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soccer genius becomes a great coach RAW novel - Chapter (53)
53. 체질 개선(3)
나는 서둘러 미하엘을 진정시켰다.
“잠깐, 진정해. 너를 방출시킨다는 말은 한 적이 없다고.”
“제발 방출···. 네?”
멍청한 표정을 짓는 미하엘을 보며 나는 한숨을 뱉었다.
“그냥 물어본 거야. 축구가 재밌냐고.”
“아···.”
그제야 자신이 착각 속에 난리를 피웠다는 것을 자각한 미하엘이 고개를 푹 숙였다.
“내가 너를 따로 부른 이유가 뭐 같아?”
“그···. 저는 구단에서 저를 방출하기로···. 그런 말씀을 하시려고 부른 줄 알았어요.”
끄응.
2군 선수 방출 건을 내가 전달할 이유가 뭐가 있겠나 싶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선수라 그런 것은 넘어가기로 했다.
“그런 거 아니니까 걱정하지 말고. 그래서 축구 하는 게 재밌니?”
“네! 어려서부터 꿈이기도 했고, 지금도 너무 재밌어요···!”
눈을 반짝이며 말하는 녀석을 보며 나는 입꼬리를 올렸다.
“그래? 그래서 하는 말이야. 나는 너를 1군으로 올릴 생각인데 어때?”
“1군이요?”
눈을 반짝이던 것도 잠시.
1군으로 콜업하겠다는 내 말에 녀석의 표정이 상당히 어두워졌다.
‘흐음. 보통 콜업 소식을 들으면 다 좋아하는 게 정상인데.’
자신감이 많이 떨어진 상태라 그런 것일까.
“그래. 나는 너를 1군에 올릴 생각이다.”
“하지만 저는 실ㄹ···.”
“대신.”
녀석의 말을 끊고 조건을 달자, 녀석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지금 포지션이 아니라 센터백으로 뛰는 조건이야.”
“센터백이요?”
“그래. 냉정하게 말해서 미드필더로서 너의 역량은 형편없는 수준이야. 3부리그나 더 밑으로 가게 되든지 그것도 아니면 저 변방의 이름 모를 리그로 갈 만큼.”
냉정한 말에 얼굴에 그늘이 진 미하엘을 보며 나는 낮게 혀를 찼다.
“하지만. 나는 너에게서 가능성을 봤어. 센터백으로 아예 전향해서 뛴다면 성공할 수 있을 것 같은 가능성을.”
“정말요···?”
“그래. 하지만 네가 죽어도 지금 포지션을 고집하겠다면 굳이 강요할 생각은 없다. 1군 콜업은 없는 일이 되는 것이고, 너는 발전할 수 없게 되겠지.”
내 말이 끝나자 녀석은 고개를 세차게 흔들고는 입을 열었다.
“센터백으로 뛸게요. 1군에서 뛰고 싶어요. 그리고 더 나은 축구 선수가 되고 싶어요.”
씨익.
“좋다. 내일부터 1군 훈련장으로 나와라. 그리고, 1군으로 콜업됐다고 해서 바로 경기를 뛸 수 있을 거란 착각은 안 했으면 좋겠네.”
“네. 알겠습니다···!”
뭔가 결의에 찬 눈빛의 미하엘이 자리를 뜨자 자리를 비켜 주었던 빈켈이 다시 내게 다가왔다.
“빈켈, 혹시나 해서 묻는 겁니다만.”
“네네. 말씀하시죠.”
내 입에서 폭탄 발언이라도 나올까 싶어 상당히 긴장한 눈치인 빈켈.
“제가 그렇게 무섭게 생겼습니까? 나름 잘생긴 편인 거로 알고 있었는데.”
선수 시절에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팬들이 많았던 나다. 실력 외적으로도 외모도 한몫한 결과였는데, 내 웃음을 보고 겁에 질리다니.
“아하하···.”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대답을 회피하는 빈켈.
아니, 왜 대답을 못 하는 건데?
