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soccer genius becomes a great coach RAW novel - Chapter (59)
59. 괴물 수비수를 육성하는 감독(3)
경기 당일.
바이 아레나에는 수많은 관중이 모여들었다.
와아아아아!
[안녕하십니까! DFB-포칼 3라운드, 바이어 04 레버쿠젠과 마인츠 05의 경기를 바이 아레나에서 보내 드립니다!]선수들보다 한발 앞서 그라운드에 발을 들여놓은 양 팀의 감독 하준과 로저 슈미트가 악수를 나누는 장면이 카메라에 잡혔다.
“오늘 잘 부탁드립니다.”
“나야말로 잘 부탁하네. 좋은 경기가 되었으면 좋겠군.”
[킴과 로저스가 악수를 나누는군요. 두 감독이 서로 만나는 것은 굉장히 오래간만의 일이군요.] [그렇습니다. 바로 직전의 만남이 2020년대 초반 첼시에서 뛰던 킴과 아인트호벤을 이끌던 로저스 감독의 챔피언스리그 경기였으니까요.] [하하. 그때 로저스 감독이 경기 후 남겼던 말이 떠오르는군요.] [아, 저도 기억이 납니다. 그 당시 로저스 감독이 이렇게 말했었죠. ‘도저히 킴을 막을 수 없었다.’라고 말입니다.] [과연, 이번 경기에서 상대 감독으로 만나게 된 킴에게 설욕할 수 있을지 지켜보는 재미가 있겠군요.]와아아아!
이어서 양 팀 선수들이 입장하자, 관중석에서 우레와 같은 함성이 터져 나왔다.
[양 팀 선수들이 입장하는군요. 먼저 선발 라인업을 살펴보시죠.] [네. 홈 팀 레버쿠젠은···.]레버쿠젠은 4-2-3-1 대형을 가지고 나왔다.
최전방에는 무사 디아비가,
2선에는 좌, 우측면에 데니스 나겔스만, 세르히오 수아레즈가 배치됐고, 중앙에 공격형 미드필더 플로리안 비르츠가 이름을 올렸다.
중원에는 사디크 포파나와 산티아고 디아즈가 구성했고,
카이 바이어, 아미로 핀크, 니콜라스 레베러, 제레미 프림퐁으로 구성된 백 포 라인 뒤에 모하메드 비어만이 골키퍼 장갑을 끼고 나왔다.
[지난 리그 경기에 비해 라인업이 바뀌지 않은 모습입니다.] [과연 이번 경기에서는 디아비가 제대로 된 영향력을 보여 줄 수 있을까요?] [글쎄요. 이번 경기에서 마저 미미한 활약을 보인다면 디아비로서는 꽤 위험한 상황이 될 것 같습니다.] [자. 이어서 원정팀 마인츠의 라인업을 살펴보겠습니다.]하준은 3-5-2 대형을 가지고 나왔는데.
정상기와 대니 슈미트가 최전방을 구성하고,
임우정과 윌리 테오도르, 그리고 그 둘을 밑에서 메르베이유 파펠라가 받치는 역삼각 형태의 3 미들이 중원을 구성했다.
이어, 좌, 우 윙백에는 모리츠 로이터와 키아누 크래프트가 이름을 올렸고,
미하엘 포가테츠, 루카 킬리안, 마빈 하인즈가 백쓰리를 구성했으며 골키퍼 장갑은 오메르 하닌이 끼게 되었다.
[마인츠는 3-5-2 대형으로 나왔습니다. 선발 라인업에 새로 보이는 이름이 있네요.] [미하엘 포가테츠군요. 이번 겨울 휴식기에 킴이 직접 2군에서 끌어 올린 선수라고 하는데, 원래는 수비형 미드필더였다고 합니다. 과연, 킴의 안목이 이번에도 적중하게 될까요?]‘무슨 생각이냐···. 킴.’
