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soccer genius becomes a great coach RAW novel - Chapter (52)
52. 체질 개선(2)
후우우우—.
나는 클럽 하우스 바깥. 그러니까 논밭으로 둘러싸인 곳에서 담배를 태우며 멍하니 서 있었다.
“으음···. 어떻게 한다···?”
후반기 일정안에 잔류와 더불어 승격까지 노려보려면 영입은 필수였다.
문제는.
“쓸 만해 보이는 선수는 죄다 비싸니 원.”
해가 갈수록 이적시장은 미쳐 돌아가고 있었고, 그것은 2부리그라고 해서 다르지 않았다. 김채우를 영입했던 것처럼 거의 공짜로 업어 올 수 있는 매물은 꿈도 꿀 수 없었다.
김채우의 경우는 유럽 무대가 아닌 한국으로 가는 조건에다가 세비야가 명실상부 라리가 최강자로 올라서면서 재정적으로 부유해진 터라 회장이 대인배처럼 용인해 준 이적.
“498억으로 데려올 수 있는 자원이···.”
눈을 낮추면 두 명 정도를 데려올 수 있는 금액이고, 이적료 가치가 하락한 남미 리그로 눈을 돌린다면 세 명 정도도 볼 수 있는 금액이었다. 유럽 무대의 이적시장만 기형적으로 규모가 미쳐 버린 이 상황에 나는 쓴웃음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쓰읍···. 나머지는 유스팀이랑 2군을 다시 살펴봐야겠네.”
혹시라도 내가 놓친 자원이 있을 수도 있었으니.
띠리리링—.
“네, 김하준입니다.”
-보스, 펠릭스입니다.
구단의 스카우트 누노 펠릭스가 전화를 걸어왔다.
“네. 혹시 쓸 만한 매물을 찾으셨나요?”
-그렇습니다. 스카우팅 리포트를 메일로 보냈으니 확인하시면 되겠습니다.
“고생하셨어요. 확인해 볼게요.”
스카우팅 리포트를 보냈다는 펠릭스의 말에 나는 서둘러 클럽 하우스로 들어갔고,
사무실로 돌아와 서둘러 메일을 열어 펠릭스가 보낸 스카우팅 리포트 파일을 눌렀다.
“음.”
펠릭스가 보내온 스카우팅 리포트에는 총 세 명의 선수가 있었다.
26세의 수비형 미드필더 윌리 테오도르.
20세의 스트라이커 제롬 뮐러.
마지막으로 29세의 센터백 안드레 쿠발라.
내가 요청했던 세 개의 포지션 중 적합한 자원을 펠릭스가 잘 추려 왔지만, 문제가 있었다. 제롬 뮐러와 안드레 쿠발라를 영입하면 이적 자금이 동난다는 것이고, 윌리 테오도르는 바이에른 뮌헨 소속의 선수라는 것이다.
“바이에른 소속 선수를 굳이 리스트에 넣었다는 건···.”
나는 테오도르의 스카우팅 리포트를 유심히 읽기 시작했고 곧 만세를 부를 뻔했다.
“호오. 준수한 피지컬에 지능적으로 수비를 하네. 빌드업에 관여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거기다 주전 경쟁에서 밀렸다는 것도 좋고.”
주전 경쟁에서 밀렸다는 말은 우리가 임대 영입에 관해서 찔러 볼 수라도 있다는 얘기기도 했다. 게다가 나는 바이에른의 수장 투헬과 직통으로 연락할 수 있는 사이였으니.
“크흠. 설마 쓰지도 않는데 안 내주겠다고 하진 않겠지?”
설마 그러기야 하겠나 하는 마음으로 전화를 들어 투헬의 번호를 눌렀다.
띠리리링—.
몇 번의 수화음이 울린 뒤에.
-뮌헨에 들렀나? 전화를 다 하고.
구세주가 될 수도 있을 영감이 전화를 받았다.
“뮌헨은 아니고 마인츠에 있어요. 일정이 바빠서 들르지 못했네요.”
