지 알려 주마!”
타다다닷!
데스트는 자신의 무기 중 하나인 속도를 앞세워 빠르게 윤상우에게서 공을 빼냈다.
아니, 빼내려 했었다.
툭—!
[윤상우가 권명호에게!]“그 정도 거리는 아무것도 아니다!”
역동작에 걸리게 되었으나 권명호를 쫓아 공을 빼내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데스트가 눈을 희번덕였지만.
툭—!
[권명호가 그대로 김채우에게 볼을 연결합니다!]세르지뇨 데스트를 가운데에 둔 트라이앵글.
서울 유나이티드의 왼쪽 측면에서 만들어진 트라이앵글을 타고 볼이 김채우에게 전달되었고, 라비아와 하우드벨리스가 발 빠르게 데스트가 놓친 김채우를 막기 위해 움직였다.
‘세비야 출신의 킴은 발재간이 좋으니 돌파를 통해 너희를 끌어들이려 할 거다.’
경기 전, 과르디올라에게 들었던 김채우의 플레이 스타일.
유려한 발기술과 탈압박 능력을 장착한 김채우는 필시 자신들을 끌어들여 빈공간을 만들려고 할 것이라고.
과르디올라가 분명 그렇게 말했지만.
뻐엉—!
김채우의 선택은 반대쪽 측면으로 방향을 틀어 놓는 것이었다.
[김채우의 방향 전환 패스!]‘어째서?’
라비아와 하우드벨리스는 믿을 수 없었다. 김채우는 챔피언스리그에서 몇 번이나 부딪혀 보았던 상대다. 그렇기에 그 선수의 특징이나 선호하는 플레이 정도는 감독이 알려 주지 않더라도 알고 있던 사실.
문제는 그 사실이 빗나갔다는 것이었다.
씨익.
반대 측면으로 공을 돌려놓은 김채우의 얼굴에 미소가 맺히자, 하우드벨리스의 머리에 경종이 울렸다.
‘미리 귀띔해 주지 않았다면 당할 뻔했네.’
김채우는 경기 전에 하준이 일러 주었던 말을 떠올렸다.
‘세비야에 있으면서 상대해 봤으니 길게 말하진 않을게요. 과르디올라는 이미 알고 있는 선수의 장점을 봉쇄하는데 능합니다. 물론, 그걸 뚫어 내는 선수도 있지만···. 음. 솔직히 그런 선수가 아니라는 거 본인이 잘 알죠?’
선수로서 자존심이 상할 수도 있는 말.
그러나, 김채우는 하준의 말을 부정하지 않았다. 하준의 말처럼 과르디올라의 팀만 만났다 하면 지워졌던 자신이었으니까.
‘그러니까 우리는 그걸 역이용하는 겁니다.’
‘역이용이요?’
이해가 되질 않는다는 듯이 되묻는 자신에게 하준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저쪽에서는 이미 어떤 식으로 막을지 정리해 놓았을 거예요. 그러면 우리는 그걸 역이용해서 예상하지 못한 행동을 취하면 되는 거죠. 드리블 말고 킥 능력도 좋잖아요?’
그리고.
하준의 수는 적중했다.
타다다다닷!
촤앗!
[김채우의 패스를 신영준이 받아 냅니다! 언제 저기까지 올라온 거죠! 빠릅니다!]원래, 반대 측면으로 볼을 넘겼다고 해서 뚫릴 만큼 맨체스터 시티는 호락호락한 팀이 아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상황이 달랐다. 하준이 의도적으로 왼쪽 측면과 하프 스페이스에 선수들을 집중시킨 결과.
맨체스터 시티의 선수들 또한 그들을 따라 어느 정도 이동해야만 했고,
타다다닷!
[신영준이 중앙으로 꺾어 들어옵니다!]그것은 오른쪽 측면에서 맨체스터 시티의 수적 열세를 의미했다.
“타렌시! 라비아!”
하준의 노림수를 알아챈 과르디올라가 황급히 터치라인까지 다가가 손짓을 해 가며 소리쳤지만,
툭—!
[신영준의 스루패스!]타다다다닷!
공은 이미 신영준의 발끝을 떠나 아딜손에게 향했다.
[아딜손이 공을 잡습니다! 쿠메테오가 아딜손을 막기 위해 달려옵니다!]“어딜!”
아딜손을 저지하려는 쿠메테오.
그러나.
투웅—!
아딜손은 미련 없이 공을 띄웠다.
