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soccer genius becomes a great coach RAW novel - Chapter (66)
66. 사제 더비(1)
32/33 시즌 리그 일정이 모두 종료되었지만 나와 선수단은 여전히 훈련장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삐익!
“세트피스 상황이 상당히 중요할 거야. 조금만 더 집중해 보자.”
“네!”
매번 훈련 때마다 선수단을 대하는 내 방식은 조금씩 달랐다. 어떨 때는 호통을, 또 다른 때에는 격려를 해 주면서.
그리고 결승전을 앞둔 지금은 채찍보다는 격려를 아끼지 않으면서 선수들의 사기를 끌어 올리는 데 집중했다.
‘한 시즌 동안 체력을 거의 소모했으니.’
몰아붙이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었으니까.
“감독님.”
“네. 말씀하세요, 커스팅.”
훈련 도중 잠깐 선수들에게 휴식을 부여하자, 커스팅이 기다렸다는 듯이 내게 와 물었다.
“이제까지처럼 공격적으로 맞불을 놓는 건 어떻겠습니까? 상대가 바이에른이긴 하지만 승산이 없지는 않을 텐데···.”
커스팅의 말에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뇨. 결승전은 무조건 한 골 싸움으로 끌고 가야 합니다. 맞불을 놓으려다 간 물어뜯기고 마는 건 우리가 될 거예요.”
압도적인 강팀을 상대로 맞불을 놓는다는 건 특정 상황을 제외하고는 무모한 행동이나 다름없다. 내가 맨체스터 시티를 상대로 맞불을 놓았을 때는 그 경기의 승산이 제로에 가깝기도 했고, 패배해도 본전인 경기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경기는 아니지.’
배당률이야 당연히 바이에른이 압도적으로 높긴 하지만, 포칼은 엄연히 국내 컵 대회. 국내 컵 대회를 치르면서 당연히 패배해도 되는 경기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맞불을 놓으려면 중원 싸움에서 밀리지 않아야 합니다. 테오도르가 출전해도 중원 싸움에서 밀리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는데, 테오도르가 출전하지 못하는 우리는 어떨까요?”
“아아···.”
바이에른의 중원에는 라 마시아의 산물인 개스파 발부에나와 보리스 스텐젤, 독일의 허리를 담당하는 라파엘 루트와 에니스 미헬. 거기다, 프랑스의 신성인 압도우 포파나까지. 분데스리가를 통틀어 최강의 2, 3선 자원인 이들을 상대로 우리가 중원 싸움에서 승리할 가능성은 적다 못해 없는 지경이었다.
“그나마 역습과 세트피스가 우리의 승리 시나리오에 가장 가깝죠.”
마누엘 노이어의 은퇴 이후.
바이에른은 노이어의 대체자를 찾지 못한 상태로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었다. 당장, 바이에른의 실점 수치만 봐도 노이어 이후에 배 이상으로 늘어났다. 다만, 이것을 압도적인 공격력으로 커버하고 있을 뿐.
‘그나마 투헬 그 양반이 수비와 골키퍼를 안정화 시키긴 했지만···.’
그래도 그것은 임시방편에 불과했다.
당장, 바이에른과 링크되고 있는 선수들은 죄다 골키퍼 포지션인 것이 이것을 정확히 설명했다.
“우정! 레온! 코르브!”
나는 우리 팀에서 프리킥을 담당하는 세 선수를 불러 모았다.
“세트피스는 언제 어디서 어떻게 벌어질지 모르는 일이야. 어느 위치에서라도 위협적인 장면을 만들 수 있어야 해.”
세트피스.
약속된 플레이라 불리는, 약팀이 강팀을 잡아낼 수 있는 가장 치명적인 무기의 이름이었다.
“결승전에서 너희들 중 1번 키커는 없는 거야. 위치와 상황에 따라 누가 찰 것인지를 내가 정해 줄게.”
보통은 담당 키커가 프리킥을 처리하곤 하지만, 나는 결승전에서 담당 키커라는 것 자체를 없애 버릴 생각이었다.
각자가 최적의 킥을 구사할 수 있는 곳에서 1번 키커가 되게끔 말이다.
나는 이들에게 세세하게 분할된 그라운드 도면을 보여 주며 말했다.
“이곳에서 주어진다면 코르브가, 만약 더 앞쪽이라면 레온이, 그리고 직접적으로 골을 노릴 수 있는 위치에선 우정이 네가 킥을 담당한다. 질문?”
“만약, 당일 킥이 좋지 못하다면 어떡하죠?”
레온 페퇴의 질문에 나는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당일 킥 감이 좋지 못하다면 다른 두 키커에게 킥을 양보해도 좋다. 이번 결승전에서만큼은 무리하게 킥을 시도할 생각은 하지 않았으면 해. 이번 한 경기만은 너희의 스탯이 아니라 팀의 운명을 위해서 프리킥을 시도했으면 한다.”
“네.”
나는 키커들에게 지침을 준 뒤, 킬리안과 쿠발라, 미하엘을 불러 모았다.