-그럼 무슨 용건으로 전화를 했냐? 먼저 전화 한 통 안 하는 녀석이.
누가 보면 아버지와 아들인 줄 알겠네. 왜 이리 전화를 민감하게 생각하는 건지.
“하하···. 무소식이 희소식인 법이죠.”
-말은 잘하는군. 지금 시기에 전화를 한 거 보니 이적 관련 얘기겠구나.
귀신같은 양반.
저쪽에서 내가 전화를 건 이유를 파악했으니 구태여 서론을 길게 가져갈 필요는 없었다.
“크흠. 음. 맞습니다. 바이에른에 윌리 테오도르라는 선수 있지요? 그 선수 임대 가능할까요?”
-테오도르? 싫다면?
“······어. 좀 안될까요?”
-허허허. 조크야 조크.
이게 노잼으로 유명한 독일식 농담인 것인지 아니면 투헬 본인이 더럽게 재미가 없는 건지 알 수는 없지만, 임대 자체에 부정적이진 않은 듯했다.
“시즌이 끝날 때 까지 임대할 수 있겠습니까?”
-흐음. 좋지. 다만, 선수 본인이 동의해야 가능하겠지만.
“네. 결과가 나오면 전화 부탁드려요.”
투헬과 구두로 진행한 합의는 원만하게 해결되었으나, 선수 본인의 의사가 중요했다. 남아서 주전 경쟁을 하겠다며 임대 이적을 거절하면 말짱 도루묵이었으니까.
“그나저나. 바이에른은 여전히 자원이 차고 넘치는구나.”
스카우팅 리포트와 영상을 지켜본 바로, 바이에른이 아니라 다른 팀에서 뛰었다면 테오도르는 주전을 넘어 핵심 자원으로 분류 되었을 만했다. 문제는 현재 바이에른의 중원이 필요 이상으로 포화 상태라는 것이었다.
바르셀로나 유스 출신의 개스파 발부에나를 시작으로 독일 국가대표의 핵심 라파엘 루트와 에니스 미헬.
프랑스의 신성 압도우 포파나와 바이에른 유스의 산물인 보리스 스텐젤까지.
이 밖에도 중원을 담당할 수 있는 멀티 자원들이 넘쳐 나는 바이에른의 주전 경쟁을 이겨 내는 것은 힘겨웠을 것이다.
“임대를 받아들여야 할 텐데···.”
테오도르 정도의 선수라면 1부의 다른 팀에서도 임대를 노리고 달려들 것이 분명했다. 투헬이 우리에 대해서 얼마나 좋게 말해 주느냐에 따라 영입의 성공 여부가 결정될 정도로.
“이제 다음은 나머지 두 선수네.”
제롬 뮐러는 다름슈타트 소속, 안드레 쿠발라는 보훔 소속이었고 소속 팀에서도 적당한 가격만 받는다면 매각하는데 주저 없을 정도의 자원이었다.
그 정도의 자원도 지금 우리에게는 모셔와야 할 정도인 것이 문제였지만.
“하아. 모쪼록 잘 돼야 할 텐데···.”
감독으로 데뷔한 이래 이적시장에서 이렇게 고민한 적은 처음이었다.
* * *
[제롬 뮐러, 1,450만 유로에 다름슈타트에서 마인츠 05로 이적.] [안드레 쿠발라, 1,085만 유로에 보훔에서 마인츠 05로 이적.]-오! 예스! 구단이 드디어 일을 하기 시작했어!
-킴이 자유 계약으로 데려온 임과 정을 포함해서 네 명의 선수를 영입하는 데 성공했어. 임과 정은 적응을 어떻게 할지 모르겠지만, 뮐러와 쿠발라는 이미 리그에서 뛰는 모습을 봤잖아? 알짜 영입이야.
-여름에 돈을 이상하게 쓰지만 않았더라도 킴이 더 좋은 자원을 데려올 수 있었을 텐데.