[아딜손의 패스가 쿠메테오의 키를 넘깁니다!] [구정운! 구정운이 머리로 공을 떨궈 줍니다!]하우드벨리스가 구정운을 저지하려 했으나 구정운의 제공권은 유럽 선수들 못지않았고,
퉁!
구정운이 넘겨준 공은 박스안에 생겨난 빈 공간에 떨어졌다.
타다다다닷!
뻐엉—!
[어느새 나타난 정상기가 그대로 때립니다!]순식간에 만들어진 연계 플레이.
그리고 그 연계에 방점을 찍은 정상기의 슛은.
쐐애애액—!
루닌이 손을 쓸 수 없는 곳으로 내리꽂혔다.
철렁—!
와아아아!
[고오오오오올! 정상기가 만회 골을 만들어 냅니다! 스코어는 1-1! 원점입니다!] [아름다운 골입니다! 과정과 마무리 모두 완벽했습니다!]아름답다.
아르센 벵거가 이 장면을 직관했다면 필시 그렇게 얘기했을 것이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이어지는 연계에 치명적인 마무리까지. 하준과 서울은 그렇게 세계에 증명했다.
우리도 할 수 있다고.
우리라고 못 할 건 없다고.
공은 둥글다는 축구계의 격언을 몸소 보여주는 하준과 서울 유나이티드의 모습에 관중석에 앉은 중립 팬들이 열과 성을 다해 함성을 내질렀다.
와아아아아!
* * *
철렁—!
와아아아!
[구정운의 강력한 오른발 슈팅이 골망을 갈랐습니다! 스코어는 3-2! 서울 유나이티드가 맨체스터 시티를 맹추격합니다!]“하하···. 하하하하!”
그라운드 위에서 벌어지는 광경을 보며 과르디올라가 소리 내어 웃기 시작했다.
“재밌네. 얼마 만에 이렇게 재밌는 경기인지···.”
후반전이 20분도 채 남지 않은 시각.
여전히 맨체스터 시티가 경기를 압도하고 있다고 볼 수 있었지만, 전광판에 기록된 스코어는 3-2.
서울 유나이티드의 플레이를 본 과르디올라는 빙그레 웃었다.
마치, 하준이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넣으려면 얼마든지 넣어라. 넣은 만큼 우리도 넣을 것이라고.
“이런 식으로 운용할 수도 있단 말이지···.”
과르디올라가 본 하준의 축구에서는 여러 가지 감독의 향기가 짙게 배어 있었다.
과르디올라 본인과, 하준의 스승인 토마스 투헬. 또 어떤 부분에서는 라니에리, 또 다른 부분에서는 시메오네와 무리뉴. 그리고 아름답다고 말할 수 있을 만큼 매끄러운 연계 이후 이어지는 골 장면에서는 아르센 벵거의 향기가.
그리고 이 여러 가지의 향기를 한 곳에 묶어 지탱하는 그것에서.
“스승님···.”
자신의 은사이자 축구 철학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사람. 현대 축구사에서 절대 빠질 수 없는 한 사람.
크루이프의 그림자가 짙게 드러났다.
“내가 잘못 생각했군.”
“네?”
과르디올라의 말에 데 브라위너가 의문을 표하자, 과르디올라는 너털웃음을 지으며 데 브라위너를 바라봤다.
“포식자가 될 자질을 지닌 맹수의 새끼쯤 되는 줄 알았어. 그래서 키워 볼 생각이었는데 말이야···.”
뛰어난 자질을 지닌 새끼 맹수를 물어다 완전체의 포식자로 길러 볼 생각이었던 과르디올라는 자신의 생각이 틀렸음을 깨끗하게 인정했다.
지금 상대를 지휘하는 하준을 맹수의 새끼 따위로 치부하는 것은 오만에 지나지 않았으니까.
“킴은 맹수의 새끼가 아니야. 이미 성체로 자라난 포악한 맹수지. 부족한 실전 감각을 익히며 삽시간에 강해지고 있는 포식자 말이야.”
이번 경기를 치르면서 과르디올라는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하준의 전술 체계와 축구 철학은 이미 완성형에 다다르고 있었다는 것을.
하준에게 부족한 것은 전술적 유연함과 흐름을 읽는 눈 따위가 아니었다.
그에게 부족한 것은 그저 경험.
그리고 그 부족한 경험마저도 그에게 큰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3년밖에 되지 않는 지도자 경험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자신의 목에 칼을 겨누고 있었고, 이번 승부에서 패할지언정 하준의 축구는 더욱 단단해지고 완성에 다다를 테니.
