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soccer genius becomes a great coach RAW novel - Chapter (79)
79. 궤를 달리하는 승격팀(1)
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이적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통찰안으로 말론을 살폈을 때, 패스 허브라는 특성과 별 네 개의 수치가 거짓이 아니라는 듯 팀 훈련에 녹아들어 빠른 적응을 마친 말론은 프리시즌 경기에서 활약을 선보이며 테오도르의 부재를 지우는 모습을 보였다.
그렇게 우리는 시즌을 맞이할 준비를 모두 끝내게 되었고, 개막전만을 기다리고 있는 중 바이에른과 보루센의 DFB-슈퍼컵 경기가 이루어지게 되었다.
“쭌. 어디가 이길 것 같아?”
경기 중계를 시청하기 위해 우리 집에 놀러 온 조르지뉴의 질문에 나는 망설임 없이 답했다.
“바이에른이 이기겠지. 로이스가 팀을 얼마나 잘 만들었을지는 가늠할 수 없어도, 투헬 그 양반이 호락호락 당해 주겠어?”
“하긴. 그것도 그렇긴 하네. 그건 그렇고, 굳이 나랑 같이 경기를 보자고 한 건 아무래도 양 팀 전력을 같이 분석해 보자는 거지?”
“맞아. 루카도 부르려고 했는데, 루카 성격이면 혼자서 파고드는 게 더 낫겠다 싶어서 너만 불렀어.”
“그렇긴 하지. 그리피스는 뭐, 말 안 해도 영상 녹화까지 뜨면서 분석할 테고.”
바이에른이 이길 것이 확실해 보이긴 했지만, 로이스가 팀을 어떻게 꾸렸고 또 어떤 식으로 경기 운영을 하는지 확인해야 했기에 경기 시청은 필수였다.
“어, 쭌. 시작한다.”
삐이이익!
경기가 시작되자, 두 팀은 초반부터 강하게 치고받기 시작했다.
“워우. 로이스도 상당히 공격적인 전술을 사용하네? 나는 바이에른을 상대로 역습을 가져갈 생각인 줄 알았는데 말이야.”
조르지뉴의 말대로 로이스의 보루센은 공격적으로 라인을 올리며 바이에른에 맞불을 놓았고, 양 팀은 치열한 중원 싸움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아! 도르트문트의 패스를 테오도르가 차단합니다! 패스 길을 잘 읽었어요!] [테오도르! 볼을 달고 전진합니다! 아아! 스루패스!]“허. 참 잘도 써먹네.”
테오도르의 활약에 괜히 속이 쓰렸다.
“솔직히, 나 같아도 바로 써먹긴 할 것 같아. 게다가, 네가 테오도르를 적당히 발전시킨 것도 아니고, 아주 한 등급을 올려 버렸잖아? 투헬 감독님 입장에선 아주 남는 장사지.”
“쯧. 그때 완전 이적 옵션을 요구할 걸 그랬네.”
“그랬으면 테오도르가 안 왔겠지.”
“말이 그렇다는 거지. 말이.”
나와 조르지뉴는 실없는 대화를 하면서도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시즌 개막전 이벤트성이 강한 경기라고는 해도, 분데스리가를 평정하는 두 팀의 대결이었으니 그들의 전력을 조금이라도 분석할 수 있으니까.
그리고.
[홀란드가 대각선으로 찔러 줍니다!]홀란드의 패스를 따라 쇄도하는 익숙한 인영이 보였다.
[리! 리가 중앙으로 쇄도하며 패스를 받아냅니다! 안정적으로 볼을 컨트롤하는 리!]홀란드의 패스를 받은 혁호가 페널티 박스 안으로 진입했고, 보루센의 수비들이 혁호를 저지하려 했으나 혁호의 슈팅 타이밍이 반 박자 아니, 한 박자 이상 빨랐다.
[리! 리가 오른발로 때립니다!]그리고.
당연하게도 혁호의 슈팅은 골망을 갈랐다.
철렁—!
[고오오오올! 바이에른 유니폼을 입고 공식 데뷔전에서 데뷔골을 기록하는 리! 적응기 따위는 전혀 필요 없는 모습을 보입니다! 환상적인 골!]“역시 잘하네.”