-어쩔 수 없잖아. 지금은 이렇게라도 데려온 걸 감지덕지해야 할 판이야.
-맞아. 특히 센터백 보강은 필수였어. 마빈 하인즈 그놈이 실점의 빌미를 제공한 게 몇 번이야. 루카가 아무리 고군분투해도 마빈 그 XXX가 다 말아 먹었다고!
-아직 이적시장이 한참 남았으니, 얼마나 더 보강할지 지켜보자. 우선 지금까지는 충분히 만족스러운 영입이야.
-구단 공식 계정에 올라온 훈련 사진 봤어? 선수들 눈빛이 달라졌더라. 킴이 강력한 동기부여를 한 게 분명해. 거기다 괜찮은 영입까지 이어지고 있으니, 강등 걱정은 피할 수 있을지 몰라!
후반기 일정이 시작되기 일주일 전.
우리는 제롬 뮐러와 안드레 쿠발라의 이적을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테오도르의 경우, 투헬의 말에 의하면 꽤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하니 나쁜 상황은 아니었다.
삐리리! 삐리리!
“아. 시간이 됐네.”
전화에서 울리는 알람을 끄고 나는 나갈 채비를 했다. 오늘은 2군 훈련장에 방문해서 선수들을 다시 한번 살펴보기로 했었다.
“우정이 때처럼 좋은 선수가 있었으면 좋겠는데.”
서울에 있을 적, 2군 훈련장에서 임우정과 황상수를 발견했던 것을 떠올리며 나는 다시 한번 그런 일이 생기기를 바랐다.
발걸음을 옮겨 2군 훈련장에 도착하자 2군 팀 감독인 야닉 빈켈이 반갑게 나를 맞이했다.
“오셨습니까, 감독님.”
“네. 혹시 제가 늦지는 않았죠?”
“그럼요.”
인사를 끝낸 빈켈은 2군 선수단의 훈련을 진행했고 나는 멀찍이 떨어져 그것을 바라봤다.
시간이 조금 흐르고.
‘음···. 딱히 눈에 띄는 움직임은 없는데.’
선수들의 움직임을 계속해서 쫓았지만 영 눈에 들어오는 움직임은 없었다. 이번은 허탕인 것 같아 자리를 돌리려던 그때.
“윽···!”
왼쪽 눈에 통증이 찾아왔다.
왼쪽 시야를 통해 들어오는 선수들의 특성과 별, 그리고 새로이 추가된 포지션 적합도.
“어···?”
순간 멍청한 소리를 내고 말았다.
분명히 눈에 띄는 움직임은 물론, 잦은 실수를 보이던 선수의 머리 위에 떠 있는 별의 개수가 네 개였기 때문에.
‘어째서···?’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추론하건대, 별이 다섯 개가 신계의 선수들, 네 개 반이 월드클래스. 네 개라면 유럽 무대에서 준수한 활약을 펼치는 선수. 세 개 반이 유럽에서도 뛸 수 있을 만한 자원이었다.
분명 그것이 맞을 텐데.
‘저렇게 실수투성이 선수가 별이 네 개라고?’
등 번호 46번을 달고 뛰고 있는 선수를 보며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수비형 미드필더로 미니 게임을 소화하고 있는 저 선수는 상황 판단과 순발력이 현저히 떨어져 보이는데 어째서 별이 네 개란 말인가?
다소 혼란스러운 상황에 나는 고개를 젓고 그 선수의 머리 위에 떠 오른 정보-정보라고 해봐야 특성과 별, 포지션 적합도 이 세 가지가 전부지만-들을 훑었다.
‘특성은···. 제한적 철벽?’
제한적 철벽이라니.
선수가 가진 특성의 이름부터가 무엇인가 어색했다.
‘어···? 포지션 적합도 부적합···?’
특성의 아래에 쓰여있는 포지션 적합도가 붉게 빛나고 있었다.
포지션 적합도 : 부적합이라는 문구와 함께.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다는 소린데···.’
