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soccer genius becomes a great coach RAW novel - Chapter (68)
68. 사제 더비(3)
슈넬러의 키를 넘기며 포물선으로 날아간 볼은.
타앙—!
안타깝게도 골포스트 상단을 맞고 뒤로 넘어가 버렸다.
“아오! X나 아깝네. 아우.”
[아아! 정의 슈팅이 골포스트를 맞고 아웃됩니다. 정말 아쉬운 찬스였는데요.] [코리안 듀오가 환상적인 찬스를 만들었지만 아쉽게 무산되고 말았습니다.] [칩샷이 아니라 그 전에 슈팅을 시도해서 처리했다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확실히 어린 선수다 보니 정의 판단에 조금 미스가 있었던 것 같네요.] [이렇게 되면 바이에른은 아까처럼 수비수들까지 라인을 높이 올리기 꺼림칙해지거든요?]“아! 하···. 아깝네.”
정상기의 슈팅을 지켜보던 하준이 큰 제스쳐를 취하며 굉장히 아쉬워했고, 반대편에 있던 투헬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위험할 뻔했어.”
“테오도르가 없어도 위협적인 롱패스를 구사할 수 있는 자원이 있었군.”
“제 말 맞죠? 제 분석은 틀리지 않는다니까요?”
“부분 전술을 바꿔야지.”
골킥이 시작되기 전, 투헬은 터치라인 부근으로 가 라파엘 루트를 불러 이것저것을 지시하기 시작했다.
[투헬의 강의가 시작되네요.] [맞습니다. 루트에게 어떤 내용을 전달하고 있는 걸까요?] [제가 보기엔 마인츠의 임을 제어하라는 내용일 것 같습니다. 임의 롱패스와 정의 빠른 발이 방금과 같은 위험 상황을 만들어 냈으니까요.]마인츠의 벤치 앞에 서서 투헬의 모습을 본 하준은 낮게 혀를 찼다.
‘우정이의 롱패스를 적극적으로 방해하겠네.’
임우정의 롱패스와 정상기의 빠른 발이 만들어 낸 위협적인 장면에 실점할 뻔했으니, 바이에른에서 임우정의 롱패스를 통제하려들 것은 불 보듯 뻔했고, 하준은 손가락을 입에 넣어 휘파람 소리를 내어 선수들이 자신을 보게 했다.
삐휘이익!
[킴도 선수들을 부르는군요.] [킴이 손가락 두 개만을 남기고 접는군요. 사인을 주는데 무슨 사인일까요?] [스승과 제자가 여러 가지 방법을 가지고 나온 것이 닮았군요.]하준의 사인을 본 마인츠 선수단은 일제히 고개를 끄덕이며 경기를 대비해 전술훈련을 하던 때에 하준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최대한 두 줄 수비를 가져갈 생각이긴 하지만, 역습 상황에서 첫 골이 불발되면 저쪽에서 라인을 조금 내릴 가능성이 크다. 그때에는···.’
무작정 내려앉지만은 않는다.
삐익!
두 감독의 세부 지시 이후, 주심의 지시 아래 바이에른의 골킥으로 경기가 재개됐다.
툭-!
[슈넬러 키퍼가 자가두에게 패스합니다.] [후방부터 빌드업을 진행하는 바이에른입니다.] [자가두가 미헬에게! 아! 페퇴! 페퇴의 압박!]타다다닷!
[미헬이 다시 자가두에게 백패스!]하준과 투헬의 심리전이 계속되는 가운데.
경기 양상은 늪으로 변해 갔다.
툭-!
타다다닷!
촤앗!
툭!
터엉—!
삐익!
[파울입니다! 주심, 코르브에게 카드를 꺼내는데요.] [옐로카드를 받게 된 코르브. 이제 조심해야겠군요.]끈덕지게 변모한 경기 양상 속에서 양 팀의 플레이는 점차 단순해졌고, 서로를 향한 파울의 횟수만 늘어나다 결국,
삑! 삐익! 삐이이익—!
