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soccer genius becomes a great coach RAW novel - Chapter (58)
58. 괴물 수비수를 육성하는 감독(2)
“그럼. 선수들 훈련을 좀 봐주세요. 세세한 틀은 잡아 뒀으니, 방금처럼 선수들이 놓치는 것이 보이면 그것만 잡아 주면 됩니다.”
커스팅에게 말을 마친 하준은 걸음을 옮겨 몸을 풀고 있는 미하엘의 앞으로 다가갔다.
“미하엘.”
“네, 넵?”
팀 단위 훈련을 지도하고 있어야 할 하준이 자신에게 다가오자 적잖이 당황한 미하엘이 말을 더듬자 하준은 피식 웃었다.
“뭘 또 쫄고 그래. 내가 너 잡아먹기라도 한다던?”
“아···. 그건 아니지만···.”
“됐고. 너는 오늘 내가 따로 훈련 봐줄 거야. 다음 경기에 나서야 하니까.”
“에···?”
하준의 말을 들은 미하엘의 표정이 멍청하게 변했다.
자신에게 일대일 코칭을 해 준다는 것도 놀라운데 다음 경기에 자신이 출전할 수 있다니.
“왜? 다음 경기 뛰기 싫어?”
“아, 아뇨! 뛰고 싶어요!”
“따라와.”
하준은 미하엘을 데리고 1군 훈련장 옆에 있는 조금 작은 크기의 훈련장으로 발걸음을 옮겼고, 미하엘의 앞에 공을 내려놓고선 입을 열었다.
“자. 미하엘. 네게 가장 부족한 게 무엇일까?”
“가장 부족한 것···.”
미하엘은 섣불리 말을 뱉지 못했다.
하준이 자신에게 물은 것은 가장 부족한 것이었다. 그러나 미하엘이 생각하기에 자신은 가장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따질 수 없을 만큼 부족한 점투성이로 보였다.
한참을 고민 중인 미하엘의 모습에 하준은 씨익 웃으며 말했다.
“모르겠지?”
“네···.”
“뭐, 현재 너는 부족한 점투성이야.”
하준의 직설적인 말에 미하엘의 고개를 떨구었다.
“그렇지만 말이야. 중요한 건 이거야. 자신이 뭐가 부족한지, 어떨 때 약점이 부각되는지를 알아야 한다는 것. 그래야 단점을 고칠 수 있고, 극복할 수 있거든.”
“아···.”
“좋아. 그러면 반대로 생각해 보자. 너의 장점은 뭐라고 생각하냐?”
이어진 하준의 말에도 미하엘은 섣불리 입을 열지 못했다. 이런 장면을 예상하기라도 한 듯, 하준 역시 딱히 대답을 바라고 한 말은 아니었다.
‘자신감이 많이 떨어져 있으니.’
그렇기에 하준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네 스스로 알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미하엘. 네 대인방어 능력과 빠른 발은 최대 장점이라고 할 수 있어. 그리고 네 피지컬 또한 마찬가지지. 예를 들어서, 내가 너와 일대일 대결을 펼친다고 해 보자.”
말을 마친 하준이 공을 잡고 드리블을 시도하기 시작했다.
툭-.
툭. 타닷! 툭!
“어엇!”
휘익—!
투욱! 타다다닷!
미하엘은 갑작스러운 하준의 드리블에 뚫리고 말았지만, 주전으로 낙점된 다른 수비수들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 주었다. 자신의 늦은 대응을 빠른 발로 어떻게든 메우려는 모습이랄까.
“예고하지 않은 채로 일어난 돌파였는데도 너는 나쁘지 않은 수비를 보여 줬어. 한 박자 느린 게 흠이라면 흠이지만.”
“그런가요···?”
“다만.”
잠시 말을 끊은 하준이 다시 공을 몰았다.
툭-. 타다닥! 툭!
“익!”
자신을 무시하기라도 하듯 현란한 개인기로 농락하는 드리블을 보이는 하준에게 다소 늦은 타이밍에 달려드는 미하엘.
투웅—. 휘익! 타다다닷!
하준은 가뿐한 턴으로 미하엘을 벗어나며 말했다.
