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soccer genius becomes a great coach RAW novel - Chapter (78)
78. 프리시즌(3)
명호의 메세지에 첨부된 링크를 타고 들어가자 동일한 소식이 여러 기사가 보였다.
[(OFFICIAL) 이혁호, 바이에른 뮌헨과 3년 계약.] [리버풀의 리빙 레전드, 바이에른으로 향하다.] [이혁호, ‘새로운 도전을 해야 할 때.’] [클롭, ‘언제나 리의 활약을 기원하겠다.’] [투헬, ‘프리미어리그 시절부터 눈여겨봤던 선수. 그와 함께해서 기쁘다.’] [초호화 공격진의 탄생? 이혁호의 합류로 더욱 막강해진 바이에른 뮌헨.] [이적료 한 푼 없이 영입에 성공한 바이에른 뮌헨, 이혁호가 재계약을 거부한 이유는 불화?] [SNS상에서 리버풀 공식계정을 언팔로우한 이혁호. 불화를 간접적으로 인정?] [김하준과 이혁호의 관계 다시 조명. 절친한 친구이자 동료에서 상대 선수와 감독으로 재회?]-엌ㅋㅋㅋㅋㅋㅋ. 시즌 개막하면 PL보다 분데스리가가 더 재밌겠는데? ㅋㅋㅋㅋㅋ.
-마인츠랑 뮌헨 경기에 시청률 떡상하겠누 ㅋㅋㅋㅋㅋ.
-근데 이 정도면 불화 맞는 듯. 이혁호는 제라드 이후 콥들이 인정한 리빙 레전드인데 이렇게 나오는 게 조금 이상하긴 하잖아?
-리버풀 현지 팬들도 난리 났음. 이혁호를 보낸 것도 문제지만 저 정도 선수를 공짜로 보낸 것에 폭발했는데?
-와…. 홀란드에 이혁호면 최전방은 분데스 탑인데?
-마인츠에 가브리엘 갔잖아. 돌문에는 무코코가 아직 버티고 있고.
-그렇긴 한데, 뮌헨에는 홀란드에 이혁호까지 가세했잖아. 거기다 중원 차이도 많이 나고. 이걸로 분데스리가 또 뮌헨 강점기겠네.
-그리고 가브리엘은 중국화 안됐는지 다시 검증해봐야지.
-이번 시즌에 김하준이랑 로이스가 투헬을 얼마나 잡아내느냐에 따라 달라질 듯.
-투헬, 로이스, 김하준 이 셋 중에 김하준이 스쿼드 제일 딸리는데 좀 힘들지 않을까? 3위라도 하면 대박치는건데. 거기다 승격팀이고.
-그래도 지난 시즌 포칼에서 1부 팀들 다 부수고 올라왔는데, 높이 치고 올라가지 않을까?
-토너먼트랑 리그랑은 또 얘기가 다르지. 뭐, 김하준이 이때까지 보여준 걸 보면 하위권에서 강등권 싸움할 것 같지는 않은데, 현실적으로 유로파권으로 마무리하지 않을까 싶음.
“으음…. 혁호가 바이에른으로 갔구나.”
10년 전, 대한민국을 이끌 미친 재능의 트리오로 이름을 날리던 게 나와 명호, 그리고 혁호였다. 데뷔를 잉글랜드에서 한 나랑 혁호와는 달리, 명호는 힘겹게 독일로 와 굴곡진 커리어를 그렸고, 나는 부상으로 인해 커리어를 제대로 펼치지 못했다.
그리하여 지금 이때까지 기량을 만개하며 팬들의 기대대로 뛰고 있는 것은 혁호 한 명뿐.
“하필 바이에른으로 가냐. 하아….”
자유 계약이었으니 나도 데려올 수 있었는데.
“하긴. 우리는 연봉을 맞춰 줄 수 없으니….”
역사상 그 어떤 아시아 선수보다 뛰어난 활약을 펼치며 커리어를 쌓아 온 혁호가 유럽 대항전도 나가지 못하는 우리 팀으로 온다는 건 애초에 말도 안 되는 일이었기에 아쉽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래도 조금 아쉽네.”
혁호가 리버풀에서 가지는 위상은 상상을 초월했었다.