기분이 미묘했다.
한때 절친한 친구였던 혁호의 골을 축하하는 마음이 들면서도 마음 한구석에 묻어 놨던 부러움과 시기심이 다시 한번 솟구치는 것만 같았다.
‘만약 내가 부상을 당하지 않았더라면.’
그랬다면 혁호처럼 기량을 과시하며 뛸 수 있었을까?
‘어차피 되돌릴 수 없는 일.’
나는 서둘러 상념을 지워 냈다.
질투와 시기를 하든, 그날 경기에서 부상을 당하지 않게 플레이할걸 하는 후회를 하든 달라질 건 아무것도 없었으니까.
“쭌. 아쉬워?”
내 표정이 변한 것을 본 것일까.
조르지뉴가 돌연 말을 걸어왔다.
“아냐. 아쉽기는…. 그냥 좀 기분이 묘해서 그러지.”
“너무 신경 쓰지 마. 쭌. 선수 시절이든 지금이든 너는 최고니까.”
“……고맙다.”
조르지뉴의 짧은 위로를 들으며 나는 마음을 다잡았다.
‘이것도 배가 부르니까 할 수 있는 생각이지.’
정인우 감독 체제의 서울 시절만 하더라도 현실에 치여 이렇게 진득하고 불쾌한 감정을 내비치지는 못했으니까.
물론, 그때도 혁호 녀석의 경기를 보며 부러워하긴 했지만.
이후.
경기는 내 예상대로 흘러갔다.
[홀란드! 홀란드의 슈우우우웃!] [고오오오올! 골입니다! 홀란드의 슈팅이 도르트문트의 골문을 꿰뚫었습니다!]삑! 삐익! 삐이이익—!
[스코어 3-0으로 슈퍼컵의 우승을 바이에른이 가져갑니다!]“역시 바이에른이 이기는구나.”
조르지뉴의 허탈한 목소리에 나는 씨익 웃었다.
“왜? 저거 보니까 다시 베로나로 돌아가고 싶어?”
“전혀. 오히려 투헬 감독님에게 한 방 크게 먹이고 싶은데?”
“좋은 마음가짐이네.”
슈퍼컵 경기를 보며 나와 조르지뉴는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바이에른은 더욱더 강해졌고, 보루센 역시 시즌을 진행하면서 로이스의 색깔에 적응하면 무시무시한 상대가 되리라고.
“그럼 이제 일하러 가야지?”
“어? 쭌. 오늘은 쉬는 날 아니냐?”
일하러 가자는 말에 눈에 띄게 굳는 조르지뉴를 보며 나는 입꼬리를 올렸다.
“무슨 소리야? 이제 곧 개막인데 쉬는 날이 어딨어? 날 밤을 새워도 모자란데.”
“아니…. 야, 너 그거 병이야 병! 쉴 땐 좀 쉬어야 한다니까?”
조르지뉴가 사력을 다해 휴식을 주장했으나, 그 말은 나에 의해서 묵살되었다.
“자자, 군소리 그만하고 갑시다. 가.”
“아아아아! 하, 쭌! 너 빨리 결혼해라. 아니, 연애부터! 그래야 다른 사람들이 숨 좀 쉬지. 에라이.”
* * *
시간이 흘러 분데스리가의 개막전 당일이 되었고, 마인츠는 프라이부르크를 홈으로 불러들여 개막전을 치르게 되었다.
와아아아!
[안녕하십니까! 33/34 시즌 분데스리가 개막전, 마인츠 05대 SC 프라이부르크의 경기를 이곳, 메바 아레나에서 보내 드립니다!] [오랜만에 1부로 복귀한 마인츠의 열기가 굉장히 뜨겁습니다.] [맞습니다. 서포터즈가 하나 되어 열렬히 응원을 보내 주는군요!] [양 팀 선수들이 입장하는군요.]마인츠와 프라이부르크 선수들이 그라운드에 입장하자, 마인츠 서포터즈는 프라이부르크 선수들의 기를 죽이기 위해서 더욱 열렬한 함성과 함께 그들의 응원가를 부르기 시작했다.