“결승에서 너희의 역할이 대단히 중요해. 이건 말 안 해도 잘 알고 있겠지?”
“맞습니다.”
주장이자 수비진의 대표 격인 킬리안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고, 나는 그 모습을 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우리는 두 줄 수비를 펼칠 거야. 그때 킬리안. 네 역할이 대단히 중요해.”
백쓰리 기반의 두 줄 수비를 세울 생각이기에, 결승전에서 킬리안의 판단능력과 선수들을 조율하는 능력은 필수라고 할 수 있었다.
“기본적으로 세트피스로 한 방을 노릴 생각이지만, 역습 기회가 왔을 때 지켜보기만 할 생각은 아니야. 따라서, 역습이 진행될 때 너의 오더가 제대로 되어야 해.”
기본적으로 두 줄 수비를 들고 경기에 임할 것이었지만, 역습 상황이 왔을 때 그것을 제대로 잡아채려면 수비라인에서 부터의 조율을 세세하게 할 필요가 있었고, 이것을 제대로 할 적임자인 킬리안은 어딘가 결연한 눈빛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미하엘.”
“네!”
“킬리안의 오더에 집중하되, 변수가 나타났을 때 잘 대처해야 해. 나와 했던 훈련들을 복기해 봐.”
“아···. 네.”
다시금 소심한 모습을 보이는 미하엘을 보며 나는 씨익 웃었다.
“카드를 안 받는 선에서 네 피지컬을 200퍼센트 활용해도 좋다.”
경기장 밖에서는 소심한 모습을 보이는 미하엘이었지만, 녀석은 막상 경기가 시작되고 나면 백팔십도 돌변해 허슬 플레이도 마다하지 않는 성향이었다. 그리고 녀석의 이러한 성향은.
‘바이에른을 상대할 때 무조건 필요한 성향이지.’
득점 기계나 다름없는 홀란드와 적재적소에 킬패스를 꽂아 넣는 바이에른의 2선 자원을 제어하기 위해서 말이다.
그리고 나는 마지막으로 정상기 쪽으로 다가갔다.
“상기야.”
“네, 감독님!”
특유의 능글맞음이 더욱 진해진 녀석은 내 부름에 생글생글 웃으며 몸을 돌렸다.
“내가 너를 왜 결승전에 선발로 내보내는 것 같냐?”
“음. 제가 제일 잘해서? 아니면 서울에서부터 끈끈하게 맺어진 유대감 때문에? 크으.”
“야.”
“아하하. 죄송해요, 분위기를 녹일 겸 조크였어요. 조크.”
농담을 던지던 정상기의 표정이 어느새 진지하게 변했고.
“빠른 발로 라인을 부수고 원샷 원킬을 만들어라 이 말씀 아닌가요?”
정상기는 우리 팀에서 양발을 다룰 줄 아는 몇 안 되는 선수였고, 빠른 스피드와 골 냄새를 잘 맡는 특유의 플레이 스타일 덕분에 다른 공격수들을 제치고 결승전 선발로 낙점될 수 있었다.
“그래. 너는 수비 가담보다 체력을 최대한 아끼고 있다가 터트려야 할 거다.”
내 말에 정상기는 능글맞게 웃으며 엄지를 척하니 들어 올렸다.
“맡겨만 주세요.”
* * *
결승전 전날, 나는 경기전 인터뷰에 응하기 위해 헤르타의 홈구장인 올림피아슈타디온 베를린으로 향했다.
“올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크긴 정말 크네.”
헤르타의 홈구장이자 독일 대표팀의 홈구장으로 쓰이기도 하는 만큼, 올림피아슈타디온 베를린의 규모는 어마어마했다. 잉글랜드의 FA컵 결승전이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리듯이 DFB-포칼의 결승전은 올림피아슈타디온에서 열리기 때문에 이맘때가 되면 언제나 뜨거운 열기를 보이곤 했다.
“오랜만이야, 크레이지 보이.”
내부로 들어가려던 순간, 나를 부르는 목소리에 몸을 돌리자 반가운 얼굴이 나를 반겼다.
“미헬스! 오랜만이네요.”
반가운 얼굴은 바로 투헬 사단의 수석 코치 아르노 미헬스였다.
“킴. 네가 첼시를 떠난 이후 처음인가?”
“아마도요.”
첼시를 떠난 뒤로 처음 만나는 것이니 굉장히 오래간만에 보게 된 미헬스 코치는 웃으며 너스레를 떨어 댔다.
“그 맹랑한 꼬맹이가 팀을 결승으로 이끈 감독이 될 줄이야. 네 인터뷰 수습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말이지.”
“옛날 얘기를 굳이···. 크흠.”
과거, 인터뷰에서 나를 건드리는 상대 감독이나 기자에게 거침없는 언행으로 들이받아 버리는 나 때문에 고생했던 것을 들먹이는 미헬스 코치 덕에 나는 헛기침을 뱉으며 화제를 돌렸다.
“오랜만이라 반갑긴 한데, 이왕이면 경기 끝나고 대화를 하죠. 그게 서로 깔끔할 것 같은데.”
