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soccer genius becomes a great coach RAW novel - Chapter (62)
62. 컨텐츠가 마르지 않는 팀(2)
하준이 구단 다큐멘터리 촬영 사실을 알게 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사실은 저 멀리 한국에도 퍼지게 되었다.
[월드플릭스, 마인츠 05의 다큐멘터리 제작 확정.] [김하준의 마인츠 05, 이번 시즌 일정이 다큐멘터리로 제작된다.] [월드플릭스, ‘이번 다큐멘터리는 상반기 최대의 기대작.’] [선더랜드 다큐멘터리 이후 13년 만에 축구 구단 다큐멘터리 제작 확정.] [월드플릭스에서 김하준과 정상기, 임우정의 모습을 볼 수 있다! 2033년 4월 말 첫 공개!] [촬영 장면 중 하나로 보이는 사진 유출. 꼬마 팬과 웃고 있는 김하준.]-ㅋㅋㅋㅋㅋㅋ 오, 월드플릭스가 물었네. 김하준이 부임한 게 핫하긴 핫했나 보네 ㅋㅋㅋㅋㅋㅋ.
-핫하지. 독일 구단에서 처음으로 아시아인 감독을 선임한 케이스에다가 부임하자마자 멱살 잡고 3위로 끌어올리는데 ㅋㅋㅋㅋㅋ.
-월드플릭스에서 대놓고 상반기 기대작이라고 하네 ㅋㅋㅋㅋ. 진짜 뽑아 먹을 게 있는 건지, 언플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국뽕 오지게 들이킬 수 있겠다.
-진짜 요즘 김하준 덕분에 국뽕 치사량으로 들이키는 중이다. ㅋㅋㅋㅋㅋㅋㅋ.
-크. 오리지널 시리즈로 한류 코인 타기 시작한 게 10년 전인데, 이제는 김하준 코인 타네 ㅋㅋㅋㅋㅋㅋㅋ.
-궁금했는데 잘 됐다. 서울 시절에는 서울이 너튜브로 구단 일상이나 훈련 영상 같은 거 뿌려줘서 좋았는데, 이번에 월드플릭스가 제대로 일했네.
-그 와중에 김하준이랑 꼬마 팬 사진 대박이네. 김하준 원래 저리 잘생겼었음?
-ㅇㅇ. 선수 시절 얼굴로도 팬 엄청 끌어모았었잖아. 상암에서 A매치 할 때 여성 팬 숫자 확 늘어났던 거 기억 안 남?
“허어. 이놈아 이거 잘나가는구만.”
인터넷 기사를 통해 하준과 마인츠의 활약을 지켜보던 최용환이 기분 좋게 웃으며 중얼거렸다.
“마인츠에서도 현지 팬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다고 하던데요. 선수단도 높은 충성심을 보인다고 하고요.”
“누구는 승승장구하고 누구는 대단했던 전임자 때문에 머리가 아파 죽겄고. 이거이거 너무 불공평한 거 아닌가 모르겠네.”
“말씀은 그렇게 하셔도 팀이 승승장구하고 있잖습니까 감독님.”
최용환의 구시렁거림을 이수혁이 웃으며 받아쳤다.
이수혁의 말처럼, 서울 유나이티드는 2월 리그 개막과 동시에 연전연승을 이뤄 내며 K1 리그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었고,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조별 리그에서도 동아시아 팀과 호주 팀을 누르며 순조로운 출발을 이뤄냈다.
“아니, 뭐. 그렇긴 한데, 그래도 부담이 안 되는 건 아이다 아이가?”
“감독님도 충분히 잘하시면서 엄살이 심하십니다.”
“크흠. 뭐 그런 말 들을라고 한 말은 아인데···.”
기분이 날아갈 것 같은 표정을 숨기지 못한 최용환이 괜히 헛기침하며 분위기를 환기했다.
“그래. 그래서 MOU는 어떻다던?”
“마인츠 측에서 확답은 나오지 않았습니다만 긍정적인 답변을 보내왔습니다.”