[하하. 대단한 열기입니다. 자, 양 팀 선발 라인업부터 확인해 보도록 하죠.] [네. 먼저, 홈 팀 마인츠의 라인업입니다.]하준은 개막전에 4-3-3 대형을 가지고 나왔다.
최전방에는 정상기와 가브리엘 산투스, 아자니 코르브가 배치됐고,
임우정과 레온 페퇴, 그리고 그 둘을 밑에서 사비 말론이 받치는 3 미들이 중원을 구성했으며,
모리츠 로이터, 루카 킬리안, 미하엘 포가테츠, 키아누 크래프트로 구성된 백 포라인에 골키퍼 장갑은 오메르 하닌이 끼고 나왔다.
[새로 합류한 두 선수가 모두 선발로 출장한 모습이네요. 가브리엘 산투스와 사비 말론의 활약 여부가 중요해지겠습니다.] [거기에, 정이 처음으로 측면에 섰군요. 매번 중앙에 서던 정이 측면에서도 괜찮은 모습을 보여 줄지 기대됩니다.]“흐음. 상대가 정의 배치가 실책이라고 생각하면 좋겠네. 우리가 파놓은 대로.”
“그렇게 생각할 거야. 어차피, 가비랑 상기의 위치는 그다지 상관이 없다는 걸 알기엔 정보가 부족할 테니까.”
조르지뉴의 말에 대답한 하준이 씨익 웃으며 그라운드를 바라봤다.
이 경기가 끝난 후로는 이러한 배치의 의도를 모두가 알게 되겠지만 상관없었다. 안다고 해서 전부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니까.
하준의 그러한 미소를 보며 조르지뉴는 생각했다.
선수 때나 지금이나 하준은 타고난 강심장이라고.
[다음으로는 이에 맞서는 원정팀 프라이부르크의 선발 라인업입니다.]마인츠에 맞서는 프라이부르크는 4-4-2 대형을 가지고 나왔다.
해리스 메히치와 마이크 블룸이 최전방에 섰고,
양쪽 측면에는 스벤트 바이네르트와 지안루카 아스타가, 중원에는 크리스티안 젬브로드와 코라이 트라이헬이 배치됐으며,
파우스 유스, 야네스 헨드리크, 하네스 크룰, 윌리엄 제네시오가 백 포를 이루며 놀 데 랑이 골키퍼 장갑을 끼고 나왔다.
[지난 시즌의 베스트 일레븐을 가지고 나온 프라이부르크의 모습입니다. 개막전이다 보니 반드시 승리하겠다는 생각일까요?] [아마 그럴 겁니다. 시즌 초반에 분위기를 타기 위한 것도 있을 테고, 지난 시즌 분데스리가 팀들을 격침시킨 마인츠에 대한 경계심도 들어가 있을 겁니다.]몇 분의 시간이 흐르고.
삐이이익—!
[주심의 휘슬과 함께 33/34 시즌 분데스리가 개막전이 시작됩니다! 선축은 원정팀 프라이부르크가 가져갑니다!]경기가 시작됐다.
툭!
툭—!
타다다닷!
[프라이부르크가 패스를 주고받습니다. 어엇! 마인츠! 마인츠의 조직적인 전방 압박!]경기 시작과 동시에 마인츠는 대형을 유지하며 강한 압박을 시도했다. 프리시즌 동안 하준이 강도 높은 체력훈련을 진행했던 이유.
바로 이 강한 압박에 있었다.
툭—!
[블룸이 볼을 뒤로 돌립니다! 젬브로드에게 전달되는 볼!]그러나.
프라이부르크 또한 분데스리가에서 오래도록 버티고 있는 것이 이유가 없지 않다는 듯이 압박에서 볼을 지켜내며 경기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프라이부르크, 볼을 돌리고 있군요.] [마인츠의 조직력이 아직 올라오지 않은 걸까요? 아까와 같은 전방 압박이 시도되지 않는군요.]중계진을 포함해서 메바 아레나에 모인 모두가 마인츠의 조직력이 올라오지 않은 탓이라 여겼지만,
실상은 달랐다.
‘십중팔구 볼을 돌릴 거야. 그게 시작되면 굳이 쫓아가지 마.’