처음 선발 라인업을 확인했을 때, 로저 슈미트는 자신의 눈이 잘못된 것이 아닌가 생각했었다. 분명 안드레 쿠발라라는 노련한 센터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세 명의 센터백 중 킬리안을 제외한 나머지 두 자리에 쿠발라의 이름이 들어가지 않았으니.
‘하인즈야 그래도 어떻게 활용할 방법을 찾았다고 생각할 수 있어도···. 포가테츠는···.’
슈미트는 미간을 찌푸린 채로 그라운드를 노려보았다.
이번 경기를 준비하면서 그간 하준이 경기 운영을 어떤 식으로 해 왔는지 조사한 그는 이번 선발 라인업이 하준의 실수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어떤 기상천외한 방식의 기용도 결국 계획이 있었던 것이었으니까.
‘선수 때도 정말 골치가 아픈 녀석이었는데, 감독이 되어서도 달라진 게 하나도 없군.’
하준이 선수로서 그가 지휘하던 아인트호벤을 박살 낼 때, 그가 느낀 감상은 하나였다.
예측할 수 없는 선수.
어디로 움직일지도, 어디로 공을 칠지도, 그렇다고 어디에서 슛을 때릴지조차 감이 안 오는 선수였다. 그랬던 하준이 감독이 되어 자신과 다시 조우한 지금.
‘이제는 경기 운영을 예측할 수가 없군.’
미간을 찌푸린 슈미트와는 반대로 맞은편 벤치에 서 있는 하준의 표정은 더없이 편안했다.
‘원래는 후반전에 넣을까 했었지만···.’
원래 그의 계획은 쿠발라를 선발로 기용한 후에 미하엘을 교체로 투입시키는 것이었다. 그러나, 쿠발라가 몸살 기운으로 인해 제 컨디션이 아니었고 하준은 계획을 앞당겨 미하엘을 선발로 출전시키는 강수를 둔 것이었다.
물론, 쿠발라의 가벼운 몸살을 아는 이는 구단 관계자를 제외하면 아무도 없었기에, 슈미트는 하준의 선택을 두고 혼란스러워할 수밖에 없었지만.
[선수들이 모두 자리 잡았습니다. 주심이 휘슬을 입에 무는군요.]선수들이 모두 자리에 위치한 것을 확인한 주심이 시계를 본 후, 휘슬을 입에 물었다.
삐이이익—!
툭-!
툭!
마인츠의 선축으로 시작된 경기는 초장부터 빠른 템포로 진행되었다.
[테오도르가 파펠라에게! 파펠라가 임에게 볼을 돌립니다!]촤앗!
타다다닷!
[임이 볼을 몰고 전진하기 시작합니다!]임우정이 빠르게 공을 가지고 운반하기 시작하려는 찰나.
타다다닷!
디아비를 포함한 레버쿠젠의 공격진이 조직적인 압박을 펼쳐 왔다.
[디아비와 수아레즈, 비르츠가 강한 압박을 시도합니다!]‘이런···!’
생각보다 거센 상대의 압박에 임우정이 당황했다.
툭!
타앗!
독일 무대에서도 밀리지 않는 피지컬에 나쁘지 않은 볼 컨트롤 능력을 갖춘 임우정이었지만, 처음 겪는 짜임새의 압박에 패스 타이밍을 놓치고 말았다.
[비르츠의 패스차단! 임이 볼을 빼앗깁니다!]와아아아!
순식간에 볼 소유권을 빼앗긴 마인츠였지만 하준의 표정은 담담했다. 그저 그라운드 앞에서 팔짱을 낀 채로 서 있을 뿐.
‘이 정도는 예상했으니까.’
로저 슈미트는 변태적일 정도로 강한 압박을 추구하는 감독이다. 클롭의 게겐 프레싱을 극한까지 사용하는 감독이 있다면 바로 슈미트일 정도로.
타다닷!
투우욱—!