“케빈. 불공평하다고 생각하지 않나?”
다소 뜬금없는 말에 데 브라위너는 고개를 갸웃했다.
“무엇이 말입니까?”
“킴이 첼시에서 데뷔했던 시즌을 기억하고 있나?”
“물론이죠. 그 시즌은···.”
제가 열등감에 몸부림치던 시즌이기도 하니까요.
뒷말을 삼킨 데 브라위너는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마무리했다. 메시 이후에 정점에 오를 만한 선수로 지목되기에 부족함이 없던 하준의 퍼포먼스. 그것을 떠올린 데 브라위너는 쓰게 웃었다.
‘찬란한 재능이 너무 빠르게 빛을 잃었지.’
두 번째 부상이 아니었다면, 화려한 플레이를 잃은 상태로도 하준은 충분히 발롱도르를 거머쥘 수 있었을 것이라고 축구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말했다. 그리고 그 의견에 데 브라위너 자신 또한 동의했었고.
“선수일 적에도 다시 나타나지 않을 재능이 감독의 재능으로도 이어진다니. 너무나도 불공평하지. 마치, 스승님을 보는 것 같기도 해.”
요한 크루이프.
선수로서도 감독으로서도 현대 축구사에 크게 한 획을 긋고 자신의 이름을 박아 넣은 인물이자 자신의 은사.
과르디올라는 하준을 보며 그를 떠올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과르디올라의 시선 끝에 서 있는 하준은 터치라인 앞에 서서 손짓과 발짓을 모두 써 가며 고래고래 소리치고 있었다.
“영준! 사이드를 넓게 가져가! 창훈! 하프 스페이스!”
소리 지르며 움직이는 손.
흡사 실에 매단 목각 인형들을 움직이는 인형사를 연상케 하는 하준의 모습과 그의 주문에 제대로 응하며 경기에 임하는 서울 유나이티드 선수단.
타다다닷!
[신영준이 측면을 넓게 가져갑니다!] [매카티가 신영준을 추격합니다!]“라비아! 백업해!”
매카티가 라비아에게 백업을 요청했지만, 파이널 서드에 포진된 정창훈과 아딜손, 그리고 김채우의 존재가 그것을 이룰 수 없게 만들었다.
‘제길···!’
타다다닷!
툭!
[신영준이 정창훈에게!]툭!
[정창훈이 원터치로 김채우에게 연결합니다!]툭-. 투욱-. 타닷!
[공을 받은 김채우가 전진을 시도합니다!]전후반을 통틀어 전진 드리블 시도를 자제하던 김채우가 비로소 드리블 시도를 감행했고, 그 모습에 라비아와 쿠메테오가 동시에 반응하기 시작했다.
타다다닷!
[라비아와 쿠메테오가 동시에 달려듭니다!]그러나.
이번에도 김채우의 선택은 드리블이 아니었다.
‘훼이크다 X신들아.’
투우욱—!
공을 뒤로 빼는 척하면서 뒷꿈치 옆면으로 패스를 보내는 묘기를 선보인 김채우.
그리고 그 패스가 향하는 곳에는.
타다다다닷!
[권명호! 권명호가 쇄도합니다!]속도를 높인 채 달려오는 권명호가 있었다.
촤앗!
타다다닷!
[권명호! 부드러운 트래핑 이후, 속도를 줄이지 않습니다!]“테일러!”
“알고 있어!”
라비아가 다급히 하우드벨리스를 불렀고, 하우드벨리스 또한 알고 있다며 달려들었지만 권명호의 움직임이 한 박자 빨랐다.
뻐엉—!
[권명호! 중거리 슈우우우웃—!]쐐애애애액!
임팩트를 강하게 때린 권명호의 슈팅이 골문을 향해 쏘아졌고, 슈팅을 막기 위해 골문 앞에 선 루닌은 눈을 동그랗게 뜰 수밖에 없었다.
‘회전이···. 없어?’
회전 없이 좌우로 흔들리며 날아오는 슛.
권명호의 무회전 슛이 요동치며 날아오다 어느 순간.
수우우욱—.
퉁.
데구르르르—.
철렁!
[고오오오오올! 골입니다! 권명호의 중거리 슛이 골망을 갈랐습니다! 스코어는 3-3! 동점입니다!]후반 87분.
권명호의 동점 골로 스코어가 3-3이 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