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soccer genius becomes a great coach RAW novel - Chapter (57)
57. 괴물 수비수를 육성하는 감독(1)
리그 후반기 개막전이었던 18라운드에서 리그 1위 하이덴하임을 압살하는 데 성공한 우리의 돌풍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19R, 칼스루헤 SC를 3-1로 제압한 마인츠 05.] [20R, 뉘른베르크와의 경기에서 5-0 대승을 거둔 마인츠 05.]······
[22R, 마인츠 05, 슈투트가르트와 1-1 무승부.] [23R, 2-1로 홀슈타인 킬을 누른 마인츠 05.]개막전 이후 우리는 단 한 번의 패배도 없이 승점을 쌓아 나갔다.
6경기에서 5승 1무.
고무적인 결과라고 할 수 있었다. 그리고 2월의 리그 일정을 모두 끝내고 난 뒤에,
[마인츠 05의 킴, 분데스리가2 2월 이달의 감독상 수상.]내 손에는 이달의 감독상 트로피가 들어오게 되었다.
“이걸로 5위로 올라왔네. 일단, 급한 불은 끄게 됐구만.”
내가 지휘봉을 잡고 6경기 만에 리그 순위는 16위에서 5위로 가파르게 상승했다. 이 때문에 언론에서는 이번 후반기의 다크호스를 우리 팀으로 꼽으며 경기가 끝날 때마다 경기력이 어떻게 변모하는지에 대해 보도했고, 서포터즈의 반응 또한 뜨거웠다.
강등을 당할지도 모르는 16위에 허덕이고 있을 때와는 다르게 서포터즈는 이 기세를 이어 가면 승격을 이뤄 낼지도 모른다는 희망에 가득 차 있었고, 나 또한 그 희망에 보답할 생각에 밤을 지새워 가며 팀에 최적화된 전술을 짜기 위해 연구 중이었다.
“공격은 어느 정도 잡힌 것 같은데 말이지···.”
정상기와 슈미트, 뮐러를 필두로 하는 공격수 자원과 코르브와 레온 페퇴, 벤 밥지엔, 폴 네벨 등의 2선 자원들 역시 초반과는 다르게 훈련과 새로운 전술에 빠르게 녹아들고 있었다.
테오도르를 중심으로 임우정과 파펠라가 버텨 주는 중원도 좋은 모습을 보여 주고 있기에 전술을 구상하는데 크게 어려움이 없었다.
다만.
“수비가 아쉽단 말이야.”
정확히 말하면 중앙 수비의 불안함.
주장인 킬리안이 수비의 무게중심을 잘 잡아 주고 이적생인 쿠발라 또한 경험과 노련함으로 좋은 수비를 펼쳐 주고 있었지만, 그것이 전부였다.
킬리안과 쿠발라의 조합이 꽤 괜찮은 조합이었지만 선수들은 기계가 아니다. 골키퍼 이외의 선수가 전 경기를 소화하는 것은 체력적으로 어려운 일이었기 때문에 로테이션을 가동할 수 있는 서브 수비수가 필요한데, 로테이션 자원이 내 성에 차지 않는 것이 문제였다.
“하아···.”
6번의 경기 중에서 우리가 실점을 허용한 경기는 19라운드 칼스루헤전과 22라운드 슈투트가르트전이었다. 공교롭게도 이 두 경기의 센터백 듀오는 킬리안-쿠발라 조합이 아니었고, 킬리안-마빈 하인즈 혹은 마빈 하인즈-쿠발라 조합이었다.
“서포터즈가 왜 그리 욕을 해 댔는지 알 만하군.”
전혀 없는 경우는 아니었지만, 보통 홈경기에서 선수들에게 야유를 퍼붓는 홈 서포터즈를 보기란 드물었다. 그런 경우가 생기려면 그 선수가 정말 똥을 거하게 싸야 하고 그것을 계속해서 지속해야 하는데, 보통 그런 선수는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패스 능력은 썩 나쁘지 않은 것 같은데.”
