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soccer genius becomes a great coach RAW novel - Chapter (5)
5. 감독대행?(3)
서울 유나이티드의 선수들은 하준의 지도에 따라 새로운 전술을 몸에 익히고 있었다.
삐익—!
“그게 아니지! 그 상황에서는 네가 저 녀석의 공간을 커버해 줘야지! 그렇게 있다가 뚫려서 실점할 거야?”
“죄송합니다!”
코치로 있을 시절의 친절했던 하준과는 180도 달라진 모습에 선수들은 몸을 흠칫 떨었다. 물론, 이것을 지켜보던 두 명의 새로운 코치들은 다르게 받아들였지만.
“오우. 보스의 파이팅 넘치는 코칭이라니! 불과 이틀 만에 선수단의 눈빛이 달라졌잖아?”
패턴을 몸에 익히며 눈빛이 달라진 선수단을 보며 감탄하는 볼러와,
“으음. 훈련이 끝난 뒤에 몸 상태를 다시 한번 점검해 봐야겠군요.”
체력 코치답게 피지컬적인 문제가 있는지를 중점으로 보는 이수혁.
그렇게 리그 9라운드를 이틀 앞둔 서울 유나이티드의 훈련장에서는 파이팅 넘치는 하준의 목소리가 가득 울려 퍼졌다.
삐익—!
하준은 휘슬을 불어 선수단을 집합시켰고, 땀에 절어 숨을 몰아쉬는 선수단을 하나하나 바라보며 입꼬리를 씨익 올렸다.
“어때? X 같지? 열받지? 내 얼굴에다 주먹을 아주 꽂아 버리고 싶지?”
“아닙니다!”
하준이 선수단의 약을 올리는 것 같아 보였지만 이는, 하준이 첼시에서 뛰던 시절 투헬 감독이 한 번씩 써먹던 수법이었다.
“뭐, 그러고 싶어도 어쩔 수 없다. 너희는 그런 마음을 경기장에서 경기력으로 발산하면 된다. 이 수십 가지 패턴이 지금은 아주 X 같고 짜증나겠지만, 몸에 숙달되는 순간! 너희들의 경기력을 180도 달라지게 할 테니까.”
간혹, 전술 이해도가 특출나서 감독의 말을 100퍼센트 알아듣고 경기장에 펼치는 선수가 있었지만 그런 선수는 드물다.
그렇기 때문에 전술을 세분화하는 감독들은 패턴을 중요시한다. 일정 패턴들을 다양하게 숙달하고 나면 몸이 먼저 반응하게 되고, 경기장에서 갑작스러운 상황이 벌어져도 안전하게 대처해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너희가 이번 9라운드 경기에서 완벽할 것이라고 전혀 기대하지 않는다. 다만!”
선수단은 하나같이 하준에게 집중했다.
“적어도 달라진 모습으로 팬들을 놀라게 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할 수 있겠지?”
말을 마치고 씨익 웃는 하준의 모습에 선수단은 이유 모를 자신감에 휩싸였고, 우렁찬 목소리로 대답했다.
“네!”
“좋다. 오늘 훈련은 여기까지. 집에 가서도 패턴 상황을 한 번씩 생각해 보도록. 해산!”
하준의 말을 끝으로 선수단은 삼삼오오 그룹을 지어 훈련장을 빠져나갔다. 훈련장에서 선수단이 모두 퇴장한 걸 확인한 하준은 그제야 긴 한숨을 몰아쉬며 잔디에 벌러덩 누웠다.
“하아···.”
“감독님. 왜 그러십니까?”
바로 옆에 있던 이수혁이 하준의 모습에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고, 볼러는 고개를 작게 끄덕이며 하준의 심정에 공감하는 모습을 보였다.
“왜 그러긴요.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니까요.”
선수단 앞에서는 자신만만하게 얘기한 하준이었지만 그 누구보다도 작금의 상황이 어렵다는 것을 하준 스스로가 알고 있었다.
전술.
