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soccer genius becomes a great coach RAW novel - Chapter (50)
50. 인정과 관심(2)
12월 말이 다가오는 무렵.
하준의 거취에 관한 기사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김하준, 독일行 확정. 마인츠 05와 협상 완료. 계약 임박!] [우승 청부사 김하준, 마인츠 05에서도 승격을 이루어 낼 수 있을까?] [분데스리가2 최초 한국인 감독이 되는 김하준.] [3년만에 독일로 돌아가게 된 김하준?] [마인츠 05, 협상에서 전권을 약속?]-마인츠? ㄹㅇ? 왜? 그간 보여준 게 있는데 1부리그는 못가나??
-저울질하던 구단 중에는 유럽 1부리그의 팀도 몇몇 있었다고 함. 마인츠랑 협상 중인 거 보면 김하준이 마인츠를 고른 것 같은데?
-대체 왜 마인츠를 고른 거지? 2부에서도 강등권 싸움 중이던데.
-거기서도 서울 유나이티드 2탄 찍으려고 하는 건가??
-카더라기는 한데, 다른 구단들에서 제의한 건 헤드 코치. 매니저직을 제의한 건 마인츠 하나뿐이라고 하더라. 그래서 마인츠를 고른 거일 수도 있음.
-헤드 코치는 안 좋은 거?
-헤드 코치는 영입을 비롯한 구단 내부 일에 권한이 없음. 말 그대로 코치진의 수장이라고 해야 하나. 전술을 짜고 선수단 관리하는 정도밖에 못함. 마인츠도 강등 피하려고 크게 베팅한 듯 ㅇㅇ.
마인츠와 계약이 거의 완료 되었다는 기사에 사람들이 보인 반응은 대체로 의아함이었다. 서울 유나이티드 재임 동안 6개의 트로피를 따낸 하준이 2부에서도 강등권을 헤매는 팀을 선택한 것은 선뜻 이해하기 어려웠으니까.
한편, 화제의 중심인 하준은 서울 유나이티드의 클럽 하우스를 방문했다.
“그래. 내일 출국하나?”
“네. 감독님. 합의는 전부 완료돼서 내일 사인하고 간단하게 사진 촬영만 하면 끝입니다.”
하준의 뒤를 이어 다시 감독직에 오른 최용환이 못내 아쉽다는 표정을 지었다.
“자슥이···. 내도 데리고 가라고 말했는데. 하. 지난 2년 동안 같이 동고동락한 정이 있지.”
헤어지는 것에 대한 아쉬움으로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내뱉는 최용환을 보며 하준은 빙그레 미소 지었다.
“감독님도 이제 감독으로 있으셔야죠. 언제까지 코치로 있을 수는 없잖아요? 국내 명장 중 한 분이신데.”
“허. 말이라도 몬 하면.”
“볼러를 비롯해서 이수혁 코치와 여타 다른 코치들이 감독님을 잘 보좌할 거예요. 다음 시즌에도 트레블 하셔야죠?”
씨익.
장난기 어린 미소에 최용환은 기가 찬다는 표정으로 툴툴거렸다.
“인마, 니가 트레블 해 놓고 외국으로 튀는 바람에 내가 부담이 심해졌다 아이가. 으휴. 근데, 독일로 가는 거면 볼러 코치 데리고 가는 게 낫지 않겠나?”
“하하···. 그러면 편하기야 하겠지만···. 볼러는 아내 때문에 한국에 온 케이스라서요. 아마 가자고 해도 안 갈 겁니다.”
“쯧. 뭐 그러면 어쩔 수 없지. 그보다, 니 우리 선수 중에 데리고 갈 선수 있나? 있으면 지금 말해라. 시즌 구상 다 끝났는데 뒤통수치지 말고.”
최용환의 말에 하준이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데리고 가면 좋을 선수야 있긴 한데···. 마인츠가 강등권이라 오려고 할지는 잘 모르겠네요.”