하인즈의 능력은 정말이지 애매하다는 말밖에 할 수 없었다. 썩 나쁘지 않은 패스 능력을 갖추고 있지만, 미드필더로 기용할 수준은 아니었고, 태클을 못하는 편은 아니었다. 그러나 하인즈의 최대 문제점은 포지셔닝과 잦은 공격 가담.
즉. 예측 수비 따위는 기대도 할 수 없을뿐더러, 자리 이탈도 잦은 편이었고 복귀해야 할 타이밍을 읽지도 못했다. 킬리안이 아무리 라인을 조율하고 지시한다고 해도 90분 내내 그를 컨트롤 하며 수비를 할 수 있을 리 없으니 하인즈가 출전한 경기는 무조건 실점을 허용한다고 봐도 무방했다.
“그렇다고 선수 명단에서 제외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이러한 하인즈라도 데리고 있어야 하는 것이 구단의 현실이었다. 기름 부자들의 돈으로 선수를 사들일 형편도 아니고 스쿼드 뎁스 또한 빈약했으니까.
“하인즈는 다르게 활용할 방법을 생각해야겠고. 다음은 미하엘인가···.”
1군으로 콜업 후 열심히 훈련을 받고 있는 미하엘을 활용할 때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1군의 훈련 체계에 잘 적응하는 모습을 보이고 선수들과 합도 어느 정도 괜찮아지고 있었으니 말이다.
똑똑!
“감독님, 포가테츠입니다.”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더니.
“그래. 들어와.”
내 허락이 떨어지자 감독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미하엘은 여전히 소심해 보이는 모습이었지만 지난번처럼 자신감이 바닥을 치는 모습은 아니었다.
“앉아. 차라도 마실래?”
“어···. 아뇨. 차는 괜찮을 것 같아요. 감독님.”
“그래? 그럼 됐고. 그나저나 무슨 일로 찾아왔어?”
내 물음에 미하엘은 쭈뼛거리며 입을 열었다.
“고민이 있어서 찾아왔어요.”
“고민?”
혹시 1군으로 올라온 뒤 한 번도 출전을 못한 것에 대한 불만인가?
그러나, 미하엘의 입에서 나온 것은 내 생각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주장이 옆에서 지시하는 것을 수행하면서 수비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알게 됐어요.”
“흐음. 계속해 봐.”
“문제는···. 주장과 짝을 이룰 때가 아닌 경우에는···.”
뒷말을 흘리는 미하엘이었지만 나는 녀석의 고민이 뭔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2군에서 보이던 모습과 똑같았다 이 말이지?”
“······네.”
고개를 끄덕이며 풀이 죽어있는 미하엘을 보며 나는 생각에 잠겼다.
‘참 특이하단 말이지.’
제한적 철벽이라는 특성을 제외하고 단순히 녀석이 보여 주는 장단점만을 살펴봐도 특이했다. 피지컬과 대인방어가 상당한 수준이며 상황 판단 능력이 떨어지는 경우는 센터백 중에 자주 있는 유형이다.
그런데.
‘발이 빠른 데 비해 순발력은 현저히 떨어지니···.’
민첩하지만, 순발력이 떨어진다.
이런 케이스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내가 맡아 왔던 선수들 중에서는 처음 보는 케이스라 특이하기도 했다.
‘뭐···. 차차 나아지겠지. 또 그렇게 만들 거고.’
순발력 부분은 어찌할 수 없더라도 상황 판단 능력의 경우는 킬리안의 오더로 부족함을 채울 수 있을 것이고, 이마저도 녀석의 경험이 쌓이면 좋은 판단을 내릴 수 있을 테니.
‘······잠깐. 경험이 쌓인다?’
순간, 단기간에 미하엘의 단점을 커버할 방법이 생각났다.
* * *
며칠 뒤, 훈련장에 모인 마인츠의 선수단.
동그랗게 모여 서 있는 선수단의 중앙에 서 있는 하준이 선수들에게 오늘 훈련에 대해 얘기를 하고 있었다.