현대 축구는 감독이 전력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전술이 중요했지만, 감독의 전술을 선수들이 제대로 구현하지 못한다면 다 부질없는 얘기였다.
‘시간이 너무 없다.’
짧다.
짧아도 너무 짧았다.
당장 이틀이 지나고 나면 리그 경기를 치러야 하는데 선수단의 움직임은 하준의 기대치의 반도 못 미치고 있었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감독이 바뀌고 새로운 전술을 일주일도 채 되지 않은 상태에서 제대로 구현한다면 그 팀은 전원이 국가대표 자원일 것이 아닌가?
“보스.”
“네. 말씀하세요. 볼러.”
옆에서 가만히 고개를 주억거리고 있던 볼러가 벌러덩 누워 있는 하준의 옆에 털썩 주저앉으며 입을 열었다.
“보스의 말대로 이번 경기에서 우리 선수들은 완벽하지 않을 겁니다.”
덤덤하게 말하는 볼러의 입에서 나오는 내용은 하준의 속을 더 쓰리게 했다.
‘굳이 한 번 더 상기시키지 말라고.’
그런 하준의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볼러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 나갔다.
“그렇지만 선수들은 많이 달라졌습니다. 저는 이제 팀에 합류한 지 이틀째 되는 코치죠. 그러니, 더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지난번 영상으로 접했던 선수단과는···.”
하준은 볼러의 눈빛이 이글거리는 것을 보며 몸을 일으켰다.
“전혀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만약, 상대가 이전의 우리 팀을 생각하고 나온다면 크게 한 방 먹일 수 있으리라 장담하죠.”
볼러의 말을 들은 하준은 저도 모르게 웃고 말았다. 코치들을 이끌어야 하는 자신이 도리어 코치들에게 위로를 받고 있다니? 하준은 이내 양 뺨을 두들기며 정신을 바로 잡았다.
“네. 맞아요. 어차피, 저들은 우리를 상당히 무시하면서 나오겠죠. 제가 괜한 걱정을 했네요. 어차피 공은 둥근 법인데 말이죠.”
공은 둥글다.
축구계에 널리 퍼져있는 명언을 다시 한번 되뇐 하준은 잔디를 박차고 일어섰다.
“게다가 9라운드는 우리 홈에서 열리는데 더 자신감을 가져야죠. 똥개도 제집에서는 한 수 먹고 들어가는데!”
열의를 불태우는 하준의 모습을 보며 두 명의 코치가 미소를 지었다.
* * *
“흐음···.”
나는 밤이 되도록 모니터 앞에서 씨름하며 퇴근하지 못하고 있었다. 미리 구상해 두었던 선발 라인업을 손보기 위함이었는데 생각보다 고민이 깊어진 탓이다.
“하아···. 분명히 최선의 선택이라 생각했는데.”
이번 주에 내 통찰안으로 지켜본 바로, 특성이 점멸하던 선수는 총 셋.
정상기와 프랑코 트라몬타나, 그리고 신영준이었다.
“그 셋이야 문제가 없다만···.”
문제는 다른 선수들에게 있었다. 9라운드에서 사용할 전술 훈련을 하다 보니 선발로 써먹으려 했던 선수 중 일부가 전술에 적응을 못 한 채 삽질을 하는 모습이 이어진 것 아닌가?
“오른쪽 윙백이 문젠데. 흠.”
이번 경기에 사용할 전술에서 오른쪽 사이드에 위치한 윙백과 윙어는 최적의 합을 보여 줘야 했다.
윙백이 과감하게 오버래핑해 사이드를 파고들고, 윙어로 출전한 선수가 중앙으로 들어와 플레이해야 하는데, 이 타이밍이 엉키면 오히려 후방에 위험지역을 노출하게 될 수 있다.
오른쪽 윙으로 출전할 프랑코의 경우 원래 공격형 미드필더 자원에다가 오른쪽 사이드도 볼 수 있는 멀티 플레이어라 기민한 움직임을 보였지만, 오른쪽 윙백에 낙점한 자원이 문제였다.