[비르츠! 오래 끌지 않고 빠른 스루패스!]화려한 개인기보다는 간결한 드리블과 패스를 주 무기로 삼는 비르츠는 순간 포착된 공간으로 스루패스를 전개했고, 이에 반응한 디아비가 빠르게 침투했다.
타다다닷!
[디아비의 빠른 스프린트! 빠릅니다!]그러나.
촤아아앗—!
[어엇! 포가테츠! 포가테츠가 패스를 끊어 냅니다!]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바이 아레나에 모인 모든 관중이 디아비가 볼을 잡을 것이라 예상했었지만, 결과는 정반대. 오늘 데뷔전을 치르는 젊은 수비수에게 패스가 커트 당한 것이었다.
‘미하엘. 이번 경기에서 네가 집중적으로 마크해야 할 선수는 디아비다. 그 말은 즉, 디아비뿐 아니라, 디아비와 상호 작용할 선수들의 움직임도 볼 수 있어야 한다는 거겠지?’
경기를 준비하며 하준이 미하엘에게 해 주었던 말.
그리고, 이번 일주일간 하준에게 수없이 돌파를 허용하며 몸으로 체득한 여러 가지 패턴들이 순간 미하엘의 판단력을 강제로 끌어올린 것이 되었다.
‘감독님이 보여 줬던 그 움직임에 비하면 이건 아무것도 아니잖아···!’
비르츠와 디아비의 연계가 미하엘의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하준이 미하엘의 훈련에 손수 보여 준 움직임은 선수 시절 자신의 드리블뿐만이 아니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리오넬 메시, 네이마르, 킬리안 음바페, 엘링 홀란드.
당대 최고의 선수로 거론되던 스타 플레이어들의 움직임을 손수 재현하며 그들의 패턴을 선보였으니, 디아비의 움직임이 미하엘에게는 그리 위협적이지 않게 느껴질 수밖에.
그리고, 이 모습을 그라운드 바깥에서 지켜보던 하준은,
씨익.
‘그럼. 저렇게 잘해야지. 내가 훈련 도와준다고 며칠을 고생했는데. 아직도 근육이랑 관절이 비명을 지르는구만.’
아주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아야야···. 온몸이 다 쑤셔 죽겠네.”
물론 통증은 가시지 않은 모양이었지만.
투욱—!
[패스를 끊어 낸 포가테츠가 오른쪽으로 패스를 전개합니다!]타다다닷!
미하엘이 오른쪽으로 볼을 전개했고, 그에 맞춰 하인즈가 오른쪽으로 빠르게 달리기 시작했다.
촤앗!
[마빈 하인즈! 하인즈가 볼을 잡습니다! 측면을 타고 달리는데요!]하인즈의 움직임에 맞춰 안쪽으로 들어온 크래프트가 파펠라보다 약간 처진 곳으로 위치를 잡았고.
타다다닷!
[나겔스만이 하인즈에게서 볼을 뺏기 위해 압박합니다!]나겔스만이 빠르게 압박하기 시작하고, 그 움직임에 맞춰 포파나가 동시 압박을 진행하려 하는 그때.
툭—!
[하인즈가 지체하지 않고 테오도르에게 볼을 넘깁니다!]“체크메이트.”
터치라인 앞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하준이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워낙에 빠른 속도로 이루어진 볼 전개이기에 사람들이 미처 파악하지 못했지만, 순간의 볼 전개로 레버쿠젠의 대열이 흐트러지고 말았다.
슈미트는 강한 압박과 동시에 두 명 이상의 선수를 붙여 상대를 몰아붙이는 방식을 가지고 나왔다. 그런 방식의 압박은 분명 효과적일 것이다.
그러나.
그 압박으로 볼을 빼내지 못한다면.
툭!
[테오도르가 임에게!]툭—!
[임이 다시 테오도르에게! 빠른 패스 전개를 따라가지 못하는 디아즈!]어그러진 대열을 찢어발기는 것은 마인츠의 선수들이 될 것이 당연한 일이었다.
