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soccer genius becomes a great coach RAW novel - Chapter (61)
61. 컨텐츠가 마르지 않는 팀(1)
[DFB-포칼 3라운드에서 레버쿠젠을 잡은 마인츠 05.] [마인츠 05, 레버쿠젠에 3-0 대승.] [킴의 목표는 포칼 우승?]레버쿠젠을 3-0으로 꺾고 포칼 8강에 진출한 우리는 수많은 언론의 관심을 받으며 기세를 이어 나갔다.
[24R, 다름슈타트 98을 상대로 4-2. 꺾이지 않는 마인츠 05의 기세.] [25R, 2-0으로 디나모 드레스덴을 꺾은 마인츠 05.] [분데스리가2 리그 테이블.]– 1위 하이덴하임 1846, 14W / 9D / 2L / 51.
– 2위 디나모 드레스덴, 12W / 8D / 5L / 44.
– 3위 마인츠 05, 11W / 8D / 6L / 41.
– 4위 다름슈타트 98, 11W / 6D / 8L / 39.
– 5위 그로이터 퓌르트, 10W / 8D / 7L / 38.
···(중략)···
– 18위 보훔 1848, 4W / 4D / 17L / 16.
리그 25라운드까지 패배 없이 승점을 쌓은 결과, 우리는 리그 3위였던 다름슈타트를 끌어내리고 3위에 등극할 수 있게 되었고, 리그 2위인 디나모 드레스덴과는 승점 3점, 1위 하이덴하임과는 10점으로 차이를 좁힐 수 있게 됐다.
“이제야 승격권에 가까스로 발을 걸치게 됐군.”
아직 9경기나 더 남은 상황이었지만, 전반기 리그 16위를 하던 팀이 리그 3위까지 치고 올라왔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었다.
하지만, 다이렉트 승격이 아닌 플레이오프를 치러야 하는 리그 3위에 만족할 수는 없는 노릇.
3점 차이밖에 나지 않는 드레스덴을 끌어 내리고 리그 2위로 올라서기 전까지는 안심할 수 없었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계속해서 연승 행진을 벌인다면야···.”
못할 것도 없는 일이지만.
“으으으. 바깥 공기나 좀 쐐야겠네.”
오늘은 선수단이 간단한 회복훈련만 하는 날이었기에, 나는 훈련 일정을 커스팅에게 일임한 채 감독실에서 앞으로의 전술 구상과 경기 일정을 체크하고 있었다.
너무 오래 앉아 있던 탓인지 찌뿌둥해진 몸을 이끌고 감독실을 벗어나 밖으로 나왔지만.
“어···. 딱히 갈 곳이···.”
예전처럼 명호가 독일에 뛰고 있었다면 모를까, 독일에 아무런 연고가 없는 내가 집과 훈련장, 클럽 하우스를 제외하고 갈 곳이 있을 리 만무했다.
“시가지로 나가는 것도 좀···.”
이 주일 전쯤.
그러니까, 레버쿠젠을 3-0으로 박살 내고 얼마 지나지 않았던 날이었을 것이다. 집에 먹을 것이 떨어져 장을 보기 위해 아무 생각 없이 마인츠 시내로 나섰던 나는 인파에 둘러싸여 곤욕을 치러야 했고, 그때 이후 웬만해서는 사람이 많은 시간에 시내에 나가지 않고 있었다.
‘선수 시절도 아니고.’
선수 시절, 그러니까 부상으로 신음하기 전에는 지금보다도 어렸고 내 활약을 체감하는 느낌이라 종종 런던 시내에 나가 부러 팬들 앞에 나서 팬서비스를 하는 관종짓도 서슴지 않았지만, 지금은 도저히 그럴 자신이 없었다.
“역시 경기장밖에 없나···?”
