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soccer genius becomes a great coach RAW novel - Chapter (6)
6. 데뷔전(1)
“후우···. 일이 생각보다 커진 것 같은데.”
경기 전 인터뷰가 끝나고 기사들은 빠르게 업로드되고 있었다. 인터뷰가 끝나자마자 업로드 하는 것이야 정상적인 것이지만, 문제는···.
[김하준 감독대행, ‘K리그 정도는 문제없어.’] [김하준 감독대행, ‘유럽에 비하면 K리그의 수준은 처참해.’] [유럽물이 무엇인지 확실히 보여 주겠다는 김하준 감독대행.] [경북 FC 한주용 감독, ‘최선을 다해 K리그의 저력을 선보일 생각.’]인터뷰 기사가 너무나 자극적으로 업로드되었다.
“아무리 자극적으로 쓰는 게 일상이라고는 해도···!”
이건 너무한 게 아닌가?
이러니, 내가 담배를 끊을 수가 없지.
마인츠에서 있을 적, 감독이 지독한 애연가여서 한두 번 같이 피우게 된 것이 지금까지 와 버렸다. 뭐, 그 대단한 크루이프도 지독한 애연가였으니 상관은 없겠지.
팅—!
화르르륵!
“후우우우···. 내일 경기에서 지면 개망신으로 끝나지 않겠는데?”
개망신으로 끝날 문제가 아니었다. 온갖 조롱과 함께 프런트에서도 난리가 나겠지.
나는 담배를 뻑뻑 피우며 기사들의 댓글 창을 눌렀다.
-아 유럽이랑은 당연히 다르지. ㅋㅋㅋ 기레기가 어그로 끄는거 아니누?
-그래도 정식 감독도 아니고 ‘대행’인데 말하는 본새가 저게 뭐임? 저러다 털려야 정신을 차리지 ㅉㅉ.
-김하준 선수 시절 생각해보면 솔직히 저런 말 할 수 있다고 봄. 선수 생명이 짧았던 게 함정이지만.
-위에 김하준 본인이냐? 얼른 경기 준비나 해라 ㅋㅋㅋㅋ 줘 털리겠지만 ㅋㅋㅋ.
-데뷔 당시 보여줬던 미친 임팩트로만 김하준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겠지만, 많은 감독들이 김하준의 머리를 칭찬했었음. 축구 지능과 전술 이해도. 그러니 전임 정인우 감독보다야 낫지 않겠냐?
-응~. 그래 봐야 경험 없는 감독이야~. 그렇게 전술 이해도가 뛰어나서 코치로 들어간 마인츠 강등시키고 한국으로 도망 왔죠?
-ㅋㅋㅋㅋㅋㅋ K리그가 X으로 보이냐? 한주용 감독 커리어만 해도 김하준이 비비지도 못해 ㅋㅋㅋㅋㅋ.
-ㅋㅋㅋㅋ 그럼 니들은 UEFA P가 X으로 보임? ㅋㅋㅋㅋㅋㅋ.
-아~ 커리어가 그리 좋아서 2부 따리 감독하나요? ㅋㅋㅋㅋ.
“와···. 몇 개 안 읽었는데도 어질어질한데?”
기사에 달린 댓글들을 일일이 확인하려고 했으나, 그랬다가는 내 멘탈이 남아나지 않을 것 같아서 관두기로 했다. 어째, 한국의 매운맛 댓글들은 해가 갈수록 더 진화하는 것 같다. 분명 내가 유럽에 있을 때까지만 해도 저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아님 말고.
“일단 준비는 다 끝냈으니···. 남은 건 내일 선수들 컨디션인가?”
부디, 별 탈 없이 준비한 대로 플레이 할 수 있기를.
제발.
* * *
와아아아아—!
[서울 유나이티드의 홈구장, 상암 경기장에서 인사드립니다!] [K2 리그 제9라운드, 서울 유나이티드와 경북 FC의 맞대결인데요. 김하준 감독대행 체제로 처음 갖는 매치다 보니 주목해 볼 만하겠습니다.] [아, 말씀드리는 순간! 양 팀의 감독과 선수들이 입장하네요!]게이트를 통해 양 팀의 선수들과 감독 및 코칭 스탭이 입장하기 시작했고, 하준과 경북의 감독인 한주용이 악수를 나눴다.