별다른 소득 없이 전반전이 끝나고 말았다.
“이게 뭐야. 대체 마인츠에게 왜 골을 넣지 못하는 건데?”
“초반에 한 골 얻어맞을 뻔하더니, 이제는 왜 우리의 플레이를 못하는 거지?”
“도대체 분데스리가 챔피언이 왜 저런 녀석들한테 골을 못 넣는 거야?”
“우승 경력도 없는 마인츠가 원하는 방식으로 끌려 다니는 게 말이 되냐고?”
화끈한 골 잔치를 기대했던 바이에른의 서포터즈는 욕지거리를 뱉으며 불만을 터트리는 반면.
“세상에. 그 바이에른을 상대로 우리가 밀리지 않고 있잖아?”
“진짜, 이건 미쳤어. 전반기와 후반기가 이렇게 달라질 수 있다니.”
“그간 우리가 봐 왔던 킴의 공격 축구가 아니긴 하지만, 저 바이에른을 상대로 선전하고 있다는 것만 해도 정말 대단해. 바이에른이 본인들의 축구를 제대로 못하고 있잖아.”
“베를린으로 응원 오길 잘했어. 솔직히 고민 많이 했었는데, 바이에른을 상대로 선전하고 있다니. 믿기 어려워 정말.”
“경기를 보면서 계속 조마조마하고 최근 킴의 축구보다 재미없긴 하지만, 때로는 필승전략을 세울 줄도 알아야 하니까. 후반전에 킴이 어떤 마법을 다시 한번 부린다면 우승컵을 따오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 같아.”
예상외로 바이에른이 끌려다니는 모습을 보이자, 마인츠 서포터즈는 기분 좋게 웃으며 편안한 상태로 후반전을 기다릴 수 있었다.
* * *
“후욱···.”
“헉···. 헉···.”
짝!
드레싱 룸의 문을 열고 들어가자, 거친 숨을 몰아쉬는 선수들을 볼 수 있었고, 나는 손뼉을 치며 선수들의 시선을 모았다.
“전반전에 아주 고생 많았다.”
저들이 저들의 축구를 하지 못하게 한 것만으로도 전반전은 제대로 플레이했다고 볼 수 있었다.
“후반전에는 저 녀석들이 기를 쓰고 골을 만들려고 달려들 거다. 갈수록 집중력도 떨어지겠지.”
내 말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선수들.
그런 선수들을 보며 나는 말을 이어 갔다.
“계속해서 파울을 유도해라. 그리고 틈이 보일 때 플랜 B를 가동하는 거야. 질문?”
“없습니다!”
“좋아. 조금만 더 고생해서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트로피를 따 오자. 구단 역사의 주인공이 되는 거다. 할 수 있겠지?”
“네!”
구단 역사상 첫 우승이라는 동기부여가 철저히 되어있는 선수들이기에 나는 구태여 더 말하지 않고 드레싱 룸을 먼저 나서 그라운드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후반전에 한방만 제대로 먹일 수 있으면 우리가 이길 수 있다.’
내 의도대로 전반전에 양 팀의 경기력이 사이좋게 늪에 처박혀 집중력이 현저히 떨어졌을 터. 특히, 바이에른처럼 자신들의 축구를 하며 상대를 부숴 놓는 팀의 경우는.
‘늪에 빠져들어 집중력을 잃어버리면 회복하기 쉽지 않지.’
집중력을 잃어버린 선수들은 필연적으로 실수를 범할 수밖에 없을 것이고, 그 실수가 터졌을 때가 우리가 저들의 턱에 어퍼컷을 꽂아 넣을 수 있을 때가 될 것이다.
‘물론, 그 기회가 잘 오지 않겠지만.’
부디, 저들의 빈틈을 파고들어 찢어 버릴 수 있는 기회가 오길 바라면서 벤치로 향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하프 타임이 종료되었다.