역시, 아무 생각 없이 갈 곳이라고는 클럽 하우스 근처에 위치한 메바 아레나밖에 없었다. 클럽 하우스와 메바 아레나가 위치한 지역에는 그 두 곳을 제외하면 허허벌판인 논밭이었으니까.
그렇게 얼마쯤 걸었을까.
메바 아레나의 입구로 들어가 그라운드로 향하려는 찰나에 기프트 샵 쪽에서 소란이 들려왔다.
“아니, 그 물품은 없다니까요? 레플리카로 제작되는 상품이 아니에요.”
당황한 듯 한목소리의 직원과,
“몇 주 전부터 구단 홈페이지에 수천 명이 건의했잖아. 만들어달라고, 그때 오피셜 사진에 들고 찍었던 거로 하면 되겠구만, 만들었던 거 양산하는 게 어려워?”
“우리가 아무것도 안 사는 것도 아니고, 사는 김에 킴의 것도 사고 싶다는 거잖아.”
“어려운 것도 아니잖아? 마킹만 많이 만들어 놓으면 되잖아?”
답답해하며 직원을 닦달하는 구단 서포터들.
‘근데 중간에 내 이름이 섞인 것 같은데?’
중간중간 들려오는 내 이름에 나는 몸을 돌려 기프트 샵으로 향했다.
“어? 킴이다. 킴이야!”
“뭐? 어디?”
“오우, 정말 킴이잖아?”
“킴! 사인 한 번만 부탁드려요!”
생각보다 많은 수의 서포터들을 보며 나는 멋쩍게 웃었다.
“네네. 해 드릴 테니 천천히 움직이세요. 다칩니다.”
경기가 없는 날에는 보통 서포터들이 방문하는 경우가 잘 없는데 어찌 된 영문인지 모르겠지만 많은 수의 서포터들이 기프트 샵에 들어차 있었다.
나는 한 명 한 명 모두에게 사진 촬영과 사인을 해 주고는 고개를 돌려 기프트 샵 직원에게 어떻게 된 일인지를 물었는데.
“아···. 그게 감독님 레플리카는 대체 왜 없냐고 하시는···.”
“······네?”
나는 선수가 아니라 구단의 감독. 당연히 내 유니폼 같은 게 있을 리가 없고 그렇기에 기프트 샵에 판매할 레플리카가 없는 것도 당연했다.
“음. 저는 은퇴 이후에 마인츠 유니폼을 입고 뛴 기억이 없는데요?”
내 말에 기프트 샵 직원은 쓴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감독님 계약 당시 오피셜 사진에 들고 계셨던 그 유니폼을 원한다고 하시네요.”
“맞아! 우리는 그걸 사러 왔다고! 지난번 경기 날에 구단 프런트에서 분명히 오늘부터 판매될 거라고 말했는데!”
아.
그러니까 이들이 원한다는 레플리카의 정체가 스벤손 단장이 마케팅팀의 작품이라며 내게 건넸던 그 유니폼이었던 것이다.
‘찜찜하더라니···.’
나는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리며 한숨을 내뱉었다.
“프런트에서는 뭐라고 하던가요?”
“그게···. 아직까지 아무 말도 전달받지를 못해서요.”
프런트에서는 말만 던져 놓고 처리하지 못한 모양이었다.
물론, 이해하지 못할 것은 아니었다. 최근 우리의 돌풍 덕분에 여기저기서 스폰서쉽 계약 문의와 언론 인터뷰 요청과 OTT 플랫폼에서 다큐멘터리 제작 제의 등, 구단 직원들이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었으니까.
“자, 여러분. 지금 구단이 많이 바빠서 일 처리가 제대로 진행이 안 됐나 봅니다. 이 점은 제가 대신해서 사과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사과의 의미라고 하긴 뭐하지만, 원하시는 레플리카를 제가 선물하도록 할게요.”
“흐음. 그렇지만 우리는 최근에 정과 임, 테오도르를 비롯해서 선수들의 레플리카를 거의 다 샀는데 말이지.”