“하하하. 감독이 됐다고 좀 점잖아진 척을 하는구나. 그래. 네 말대로 경기가 끝나고 모여서 회포나 풀자. 기자들 들이받지 말고 인터뷰 잘 진행하고.”
“진짜···. 언제적 얘기를···.”
미헬스와의 만남을 뒤로하고 나는 미디어 룸 안으로 발을 들여놓았고, 구장 직원의 안내에 따라 경기 전 인터뷰가 진행되었다.
찰칵!
찰칵!
“부임 후 환상적인 시즌을 보내셨습니다. 이번 결승전을 앞두고 어떤 각오를 다지고 계시는가요?”
첫 질문은 스무스했다.
“이번 결승전에서 우리는 강력한 상대를 만나게 됐습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경기 전부터 포기하는 팀이 아닙니다. 내일 우리는 모든 것을 쏟아부을 것이고요.”
“그렇군요. 최근 마인츠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던 테오도르가 출전하지 못하게 됐는데, 이에 대한 대책이 마련되어 있으십니까?”
“테오도르가 출전하지 못하는 건 매우 큰 손실이지만, 그에 대한 대책은 이미 마련해 놓은 상태입니다.”
답변을 뱉는 순간, 만약 바이에른이 아니라 보루센이 결승에 올라왔다면 테오도르도 출전할 수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스쳐 잠시 마음이 아프긴 했지만 애써 덤덤하게 말을 마쳤고, 고개를 끄덕인 기자의 옆에 있던 다른 언론사의 기자가 질문을 이어받았다.
“분데스리가 최강팀인 바이에른을 만나게 되었는데 이러한 매치업을 예상하셨는지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물론입니다. 만약 보루센과 바이에른이 준결승에서 붙지 않았으면 결승 매치업이 달라졌겠지만요.”
이후 인터뷰는 전반적인 경기에 대한 질문과 답변이 주를 이루었다.
그리고.
“이번 경기가 양 팀 감독님들 간의 사제 더비로 불리면서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데 이 사실을 알고 계십니까?”
“네. 잘 알고 있습니다. 투헬 감독과 저의 관계가 흥행 요소 중 하나가 되었다니 기분이 좋군요.”
“투헬 감독은 이번 경기가 이번 시즌을 통틀어 제일 기대 된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동의하시나요?”
제일 기대되는 경기라.
확실히 나에게도 이번 결승전이 제일 기대되는 경기이기는 했다.
“저 또한 그 말에 동의합니다. 투헬 감독처럼 뛰어난 감독과 경기를 진행하면 선수들뿐만 아니라 저도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되니까요.”
“그렇군요. 내일 행운을 빌도록 하겠습니다.”
인터뷰가 끝나고 미디어 룸을 나와 발걸음을 옮기려는 찰나.
“킴.”
이번에는 투헬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 오랜만이네요.”
“그렇지. 팀을 잘 이끌고 있더구나. 영상으로 잘 봤어.”
모르는 사람들이 들었다면 제자의 경기를 지켜보며 피드백을 줄 따뜻한 감독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투헬의 입에서 영상으로 잘 봤다는 말은.
‘벌써 파악을 다 끝내고 대비책과 필승 전술을 다 만들었다는 뜻이지.’
전력 차가 큰 팀이 상대로 올라오더라도 일절 방심하지 않는 질릴 정도의 철두철미함.
이번만큼은 방심해 주면 좋으련만.
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답했다.
“굳이 안 보셨어도 좋았을 텐데.”
“그럴 수야 있나. 제자가 감독이 되어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데 당연히 지켜봐야지.”
“하아···. 한 번쯤은 방심해도 좋잖아요? 거 너무 빡빡하게 나오시네.”
씨익 웃으며 말하는 투헬을 보며 나는 한숨을 푹 내쉬며 대답했고, 그런 내 반응에 투헬은 어깨를 으쓱이며 답했다.
“무슨 소리. 상대가 너니까 더 집중한 거야. 너는 위험도가 높은 적이거든. 뭐, 그건 그렇고 테오도르의 활용 방식은 잘 봤다. 좋은 방식이더구나.”
“한 시즌만 더 임대해달라고 해도 안 해줄 거죠?”
“허허. 재밌는 얘기를 하는구나. 승격을 안 했으면 모를까, 같은 리그에서 경쟁할 상대에게 내가 빌려 줄 성싶으냐?”
하긴.
맞는 말이었다. 투헬이 나를 두고 위험도가 높다고 지칭한 만큼, 투헬은 나와 마인츠를 리그에서 바이에른을 맹추격할 추격자로 상정하고 있는 것일 터였다. 그리고 그런 상대에게 좋은 선수를 임대해 주는 멍청한 감독은 축구계에 존재하지 않을 것이고.
“쩨쩨한 양반. 한 시즌 더 임대해 준다고 그랬으면 내일 좀 봐 드리려고 했는데 안 되겠네요.”
“호오. 그거 더 좋은 얘기구나. 제대로 한번 붙어 보는 게 재밌으니 말이다.”
아.
농담으로 던진 말이 어째 이 양반을 더 자극한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