하준이 만약 마인츠가 아니라 함부르크를 선택했더라면 이런 고민 따위는 없었을 테지만, 아시아 트레블까지 달성한 선수에게 2부리그의 강등권 팀으로 같이 가자고 하기는 하준이라고 해도 어려웠다.
“글쎄, 뭐. 니가 가믄 그 팀이 언제까지고 2부에만 있겠나? 바로 치고 올라 오겄지. 데리고 갈 거면 지금 말해 놔라. 중국이랑 중동 팀에서 눈독 들이는 아들도 있는 것 같드라.”
“중국이랑 중동에 파시게요?”
“돈으로 갖다 바르는데 내가 무슨 수로 막노? 이적 안 하면 내 입장에서야 좋지만, 선수들도 연봉 따질 기회를 줘야지.”
“그것도 그렇네요. 그럼 저는 이제 가 볼게요. 감독님.”
“오냐. 연락하고. 거기서도 잘 될 기다. 그리고 누구 데리고 갈 거면 문자로라도 보내 놔라. 이적시장 열렸을 때 대체자 구해야 하니까.”
“네네.”
감독 집무실을 나온 하준은 훈련장을 찾았다. 원래라면 선수들이 짧은 휴가를 보내고 있을 시기.
뻐엉—!
그러나, 몇 명의 선수가 훈련장에 나와 있는 모습이 하준의 눈에 들어왔다.
“어? 감독님!”
“감독님이네? 언제 오셨어요!”
어느새 하준을 발견한 정상기와 임우정이 그를 향해 달려왔다.
“방금 왔다. 그리고 이제는 감독 아닌데.”
“에이, 곧 다른 구단 감독 되시면서.”
“최 코치님 아니, 최 감독님한테 인사하러 오신 거예요?”
정상기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인 하준이 답했다.
“그래. 겸사겸사 훈련장도 들렀는데 너희가 있을 줄은 몰랐네.”
“저희 둘 다 며칠 뒤면 FA 신분이어서···. 훈련장 쓸 수 있을 때 써야죠. 단물까지 빨아 먹어야지.”
“그런데 감독님은 정말 마인츠로 가시는 거예요?”
“그렇게 됐어. 2부리그에 강등권이라 너희한테 같이 가자고는 못ㅎ···.”
하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갈래요! 저! 저도 갈래요!”
“저도 데려가 주세요!”
임우정과 정상기는 혹여라도 자신들을 데려가지 않을까 걱정하는 눈으로 소리 질렀다. 그 탓에 하준은 다른 의미로 땀을 삐질삐질 흘리게 되었고.
“아니···. 마인츠로 가면 주급 많이 못 받아. 그리고 유럽 대항전에 언제 나갈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어.”
욕심대로 할 것 같으면 두 선수를 그냥 데려가도 되지만, 하준이 보기에 눈앞의 두 선수는 자신이 마인츠에 데려가는 것이 아니더라도 더 좋은 유럽팀으로 갈 수 있을 재능이었다. 그래서 욕심을 잠시 접어 두고 그들을 설득하려 했지만.
“에이. 저희가 뭐 언제부터 1부에서 데뷔했다고 그래요.”
“맞아요. 그리고 감독님이 가면 강등은 무슨, 승격할 텐데 걱정할 게 뭐가 있어요?”
그들의 완강한 태도에 하준은 이내 너털웃음을 보였다.
지난 3년의 시간 동안.
성적 말고도 얻어 낸 게 많구나.
그렇게 하준은 생각했다.
“대신. 마인츠 가서 힘들다고 징징거리면 바로 2군에 처박을 거니까 각오 단단히 하고.”
“네!”
“당연하죠!”
그러다 문득.
하준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데 너네 재계약 안 하고 있었어?”
하준은 서울 유나이티드의 헤드 코치였다. 매니저가 아니라.
영입과 재계약에 관해서도 단장에게 요청하고 단장이 처리하는 사안이었고, 팀을 떠나기로 마음먹으면서 선수 재계약에 관해 관심을 소홀히 한 결과였다.