챔피언스리그 우승과 리그 우승을 거머쥔 이후, 이상하리만큼 우승에 연이 없던 리버풀을 또 다시 프리미어리그 챔피언으로 만든데 혁혁한 공을 세운데다, 챔피언스리그에서도 빅매치마다 팀을 구하는 득점을 만드는 등.
혁호는 리버풀에게 있어 외국인 용병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 스타였다. 그런 녀석이 불화든 어떤 이유로든 리버풀을 떠나게 되었으니, 한 사람의 축구 팬으로서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바이에른. 바이에른이라….”
한때는 질투도 많이 했었다.
두 번째 부상으로 고꾸라지는 나와는 다르게 활약을 이어나가는 녀석을 보며 부끄럽지만, 질투와 시기심을 버리지 못했던 것도 몇 년.
그 탓에 녀석과 연락을 일방적으로 끊어 버리기도 했었고, 정신을 차린 이후에는 그저 경기 중계를 보며 뒤에서 응원만 하고 있었는데.
“적으로 만나게 될 줄이야.”
선수 시절 적으로 만나는 것과는 느낌이 조금 달랐다.
“그때는 내 플레이만 제대로 했으면 됐으니까.”
아무래도 이번 프리시즌은 정말 제대로 선수들을 담금질 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
“말론의 이적이 반드시 성공해야 해.”
그래야 바이에른과 보루센에 어느 정도 비벼 볼 수 있을 테니.
이후, 우리는 말론과의 협상에서 웬만한 부분은 다 접고 들어갈 각오를 했으나, 의외로 말론과의 협상은 수월하게 이루어졌다.
내가 내건 조건은 주전 보장과 연봉을 최대한 맞춰 주는 것이었고, 뉴캐슬에서는 주전보다는 로테이션에 연봉을 상당히 세게 불렀다고 하는데….
“제 고객은 경기에 많이 뛰길 원합니다. 그리고 감독님의 전화도 아예 의미가 없었다고는 말 못 하겠고요. 거기에 덧붙여, 지난 시즌 윌리 테오도르의 눈부신 발전도 크게 한몫했죠. 하하.”
에이전트의 설명에 의하면 헤타페에서 로테이션으로 기용되며 출전 시간에 목말랐던 말론은 출전 시간이 보장되는 팀을 원했다고 하며, 얼마 전 나의 전화도 그의 마음을 움직이는데 한몫했다고 했다.
그리하여, 바이아웃 6,600만 유로에 사비 말론을 데려올 수 있게 됐다.
[(OFFICIAL) 사비 말론, 마인츠 05와 3년 계약.] [마인츠 05, 헤타페의 사비 말론 영입.] [6,600만 유로에 사비 말론을 영입한 마인츠 05.] [뉴캐슬과의 경쟁에서 승리한 마인츠 05.] [사비 말론, ‘킴의 지도하에 기량이 더욱 발전한 테오도르가 선택에 도움이 되었다.’] [제2의 로드리로 불리는 사비 말론. 분데스리가에 잘 적응 할 것인가?] [김하준, ‘말론은 나와 코치진이 기다려 왔던 선수. 팀에 잘 적응 할 수 있도록 도울 것.’]말론의 이적까지 성공한 직후, 나는 감독실에 조르지뉴와 루카를 불러 모았다.
“자. 우리는 곧 프리시즌 경기들을 치르며 시즌 개막 준비에 박차를 가할 거야.”
얼마 전까지는 휴가에서 복귀한 선수들의 몸을 만들기 위한 체력 훈련을 진행했다면, 이제는 전술 훈련과 조직력을 가다듬을 훈련을 진행해야 할 차례였다.
“그래서 기본적인 대형 몇 가지는 픽스해 두고 가려고 하는데, 일단 내 생각은 이거야.”
나는 작은 사이즈로 만들어진 전술 보드 두 개를 꺼내 들어, 각각 다른 포메이션 대형을 만들었다.
“기본적인 우리의 대형은 4-3-3과 3-5-2로 시작할 생각이야. 물론, 경기에 따라 대응 전술들이 바뀔 것이고, 한 경기 안에 여러 전술이 사용되겠지만 기본 포맷은 저럴 거라는 얘기지.”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가 중요하겠군요.”
내 말을 듣던 루카가 곧장 말을 꺼냈고,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맞아. 내가 베이스로 둘, 이 두 포메이션에서 수비형 미드필더에서는 선수는 빌드업과 탈압박에 능해야 해. 수비력도 물론 좋아야겠지만, 앞의 두 능력이 나에겐 더 필요해.”