“타이밍을 더럽게 못 읽어.”
최초 오른쪽 윙백으로 낙점했던 홍정현은 빠른 주력과 과감한 드리블 돌파를 할 수 있는 선수였으나 윙어와의 타이밍을 제대로 맞추질 못했다. 그야말로 직진본능이랄까.
“이럴 때 그 양반은 어떻게 했더라?”
내가 경험했던 감독들 중, 커리어로 보나 지도력으로 보나 가장 클래스가 높았던 단 한 사람.
토마스 투헬.
그 양반은 이런 경우에 어떻게 했었는지를 기억하기 위해 첼시 시절을 되새겼다. 으레 모든 팀이 그러하듯, 매 시즌마다 각 포지션과 전술에 맞는 최적의 선수만이 존재하지는 않는다. 첼시 또한 그러했고.
투헬이 재임하던 시절도 같았고, 투헬 그 양반 역시 나와 같은 고민을 했었을 것이다.
실제로, 언론에서 투헬의 선택이니 뭐니 하면서 언론에서 생각하지 못했다는 식의 선수기용을 보여 주기도 했었으니.
“흐음···.”
고심하며 한숨을 내뱉던 찰나.
내 머릿속에 불현듯, 한 명의 선수가 떠올랐다.
“정창훈! 그래! 정창훈이가 있었지!”
정창훈은 반대 발 윙어를 선호하던 정인우 감독 체제에서 이태준에게 밀려 단 한 번도 선발 출장한 적이 없는 오른쪽 윙어였다. 빠른 스피드와 도저히 K2 리그 선수라고는 믿기지 않을 크로스 능력을 보유한 정창훈은 이번 라운드의 윙백에 어쩌면 가장 좋은 대안이 될지도 모른다.
거기다, 혹시 몰라서 정창훈을 오른쪽 사이드의 여러 위치에다가 두고 훈련을 시켜 봤는데 나쁘지 않은 모습을 보이기도 했었고.
“스프린트 능력도 준수한 편이고···. 문제라면 수비력인데···.”
빠른 주력과 좋은 크로스 능력.
윙백이 가져야 할 공격적인 능력으로는 문제 될 것이 하나도 없었다. 그러나, 정창훈은 윙백이 아닌 윙어. 수비력도 겸비해야 할 윙백에 세우기에는 다소 애매한 감이 있었다.
분명, 오른쪽 사이드의 여러 위치에 세웠을 때 좋은 모습을 보여 주었지만 한 가지가 걸렸다.
“실전에서도 수비 실책 없이 해낼 수 있을까?”
훈련 때 보여 주던 모습을 백 퍼센트 보여 줄 수 있다면, 정창훈 쉬프트는 분명 좋은 한 수가 될 수 있겠지만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 준다면···.
“최악의 수와 더불어 그날 경기의 실점 루트가 돼 버리겠지.”
애매한 상황이라 쉽사리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던 그때.
내 머릿속에 한 가지 장면이 스쳐 지나갔다.
‘이야. 창훈아! 너 수비 위치에서도 잘하는데?’
‘아. 주장. 사실은 중등부에서는 오른쪽 풀백도 겸하면서 뛰었었거든요. 그 당시 감독님이 네 스타일이 클래식 윙어에 가까우니 풀백으로도 한번 뛰어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면서요.’
나이스.
측면 수비수로도 뛰어 본 경험이 있다면야 더 이상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물론, 과거에 뛰었던 포지션이라고 잘할 거라는 보장은 없었지만, 전술적인 움직임을 가져갈 때에는 정창훈이 홍정현보다 두 배 이상 나은 모습을 보였기에 어쩔 수 없었다.
“크. 그 중학교 축구부 감독님의 혜안이 이렇게 도움이 되다니!”
인사이드 포워드나 인버티드 윙어가 주류로 성행하는 현대축구의 흐름상, 클래식 윙어 스타일을 보이는 제자를 위해 중등부 감독은 만약의 안배를 한 것이 분명했다.