* * *
[윌리 테오도르, 시즌 종료까지 마인츠 05에 임대 이적.] [등 번호 30번을 달고 마인츠 05에서 뛰게 된 윌리 테오도르.] [겨울 이적시장에서 파격적인 행보를 보이는 마인츠 05.]-미친! 윌리 테오도르가 왔어! 윌리 테오도르가 왔다고!
-킴이 사고를 거하게 쳤다! 윌리가 우리 팀에 오다니!
-와···. 윌리 정도 되는 선수면 1부의 다른 팀으로 임대를 갈 수 있을 텐데 어떻게 우리 팀으로 오게 된 거지?
-이건 확인되지 않은 소식이긴 한데, 킴이 투헬에게 직접 전화로 요청했다는 얘기가 있어.
-하긴, 투헬과 킴의 친분이라면 요청 정도는 해 볼 수 있긴 하지. 그런데, 그거랑 별개로 임대가 성사됐다는 건 선수 본인도 동의했다는 얘기잖아?
-우리야 와주면 정말 고마운데 무슨 심경으로 우리 팀으로 임대를 온 걸까?
-모르지. 그런 것보다는 우리 팀에 와준 고마운 선수를 응원하는 게 좋지 않을까?
-겨울 이적시장이 열리고 중반 정도만 지났는데 벌써 5건의 영입이라니. 일 처리 속도 정말 빠르다.
후반기 리그 재개를 5일 앞둔 날, 테오도르는 마인츠로 임대 이적을 확정 지었다.
비록 임대 영입이긴 하지만 현재 마인츠의 상황에서는 빅사이닝이라고 볼 수 있는 영입이었기에, 서포터즈는 날아갈 듯한 기쁨을 표출하고 있었다.
일각에서는 테오도르가 어떻게 마인츠로 임대를 결정했는지를 궁금해했는데 그것은 하준 또한 마찬가지였다.
‘후우···. 월척이군. 정말 올 줄은 몰랐는데. 무슨 생각으로 오게 된 걸까?’
테오도르의 임대 가능성을 절반의 확률로 가정하고 있던 하준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같은 포지션의 다른 매물들을 알아보고 있었다. 하지만 윌리 테오도르가 제 발로 구단에 찾아오게 되자, 더 이상 매물 찾기에 시간을 허비할 필요 없어졌다.
“좋은 게 좋은 거지 뭐.”
거기다, 테오도르가 계약서에 사인하던 날 통찰안으로 살펴본 그의 특성은 중원의 조율자. 거기에 별은 네 개나 되었었다. 이러한 마당에 선수의 심경이 어떠하든 굳이 파고들 필요는 없었다. 자신은 그저 손에 쥔 자원들로 성적을 내면 되니까.
한편, 훈련장으로 향하는 테오도르는 무표정한 얼굴로 주변 경관을 둘러보고 있었다.
‘정말 잘한 선택일까?’
주전 경쟁에서 밀린 후부터 테오도르는 자신이 다른 구단으로 임대를 떠나리라는 것을 짐작하고 있었다. 임대될 구단이 2부리그의 강등권 팀일 것이라는 것은 전혀 상상하지 못했지만.
‘감독님의 말이 틀리진 않았을까?’
테오도르는 일주일도 더 전의 일을 떠올렸다.
‘윌리. 마인츠로 임대를 갔다 오는 건 어떻겠나?’
‘마인츠요? 아무리 제가 주전 경쟁에서 밀렸다고 해서 2부리그로 내려갈 정도의 실력은 아니라고 봅니다.’
테오도르는 정말 자존심이 상했었다. 아무리 주전 경쟁에서 밀렸다고 해도 2부리그에 자신을 보낼 생각을 하다니.
그런 그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 것일까?
투헬은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윌리. 너를 무시해서 권하는 게 아니야. 비록 리그 수준은 낮아질지 몰라도, 마인츠의 새로운 감독 밑에서 남은 시즌을 마무리하는 건 너에게도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거다.’
마인츠의 새로운 감독.
테오도르는 투헬이 말하는 인물이 누구인지 몰랐다. 훈련장과 집을 반복하는 그의 생활반경과 더불어 인터넷과 스포츠 언론 자체를 멀리하는 그의 평소 습관 탓이기도 했다.
