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soccer genius becomes a great coach RAW novel - Chapter (72)
72. 자선 경기(3)
하준의 골 이후로도, 이니에스타와 베일, 브루노 페르난데스가 골을 추가로 집어넣으며 화끈한 난타전이 벌어지면서 전반에만 양 팀에서 세 골이 터졌다.
그리고 이어진 후반전.
삐이이익!
[후반전 경기 시작됩니다!] [어? 킴이 왼쪽 측면이 아니라 후방으로 내려와 있군요?] [이니에스타가 왼쪽 측면에 배치됐군요. 그리고 캉테가 사비 옆으로 올라와 있습니다. 전반전에 캉테가 있던 자리에 킴이 내려가 있게 되었군요.] [현역 시절 중원에서도 활약한 경험이 있는 만큼, 여러 가지 모습을 보여 주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이번에는 감독님이 나에게 가르쳐 주고 싶은 게 있는 거야…!”
중계진과 임우정은 비슷한 생각을 하며 눈에 불을 켰지만,
실상은 달랐다.
‘아이고 삭신이야. 너무 흥에 겨워서 무리한 것 같은데….’
다른 이들의 예상과는 달리, 하준은 전반전이 끝나고 몸에서 보내오는 신호에 아차 싶은 나머지 후방으로 자리를 옮긴 것뿐이었다.
‘당분간은 누워만 있어야겠군.’
당장 경기 후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는 정도까지는 괜찮더라도 마인츠의 집으로 복귀하는 순간 통증에 몸부림칠 것을 떠올린 하준의 표정이 썩어 들어갔다.
‘철이 안 든 건 나도 마찬가지였구만.’
하준이 이런저런 상념에 빠져 있는 사이, 크로스의 스루패스가 쏘아졌다.
[토니 크로스! 파이널 서드 쪽으로 스루패스를 시도합니다! 브루노! 달립니다!]브루노 페르난데스는 크로스의 스루패스를 어렵지 않게 낚아챌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촤앗! 툭-. 타닷!
[킴! 킴이 패스를 차단합니다!]발 빠르게 공간을 선점한 하준에 의해 패스가 차단되고 말았다.
“치잇!”
[브루노! 재빨리 압박을 시도합니다!]눈앞에서 하준이 패스를 가로챈 것을 본 브루노 페르난데스가 바로 달려들었지만,
턱. 촤르륵-. 휙! 타다닷!
[킴이 여유 있게 압박을 벗어납니다! 화려한 개인기로도 유명하지만, 기본적으로 탈압박에 능한 선수죠?] [맞습니다. 간단한 동작만으로도 탈압박이 가능한 선수였었죠.]드래그 백을 이용해서 압박을 벗어난 하준이 전방을 바라봤다.
‘메시와 수아레즈, 그리고 캉테 정도인가….’
자신의 패스를 받아 위협적인 장면을 만들 수 있는 선수들을 체크한 하준은 시간을 지체하지 않고 움직였다.
하준이 중원으로 내려와서도 활약을 이어 갈 수 있었던 이유.
바로, 드넓은 시야와 수준급의 패스 능력과 냉철한 판단력 때문이었다.
투우웅—!
하준의 발을 떠난 볼이 전방을 향해 길게 날아갔고, 그에 맞춰 선수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킴의 롱패스! 날카롭습니다!]타다다닷! 퉁!
[수아레즈가 등을 지고 볼을 받아냅니다! 라모스의 압박을 버텨 냅니다!]툭.
하준의 패스를 수아레즈가 등진 채 받아냈고, 캉테가 높은 위치까지 올라가 수아레즈에게 볼을 받았다.
[캉테가 볼을 받았습니다!]툭. 툭!
타닷! 타다닷!
툭-!
[캉테, 어느새 올라온 사비에게 볼을 넘깁니다!]파이널 서드에서 공격이 전개되고 있는 가운데.
하준은 후방에만 머물러 있지 않았다.