하준이 마인츠로 건너간 이후, 서울 유나이티드는 마인츠와 MOU를 체결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었다.
“으음···. 그러니까, 1부 승격이 확정되면 진행하겠다?”
“맞습니다. 이렇게 긍정적인 반응이 나올 수 있었던 것도···.”
“김 감독 입김 덕분이겠지. 여러모로 선물을 많이 주고 가는구만.”
“네. 체결되기만 한다면, 마인츠 유스 코치를 비롯한 1군 코치 일부가 여름에 와서 유소년 육성에 관한 컨설팅을 해 주기로 했고, 분데스리가 겨울 휴식기에는 우리 유소년을 마인츠에서 훈련할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고 구두 약속을 받았습니다.”
“계약서에 사인하기 전까지는 모르는 일이지만 어쨌든 순조롭게 진행되는 중이네. 다음에 김 감독한테 고맙다고 인사나 해야겠다.”
떠난 뒤에도 아낌없이 주는 하준에게 감사함을 느끼는 서울 유나이티드 식구들이었다.
* * *
삐익!
“조금 더 세밀하게 진행해!”
“네!”
투웅—!
“거기서 조금 더 내려와야 해! 그래! 그런 식으로!”
휘슬 소리와 하준의 호통이 들려오는 마인츠의 훈련장은 평소와 다를 게 없었다.
카메라를 든 채 지켜보고 있는 촬영팀을 제외한다면 말이다.
“생각보다 엄하게 선수들을 지도하네?”
“맞습니다. 인터뷰나 카메라 화면에 비친 모습은 친절한 모습뿐이라 상상이 잘 안 갔는데 말이죠.”
“뭐, 카메라 앞에서 모습이 평소와 똑같은 사람이 어디 있겠어? 거기다 훈련 중에만 저리 엄할 수도 있는 것이고.”
“그렇긴 하죠. 그간 선수들 인터뷰만 보더라도 훈련장과 경기장 밖에서는 자신들을 동생처럼 챙긴다고 했으니까요.”
월드플릭스의 촬영팀은 훈련 장면을 지켜보며 저들끼리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구단에서 세부 훈련 장면은 촬영하지 말아 달라는 요청을 받은 터라, 훈련을 지켜보기만 하던 그들은 몇 분 후, 한 가지 재미있는 장면이 포착되었다.
“어? 선수들과 킴이 골대 앞에 섰는데?”
골키퍼가 골대 앞을 지키고 섰고, 선수들이 거리마다 서서 공을 들고 서 있었다.
“프리킥 훈련이라도 되는 걸까요?”
“글쎄다.”
스탭의 질문에 고개를 저은 촬영 감독이 근처에 서 있던 스벤손에게 물었다.
“단장님. 저 장면은 카메라에 담아도 되겠습니까? 전술 훈련으로 보이지는 않는데요.”
“으음···.”
턱을 쓰다듬던 스벤손은 하준이 진행하고 있는 것이 재미를 섞은 프리킥 훈련쯤으로 판단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이건 찍으셔도 될 것 같네요.”
“들었지? 다들 앵글 잡아!”
“네!”
마인츠의 프리킥 훈련으로 보이는 이 장면은 사실 하준이 선수들과 프리킥 내기를 하는 장면이었는데, 그 사실을 알지 못한 촬영팀은 괜찮은 장면을 담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 흥분하며 카메라 앵글을 맞췄다.
“감독님, 그 위치에서 실패했다고 무르기 없기예요?”
“물론이지. 너네나 무르려고 하지 마.”
하준과 선수들의 내기는 비교적 간단했다.
각자가 자신 있어 하는 위치에서 프리킥을 시도하는 것. 선수들에게는 위치에 대한 제약을 부여하지 않은 하준의 위치는 경기장으로 치면 하프라인 부근. 승패의 조건은 간단했다. 선수들은 한 명이라도 성공하면 되었고 하준이 실패하면 승리하는 것이었다.