[곧 후반전이 시작되겠습니다. 양 팀 모두 하프 타임 때 수많은 얘기가 오갔을 겁니다.] [그렇죠. 감독들이 많은 얘기를 했을 겁니다. 그리고 한 골 싸움으로 승부가 끝날 수도 있는 만큼 양 팀 모두 집중력을 잃지 않아야 합니다.]삐이이익!
[후반전 시작됩니다! 선축은 마인츠가 가져갑니다!]툭-!
툭!
[페퇴가 임에게! 임이 왼쪽 측면으로 넓게 뿌려 줍니다!]타다다닷!
임우정이 왼쪽으로 넓게 벌려 주자 로이터가 빠른 속도로 전진해 올라가 볼을 받았다.
[로이터가 볼을 달고 그대로 전진합니다!]타다다닷!
후반전 안에 결판을 봐야겠다는 생각 때문인지, 저들은 전반전과는 다르게 라인을 높게 올려 우리 선수단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바이에른이 조직적으로 거센 압박을 시작합니다!] [짐머만이 로이터를 거세게 압박합니다!]바이에른의 짐머만이 로이터에게 볼을 빼앗기 위해 거센 압박을 시도했지만,
툭-!
사전에 내가 지시해 둔 대로, 로이터는 임우정에게 다시 볼을 내주었다.
[로이터가 다급하게 임에게 볼을 넘깁니다!] [볼을 받은 임이 원터치로 페퇴에게!]임우정은 원터치로 페퇴에게 패스를 뿌린 뒤 왼쪽 측면으로 넓게 빠졌고, 볼을 받은 페퇴가 하프 스페이스로 접어 들어왔다.
분명히 우리 선수단의 움직임은 바이에른의 입장에서는 언제고 깨트릴 수 있는 달걀과도 같아 보였겠지만.
‘왼쪽 측면으로 몰릴 수밖에 없겠지.’
전반전 중간부터 후반전이 시작된 지금까지 나는 선수들에게 집요하리만치 왼쪽으로만 공격을 전개하게 만들었다. 그리하여 바이에른 선수단 또한 우리의 왼쪽 측면으로 치우쳐질 수밖에 없는 것이었고.
[페퇴가 다시 임에게!] [아아! 바이드너가 재빨리 패스를 차단합니다! 터치라인 아웃되는 볼!]‘아직이야.’
이번 공격 전개는 무산되고 말았지만 나는 조급해하지 않았다.
‘애초에 완벽한 공격을 바라지 않는다.’
단 한 번의 빈틈.
그 빈틈만 만들어 내면 된다. 그리고 지금 만들어 가는 일련의 과정들은 그 빈틈을 만들어 내기 위한 초석이라고 볼 수 있었다.
‘필요한 건 인내와 기다림···. 그리고 선수들을 믿는 것 정도인가.’
기다림의 시간은 길었다.
후반전이 끝나갈 때까지 양 팀이 서로의 파이널 서드를 침범하지도 못한 채 소모전만 이어 가고 있었고, 바이에른의 테크니컬 에어리어에서 투헬은 얼굴이 시뻘게진 채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저쪽에 공간이 있잖아! 그쪽으로! 제기랄!”
[투헬이 선수들을 향해 소리치는군요.] [답답할 겁니다. 제대로 된 공격 전개가 되질 않으니까요.] [그에 반해 킴은 덤덤한 모습으로 경기를 지켜보고 있네요.] [아마 킴은 연장전이나 승부차기까지 보고 있는지 모르겠군요.]정규시각 89분.
주심은 추가 시간 2분을 부여했다.
“으음···.”
이쯤에서 한 번쯤 터져야 하는데···.
이러한 내 심정을 알기라도 한 것인지.
[임이 볼을 가지고 왼쪽 측면으로 빠졌습니다!] [바이드너와 미헬이 동시에 압박하는데요!]툭! 투둑! 타앗!