“······해서, 그런 방식으로 오늘 훈련을 진행하도록 하지.”
하준의 말이 끝나자, 선수들은 공격팀과 수비팀 두 부류로 나뉘어 이동했다.
“돌아오는 이번 포칼 3라운드에서 우리의 기본 대형은 3-5-2다. 우선은···.”
하준의 설명이 이어졌다.
윙백을 포함한 다섯 명의 수비와 수비형 미드필더로 출전할 예정인 파펠라를 한팀으로 묶어 놓고 DFB-포칼 3라운드에서 사용할 세부 전술 훈련을 진행하기 위함이었다.
“하인즈.”
“네. 감독님.”
하준은 이젤 위에 얹혀있는 전술 판의 자석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입을 열었다.
“공격이나 역습 시에는 오른쪽 측면으로 오버래핑해 올라가라. 그리고 그 빈자리를 크래프트가 채운다.”
“네. 감독님.”
“알겠습니다. 보스.”
공격 성향이 짙은 공격 가담 성향을 보이는 하인즈에게 오른쪽 측면으로 오버래핑을 지시했고, 그 빈자리를 오른쪽 윙백 크래프트에게 메울 것을 요구했다.
“그리고 크래프트. 너는 하인즈의 공간을 메우되, 하인즈의 원래 위치와 파펠라의 중간쯤까지를 네 영역으로 삼아서 상황에 따라 중원 숫자를 늘려라.”
“네!”
평소에도 크래프트는 하준의 요구에 따라 측면으로 오버래핑이 아닌 중원에 가담해 중원의 빈 공간을 점유하며 패스 줄기에 손을 보탰었기에 크래프트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킬리안.”
“네, 감독님.”
“이번 백쓰리 시스템에서 수비 핵심은 너다. 수비라인 조율부터 동료들을 체스 말처럼 부릴 수 있는 커맨드 센터가 되어야 해.”
평소에도 마인츠 수비진의 핵심적인 역할을 맡고 있는 킬리안이었지만 하준은 보다 더 세세한 지시를 내리며 포칼 3라운드에는 더욱더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며 강조했다.
“자. 그럼 시작하자.”
삐익!
하준이 휘슬을 부는 것으로 전술 훈련이 시작되었다.
수비팀은 정상기와 슈미트, 임우정, 그리고 테오도르로 구성된 공격팀과 대결을 펼쳐야 했다. A팀 B팀 형식으로 갈라서 미니게임을 치르는 것 대신 하준이 이러한 방식을 채택한 이유는 간단했다.
‘공격 상황이건 수비 상황이건, 골키퍼를 제외한 10명 모두가 공격과 수비를 수행할 줄 알아야 해. 공격팀과 수비팀을 합친 전체적인 합은 다음 훈련에서 진행하고.’
투욱—!
툭!
천천히 패스를 주고받던 공격팀의 중간에서.
‘정의 위치가 좋다···!’
투우욱—!
테오도르가 좋은 위치로 들어가는 정상기를 향해 스루패스를 보냈다.
타다다다닷!
오프더볼 능력과 상대 진영의 빈틈을 찾는데 능한 정상기가 스프린트를 시작했지만.
“쿠발라, 왼쪽! 크래프트, 대각선 옆으로!”
“오케이!”
“예스!”
타다다닷!
촤앗—!
킬리안이 빠르고 정확한 판단을 내리며 동료 수비수들을 움직여 정상기가 패스를 잡는 것을 저지했다.
그리고.
툭-!
공을 탈취한 크래프트가 우측으로 볼을 보냈고, 하인즈가 빠른 속도로 오른쪽 측면으로 오버래핑을 진행했다.
툭! 타다다닷!
그러나, 하인즈의 오버래핑은 그리 오래 이어지지 못했다.
촤앗!
투둑! 탓!