나름의 절충안을 내보았지만, 썩 좋은 의견이 아니었다. 눈앞에 있는 서포터들은 선수 레플리카를 거의 모두 가지고 있었으니까.
‘하긴. 감독의 레플리카를 내놓으라고 할 정도의 열성 팬이라면, 이미 주축 선수들의 레플리카는 다 모으고도 남았겠지.’
퍽 난감한 상황에 어찌해야 할지를 모르던 차에 내 바지 중간을 잡아 담기는 손길에 나는 밑을 내려다보았다.
“응···?”
시야를 아래로 내리니 보이는 것은 작고 앙증맞은 꼬마였는데, 똘망똘망한 눈으로 나를 쳐다보는 것이 퍽 귀여웠다.
“어머, 세상에. 레온! 이리로 오렴, 버릇없게 굴면 못 써!”
레온이라고 불린 아이의 어머니로 추정되는 여자가 서둘러 아이를 데려가려 했지만 나는 웃으며 쪼그려 앉아 아이와 눈높이를 맞추었다.
“하고 싶은 말이 있니?”
“킴, 경기장 구경 시켜 주세요···!”
“그럴까? 대신 이번 한 번만이야. 원래 오늘은 구장 투어가 없는 날이거든.”
“와아···! 고마워요! 킴!”
원래 오늘은 구장 투어가 없는 날이었지만, 내 재량으로 아이와 이 인원을 데리고 투어를 진행하는 것쯤은 문제가 없었다.
‘응···?’
그리고.
언제부터 있었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서포터 무리의 뒤쪽으로 보이는 카메라맨과 촬영팀, 그리고 스벤손 단장이 보였다. 아무래도 OTT 플랫폼과의 합의가 끝나고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이 일을 진행한 모양인데.
‘잠깐, 저 양반이···?’
싱글벙글 웃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드는 스벤손 단장을 보며 나는 깨달을 수 있었다.
‘일부러 레플리카 판매를 막았구만.’
젊은 감독이 부임한 뒤에 보인 압도적인 성적과 그로 인해 구단 서포터들이 감독의 레플리카는 왜 없냐며 성화를 내는 모습.
영상 컨텐츠로 써먹기에 딱 좋은 광경이 아닌가.
‘너튜브를 했어도 대박 칠 양반이네.’
내가 이 시간에 메바 아레나에 나타날 것은 예상하지 못했겠지만, 나의 등장으로 써먹을 에피소드가 늘었으니 저쪽에선 오히려 좋다고 할 터. 벌써부터 머리가 아파오는 것을 느꼈지만 나는 애써 외면했다.
뭐, 구단 재정을 위한 운영이기에 욕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나는 레온의 손을 잡고 일어섰다.
“자. 여기 레온 말고도 아이를 데리고 오신 서포터분들은 원하시면 같이 데리고 가도록 할게요.”
짝짝짝짝!
와아아아!
이후, 나는 레온과 다른 아이들을 데리고 구장 투어를 직접 진행하며 아이들과 놀아 주는 시간을 가졌고, 이후에는 그라운드에서 아이들이 공을 가지고 노는 것을 봐주며 유소년 코치 노릇을 했다.
뻥—!
“오. 잘 차는데? 이다음에 우리 팀에서 선수로 데뷔해도 되겠어.”
“정말요? 그때도 킴이 감독으로 있는 거죠?”
“글쎄? 레온이 잘해서 좋은 선수가 된다면 내가 아니라도 좋은 감독이 있지 않을까?”
“나 나중에 마인츠에서 꼭 데뷔할 거니까 킴도 다른 팀 가지 말고 꼭 있어야 해요!”
장대한 포부를 말하는 것과 맞지 않게 귀여운 몸놀림에 나는 웃음을 감추지 못하며 레온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요즘 따라 애들이 참 귀엽네.’
애들이 귀여워 보일 때가 결혼할 때라고 하던데.