[우악스럽게 볼을 지켜 내는 임!]투욱—!
[하프 스페이스로 침투 중인 페퇴에게 연결되는 볼!]임우정에게 볼을 받은 페퇴는 오른쪽 측면을 향해 그대로 롱패스를 전개했다.
투우웅—!
타다다다닷!
[페퇴가 방향을 전환합니다! 크래프트의 스프린트!]나의 지시로 계속해서 왼쪽으로 공격 전개를 했던 탓에, 바이에른 역시 한쪽으로 치우쳐져 있는 상황.
[루트와 멘데스가 황급히 달려옵니다!]촤앗!
[볼을 잡은 크래프트!]그리고 순식간에 만들어진 위험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바이에른 선수들이 황급히 달려왔고, 크로스를 올리려는 크래프트를 향해 태클을 시도했다.
촤아아앗—!
물론, 제대로 들어가지 못해 볼을 건드리지 못하고 크래프트의 다리를 건 셈이 되어 버렸지만.
우당탕!
삐이이익!
[주심이 파울을 선언합니다! 옐로카드를 꺼내 드는군요! 누누 멘데스, 옐로카드를 받습니다!]그리고.
[주심이 마인츠의 프리킥을 선언합니다!]“체크메이트.”
이것으로 판은 모두 깔렸다.
[양 팀 벤치의 분위기가 확연하게 갈리는군요. 웃고 있는 킴과 분노하는 투헬의 모습이 대조됩니다.]프리킥을 준비하기 위해 선수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고, 나는 그들을 향해 손가락을 접어 3을 만들어 보였다.
[킴이 선수들에게 사인을 보내는군요.] [약속된 플레이를 시도하겠다는 말이죠. 아마 마인츠는 세트피스 상황을 철저하게 준비해 왔을 겁니다.]‘이번 한 번만 제대로 만들 수 있으면 된다.’
이번의 기회가 실패한다면 역으로 당하는 건 우리가 되겠지.
이 기회를 위해 수도 없이 세트피스 상황을 연습하고 경기에선 저들을 늪으로 끌어 내렸지만 결과는 장담할 수 없었다.
‘축구에 절대라는 건 없으니까.’
약팀이 강팀을 잡아내기도 하듯이,
반대로, 절대 유리한 기회를 잡아도 성공하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니까.
“커스팅.”
“네. 감독님.”
“뮐러와 슈미트를 준비시키세요.”
“그 말씀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혹시 모르는 일이니까요. 이번 기회에 일격을 꽂아 넣는다면 정말 좋겠지만···.”
만에 하나 실패하게 된다면 최대한 빠르게 골을 만들어야 하니까.
[페퇴와 임, 코르브가 모여서 누가 찰 것인지를 논의하는 것 같네요.] [세 명 모두 이번 시즌 마인츠에서 프리킥을 담당하던 선수죠?] [맞습니다. 아. 누가 찰 것인지 정해진 모양이네요.] [페퇴가 킥을 준비합니다.]“으음···. 원래 저 자리는···.”
코르브가 킥을 준비하기로 했던 자리였다.
그런데 페퇴가 저 위치에서 프리킥을 준비한다는 것은 오늘 코르브의 킥 감이 좋지 못하다는 뜻인데.
‘긴장이 될 만하지.’
이들 중에서 컵대회 결승에 진출해 본 경험이 있는 것은 정상기와 임우정뿐이었다. 그러나, 그마저도 독일에서의 결승이 아닌 한국 무대의 결승이었고, 나머지 선수들은 결승 무대 경험이 없는 선수들이다 보니 그들이 받는 압박감이 상당한 것이겠지.
삐익!
[주심의 신호가 떨어지고, 페퇴가 뒤로 조금 물러나 도움닫기를 시작합니다!]타다다닷!
뻐엉—!
볼이 페퇴의 발을 떠나며 우리의 운명이 결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