‘음? 킴이 어느새….’
캉테에게 볼을 받은 사비가 메시와 이니에스타 중 어디로 볼을 넘겨줄지 고민하던 찰나, 하준의 전진을 확인했고.
툭—!
[사비가 킴에게!]투우웅—!
사비의 패스를 받은 하준은 논스톱으로 다리를 휘둘렀다.
[사비의 패스를 논스톱으로! 킴의 로빙패스!]하준의 로빙패스가 위험지역으로 침투 중인 메시 쪽으로 향했고, 아름다운 궤적을 그리며 떨어진 볼은 메시가 아니라 누구라도 논스톱으로 처리하기 좋을 만큼의 패스였다.
씨익.
“패스 좋은데?”
뻐엉—!
[메시! 논스톱으로 때립니다아아!]“미친!”
순식간에 전개된 공격에 노이어가 식겁하며 반응했지만.
철렁—!
골을 막을 수는 없었다.
[고오오오올! 골입니다! 킴의 환상적인 패스를 메시가 그대로 골문에 집어넣었습니다!] [본인이 왜 아직까지도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고 있는지를 증명하는 킴입니다! 2선에서도, 3선에서도 압도적인 존재감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와아아아!
[자신의 녹슬지 않은 클래스를 증명하는 킴이군요. 마인츠는 다음 시즌에 킴을 선수로 기용해도 될 것 같네요.] [하하. 그렇네요. 첼시에서 있을 시절, 첼시의 호나우지뉴와 첼시의 피를로라는 별명을 가졌던 것이 허상이 아니라는 것을 오늘 만천하에 알리는 킴의 퍼포먼스! 대단합니다!]씨익.
“우리 팀으로 왔다면 부상 케어를 더 잘해 줬을 텐데 말이지. 볼 때마다 아쉽군.”
벤치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과르디올라가 입꼬리를 올리며 중얼거렸고, 반대편 벤치에 있던 지단이라고 반응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정말 안타까운 재능이야.”
한편, 감탄과 아쉬움을 동시에 표현하는 두 감독과는 다르게, 관중석에 앉아서 경기를 지켜보는 임우정의 표정은 감탄과 경악 그 자체였다.
“와…. 감독님 설마 다음 시즌에 선수로 뛰지는 않겠지? 선수 겸 감독…. 그런 거 다 옛날얘기잖아?”
하준의 퍼포먼스를 본 임우정은 하준이 선수 복귀를 천명하는 순간 주전 경쟁에서 밀리고 말 것이라는 생각에 몸서리를 쳤고, 옆에서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정상기가 씨익 웃으며 거들기 시작했다.
“모르지. 요즘에도 선수 겸 감독이 나올 수도? 아마 그러면 너는 영영 벤치겠다. 킥킥킥.”
“안 돼. 제발…. 아냐. 감독님이 그럴 리가 없어. 응. 그럴 거야. 그렇고말고.”
이후로도 하준을 비롯한 그라운드 위의 선수들은 자신들의 녹슬지 않은 기량을 뽐내며 팬들을 즐겁게 했다.
삑! 삐익! 삐이이익—!
[스코어 5-5로 팀 메시 대 팀 호날두의 경기가 종료됩니다!]와아아아!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70분에 교체 아웃되었던 하준과 다른 선수들이 그라운드 위로 다시 올라가 경기장을 한 바퀴 돌며 팬들에게 인사를 했고, 흡사 홈 서포터즈에게 화답을 받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의 함성을 들으며 기분 좋게 자선 경기 일정을 마무리했다.
“경기 끝났네. 엄마, 우리 어디 가서 먹기로 했어요?”
기지개를 켜며 일어난 김현지가 고개를 돌리며 말했고, 그녀의 어머니 역시 몸을 일으키며 대답했다.
“응? 아, 그냥 나와서 돌아보기로 했어.”
“에잇, 오빠도 참. 센스 없게 그런 것도 안 알아 오고 뭐 한 거래요?”