베컴이 요즘 세대의 선수였다면 오른쪽 윙백으로 대성했을 거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었으니.
“선발 라인업은 이 정도면 된 것 같고···. 내일은 인터뷰인가?”
감독대행으로 처음 갖는 경기 전 인터뷰가 바로 내일이었다. 선수 시절에도 많은 기자를 상대해 봤지만, 팀을 이끄는 입장의 인터뷰는 처음이니 조신하게···.
할 생각 따위는 전혀 없었다.
굳이 나를 자극한다면,
투헬이 나를 크레이지 보이라고 했던 이유가 무엇인지 똑똑하게 알려 줄 것이다.
* * *
찰칵!
찰칵!
쏟아지는 플래시 세례에 눈이 부셨지만 나는 눈을 부릅뜨고 미디어 실에 앉아 있었다. 한국으로 들어와 처음 갖는 아니, 감독의 입장으로는 처음 갖게 되는 경기 전 인터뷰다 보니 플래시 세례에 눈을 감으면 괜히 지는 것 같은 기분이었기에.
“김하준 코치님! 감독 대행이지만 K리그 출범 이후 최연소 감독 기록을 경신하게 되었습니다. 소감이 어떠신지요?”
예상외로 첫 질문은 전임 감독인 정인우 감독에 대한 이슈가 아니라 내가 갖게 된 최연소 타이틀에 대한 것이었다.
“리그 역사를 통틀어 파격적인 기록을 경신하게 되어 감사할 따름입니다. 구단에 누가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여 팀을 이끌어 나갈 계획입니다.”
스무스한 대답. 기자 측에서 공격적으로 나오지만, 않는다면 굳이 미친개처럼 달려들 필요는 없다. 나는 상식적인 사람이니까.
그러나, 내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이 다음 질문부터 기자들은 조금 더 강한 질문을 던져 대기 시작했다.
“일각에서는 파격적인 인사가 아니라 무책임한 인사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감독 경험이 전무한 초짜 코치에게 너무 과한 직무를 맡긴 것이 아니냐는 얘기가 주를 이루는데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끄응.
거, 살살해도 될 것을 굳이 저런 여론을 끄집어 온다니까.
“그러한 여론도 충분히 이해합니다. 저라도 그리 생각했을 것이니까요. 다만, 제가 유럽에서 배워 온 그들의 전술 운용법을 팀에 도입해 이 리스크를 줄일 생각입니다.”
“그 말씀은 한국축구가 유럽에 비해 아주 볼품없다는 얘기입니까? 코치님의 발언이 너무 사대주의적인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네요. 유럽에서 프로 생활을 보내고 라이센스를 취득했다 해도 너무한 발언인 것 같습니다만.”
시작됐다. 어거지로 자극적인 기사를 만들어 내기 위한 밑밥이. 스무스하게 넘어가려면 넘어갈 수도 있겠지만 선수 때나 지금이나 저런 류의 억지를 보게 되면 참을 수가 없었다.
“억측과 비약이 지나치시네요. 기자님. 볼품없다고 한 적은 없습니다만···. 우리의 축구가 그들에 비해서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죠. 발전하려면 현 상황에 대해 인정을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언제까지 월드컵 4강, 올림픽 동메달에 연연해 현실을 회피할 생각입니까?”
발전하기 위해서는 제일 먼저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지난날의 영광을 기억하며 우리의 수준은 높다고 우리끼리 말해봐야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으니.
“상당히 논란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은 발언인데 책임질 수 있으시겠습니까?”
책임이라.
불씨는 저들이 지펴놓고 책임은 나보고 지라니.
“9라운드 경기를 통해 보여 드리죠. 국가대표가 발전하려면 국내 축구가 발전해야 한다는 말. 다들 들어 보셨을 겁니다. 제가 어떻게 리그의 판도를 바꾸는지 보여 드리도록 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