“한 수 잘 배우겠습니다.”
전날의 인터뷰 내용이 무엇이었냐는 듯, 하준은 미소를 띠며 인사를 건넸고, 기자들이 불씨를 지피기 위함이었음을 알고 있던 한주용 감독 또한 웃으며 인사를 받았다.
“허허. 젊은 친구와 지략 대결을 펼치다니 감회가 새롭구만. 나도 한 수 잘 부탁함세.”
[전날의 인터뷰와는 다르게 양 팀의 감독끼리 웃으며 인사하는군요.]한주용 감독과 짧은 인사를 마친 하준은 서울의 벤치에 서서 경북의 라인업을 체크하기 시작했다.
‘442라···.’
3421 대형을 들고 나온 서울과는 달리, 경북은 정석적인 442 대형을 가지고 나왔다. 경기 중에 대형변화가 수시로 일어나는 현대 축구의 흐름상, 대형 자체는 크게 의미 없지만, 경기를 어떤 식으로 운영할 것이라는 척도 정도는 될 수 있었기에 하준은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다.
‘측면 자원도 인사이드 포워드보다는 클래식 윙어에 가깝다.’
경북의 전력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양쪽 윙에 출전한 백준혁과 우병선은 안쪽으로 파고드는 인사이드 포워드보다는 라인을 타고 달리는 클래식 윙어에 가까운 선수들이었다.
“뭘 노리는 거지···?”
단순히 투톱을 두었다고 해서 클래식 윙어들을 배치하지는 않을 터. 하준은 골똘히 생각했다. 분명히 다른 노림수가 있을 것이라고.
“뭐, 부딪혀 보면 알겠지.”
[자, 다음으로 서울의 선발 라인업입니다. 김하준 감독대행이 백쓰리를 들고 나왔군요?] [그렇습니다. 정인우 감독체제에서는 한 번도 가동한 적 없었던 백쓰리 전술인데요. 수비적으로 나오려나요? 과연 어떤 모습을 보여 줄지 궁금하네요.] [그리고 정인우 감독체제에서는 출전하지 못했던 이름들이 대거 포진되어 있네요.] [기존 감독과는 다른 전술과 선수기용을 보여 주는 김하준 감독대행. 데뷔전을 승리로 이끌 수 있을까요? 아! 경기 시작합니다!]삐이이익!
선축은 원정팀인 경북이 가져갔다.
경북은 시작부터 짧은 패스를 주고받으며 공격 활로를 열기 위한 움직임을 보였고, 이에 맞서는 서울은 초반부터 강한 압박을 시도했다.
서울의 달라진 모습에 중계진이 감탄하는 것처럼, 경기장 위에 있는 경북 선수들 또한 당황을 감추지 못했다.
“치잇···! 분석 영상과는 다르잖아!”
프랑코의 거센 압박에 어쩔 수 없이 공을 후방으로 넘긴 백준혁이 혀를 내둘렀다. 분명, 구단에서 보여 준 서울의 플레이는 저것이 아니었는데. 일주일도 채 되지 않은 시간 안에 이렇게 변할 수가 있다니.
경북의 선수들과 중계진이 놀라는 것과는 별개로 벤치 앞에 서 있는 하준의 표정은 좋지 못했다. 아니, 상당히 일그러져 있었다.
‘엉성해.’
하준의 전술에서 선수들은 전방 압박을 가할 때도 라인 간격과 위치를 세밀하게 조절해야 했다. 그렇지 않는다면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도 있으니까.
그러나, 하준이 지휘봉을 잡은 지는 채 일주일도 되지 않았다. 당연히 선수들의 움직임이 완벽할 수 없는 노릇이었고 그 탓에 생기는 빈틈이 하준의 눈에는 선명하게 보였던 것이다.