‘김하준.’
‘킴···? 혹시 제가 아는 그 킴이 맞나요?’
투헬의 입에서 흘러나온 하준의 이름.
그 이름을 듣고 난 테오도르의 표정이 기묘하게 변했다.
현재 유스팀에 있는 선수들이나 은퇴하기 전의 선수들 대다수는 하준을 모를 수가 없었다. 그가 선보인 임팩트가 정말 어마무시 했었으니까.
겹겹이 찾아온 부상 탓에 기량을 만개한 기간은 몇 시즌 되지 않았지만, 단기 임팩트로 한정하면 호나우지뉴나 카카가 보여 주었던 임팩트는 그냥 뛰어넘을 정도였으니.
‘그래. 네가 아는 그 킴이 맞다. 마인츠에서 은퇴하고 코치직을 수행하다 목이 날아갔던.’
‘그런데 그 킴이 감독으로 다시 돌아온 것과 제가 마인츠로 가는 것이 무슨 상관이 있죠? 킴이 대단했던 재능이란 건 모르는 사람이 없습니다. 다만, 감독은 다른 얘기 아닌가요?’
하준의 선수로서의 재능은 테오도르 또한 존경하고 있었다. 2선에서 3선으로 전향해 펼쳤던 플레이들은 월드 클래스 중앙 미드필더들이 가져야 할 그것들이 모두 포함되어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것은 선수일 때의 일. 감독으로서 하준이 증명한 게 대체 무엇이 있는가?
그것이 테오도르의 생각이었다.
‘이런. 다른 것에 빠지지 않고 축구에 매진하는 건 좋은데 말이야. 세상 돌아가는 것도 좀 보고 그래야지. 킴이 이끄는 팀이 아시아 트레블을 이루고 클럽 월드컵 결승까지 갔어. 거기서 맨체스터 시티와 연장전 혈투 끝에 5-3으로 패배했지. 동아시아 팀으로 준우승이란 말이야. 감이 오나?’
투헬의 말을 들은 테오도르는 눈을 끔뻑거렸다.
‘······말이 안 되는 얘기지 않습니까?’
‘껄껄. 그 말도 안 되는 얘기를 현실로 만든 게 킴이지. 만약 킴이 1부의 다른 팀을 맡았는데 너를 보내 달라 요청했다면 단칼에 잘랐을 거야. 같은 리그에 있는 킴에게 무기를 쥐여 주면 큰일 날 것 같거든.’
정말 그 말도 안 되는 일을 가능케 한 것이 하준이라면.
그렇다면 마인츠에 가서 남은 후반기를 소화하는 것도 나쁜 일은 아니지 않을까?
테오도르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리고 그런 그의 생각에 투헬이 쐐기를 박았다.
‘거기 가서 킴에게 기술적인 부분도 더 배워 와. 혹시 모르지? 그렇게 더 발전된다면 다음 시즌에 주전이 될지. 너도 알다시피, 나는 선수로는 영 별로여서 그런 부분에서 네게 줄 팁은 별로 없거든.’
하준이 자신에게 1대1 코칭을 해준다면.
그렇다면 26세인 지금도 비약적인 발전을 이룰 수 있을지 모른다. 그래서였다. 테오도르가 투헬의 말을 받아들인 것은.
‘알겠습니다. 마인츠로 가도록 하죠.’
상념에서 깬 테오도르는 훈련장에 발을 들여놓았다. 그런 그의 눈에 들어온 장면은.
삐익!
“후욱···! 후욱···!”
“으으으으윽!”
입에서 단내가 나도록 셔틀런 훈련을 하는 마인츠의 선수들과 무표정하게 휘슬을 부는 하준의 모습이었다.
‘시간에 늦은 건 아닌데···?’
혹시 하는 마음으로 시간을 확인한 테오도르는 자신이 지각한 것이 아님을 깨닫고 혀를 내둘렀다.