이는 하준의 의도된 지시였고, 이를 알 리 없었던 프라이부르크는 상대의 조직력이 올라오지 않은 것이라 여기며 자신의 플레이를 펼치기 시작했다.
투우웅—!
[후방에서 트라이헬의 롱패스가 터졌습니다! 길게 날아가는 볼! 블룸이 달리는데요!]트라이헬의 롱패스가 터져 나오기가 무섭게,
타다다다닷!
임우정과 사비 말론이 움직였다.
[임! 빠릅니다! 빠르게 내려가는 임!] [블룸! 볼에 다가가기도 전에 포위망이 형성됩니다!]사비 말론과 임우정, 그리고 로이터가 측면에서 중앙으로 들어와 언제든지 블룸을 에워쌀 수 있는 포위망이 구축되었고,
촤앗!
터어엉—.
블룸의 투박한 볼 트래핑은 이들에게 먹이를 주는 꼴이나 다름없었다.
타다다닷!
툭!
[임이 빠르게 볼을 가로채고 말론에게 넘깁니다!]“아잇!”
눈앞에서 볼 소유권을 뺏긴 블룸이 황급히 말론에게 달려들었지만.
툭-!
툭—!
[말론과 임의 이대일 패스! 블룸의 압박을 간단히 무산시킵니다!]그리고.
패스 허브라는 특성에 걸맞게, 말론은 주위 동료들과 패스를 주고받으며 짧은 시간 최적의 패스 길을 읽어냈다.
‘페퇴 쪽이 비었다…!’
투우욱—!
[말론의 스루패스! 전진해 있던 페퇴쪽으로 향합니다!]타다다닷!
[젬브로드가 페퇴를 압박합니다!] [트라이헬이 내려가서 공간을 미리 틀어막는군요!]페퇴에게서 볼을 빼앗기 위해 젬브로드가 빠른 속도로 뛰어오고, 그의 파트너인 트라이헬이 페퇴의 패스가 이어질 법한 공간을 미리 점유했지만.
툭—!
타다다닷!
경기는 그들의 생각처럼 이루어지지 않았다.
촤앗!
[산투스가 내려와서 볼을 받습니다! 산투스! 볼을 가지고 전진합니다!]가브리엘이 볼을 가지고 전진을 시작하자, 미리 공간을 점유하고 있던 트라이헬의 얼굴에 비웃음이 맺혔다.
‘중국에서 온 퇴물이 뭘 할 수 있겠어? 전방에서 볼을 받았다면 모를까, 거기서부터 올라올 수는 없을 거다…!’
트라이헬의 생각대로 가브리엘이 중국 리그에서 현지화된 퇴물 선수였다면 위험 장면을 만들 수 없었겠지만.
타닷! 타다닷!
투욱—. 탓! 타다닷!
애석하게도 현실은 트라이헬의 생각과는 달랐다.
“뭐, 뭣…!”
트라이헬을 제치는데 가브리엘은 별다른 개인기도 사용하지 않았다. 그저, 잔발 스텝에 브라질리언 특유의 리듬감을 섞은 드리블.
[산투스가 트라이헬을 제칩니다! 상대의 템포를 뺏는 드리블이군요! 여전한 클래스를 보여 주는 산투스!] [임과 페퇴가 양쪽 측면으로 넓게 벌려 전진합니다! 정과 코르브가 중앙으로 좁혀 들어오고 있습니다!]순식간에 발생한 상황에 프라이부르크의 센터백 헨드리크와 크룰은 선택을 해야만 했다. 페널티 박스에 더 가까운 정상기와 코르브를 저지하기 위해 공간을 지켜야 할 것인지.
그들보다 조금 낮은 위치에서 볼을 잡고 있는 가브리엘을 저지하기 위해 위치를 이탈해야 할 것인지를.
전자를 선택해도, 후자를 선택해도 위험 상황이 펼쳐질 게 불 보듯 뻔하기에 헨드리크와 크룰은 머리가 아파올 지경이었다.
그리고 마인츠의 테크니컬 에어리어에서 이를 지켜보던 하준이 씨익 웃었다.
“자, 어떻게 할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