아마, 경북이 신생팀이 아닌 승격을 노리는 리그 상위권 팀이었다면 바로 저 빈틈을 물어뜯었을 것이다.
치열한 중원 싸움이 몇 분간 지속되고.
팽팽한 대치는 얼마 지나지 않아 허물어졌다.
촤아아앗—!
탓!
[아! 서울의 신영준이 공을 끊어 냅니다! 역습을 전개하는 서울 유나이티드!]하프라인 바로 밑에서 최보성에게 연결되는 경북의 패스를 적절하게 끊어 낸 신영준. 그것을 기점으로 하준이 그라운드 위의 선수들을 향해 소리쳤다.
“시작해!”
타다다닷—!
신영준이 공을 달고 뜀과 동시에 오른쪽 윙백으로 출전한 정창훈이 빠른 속도로 오버래핑하기 시작했다.
[신영준이 속도를 높여 공을 운반합니다!] [아! 오른쪽 측면으로 정창훈이 오버래핑을 시도하네요! 이번 경기에서 윙백으로 출전했지만, 원래는 윙어거든요?]정창훈이 오버래핑하는 타이밍에 맞춰 프랑코가 우측면에서 중앙으로 접어 들어왔고, 그 움직임에 맞춰 신영준과 짝을 이룬 중앙 미드필더 길정현 또한 빠르게 전진했다.
[아! 길정현도 빠르게 전진합니다! 순식간에 파이널 서드 부근에 도달한 서울의 선수는 무려 여섯 명! 여섯 명입니다!] [서울의 좌측 윙백인 문태진이 오버래핑 대신 중원으로 가담해서 중앙 미드필더들이 전진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는군요!]“빨리 내려가! 뭐 하는 거야!”
순식간에 벌어진 상황에 한주용 감독이 경북의 선수들에게 소리를 질렀지만 이미 타이밍이 늦었다.
파이널 서드에 위치한 경북의 선수는 다섯.
그리고, 서울의 선수는 여섯.
공격과 수비의 수가 같을 때도 유리한 것은 공격하는 쪽인데, 공격의 숫자가 한 명이 더 많은 상황. 압도적으로 서울에게 유리한 판이 깔렸다.
투욱—!
[신영준이 스프린트 하는 정창훈에게 내줍니다!]신영준은 무리하게 공을 끌지 않고 측면을 타고 올라가는 정창훈에게 내주었고, 그런 정창훈의 대각선 앞에는 프랑코가 언제든지 공을 받을 수 있게 위치하고 있었다.
트라이앵글.
현대 축구에서 감독들이 전진 패스를 위해 가장 강조하는 대형이 서울의 공격 진영에 나타났다.
타다다다다닷—!
“이익···!”
빠르게 진행되는 서울의 공격을 끊기 위해 경북의 왼쪽 풀백 김종원이 호기롭게 나섰으나, 정창훈은 무리하게 돌파할 생각이 없었다.
‘경북의 왼쪽 풀백은 성급한 경향이 있어. 오버래핑한 너에게 공이 가 있으면 걷어 내기 위해 달려 올 거다. 무리하지 말고 프랑코에게 연결해.’
경기 전날 훈련에서 정창훈에게 하준이 해 주었던 말.
‘뭐야. 감독님이 말한 그대로잖아?’
그 말이 그대로 실현되자 정창훈은 희열을 느끼며 발을 휘둘렀다.
투욱—!
[아! 정창훈! 김종원을 상대로 돌파하지 않고 벌어진 틈을 이용해 트라몬타나에게 공을 연결합니다!] [경북의 위험지역에서 공을 받은 트라몬타나!]하프 스페이스에서 공을 잡은 프랑코를 본 경북의 나머지 수비수들은 이를 악물었다. 김종원이 급하게 튀어 나간 탓에 수비라인에 남은 수비수는 총 셋. 그리고 그들이 페널티 박스 부근으로 도달한 서울의 선수는 다섯.
“X발! 저 새끼는 왜 생각도 없이 튀어 나가서는···!”
