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soccer genius becomes a great coach RAW novel - Chapter (8)
8. 데뷔전(3)
휘익! 타다다닷!
[김하준 감독대행이 하프타임에 선수들을 잡은 모양이네요. 전반 막바지와는 전혀 다른 집중력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경북 선수들이 끌려 다니는 모습이 나타나네요!]서울의 선수들은 이를 악물고 뛰었다.
하준의 일갈을 들은 선수들은 깨달은 것이다. 경기가 채 끝나지도 않았는데 만족해 버린 자신들의 부끄러움을.
“막아!”
경북의 선수들은 눈을 매섭게 뜬 채로 서울의 공세를 막으려 달려들었으나,
툭-!
툭!
타다다닷!
[굉장히 깔끔한 연계입니다! 삼자 패스로 경북의 수비를 허무는 서울 유나이티드!]하준이 입이 닳도록 강조한 트라이앵글. 즉, 삼각대형을 이룬 선수들이 매끄러운 패스 워크를 통해 경북의 수비진을 여유롭게 빠져나갔다.
“대체···.”
이 장면을 지켜보고 있던 경북의 한주용 감독은 한숨을 내쉬었다. 경기가 시작되기 전만 하더라도 어렵지 않게 승리를 챙길 수 있을 것이라 여겼다. 하준이 제아무리 머리가 좋고 유럽에서 축구와 전술을 배워 왔다고는 해도 실전은 다르지 않은가?
그러나.
그의 예상과는 다르게 흘러가는 경기 양상을 보며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저들이 더 강하다.
아니, 김하준이 마법을 부렸다.
“저런 재능을 코칭 스탭으로 데리고 있었으면서 왜···?”
그렇기에, 한주용 감독은 서울의 전임 감독이었던 정인우를 이해할 수 없었다. 현대 축구가 감독 놀음이라는 얘기를 종종 듣곤 하지만 모든 감독이 잘할 수는 없는 법.
그래서 능력 있는 코치들을 구하는 것인데.
“과거의 영광에 취해 현실을 못 보았던 게지.”
정인우는 2002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 중 한 사람이었다. 물론, 주전 멤버는 아니었다. 그런 점이 그의 역린이 되었던 걸까? 그는 뛰어난 재능을 시기하고 밟으려 드는 경향이 있었다. 그의 눈에는 하준 역시 마찬가지였겠지.
“하아···. 무슨 뾰족한 수가 없으려나.”
한숨을 내쉰 한주용 감독이 옆에 있던 수석코치를 바라봤지만, 수석코치는 고개를 내저었다.
“템포 자체가 다릅니다. 어떻게 단기간에 팀을 저리 탈바꿈시켰는지 믿기지 않을 지경이지요. 우리 선수들이 저들의 템포를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벅차하고 있습니다.”
“으음···.”
침음성을 흘린 한주용 감독이 그라운드의 선수들을 바라봤다. 분명, 전반전만 하더라도 서울의 선수단은 잔 실수를 범하며 파고들 틈을 조금이라도 노출했었건만. 하프타임 때, 하준이 대체 무슨 말을 했기에 저런 집중력을 보일 수 있단 말인가?
도무지 답이 나오지 않는 상황에 짜증이 난 한주용 감독은 그라운드에서 눈을 떼, 상대편 테크니컬 에어리어에 서 있는 하준을 바라봤다.
“간격 맞춰! 영준! 자리 이탈하지 마!”
실시간으로 선수들의 위치를 조정하며 지휘하는 하준의 모습을 본 한주용 감독이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허허. 선수 때 만개하지 못한 재능을 감독 자리에서 만개하게 될 것인가 보구만.”
상대를 얕본 것은 사실이었다. 서울은 리그 개막 후 8경기 동안 승리를 따내지 못했었으니. 그렇다고는 해도 오늘 경기에 2군을 내보내지는 않았다. 오히려 한주용 감독은 1군 멤버를 전부 집어넣으며 최소한의 가능성도 지워 버리려고 했었는데.
“차인혁이를 준비 시키게.”
“네. 감독님.”
[경북이 교체를 준비합니다. 차인혁 선수가 교체를 준비 중이군요?] [노쇠화로 인해 예전과 같은 폭발적인 스피드는 보여 주지 못하지만 그래도 유럽 빅리그에 몸담았던 선수이니만큼 클래스를 보여 줄 수 있을 겁니다. 기대되네요.]차인혁.