현재 포지션이 적합하지 않다는 것을 알아채고 나서야 저 선수가 왜 별 네 개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저렇게 실수투성이인지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저 선수의 장점이 드러나는 장면이 포착됐다.
타다다닷!
촤앗!
‘발도 빠르고 피지컬도 준수해. 거기다 대인방어 능력이···.’
상당했다.
수비형 미드필더가 아니라 센터백 자원으로 쓰면 좋을 것 같은 플레이였다. 다만, 상황 판단능력과 예측되지 않은 상황에서의 순발력이 떨어지기에 옆에 라인을 조율할 센터백이 있어야 하겠지만.
‘그래서 제한적 철벽이라는 이름이구나.’
조건이 성립되면 완벽한 철벽을 보여 줄 수 있는 재능이지만 반대로 그 조건이 성립되지 않는다면 철벽은 고사하고 실점의 빌미가 될 수도 있는 선수.
이런 점에서 제한적 철벽이라는 특성의 이름은 정말이지 딱 맞았다.
‘상황 판단능력은 경험이 쌓이면 어찌어찌 커버할 수 있지 않을까···?’
거기다 양발잡이. 양발잡이 센터백이라면 빌드업 상황에서도 다양한 패턴을 만들 수 있다.
그리고.
쿠발라의 영입으로 센터백 자원이 늘었지만, 그 역시 30세였기 때문에 젊은 피의 수혈이 필요한 상황.
당장 주전으로 기용하지 않더라도 로테이션으로 기용하며 키울 필요가 있었다.
“빈켈.”
“네, 감독님. 혹시 눈에 띈 선수가 있습니까?”
“저 46번 선수 이름이 뭐죠?”
내 말에 빈켈은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실수투성이에다 단점이 더 부각되는 선수를 1군 감독이 궁금해하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 것일 터.
“미하엘 포가테츠라는 선수입니다. 그런데 미하엘은 왜···?”
“저 친구 제가 데리고 가도록 하죠.”
“감독님. 그렇지만 미하엘은···.”
“수비형 미드필더로는 꽝이죠. 무슨 말씀을 하려는지 충분히 알고 있습니다. 걱정하실 필요 없어요. 저는 저 친구를 미드필더로 기용할 생각이 아니거든요.”
순간 빈켈이 멍청한 표정을 지었다.
그라고 해서 미하엘을 다른 자리에 써 보려 하지 않았을 리가 없다. 제일 먼저 센터백으로 기용해 보려 했겠지.
하지만.
‘2군에 저 녀석의 단점을 커버해 줄 수비수가 있었으면 진작에 1군에 올라갔거나 이적했겠지.’
나는 빙그레 미소 지으며 빈켈에게 재차 말했다.
“보니까 나이도 어려 보이던데 1군에 합류시켜서 좋은 선수로 만들어 볼 생각입니다.”
“아···. 알겠습니다. 미하엘!”
내 의견이 확고하다 보니 빈켈은 미하엘을 불러왔다.
“미하엘. 너도 알겠지만 이번에 새롭게 1군을 지휘하고 계신 김하준 감독님이야. 너랑 얘기를 나눠 보고 싶다고 하시네.”
간단한 상황설명을 마친 빈켈은 자리를 비켜 주었고 나와 단둘만 남은 미하엘은 어안이 벙벙한 표정이었다.
“저···. 그게. 저는 왜···?”
자신감이 없고 주눅 들어 있는 모습.
자신의 실력에 확신이 없기에 나타나는 모습이기도 했다.
나는 그런 미하엘에게 최대한 사람 좋아 보이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
“축구가 좋니?”
그러나 사람 좋아 보이는 미소가 무색하게, 미하엘은 하얗게 질린 얼굴로 외쳤다.
“히익···! 제발 방출만은···!”
아.
나는 그런 의도로 말한 것이 아닌데.
진지하게 내 인상이 문제가 있는지에 대해 고민해 볼 필요가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