“상황 판단이 좋지 못하고 순발력이 떨어지지. 방금처럼 움직이는 타이밍이 느리면 상대가 개인기나 패스를 시도할 틈을 주고 말아.”
“······아.”
“순발력을 키우는 것은 지금 당장에 해결할 수 없을 거야. 올바른 상황 판단을 내리는 것도 경험이 쌓이기 전까진 힘들 테지. 그래서 네가 킬리안과 같이 뛰지 않을 때 급격하게 무너지는 것이고.”
말을 마친 하준은 공을 가지고 중앙으로 움직였다.
“킬리안과 같이 뛴다고 해도 90분 내내 킬리안이 너를 잡아 줄 수는 없는 노릇. 자, 여기서 문제. 그렇다면 네가 어떻게 해야 할까?”
“으음.”
“뭐라고 하지 않아. 편하게 네 생각을 얘기하면 돼.”
“올바른 판단을 내리는 것···?”
딱!
핑거스냅으로 경쾌한 소리를 낸 하준이 입을 열었다.
“빙고. 물론, 네가 모든 상황에서 정확한 판단을 내리기란 힘든 일이야. 그랬다면 내가 널 본 장소는 2군 훈련장이 아니라 바이에른의 선발 라인업이었겠지.”
“그러면 저는 어떡해야 할까요···?”
“그렇게 어려울 건 없어. 옛날에 내 고국에서는 ‘주입식 교육’이라는 말이 있었어. 지금은 사라진 모양이지만.”
주입식 교육.
시험 결과만을 중요시하던 한국의 풍토에 맞게 사교육, 공교육 할 거 없이 주입식으로 전개되면서 얻었던 오명. 그러나, 좋지 못한 별명이어도 결과만큼은 특출난 방식이었던 만큼, 하준은 그 방식을 미하엘에게 써먹으려 했다.
“네게 공격이 전개되는 패턴들을 주입할 거야. 웬만한 선수들은 이 패턴을 벗어나지 않아. 간혹 크랙이나 월드클래스 선수들은 변칙적인 움직임을 보이지만, 현재 네가 그들을 만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까우니까. 그리고.”
주입식 교육이라고 해도 하준은 그것에서 끝낼 생각이 없었다.
“지금 당장은 네게 정답으로 가는 지름길을 주입하겠지만, 주기적으로 네게 나는 질문을 던질 거야. 스스로 생각하지 않으면 좋은 판단을 내릴 수 없고, 발전할 수 없으니까 말이지.”
하준의 말에 미하엘은 고개를 끄덕였고, 이를 본 하준은 전화기를 꺼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아. 오늘 저 좀 도와주실래요?”
하준의 통화가 끝나고 몇 분 뒤.
미하엘의 눈앞에는 트레이닝복 차림의 단장 보 스벤손이 나타났다.
“단장님···?”
“그래. 오늘, 네 훈련을 도와주기 위해 단장님이 오셨어.”
하준의 말에 스벤손이 멋쩍은 듯 헛기침을 내뱉었다.
“크흠. 그, 내가 도움이 될 수 있을지 모르겠군. 감독직을 벗어난 지도 꽤 되어서···.”
“에이. 그냥 저에게 패스만 주시면 됩니다. 별로 어려울 것 없어요.”
이후.
훈련은 하준의 말대로 진행되었다. 스벤손은 따로 특별하게 무엇을 할 필요가 없이 하준에게 패스를 받고 다시 리턴을 내주는 움직임만을 보였으니.
타닥! 툭! 타다닷!
하준의 드리블이 시작되자, 반사적으로 튀어나온 미하엘.
그러나.
투욱—!
하준은 스벤손에게 패스를 뿌리고 미하엘을 벗어났다.
“대인방어가 좋다고 해서 무턱대고 상대에게 달려들라는 소리는 아니야.”
“······네.”
“드리블 성공률이 아무리 높은 선수라도 방금처럼 패스 플레이로 풀어 나가는 경우가 꽤 많아. 시야를 더 넓힐 필요가 있다는 거지.”