“아아, 그거요?”
“감독님이 재계약 거부하시길래 저희는 감이 따-악 왔죠.”
“감독님이 팀을 옮기는구나! 하구요.”
예컨대 그런 것이었다.
저들의 감독이 떠날 것 같으니 그에 맞춰서 저들도 옮기겠다는 그런 결심.
“허. 너네 내가 안 데려간다고 하면 어쩌려고 그랬냐?”
“에이. 만에 하나 그랬다면 다른 팀에 가면 되죠. 저희도 나름 인기 많다구요?”
대책 없는 두 사람의 말에 하준은 이마를 짚었다.
* * *
“여기도 오랜만이네.”
12월 말.
나는 마인츠의 홈구장 메바 아레나 근처에 도착했다. 15년 전까지는 옛 구장에 있는 클럽 하우스를 사용하던 마인츠였지만, 2025년에 메바 아레나 인근에 클럽 하우스를 옮겨와 옛 구장과는 완전히 작별을 고했었다.
“뭐···. 여기는 3년이 지나도 여전히 논밭투성이네.”
마인츠의 홈구장 메바 아레나는 논밭이 펼쳐진 지역의 한 가운데에 있었고 이는, 완공 후 20년이 지난 지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이곳이나 저곳이나 땅값이 워낙에···.”
마인츠뿐 아니라 독일에서는 최근에 지어진 경기장인 경우, 조금이라도 땅값에 들이는 돈을 줄이기 위해 도심과 멀리 떨어진 경우가 대다수였다.
숲속에 있는 프랑크푸르트의 홈구장이나 강변에 위치한 베르더 브레멘의 홈구장이 그렇듯이.
“감상은 이쯤 하고 들어가 볼까.”
클럽 하우스로 발걸음을 옮기자 클럽 하우스의 정문 앞에 익숙한 인영이 서서 나를 반기고 있었다.
“킴!”
“오랜만이네요, 스벤손.”
“자자. 들어가서 얘기하지.”
마인츠의 단장인 보 스벤손.
구단의 회장과 단장이 보통 다 독일인으로 구성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스웨덴 출신으로 단장에 오른 인물이었다. 마인츠에서 7년을 뛰고 은퇴 후, 감독까지 지냈다 보니 나름대로 구단에서 인정받는 인물이기도 했고.
“으음. 솔직히 기분이 상했을 수도 있는데 이렇게 다시 와 주어서 정말 고맙네.”
자리에 앉자마자 3년 전의 일을 꺼내 미안하단 뜻을 전하는 스벤손.
“그게 어디 단장님 때문인가요? 운이 없었죠.”
강등의 원인으로 지목된 감독뿐 아니라, 같이 있던 코치진까지 전부 물갈이가 되었던 그날의 사건. 눈앞에 있는 스벤손은 최대한 코치진을 보호하려고 애썼으나, 구단 회장과 서포터즈의 의견이 너무나 완강했던 터라 그의 힘으로는 막을 수가 없었다.
“그리 생각해 주니 고맙군. 나는 자네가 함부르크에 가지 않을까 싶어 노심초사하고 있었어.”
“뭐···. 독일에서는 마인츠에 마음이 가니까요. 짧지만 선수 생활도 했었고.”
거짓말이다.
마인츠에 마음이 가서 왔다기보다는, 함부르크보다 마인츠가 내가 활동하는 것에 더 편하다는 판단을 내렸을 뿐.
“하하. 그렇지. 역시, 자네는 선수들에 귀감이 될 인물이야. 요즘은 다들 돈만 봐서···. 에잉. 쯧.”
스벤손 단장이 약간 오해를 한 모양이었지만 나는 구태여 오해를 정정하지 않았다.
‘착각해서 좋게 봐준다면 나야 땡큐지.’