“뭐 하는 거야! 핀크! 바이어! 커버해!”
실시간으로 붕괴 중인 대열을 보며 슈미트의 노호성이 터져 나왔으나, 이미 약점을 물어뜯기기 시작한 그들로서는 어찌할 방도가 없었다.
툭—!
[테오도르가 대니 슈미트에게!]타앗!
우다다다!
타다다닷!
툭—!
볼을 받은 대니 슈미트에게 핀크와 바이어가 달려들었지만, 등을 지고 둘을 버텨 낸 슈미트가 디아즈를 피해 전진한 임우정에게 볼을 넘겼고,
그런 임우정의 시야에 비친 것은.
타다다닷!
오프사이드 트랩에 걸리지 않은 채로 라인 브레이킹을 시도하는 정상기의 모습이었다.
‘넣어 줘라, 상기야···!’
투우욱—!
[임의 스루패스! 정이 침투하는 쪽으로 정확하게 들어갑니다!]타다다닷!
촤앗!
툭! 타닷!
임우정의 패스를 부드럽게 받아 낸 정상기의 눈이 빛나고,
뻐엉—!
한 번의 도움닫기 후 바로 슈팅이 쏘아졌다.
[정의 슈우우우웃! 비어만이 몸을 날립니다!]괜히 분데스리가 팀의 골키퍼가 아니라는 듯, 비어만은 긴박한 상황에서도 슈팅의 방향을 읽고 몸을 날렸으나.
“이이익···! 닿는다···!”
솨아아—.
철렁—!
손가락을 스친 공은 비어만의 생각과는 다르게 골대 안으로 처박혔다.
[고오오오올! 마인츠의 선제골입니다! 정의 슈팅을 비어만이 읽었지만 막아내기엔 역부족이었습니다!]“이야아아아아!”
“저어어엉! 나이스 슈팅!”
“상기 이 자식! 잘했다!”
[정이 괴성을 지르며 마인츠의 벤치로 달려가네요.] [마인츠 선수들도 정을 뒤따라 뛰는군요.] [하하. 기쁠 겁니다. 이적 후, 출전한 경기마다 득점하고 있는데 이번에는 상위 리그의 팀에 득점했으니까요.]그렇게 마인츠의 벤치로 달려간 정상기는.
“감독니이이임!”
“어? 어? 야! 설마 그거 아니지?”
달려오는 폼만 보더라도 무엇인가 기시감이 든 하준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2002 한일 월드컵을 본 세대도, 그 뒤에 태어난 세대도. 그 장면은 모를 수가 없는 것이었으니.
터업!
점프하듯이 하준에게 안겼고, 엉겁결에 정상기를 받아든 하준은 조금 뒤로 밀려나더니 이내 중심을 잡았다.
[하하하. 정이 킴에게 달려가 안기는군요. 그러고 보니, 킴이 정의 은사군요.] [맞습니다. 정과 임은 서울 시절부터 킴에 의해서 기회를 받은 선수들이죠. 저런 반응이 이해가 됩니다.] [킴의 입장에서도 참 뿌듯할 겁니다. 자신이 발굴하고 기용한 선수들이 이리 활약을 펼치니 말입니다.]인생이란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 했던가.
정상기와 하준의 모습은 마인츠의 벤치가 아닌 바깥에서 보기엔 더없이 훈훈한 장면이었다.
“야. 무거워. 나와, 이 자식아.”
“아니, 골 넣었는데 칭찬 좀 해 주시라구요오, 감독니이이이임.”
“야, 씨! 무겁다고!”
[킴과 정이 대화를 나누는군요. 입 모양을 보니 독일어가 아니라 한국어인 듯하네요. 무슨 말을 하는지 참 궁금하군요.] [하하. 정이 고맙다는 말을 하고 킴이 잘해 줬다는 말을 하는 게 아닐까 싶네요.]바깥에서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