그 말을 끝으로 하준은 스벤손과의 패스를 통해 여러 가지의 공격 패턴을 미하엘의 앞에서 시연했고 이는, 미하엘의 시야를 점진적으로 확장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 * *
며칠 뒤.
나는 경기 전 인터뷰를 위해 레버쿠젠의 홈구장 바이 아레나를 찾았다.
“오랜만이네 여기도.”
첼시 시절부터 플레잉 코치로 마인츠에 입단했을 때까지, 선수로 뛰던 시기에 자주 방문하던 바이 아레나였지만, 감독이 되고 나서 오는 건 처음이었다.
오랜만에 방문하게 된 바이 아레나의 벽을 잠시 보다 나는 인터뷰 룸으로 향했다.
내가 인터뷰 룸에 들어가 앉고, 얼마 지나지 않아 레버쿠젠으로 돌아와 감독 생활을 하고 있는 로저 슈미트가 자리에 앉았다.
“자. 이제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기자분들은 질문을 시작해 주세요.”
구단 직원의 진행에 따라 경기 전 인터뷰가 진행되었다.
“저는 마인츠의 킴 감독님에게 질문 있습니다.”
“네. 말씀하시죠.”
“팀의 지휘봉을 잡은 이후, 환상적인 모습으로 분데스리가2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데요. 이번 포칼 3라운드에서 레버쿠젠을 상대로 어떤 모습을 보여 줄 생각입니까?”
기자의 질문에 나는 인터뷰용 미소를 띠며 입을 열었다.
“우리는 언제나 우리의 축구를 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상대가 레버쿠젠이어도 달라질 것은 없습니다.”
“그렇군요. 최근 리가 프리뷰에 출연한 유프 하인케스가 입이 마르도록 칭찬한 사실을 알고 계신가요?”
모를 리가 없었다.
1, 2부를 통틀어 자세하게 리뷰를 진행하는 방송이다 보니 집에 가서 자주 보곤 하는 방송이니까.
“네. 감사하게도 제게 후한 평가를 해 주시더군요.”
“하인케스는 킴의 전술이 얼마나 대단한가에 대해 열변을 토했습니다. 그에 따라 독일의 많은 축구 팬들도 킴의 경기들을 되돌려 봤다고 합니다. 이번 레버쿠젠과의 경기에서도 번뜩이는 전술을 기대할 수 있나요?”
“물론이죠. 우리는 우리의 축구를 하기 위해 노력하고, 더불어 승리를 위해 뜁니다. 이번 3라운드라고 달라질 것은 없습니다.”
내 답변이 끝나자, 반대쪽에서 손을 든 기자가 입을 열었다.
“슈미트 감독님. 질문하겠습니다.”
“말씀하세요.”
“20년이 다 되어 가는 시간이 흐르고 레버쿠젠에 복귀하셨는데, 이번 시즌 포칼에서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습니까?”
슈미트 감독 또한 나처럼 후반기 개막을 앞두고 선임된 케이스였고, 2010년대에 레버쿠젠에서 감독직을 수행하다 중국과 네덜란드 등을 거쳐 다시 레버쿠젠으로 돌아오게 되며 나를 비롯해서 이번 시즌 독일인의 입에 가장 많이 오르내리는 감독이기도 했다.
“좋은 모습을 보일 것입니다. 예전에 바이 아레나를 떠난 이후, 나는 많은 경험을 했고 그때와는 또 다른 모습으로 진화했습니다. 그리고 나의 축구 철학을 우리 선수들과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이전과는 다른 레버쿠젠을 보실 수 있을 겁니다.”
“이번 시즌, 무사 디아비가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도 후반기 개막 후부터 2월 한 달 동안 계속해서 선발로 기용하고 있는데요. 혹시 다른 이유가 있습니까?”
무사 디아비.
10년 전, 레버쿠젠에서 레온 베일리와 함께 측면 공격을 담당하던 유망주였던 그는 레스터 시티와 레알 소시에다드를 거쳐 세 시즌 전 다시 레버쿠젠으로 복귀했고, 이번 시즌 들어서는 최악의 폼을 보여 주고 있었다.
‘흐음. 스피드가 떨어져서 그런 건가?’