그래서 사비 말론의 영입에 박차를 가했던 것이기도 했고.
“확실히 말론이 저 위치에 있으면 전술적 움직임을 풀어나가기 편하겠네요. 패턴의 다양화도 만들 수 있을 거고요.”
“쭌. 3선은 그렇다 치고, 최전방에는 역시 가비를 주전으로 낙점할 거야?”
조르지뉴의 말에 나는 고개를 저었다.
“꼭 그렇지만은 않아. 최전방 세 명의 공격수에 상기와 가비는 주전으로 들어갈 거야. 다만, 중앙에 누가 서는가는 달라지게 되겠지.”
“폴스나인이냐 아니냐로 나뉘겠네요.”
“정확해. 역시, 루카는 나랑 생각하는 게 비슷하네.”
루카가 정확히 짚었듯이, 정상기와 가비의 위치는 폴스나인이냐 아니냐로 바뀌게 될 것이다. 정상기는 침투와 라인 브레이킹에 특화된 포쳐 성향의 공격수. 폴스나인 롤을 맡기기엔 색깔이 맞지 않았다.
반면, 가비의 경우는.
‘스스로의 발기술로 수비를 벗겨 낼 뿐만 아니라, 동료들에게 파이널 패스도 찔러 줄 수 있는 선수. 거기다 저 자신의 득점력도 어마무시한….’
말 그대로 괴물.
그렇기에, 폴스나인을 사용할 때는 가비가 중앙에 있는 게 맞는 그림이었다.
“굳이 따지자면, 상기는 상대의 빈틈을 찌르는 역할이고, 가비는 상대 센터백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질 수 있는 타입이란 거지.”
물론, 중국 리그에서의 경우엔 가비 개인 능력으로 상대를 부숴 버릴 수 있었으니 이런 전술적 접근을 감독들이 굳이 가져가지 않았을 테지만.
“음. 그러면 정이 중앙에 배치될 경우엔 가비와 임이 페어를 자주 이루겠네?”
“그렇지. 가비가 안쪽으로 파고들려면 왼쪽에 서야 하니까. 거기다, 우정이는 왼발잡이 왼쪽 메짤라로 기용할 생각이기도 하고.”
이제와는 다르게 전술 토의에서 막힘없이 티키타카가 되는 장면이 눈앞에 펼쳐지자, 나는 속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전까지는, 코치들과 전술토의를 하더라도 나 혼자 설명을 늘어놓는 느낌이었다면….
‘일부분만을 던졌을 뿐인데 내 의도를 다 이해하고 있잖아?’
서로가 의도를 이해하고 있다면 더 발전적인 대화를 할 수 있다. 나라고 해서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해내지는 못 할 것이기에 이들의 조언과 의견이 중요했고, 나는 새로 꾸린 이 팀이 퍽 마음에 들었다.
‘진작에 이렇게 할걸.’
그랬다면 지난 시즌 포칼 결승에서 우승컵을 거머쥐었을지도.
뭐, 이제 와서 지나간 일을 후회해 본들 어쩌겠는가. 앞으로 잘할 수밖에.
“4-3-3일 경우에는 로이터로도 문제가 없겠지만, 3-5-2에선 좀 무리가 있겠군.”
“조르지뉴, 네 말이 맞아. 로이터의 속력이 많이 줄어들었거든. 그래서, 아이스만의 훈련을 집중적으로 봐 줘. 백쓰리를 쓸 때, 아이스만의 기량이 나쁘면 곤란하니까.”
“좋아. 그렇게 하도록 할게. 또 나머지는….”
이날 우리의 토의는 밤늦도록 이어졌다.
* * *
“놔두고 온 거 없지?”
“아이, 참. 내가 애도 아니고. 다 챙기고 왔어.”
“저, 저도 다 챙겼어요…!”
분명히 일주일 정도만 머물다 가겠다던 현지와 세실리아는 약속보다 더 많은 기간을 내 집에 머물러 있었고, 이제는 정말로 잉글랜드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 되어 나와 함께 프랑크푸르트 공항으로 이동 중이었다.
‘나 참. 내 휴일이 언젠지 알고 계획을 짜기라도 한 것인지….’