임우정과 정상기의 동시 압박에 볼 소유권을 지켜내지 못한 하인즈는 임우정에게 공을 헌납할 수밖에 없었고,
투욱—!
공을 빼앗은 임우정은 지체하지 않고 패스를 보냈다.
그리고 이것을 본 하준은.
“하인즈! 빨리 안 내려가고 뭐 하는 거야! 볼 뺏겼으면 누구보다 빨리 뛰어 내려가라!”
“네!”
서울 시절부터 하준이 선수들에게 강조한 것이 있었다.
바로, 공을 빼앗겼을 때의 움직임.
그 누구라도 한 번도 턴오버를 당하지 않을 수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빼앗긴 직후의 움직임이 중요했다. 공을 빼앗기더라도 빠르게 상대를 다시 압박해 볼 소유권을 되찾아오면 되는 것이니까.
“저···. 감독님.”
“네. 커스팅. 무슨 할 말이라도?”
하준의 옆에서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보던 수석코치 커스팅이 하준을 보며 입을 열었다.
“하인즈에게 오른쪽 측면으로 오버래핑을 지시한 이유를 물어도 되겠습니까?”
“흐음···. 리그 경기에서도 실험해 보고, 여러 차례 훈련을 거쳤지만, 하인즈의 버릇과도 같은 공격 가담은 희석되지 않더군요. 센터백으로 활용하기엔 무리가 있다 싶었습니다.”
하준의 설명을 들은 커스팅은 고개를 갸웃하며 되물었다.
“그런 것이라면, 하인즈를 오른쪽 윙백으로 기용하고 크래프트를 센터백으로 출전시키거나 포가테츠를 같이 출전시키는 것이 낫지 않습니까···?”
커스팅의 질문에 하준은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 기용하기에는 하인즈는 전문 윙백만큼의 능력은 없죠. 크래프트 또한 전문 센터백의 능력이 없는 것 처럼요.”
“그렇다면 왜···?”
“둘의 스위칭으로 만들어지는 변칙적인 대형과 변화 때문이죠. 애초에 저는 하인즈에게 측면 끝까지 올라갈 것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중간에서 테오도르와 볼을 주고받기를 원하죠. 저 둘뿐만이 아닙니다. 파펠라는 센터백을 보호할 뿐만 아니라 유사시에 센터백 사이로 들어갑니다. 지금처럼요.”
하준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린 커스팅의 시야에는.
타다다닷!
촤아앗—!
어느새 수비수들 사이에 들어와 슈미트의 각을 줄이는 파펠라의 모습과 서둘러 공을 걷어 내는 킬리안의 모습이 보였다.
“예컨대, 이런 것이죠. 위험 상황에서는 수비 숫자가 여섯까지 늘릴 수 있도록 하고 공격 전개 시에는 우정과 테오도르가 전진했음에도 중원에 세 명의 선수가 포진될 수 있도록 하는 겁니다.”
“아아···.”
현대 축구는 숫자 놀음이나 다름없다.
언제나 하준이 코치들과 선수들에게 하는 말이었다. 같은 공간에 더 많은 수를 점유한 팀이 유리한 것이 축구였고, 그렇기에 하준은 어느 공간에서나 점유에 우위를 두기를 바랬다.
“제가 이번 훈련 말고도 선수들에게 여러 가지 상황을 부여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갑작스러운 하준의 질문에 커스팅은 머뭇거리다 입을 열었다.
“선수들의 조직력···을 올리기 위해서···?”
“뭐, 그 말도 틀린 건 아닙니다만.”
하준은 손가락으로 자신의 머리를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중요한 건 판단력입니다. 축구 지능이 뛰어난 선수가 아니라면 경험에 의해서 쌓이는 능력이죠. 그래서 선수들에게 강제로 주입하는 겁니다. 제 머릿속의 경험을요. 그리고.”
말을 멈춘 하준이 고개를 돌려 몸을 풀고 있는 미하엘을 쳐다보며 씨익 웃었다.
“제 경험을 주입해야 할 친구가 저기 한 명 더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