경북의 센터백 강력은 외통수에 걸리고 말았다. 이미 페널티 박스에 들어와 있는 정상기를 제외하고서라도 위협적인 장면을 만들 수 있는 서울의 선수는 세 명이 더 있는 상황. 지금 프랑코를 막으러 자리를 이탈해도 위험하고 막지 않아도 위험한 상황이 벌어진다.
“젠장! 지원아 저 꼬마를 부탁한다!”
강력은 원치 않은 상황에 미간을 찌푸리며 프랑코를 막기 위해 뛰었다.
그러나.
툭! 촤아앗—! 탓!
[트라몬타나! 백숏으로 강력을 허물고 지나갑니다!]프랑코 트라몬타나.
서울이 보유한 이 이탈리아 용병은 위험지역에서 수비 하나 정도는 거뜬하게 제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
“오오! 좋은 드리블이야! 보스! 프랑코가 제대로 보여 줬습니다!”
볼러가 흥분한 것과는 반대로 하준은 조용하게 경기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입꼬리를 잔뜩 올린 채로.
‘상당히 값비싼 선물을 얻었구나! 내가.’
하준은 자신의 왼쪽 눈에 스며든 통찰안의 능력을 새삼 실감하고 있었다. 이번 9라운드를 준비하면서 하준의 통찰안으로 들어왔던 두 명. 그 중 한 명인 프랑코가 찬스 메이킹을 제대로 해 주고 있자 하준의 입꼬리는 내려 올 줄 몰랐다.
‘특성이 점멸하던 것이 프랑코와···.’
찬스메이커라는 특성이 점멸하던 프랑코와 더불어 하준의 눈에 들어왔던 다른 한 명. 그 한 명의 선수가 골 냄새를 맡고 폭격을 준비하고 있었다.
휙! 타다다닷!
[강력을 제쳐낸 트라몬타나를 막기 위해 문지원이 자리를 이탈하고 마는데요! 아! 트라몬타나! 문지원의 가랑이 사이로 패스합니다!]투욱—!
문지원의 가랑이 사이를 지나 프랑코의 패스가 도달하는 곳에는.
‘녀석의 특성은 골게터였지. 이번 기회가 확실히 골이 되겠어.’
씨익 웃는 정상기가 있었다.
[아! 정상기에게 연결되는 공! 노마크 찬스으으으!]정상기는 별다른 힘을 들이지 않고 프랑코의 패스를 밀어 진행 방향을 골대로 바꾸었다.
투우욱!
쐐애애애액—!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경북의 골키퍼 주신영의 반응이 한 박자 늦었고, 그 한 박자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가져왔다.
철렁—!
[고오오오오오올! 골입니다! 프로 데뷔전에서 데뷔골을 터트리는 정상기! 서울이 리그 9라운드 만에 선제골을 성공 시킵니다!] [정상기의 골로 서울 유나이티드가 1-0으로 앞서갑니다!]와아아아아아!
홈 서포터들의 함성을 들으며 정상기는 공중에 어퍼컷을 날리는 셀레브레이션을 펼치며 환하게 웃었다.
“아자아아! 프랑코 땡큐!”
“쌍키, 나이스 슛!”
프로 데뷔전에서 데뷔골을 성공시킨 이 어린 선수의 골은 서울의 사기를 더욱 끌어 올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리그 8경기 동안 서울은 선제골을 넣은 적이 없었고 끌려 다니다 겨우 동점 골을 넣거나 그게 아니면 무득점으로 패배 혹은 무승부를 이뤘었으니까.
정상기! 정상기!
프랑코! 프랑코!
오오오오! 서울 유나이티드!
정말 오래간만에 경기다운 경기를 볼 수 있겠다는 마음에 서포터들의 함성과 응원이 더욱 커졌고 이것을 들으며 그라운드를 지켜보는 하준의 입꼬리는 내려 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보스. 선수들이 참 잘해 주고 있습니다.”
“맞습니다. 감독님. 선수들이 패턴대로 정확히 플레이하고 있어요!”
“아아. 벌써부터 흥분하시면 안 됩니다. 우리 경기는···.”
이제 시작이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