‘여자친구도 없는데 무슨.’
마지막 연애가 5년이 넘어가니 괜스레 마음이 아팠다.
* * *
“그러니까, 일단은 이번 시즌 끝날 때까지는 쭈욱 촬영한다는 거네요?”
“그렇지. 시즌이 끝나기 전 즈음해서 1화 에피소드가 업로드될 예정이라고 해. 반응을 보고 시즌 2를 제작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논의하자고 하더군.”
내 예상대로 OTT 플랫폼과 다큐멘터리 제작 합의가 끝나 촬영에 들어간 상황이었고, 낮에 있었던 레플리카 소동도 스벤손 단장의 작품이 맞았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서포터즈에게 오늘 나온다고 해 놓고 물량을 안 풀면 어떡해요?”
“에이, 쉿. 이 사람 참. 이게 나 좋자고 하는 일인가? 이 프로젝트가 잘 되면 구단 재정에 더 보탬이 될 텐데, 어쩔 수 없잖아.”
끄응.
스벤손 단장이 하는 말에 딱히 반박할 말이 없었던 나는 앞에 놓인 커피를 홀짝이며 주제를 돌렸다.
“뭐, 그건 그렇다 치고. 저쪽에서는 왜 우리 구단의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기로 했대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 자네의 부임으로 우리 구단이 독일에서 좀 핫해지지 않았나?”
스벤손 단장의 말대로 내가 사령탑에 앉게 되어 마인츠는 한동안 독일 언론의 최대 가십거리였고, 파죽지세의 성적을 이어나가는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긴 하죠.”
“거기다 자네 나라인 코리아가 OTT 플랫폼의 최대 격전지 아닌가. 여러모로 맞물리는 게 많지. 그리고 자네의 나라에서 성공한 시리즈는 매출로 탑텐 진입이 보장되기도 하고.”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말이었다.
10여 년 전부터 한국은 OTT 플랫폼들의 격전지였고, 한국에서 제작한 오리지널 시리즈나, 한국에서 먹힌 시리즈는 세계 시장에서도 대부분 성공했었으니 이러한 결정이 어느 정도 합리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하긴, 한국에서도 관심 있게 보긴 하겠네.’
독일 리그 최초로 한국인이 감독이 된 팀.
거기에, 부임하자마자 강등 위기의 팀을 반 시즌 만에 승격시키는 이야기라면.
‘웬만한 영화 뺨치는 스토리구만.’
그건 그렇다 치고.
나는 촬영과 관련해서 보안상의 문제를 꼬집었다.
“단장님도 일 처리를 이상하게 하시진 않았겠지만, 혹시나 해서 여쭙는 건데 설마 훈련 장면을 디테일하게 공개하실 생각은 아니죠?”
“그럴 리가. 피지컬 훈련 몇 컷이랑 전술훈련을 제외한 기본 훈련 장면만 영상에 담을 거야. 나도 감독이었던 사람이라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여쭤 본 겁니다. 흐음. 리그 일정은 전부 동행할 테고, 포칼 일정에 따라 촬영 일정이 바뀔 수 있겠네요?”
내 말에 스벤손 단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이번 8강에서 떨어지거나, 준결승에서 떨어진다면 리그 일정까지가 촬영의 마지막이고, 결승전까지 진출한다면 그때까지 촬영을 이어 가겠지.”
“그렇군요. 음···.”
내가 대략적인 촬영 일정을 머릿속으로 계산하며 입을 다물자 스벤손 단장이 입을 열었다.
“그래. 킴, 자네는 언제까지 촬영이 지속될 거라 보나?”
“음. 시즌 2에 관한 건 저는 잘 모르겠고, 이번 촬영은 아무래도 5월 말까지는 갈 것 같네요.”
“5월 말이라고 하면···?”
“네. 맞아요, 5월 말은···.”
포칼 결승전이 치러지는 시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