시즌이 개막되고 나면 휴일이 되어도 감독실에 처박혀 있는 내 습성을 알기라도 한 것인지, 내가 짬을 낼 수 있는 날 중 하나를 골라 잉글랜드로 돌아가는 일정을 잡은 현지를 보며 나는 속으로 혀를 찼다.
“야. 그보다 졸업은 대체 언제 할 거야? 엄마가 걱정하시더라.”
“글쎄. 요샌 통 재미가 없어서. 첼시 구단 프런트에 취직할 수는 없으려나?”
그래도 고등학생 때까지는 부모님 말씀을 잘 들으며 곧장 공부를 잘하던 녀석이었는데. 대학 입학으로 처음 잉글랜드에 온 것도 아니면서 반대로 튀는 현지를 보며 나는 의아함이 들었다.
‘사춘기가 늦게 온 건가?’
하긴. 10대 때는 타지에 적응하는 것만으로도 사춘기고 뭐고 올 겨를이 없었겠지.
“음. 세실리아는 졸업은 했어요?”
현지와 둘만 얘기를 하다 보니 어느새 소외된 것 같은 세실리아에게 말을 걸자, 세실리아는 맑게 웃었다.
“네. 현지보다 1년 빨리 졸업했어요. 그동안 의류 브랜드에 취직했다가 이제는 제 일을 하고 싶어서 잠시 쉬고 있는 중이에요.”
처음 보는 세실리아의 당당한 말투에 나는 새삼 놀랐다.
이제껏 내 앞에서 보인 모습은 소심함과 수줍음의 어느 사이에 있는 모습이었는데. 자기 일을 말할 때는 어딘가 밝게 빛나 보이는 모습이었다.
“세실이 치사하게 나 놔두고 먼저 졸업했지 뭐야. 분명 같이 놀러 다녔는데…!”
아.
저 철없는 걸 어떻게 할꼬.
“그러니까 빨리 졸업해. 네가 원하는 대로 어디 구단에서 일하려거든, 졸업하고 엄마 설득해. 쯧.”
그렇게 잔소리를 한바탕 하다 보니 어느새 프랑크푸르트 공항에 도착할 수 있었고, 나는 둘의 탑승 수속 전까지 옆에 앉아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오빠. 근데, 혁호 오빠 뮌헨으로 갔더라?”
“응. 뭐 그렇게 됐더라.”
“아직도 화해 안 한 거야? 시간도 많이 지났는데?”
갑자기 훅하고 뼈를 때리는 현지의 말에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화해하고 말고가 있냐. 내가 일방적으로 연락 끊은 건데. 싸웠을 때나 화해지….”
솔직히는 용기가 나지 않았다.
아직까지는 혁호를 눈앞에서 제대로 마주해 얘기를 나눌만한 그런 용기가 말이다.
아직까지는.
“때로는 무모한 용기도 필요하다고 봐요. 특히 인간관계에서는요.”
내 마음을 읽기라도 한 것인지,
갑자기 조언 아닌 조언을 한 세실리아를 보며 나는 멋쩍게 웃었다.
“고맙네요. 새겨듣도록 하죠.”
“아…! 아! 죄송해요. 너무 주제넘은 소리를….”
음.
자기 일에 관한 얘기 말고는 여전히 소심하구나.
“아녜요. 충분히 도움 되는 말이거든요.”
“그래, 세실. 너무 그러지 마. 그리고! 오빠는 도움을 받았으니까 다음에 런던 오면 세실한테 밥이나 사!”
왈가닥에 천방지축인 녀석이 이럴 때는 도움이 되었다. 분위기를 유하고 편안하게 만들어 주는 녀석의 능력을 보며 나는 속으로 박수를 쳤다.
‘이럴 때 도움이 되는구만.’
육성으로 내뱉기엔 리스크가 큰 말이지만, 제가 내 마음속을 읽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래요. 런던 가면 제가 맛있는 걸 대접할게요. 맛있는 가게가 잘 없긴 하지만.”
그리하여, 나는 세실리아와 연락처를 교환하게 되었고 몇 분이 지나지 않아 둘은 탑승 수속을 위해 안쪽으로 들어가며 셋의 짧은 만남이 끝이 나게 되었다.
“음. 졸지에 번호를 교환했네.”
이때는 몰랐다.
이번의 만남이 한 번으로 끝날 것이 아님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