“내가 그러자고 했어. 어휴, 네 오빠 좀 그만 잡아라.”
“치. 알았어요. 세실, 너는 뭐 먹고 싶은 거 없어?”
김현지가 고개를 돌려 세실리아에게 묻자, 세실리아는 움찔하며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하…하하. 그, 가족끼리 식사 자린데…. 나는 좀….”
“무슨 소리야? 여기까지 왔으면 같이 밥 먹고 해야지. 팬이라며? 가까이서 악수도 하고, 사인도 받고, 사진도 찍고 해야지?”
“그….”
“응?”
“실례가 아닌가….”
붉어진 얼굴로 우물쭈물 답하는 세실리아의 모습에 김현지가 낮게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
“아냐. 우리 오빠가 뭐라고. 와도 돼. 세실, 기죽지 마.”
세실리아의 표정에 담긴 의미를 알아채지 못한 김현지는 그녀의 등을 떠밀며 발걸음을 옮겼고,
“허어. 현지 쟤는 대체 누굴 닮아서 저리 눈치가 없는지. 쯧.”
두어 발 떨어져 그들을 뒤따르는 그녀의 어머니가 낮게 혀를 찼다.
* * *
“……요.”
“음…. 그러니까, 다시 한번만 말씀해 주시겠어요?”
경기가 끝나고 참여한 선수들과 기념 촬영과 유니폼 교환 후, 샤워까지 마치고 가족들과의 약속 장소로 나오자 엄마와 현지, 그리고 현지의 친구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후, 통성명을 위해 현지의 친구에게 이름을 물었을 뿐인데 무어라 대답을 하는지 소리가 작아 들을 수 없었다.
‘음. 소심한 성격인가?’
어떻게 해야 하나 생각하는 찰나, 그녀의 목소리가 조금 커졌다.
“세실리아. 세실리아 스완이에요.”
“아아. 반가워요, 저는 현지 오빠 김하준이라고 합니다.”
뭐, 첼시 서포터즈 집안이라고 했으니 내가 누군지는 알고 있겠지만.
“……해 주세요.”
“네?”
음.
나는 현역으로 뛰는 첼시 스타도 아닌데 왜 저리 긴장하는 건지 이해가 잘 되지 않았지만, 어쨌든 동생의 친구라고 하니 자질구레한 것은 넘어가기로 했다.
“제가 잘 못 들어서요, 다시 한번 말씀해 주시겠어요?”
“사, 사인 좀 부탁드려요…!”
“네. 어렵지 않은 일이죠.”
나는 그녀가 건넨 펜과 종이를 받아 사인하며 눈짓으로 현지에게 물었다.
‘네 친구 왜 저래? 나 뭐 잘못했냐?’
‘몰라. 네가 너무 무섭게 생겨서 그런 거 아니고?’
현지도 당최 그녀가 왜 그러는 것인지 모르는 듯했기에, 나는 사인을 건넨 뒤에 서둘러 화제를 돌렸다.
“이 근처에 있는 맛집들을 좀 알아봤거든요? 저쪽으로 가면 좀 몰려 있어서 가면서 골라 보세요. 엄마.”
“야. 나랑 세실한테는 왜 안 물어봐?”
“말 안 해도 알아서 의견 내잖아. 너는.”
역시, 동생은 멀리 떨어져 있을 때가 사이가 좋은 법인 모양이다.
몇 년 만에 보는 건데도 어쩜 이렇게나 귀따갑게 구는지.
이후, 귀 아프게 따박따박 쪼아 대는 동생과 투닥거리며 겨우 레스토랑에 들어갈 수 있었고 심신이 피로해진 나는 자리에 앉자마자 알라바와 람에게 추천받은 메뉴를 주문했다.
“오. 독일어 잘하는데?”
“뭘 새삼스럽게. 나야 너랑 다르게 머리가 좋잖냐.”
“뭐?”
“틀린 말은 아니잖니. 현지 너보다는 네 오빠가 언어 능력은 탁월하잖아.”