헤드 코치가 아니라 매니저 직책을 받았다고 해도 구단 수뇌부와는 좋은 관계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 그런 면에서 단장의 이러한 오해는 오히려 좋은 것이었고.
“그것보다 대단하더구만.”
“뭐가 말입니까?”
“그 전 팀에서 세운 기록들과 맨체스터 시티를 상대로 연장전까지 끌고 갔던 것 말일세.”
서울 유나이티드 재임 시절의 기록들과 최근 클럽 월드컵 준우승을 언급하는 단장. 이 기록들이 나를 데려오려고 한 이유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과르디올라에게 크게 한 방 먹인 것으로 유럽 무대 검증 어쩌고 하는 말을 일축할 수 있을 테니까.’
물론 분데스리가2가 아니라 분데스리가였다면 그 말을 일축할 수는 없었을 테지만.
‘그리고 마인츠는 지금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니기도 하지.’
2부에서도 강등권 싸움을 진행 중인 16위.
2부리그에서 16위를 하는 팀에 좋은 감독이 올 확률은 낮다. 어중이떠중이를 불러올 바에야 내가 감독직을 맡는 것이 낫다는 것에 구단이나 서포터즈 모두 동의할 것이고.
“모두가 열심히 한 덕분이죠.”
“겸손은. 열심히 하는 것만으로 맨체스터 시티에 대항 할 수 있다면 모두가 그랬겠지.”
인사치레는 이 정도로 끝내고.
나는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그래서, 이번 시즌 이적 예산이 얼마나 남았죠?”
“5,500만 유로에서 여름 이적 시장을 지나 3,600만 유로 정도가 남았지.”
3,600만 유로.
한화로 498억이 조금 안 되는 돈이다.
‘하아. 독일 구단은 이게 문제야.’
50+1 룰.
거대 자본이 구단과 리그를 집어삼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시행하고 있는 규칙. 의도와 결과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다만.
‘미쳐 버린 이적 시장 규모를 감당할 수 없는 이적 자금이 문제라는 거지.’
사실 이 정도 금액도 상당히 오른 것이라고 볼 수 있었다.
지금 마인츠가 제시하는 금액이 10년 전 1부리그 중상위 클럽이 가지고 있던 이적 예산이었으니까.
‘수비수가 1,500억을 가뿐히 뛰어넘는 시대라니.’
10여 년 전.
반 다이크가 1,000억을 깨며 수비수 1,000억 시대를 열었을 때도 이적시장이 미쳤다는 소리를 했었지만 미쳐버린 이적시장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으음. 뭐, 좋습니다. 이 정도 금액만 하더라도 2부에서는 차고 넘치는 금액이니까요.”
선수단이 탄탄하다는 가정하에서 말이다.
“허허. 그리 말해 주니 든든하군. 자. 이제 오피셜 기사를 올려야 하니, 마지막 사인을 해 주겠나?”
“그럼요.”
찰칵—!
찰칵—!
건네받은 서류에 사인하는 것으로 나는 마인츠와 3년 계약을 확정 지었다.
그리고.
“이것도 들고 한번 찍어 주게.”
“······저는 선수가 아닌데요?”
스벤손 단장이 가져온 것은 마인츠의 홈 유니폼이었다. 유니폼 뒤에 마킹 된 것은 내 이니셜 H. KIM과 등 번호를 대신하여 32-33 시즌 넘버였다.
‘가끔 선수의 재계약 때 이벤트 느낌으로 하긴 한다지만.’
감독의 경우는 아무 마킹이 들어가지 않은 홈 유니폼을 들고 사진을 찍는 것이 일반적인데.
“뭐 어떤가. 마인츠에 처음 발을 들인 것도 아니고, 서포터즈에게 홍보도 할 겸 해서 홍보팀에서 제작했다네.”
“아···. 네. 뭐 그렇게 하죠.”
나는 떨떠름하게 유니폼을 받아 들고 포즈를 취했다.
훗날, 이 유니폼이 불러올 파장을 알지 못한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