이번 시즌을 앞두고 경북이 자유계약으로 영입한 노장이었다. 30대 초반까지 분데스리가에서 활약하며 한국의 축구 팬들을 기쁘게 했던 선수이기도 했다.
“반년 만인가? 오랜만이네. 하준아.”
교체를 기다리며 근처에 있던 하준에게 말을 거는 차인혁. 하준은 그런 그의 인사를 웃으며 받아 주었다.
“마인츠가 강등당하기 전에는 경기 때 한 번씩 봤으니까요.”
“내가 아무리 이빨 빠진 호랑이라고 해도 조심하는 게 좋을 거야.”
웃으며 장난 섞인 도발을 거는 차인혁의 모습에 하준은 입꼬리를 올렸다.
“그라운드 위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만들어 드리죠.”
하준은 자신만만했다. 눈앞에 있는 백전노장은 원래라면 굉장히 위협이 되어야 할 선수였지만,
‘하프타임이 끝나고 갑자기 특성이 점멸할 줄은 몰랐는데 말이지.’
하프타임 직후 그의 통찰안에 들어온 한 명의 선수. 오늘 경기에서 세 명의 센터백 중 하나로 출전한 문태진의 특성이 점멸했던 것이다.
‘철벽이라···.’
원리는 잘 모르겠지만, 선수의 특성이라는 것도 멘탈에 영향을 받는 게 아닌가하고 하준은 생각했다. 하프타임 때 자신의 말이 문태진에게 어떤 심경 변화를 미친것이 아니고서야 갑자기 특성이 빠르게 점멸할 리가 없었으니까.
삐익!
[공이 터치라인 아웃됩니다.] [경북의 교체가 이루어지는군요. 백준혁이 빠지고 차인혁이 들어옵니다.]차인혁이 들어온 경북은 달라진 경기력을 보이기 시작했다. 한창때와 같이 속도를 이용한 플레이를 펼치지는 못했지만, 수년간 유럽에서 뛰며 찬스 메이킹 능력도 상승한 차인혁은 서울의 골망을 열기 위해 이리저리 발을 놀렸다.
툭—!
[아! 차인혁의 스루패스! 권인수에게 아! 문태진이 걷어 냅니다! 엄청난 반응속도!]뻐엉—!
자칫하면 실점으로 이어질 수도 있었던 위협적인 상황을 문태진이 깔끔하게 클리어링 했고, 그것을 본 하준의 입꼬리가 진하게 올라갔다.
“이야. 믿을 만한데?”
우연히 얻게 된 통찰안의 능력을 실감하며 중얼거리는 하준의 옆에서 이수혁 코치가 입을 열었다.
“확실히 문태진의 수비 능력이 좋네요. 믿을 만한 선수죠.”
“아···. 그렇죠.”
자신과는 다른 것을 말하는 이수혁 코치를 물끄러미 보던 하준은 구태여 말을 덧붙이지 않았다. 좋은 게 좋은 거 아니겠는가.
이후로도 차인혁은 경북의 활로를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했으나 그 시도는 모두 문태진에 의해서 무산되고 말았고, 차인혁은 이를 악물었다.
‘안되면 내가 직접 뚫는다···!’
신체적인 능력이 떨어지기 시작하면서 차인혁은 조금 더 이타적인 방식으로 플레이했었다. 그러나, 찬스를 아무리 만들어도 동료들이 그것을 정확히 잡아내지 못하기에 그는 예전의 플레이 스타일을 꺼내 들었다.
아시아의 치타.
한창 시절 독일의 축구 팬들이 그에게 붙여 준 별명이었다. 그때만큼의 속도를 낼 수는 없지만 테크닉은 몸이 기억하고 있었다. 차인혁은 과감하게 드리블 돌파를 시도했고,
툭. 투둑. 탓!
투욱—! 탓! 휘익!
현란한 개인기로 서울의 선수들을 하나하나 벗겨 내기 시작했다.
[대단한 드리블 실력입니다! 구렁이 담 넘어가듯 부드럽게 이어지네요!]차인혁은 드리블을 감행하며 신영준과 윤상우, 루이스 코스타로 이어지는 서울의 압박을 차례차례 벗겨 내었고, 슈팅을 시도하려는 찰나.
촤아아아앗—!
“······!”
[문태진의 태클! 깔끔하게 공만 빼냅니다! 다시 한번 서울을 구해내는 문태진!]“X발···.”