디아비가 레스터와 소시에다드에서도 뛰었던 만큼, 그와 경기를 할 기회도 많았었다. 전성기의 디아비는 빠른 스피드와 준수한 왼발 킥으로 상대에게 악몽을 선사하곤 했었는데, 이번 시즌 눈에 띄게 부진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의아했다.
포지션을 바꿔서 그런 것인지, 그를 받쳐 줄 팀원이 없어서인지 알 수 없었다.
뭐, 상대의 스쿼드에 위협적인 선수 하나가 부진하다면 나에겐 좋은 일이었지만.
“디아비의 폼은 꽤 올라온 편입니다. 나는 디아비를 믿고 있고, 디아비 또한 팬들에게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길 원하죠. 그뿐입니다.”
“그렇군요. 이번 상대 팀인 마인츠에 대해 많은 준비를 하셨는지요?”
“물론입니다. 킴이 지휘봉을 잡고 난 뒤에 마인츠는 환상적인 팀으로 변모했습니다. 나는 킴을 존중하며 마인츠의 축구를 방심해서는 안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우리는 철저하게 준비했으며 방심으로 지는 일 따위는 없을 겁니다.”
이 뒤로도 기자들의 많은 질문이 오갔지만, 썩 매운맛 질문이라거나 싸움을 붙이려는 질문은 나오지 않았다.
경기전 인터뷰가 종료되어 인터뷰 룸을 나와 바이 아레나를 뜨려던 찰나.
“킴!”
“응? 어! 디아비?”
반가운 얼굴이 나를 반겼다.
“오랜만이야, 킴. 감독이 됐다더니 때깔이 더 좋아졌잖아?”
“무슨.”
“3년 전에 독일을 떠났다는 얘기를 듣고 아쉬웠다고.”
아쉬웠다는 디아비의 말에 나는 약간 의아함이 들었다.
‘우리가 그렇게 친했던가?’
물론, 같은 팀에서 뛴 적은 없지만, 서로를 존중하며 종종 연락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 이상으로 친했던 기억은 없었는데.
“그때 독일로 복귀할 팀으로 레버쿠젠이랑 마인츠 중에서 고민하고 있었거든. 그래서 코치인 너를 보는 것도 재밌겠다 싶긴 했는데, 팀은 강등당하고 너는 잘렸다고 그러더라고.”
아.
그런 얘기였나.
“그렇게 들으니 아쉽긴 하네.”
“뭐, 아무튼. 내일 각오하는 게 좋을 거야 킴. 내가 너희 팀 골대를 폭격할 거니까.”
디아비의 말을 듣고 나는 깨달을 수 있었다.
이 녀석의 부진의 원인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순간.
찌릿!
“으윽···.”
“응? 킴? 왜 그래? 어디 아파?”
“아냐. 현기증이 잠깐···. 신경 쓸 필요 없어.”
내 왼쪽 눈을 통해 디아비의 정보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무사 디아비.
[측면의 마에스트로]★★★★☆
포지션 적합도 : 부적합. (매우 나쁨)
‘역시.’
최근 녀석이 부진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내가 생각한 것과 맞아떨어졌다. 측면에서 최고의 움직임을 보이는 녀석을 최전방에 박아 놓으니 그럴 수밖에.
‘모든 윙어가 호날두처럼 할 수 있는 것이 아닌데 말이지.’
슈미트 감독이 돌아오기 이전, 그러니까 이번 시즌 초반부터 최전방 공격수로 뛰기 시작한 녀석은 맞지 않은 옷을 입고 있는 셈이었다. 레버쿠젠에 마땅한 최전방 공격수 자원이 없기 때문이기도 한 것인데, 겨울 이적시장에서 마음에 드는 매물을 영입하지 못한 모양이었다.
“좋아. 디아비. 우리 내기할까?”
“응? 무슨 내기?”
“내일 경기에서 진 쪽이 이긴 쪽한테 밥 사는 거야.”
“큭큭. 킴, 내일 지갑 털릴 준비 해야겠는데? 정말 자신 있어?”
“물론.”
우리 팀에는 내일 너를 잡고 주목을 받을 괴물 수비수가 있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