“아, 엄마!”
역시, 엄마는 내 편이다.
“그나저나, 하준아. 만나는 아이는 없니? 이제 슬슬 결혼….”
“잠깐만요. 엄마. 잠시만.”
내 편이라는 거 취소.
작년부터 간간이 메세지로 결혼이 어쩌고 여자친구가 어쩌고 하는 말씀을 하시곤 하더니, 결국 얼굴 보고 식사하는 자리에서 그 얘기를 꺼내는 엄마의 모습에 머리가 아파 오는 것만 같았다.
“너 올해로 서른이야. 이제 슬슬 찾아가야지?”
“스물아홉이에요.”
“씁. 한국 나이로.”
그 뒤로, 식사가 나오기 전까지 나는 엄마에게 잔소리 융단폭격을 맞아야만 했다. 가정이 생겨야 철이 든다 부터 시작해서, 네 엄마와 아버지는 늙어 가는데 손주는 늦지 않게 봐야 하지 않겠냐며 한국식 잔소리 세트를 퍼부어 대는 통에 귀에서 피가 흐르는 것만 같은 착각이 일었다.
그 결과.
식사가 나왔을 때 나는 멍한 얼굴로 입으로 넘어가는지 코로 넘어가는지 모르는 식사를 하게 되었다.
“음. 세실리아는 만나는 남자 있어요?”
“네? 아, 아뇨. 저는 아직….”
엄마가 타겟을 바꾼듯했다.
근데 왜 현지가 아니라 현지의 친구에게 저런 것을 묻는 거지?
“아이, 엄마 말도 마요. 세실은 캠퍼스 여신이야. 여신. 캠퍼스에 떴다 하면 세실 보려고 남자들이 몰린다니까?”
“현지야….”
“호호. 하긴, 이렇게 이쁘면 관심도 쏠릴 만하지.”
갑자기 시작된 여자들끼리의 대화에 나는 고개를 숙이고 음식을 먹는 데에만 집중했다.
‘코치진 개편이랑, 비디오 분석가도 한 명 데려와야 하고. 이적시장이 열리면 임대 가능한 자원도 알아봐야겠어. 음, 그리고 또….’
자선 경기 일정도 끝났으니, 마음 놓고 놀 시간은 없었다. 시즌 개막 전까지 처리해야 할 일들이 산더미였고, 새로 보충할 자원들도 알아봐야 했으니까.
한참을 생각에 잠겨 있던 중.
“……준아. 김하준!”
“예, 예?”
“넌 요즘에도 사람 말하는 걸 그렇게 못 듣니? 집중 좀 해 줘.”
엄마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아. 죄송해요. 피곤해서 그랬나 봐요.”
사과가 최고의 공격이라고 그랬던가.
바로 사과를 하면 잔소리 폭탄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것이 런던을 떠나기 전까지 엄마와 살면서 얻게 된 삶의 지혜였다.
“하여간에, 누굴 닮아서 그런 건지 원.”
엄마 아니면 아버지를 닮았겠죠.
“엄마는 먼저 런던으로 들어갈 거고, 현지랑 세실리아는 며칠 더 있다가 갈 거야. 애들 잘 챙겨 주고 알겠지?”
“……네. 묵을 호텔만 알아봐 주면 되는 거죠?”
“아니. 오빠네 가서 묵을 건데? 집도 좋더니만?”
“무슨 소리야. 네가 우리 집을 어떻게 알아?”
어이없어하는 내 말에 현지는 SNS를 켜서 내 얼굴 앞에 들이밀었고, SNS 속에는 우리 집 안에서 깔깔거리며 놀고 있는 정상기와 임우정의 셀카 영상이 떠 있었다.
“……하아.”
집으로 돌아가면 푹 쉬면서 다음 시즌 구상을 하려고 했는데, 보모 역할을 해야 하다니.
훈련 복귀하면 이 자식들부터 단단히 굴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