대신, 선수들이 전부 성공하더라도 하준이 그 거리에서 킥에 성공하면 선수들의 패배가 되는 것이었고.
척 보아도 하준이 압도적으로 불리한 내기였기에 선수들은 한 줌의 불만도 없이 내기를 받아들인 것이다.
“대신 내가 성공하면 알지?”
“당연하죠. 감독님이나 말 바꾸기 없깁니다. 자, 다들! 감독님 지갑 거하게 털어먹자!”
“예에에!”
이때만 해도 선수들은 알지 못했다.
씨익.
‘그래. 녀석들아 마음껏 즐겨둬. 곧 울상이 될 거니까.’
하준의 미소가 짙어지고 있었던 것을.
삐익!
하준의 휘슬이 울리고 선수들이 한 명 한 명씩 킥을 시도했다.
뻐엉—!
철렁—!
“예에에스!”
킥을 시도하는 선수들 반,
뻐엉—!
타앙—!
“아오!”
실패하는 선수들 반이 지나갔고.
어느덧 하준의 차례가 되었다.
“내 차례네.”
미소 지으며 공 앞에 서는 하준과,
“후우···!”
골문 앞에서 비장한 표정으로 손뼉을 치고 있는 주전 콜키퍼 오메르 하닌.
“자, 그럼 시작할게.”
말을 마친 하준은 몇 걸음 뒤로 물러나 도움닫기를 시작했다.
타다다닷!
짧은 도움닫기 이후 디딤발을 딛고 팔을 왼팔을 쭉 뻗은 뒤 오른발을 강하게 당긴 하준은.
이내 활시위를 놓듯 강하게 슈팅 동작을 이었고, 발등에 정확하게 얹힌 공은.
뻐엉—!
쐐애애애액—!
굉음을 내며 빠른 속도로 골문을 향해 쏘아졌다.
“미친! 저거! 저거 제대로 찍고 있지?”
“네, 넷! 제대로 녹화되는 중입니다!”
수년 동안 여러 장르의 영상을 촬영해 온 촬영 감독은 알 수 있었다. 지금 하준의 킥이 대단한 영상을 뽑아낼 수 있으리라는 것을.
그리고.
하준이 시도한 킥은 촬영 감독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철렁—!
골문을 찢을 기세로 들어갔다.
“오 마이 갓···.”
“제가 뭘 본 거죠? 킴은 부상으로 은퇴한 게 아니었나요? 부상 선수도 저 정도는 할 수 있는 게 축구 선수인가요?”
“나도 몰라. 확실한 건 저 양반이 괴물인 건 맞을 거야.”
그 옛날, 데이비드 베컴이 96/97 시즌 윔블던전에서 넣은 하프라인 슛을 떠올리게 한 하준의 킥에 훈련장에 있는 모두가 경악을 금치 못했다.
“허···. 이게 말이···.”
“어때? 내가 이겼지?”
“아! 이건 반칙이지이!”
* * *
리그 26라운드, 퓌르트와의 원정 경기에서도 마인츠의 공격력은 어김없이 발휘되고 있었다.
[네벨의 패스를 받은 임! 시튼의 압박을 벗어납니다!]타다다닷!
[임이 왼쪽 측면으로 들어갑니다!] [클라우스가 달려오는데요!]임우정이 왼쪽 측면을 넓게 가져가며 볼을 운반하자, 그 움직임에 맞춰 밥지엔이 중앙 페널티 박스 근처로 들어왔고
툭—!
[임의 패스를 받은 밥지엔이 중앙으로 커트인 합니다!]임우정은 클라우스의 압박을 받기도 전에 중앙으로 이동한 밥지엔에게 볼을 넘겨주었다.
“아카민코! 힘멜을 도와줘!”
타다다닷!
퓌르트 수비진의 사령관 마테오 로타가 수비형 미드필더 아카민코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로타의 파트너 센터백 힘멜은 밥지엔에게서 볼을 빼앗기 위해 달려들었다.
그러나.
툭—!
밥지엔의 선택은 또다시 왼쪽 측면이었다.
타다다닷!