자신이 지각한 것이 아니라면 지금 눈앞에 있는 선수단은 자발적으로 이른 시간에 나와 하준의 아래에서 훈련을 받고 있다는 얘기였으니까.
“체력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한계까지 뛰어라!”
“아아아악! 네!”
분명히 체계적으로 훈련을 하는 선수단이었지만 테오도르의 눈에는 어째서인지 훈련보다는 몸을 혹사하는 것처럼 보였다.
‘정말 잘못 생각한 건가···?’
마인츠로 임대가 잘못된 선택이 아닌가 하는 테오도르의 생각은 오후에 실시된 패턴 훈련에서 말끔하게 사라졌다.
삐익!
투욱—!
툭—!
“간격 좁혀! 패스를 주고받는 거리를 벌리지 마!”
툭—!
“조금 더 움직여! 패스를 받을 수 있는 최적의 위치를 찾아 들어가라! 거기! 트라이앵글이 무너졌잖아!”
“죄송합니다!”
테오도르는 훈련에 임하는 동안 계속해서 감탄을 금치 못했다.
하준이 제시한 패턴은 수십에서 수백 가지에 이르렀다. 세세한 부분까지 패턴화시키는 치밀함. 전술 변태로 소문난 투헬조차 이 정도로 지독하게 세분화시켜 선수들을 몰아붙이지는 않았는데.
그리고 동시에 깨달았다.
‘선수들에게 상황 판단을 강요하는구나. 아니, 주입하고 있다.’
축구 지능이 높은 테오도르였기에 알 수 있었다.
하준이 제시한 패턴들은 쓸데없이 세분화 된 패턴이 아니었다. 그라운드 위에서 언제고 일어날 수 있는 상황들이었고 그러한 상황에서 어떤 식으로 경기를 풀어 나가야 하는지를 주입하고 있는 것이었다.
‘확실히···. 이런 방식이라면.’
모든 선수가 축구 지능이 높은 것은 아니다.
그렇기에 하준은 선수들에게 지속된 경험과 훈련을 통해 경기 중 어떤 상황이 벌어져도 빠르게 판단을 내릴 수 있게 상황 판단 능력을 강제로 주입하는 선택을 한 것이다.
곧이어, 화룡점정이라 할 수 있는 장면이 그의 눈앞에서 벌어졌다.
예측 불허의 크랙을 맞닥뜨렸을 때 어떻게 막아야 하는지를 가르치듯, 하준은 수비와 테오도르를 비롯해 임우정을 앞에 두고 공을 잡았다.
“자. 내가 아무리 한물갔어도 상황 연출 정도는 될 거다.”
그 말을 끝으로 하준이 공을 몰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툭.
툭.
처음에는 속도를 높이지 않은 채로.
‘선수 시절이라면 몰라도 지금은 막는다···!’
그런 테오도르의 각오가 무색하게.
투욱-. 타아앙—. 툭! 타다다다닷!
“엇?!”
순식간에 제쳐진 테오도르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현란한 개인기를 쓴 것도 아니야.’
굳이 표현하자면 공을 치는 것이 아니라 밀고 당기는 느낌의 드리블. 구렁이 담 넘어가듯 매끄러운 드리블은 자신의 마크를 허용하지 않았다.
‘미친! 은퇴한 사람이 저런 실력이라고?’
경악에 찬 테오도르가 뒤를 돌았을 때.
투욱—. 탓.
타다다닷!
“쿠발라! 이리로!”
“알았어!”
툭-! 타악! 휘익—! 타다다닷!
“시도는 좋았다.”
마르세유 턴을 선보이며 킬리안과 쿠발라를 빠져나간 하준이 오른발을 강하게 휘둘렀다.
“안 돼!”
다급하게 뛰어오던 임우정이 소리쳤지만,
“돼.”
뻐엉—!
하준의 슈팅은 빠른 속도로 골문을 향해 쏘아졌다.
쐐애애액—!
“이익···!”
골키퍼 오메르 하닌이 황급히 몸을 날려 보았지만,
철렁—!
골을 막을 수는 없었고, 훈련장은 침묵으로 물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