[임! 임입니다! 왼쪽 측면 깊숙한 곳까지 올라온 그가 중앙으로 꺾어 들어오며 밥지엔의 패스를 받습니다!] [공간 열렸거든요? 퓌르트! 아주 위험한 상황입니다!]“제기랄!”
순식간에 열린 공간.
클라우스와 힘멜의 부재로 임우정의 앞에서 페널티 박스 중앙까지 공간이 열렸고, 이를 확인한 로타는 이를 악물었다.
‘임을 막아야 하는데···!’
마인츠의 빌드업과 공격 전개를 주로 담당하는 미드필더는 임우정과 테오도르. 임우정은 테오도르에 비해 투박한 볼 터치를 가지고 있었지만, 번뜩이는 킥과 좋은 패스 능력으로 언제고 아군에게 치명상을 입힐 수 있는 선수였다.
그러나 로타는 짧은 시간 여러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밥지엔을 포함해 레온 페퇴, 대니 슈미트가 이미 페널티 박스 근처에 들어온 상태였고, 테오도르를 대신해 출전한 폴 네벨 또한 전진해 들어오는 중이었다.
만약 임우정을 막는 데 실패한다면?
자신을 제친 임우정이 최적의 위치에 들어온 동료들에게 파이널 패스를 뿌릴 것이 분명했다.
‘그렇다고···.’
막지 않아도 문제였다.
이미 공간이 난 상황에서 임우정이 취할 수 있는 선택지가 너무나도 많았다.
까드득—.
진퇴양난의 상황.
‘나는 막을 수 있다!’
로타는 이를 갈며 임우정에게 달려들었다.
[로타가 임에게 빠른 속도로 달려듭니다!]그러나.
짧은 시간 로타의 고민은 임우정에게 다음 움직임을 어떻게 가져갈지 고르는데 충분한 시간을 주었고,
투우웅—!
[로타의 키를 넘기는 패스입니다!]“이이익···!”
임우정은 로타의 키를 넘기는 짧은 패스를 선보였다.
[바스가 튀어나옵니다! 과연 골문을 막아 낼 수 있을까요!]퓌르트의 골키퍼 팀 바스가 임우정의 패스를 잡아내기 위해 튀어나와 손을 뻗었지만.
수우우욱—.
“미친!”
바스의 바로 앞에서 큰 낙차를 보이며 떨어진 볼이 그라운드를 맞고 바운드되었다.
통—!
타다다닷!
[바스가 점프해서 잡아내려 했지만, 위치가 달랐습니다!] [볼이 바운드되는데요!] [빨리 처리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실점으로 이어집니다!]역동작에 걸린 바스가 황급히 몸을 숙여 볼을 처리하려 했으나, 그보다 먼저 달려오는 이가 있었으니.
뻐엉—!
[바운드 되는 볼을 페퇴! 페퇴가 처리합니다!]철렁—!
[레온 페퇴! 이번 시즌 1호 골을 알립니다! 페퇴의 골로 스코어는 2-0! 퓌르트, 홈에서 맥을 못 추립니다!]“나이스!”
[킴이 아이처럼 기뻐하는군요. 킴의 저런 감정표현은 좀처럼 보기 힘들었는데요.] [오늘 경기를 풀어나가는 과정이 킴이 원한 그대로 이루어진 모양입니다. 이기고 있는 상황에도 좀처럼 격한 표현을 하지 않는 킴이 저러는 것을 보면 말이죠.] [하하. 이런 모습은 과르디올라를 떠올리게 하는군요.]아이처럼 기뻐하는 것은 하준뿐만이 아니었다.
“오오! 이거 생각보다 써먹을 영상이 많이 나오잖아?”
“맞습니다. 분량이 안 나오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뭐를 쳐내야 할지 모를 정도로 좋은 장면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월드플릭스의 촬영팀 역시 마인츠의 활약에 뛸 듯이 기뻐하며 행복의 비명을 질렀다.
“이 팀 뭐야. 진짜, 컨텐츠가 마르지 않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