눈앞에서 슈팅 기회를 놓친 차인혁이 다급하게 몸을 돌렸지만, 공을 빼낸 문태진은 곧바로 우측의 정창훈에게 공을 연결한 뒤였다.
타다다다다닷!
툭—!
라인을 타고 달리던 정창훈은 공을 받아 주기 위해 근처로 내려온 프랑코를 보며 망설임 없이 공을 내주었다.
[트라몬타나에게 공을 연결하는 정창훈! 강력이 트라몬타나를 저지하기 위해 달려옵니다만!]라인을 높게 올리고 있던 경북의 수비진들이 서울의 역습을 막기 위해 달려들기 시작했지만,
투욱. 휘익—!
가벼운 터닝 동작으로 강력의 압박을 벗어난 프랑코가 발을 휘둘렀다.
투우웅—!
[트라몬타나의 로빙패스! 뒷공간이 열렸어요오오!]타다다다다닷—!
[이태준과 정상기가 동시에 쇄도합니다!]“뭣들 하는 거야! 빨리 복귀해! 막으라고!”
순식간에 노출된 뒷공간으로 쇄도하는 이태준과 정상기를 본 한주용 감독이 시뻘게진 얼굴로 그라운드에 소리쳤지만,
촤아앗!
[공을 먼저 잡은 것은 이태준입니다!]이미 늦었다.
타다닷—!
“이이익!”
경북의 주신영 키퍼가 각을 좁히기 위해 서둘러 골대를 뛰쳐나왔으나,
뻐엉—!
이태준은 뜸 들이지 않고 한 박자 빠른 슈팅을 가져갔다.
쐐애애애액—!
[이태준의 슈우우우우웃!]“아, 안 돼!”
아연실색한 표정으로 주신영 키퍼가 외쳤지만, 그의 외침과는 상관없이 날아간 공은 골망을 그대로 갈랐다.
철렁—!
와아아아아아!
[고오오오오올! 골입니다! 한 점을 추가하는 서울 유나이티드! 스코어는 3-1입니다! 경기 종료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터진 쐐기 골!]그리고 이 골을 기점으로 양 팀은 추가 골 없이 경기를 마무리 할 수 있었다.
* * *
“후우···. 일단 데뷔전은 승리로 이끌었네.”
주심의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긴장이 풀린 탓인지 노곤함이 밀려왔다.
“보스, 축하드립니다.”
“감독님, 첫 승리 축하드립니다.”
“도와주신 덕분이죠.”
이수혁 코치와 볼러 코치와의 축하 인사를 주고받은 뒤, 경북의 한주용 감독에게가 손을 내밀었다.
“고생하셨습니다.”
생각했던 것처럼 경기가 풀리지 않아서인지 한주용 감독은 쓴웃음을 지으며 내 손을 맞잡았고, 최대한 덤덤한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데뷔전을 승리로 장식했군. 축하하네. 능력이 출중하더군.”
“하하···. 감사합니다. 저도 오늘 잘 배웠습니다.”
“오늘 보여 준 경기력을 쭉 이어 간다면 서울이 승격하는 것도 어색하지는 않겠어. 그럼, 다음에 대구에서 보도록 하지.”
“네. 들어가세요.”
한주용 감독은 다음에 보자는 인사를 하고는 등을 돌렸고, 나는 그라운드로 올라 차인혁을 찾았다.
“후우···. 네 말대로 됐네. 무슨 철벽을 상대하는 기분이더라.”
철벽을 상대하는 기분이라.
문태진의 특성이 제대로 구현된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그러나, 패배한 이를 앞에 두고 대놓고 웃을 수는 없는 법.
“그래도 테크닉은 여전히 살아 있던걸요? 경북의 다른 선수들이 조금 더 뒷받침되었다면 우리도 위험했을 거예요.”
이건 진심이었다.
차인혁이 창출하는 기회를 경북의 다른 선수들이 조금이라도 붙잡을 수 있었다면 우리는 동점을 허용했을 뿐 아니라 역전을 당할 수도 있었으니까.
그런 의미에서 후반전, 문태진의 활약은 칭찬할만했다.
“말이라도 고맙네. 아무튼 다음에는 지지 않을 생각이니까 각오하라고.”
“네. 그러죠.”
농담을 곁들이며 인사한 차인혁은 그라운드를 내려갔고, 나는 그라운드 위에서 관중석을 한 바퀴 둘러보다 내려가려고 했지만.
“김하준 코치님! 인터뷰 부탁드립니다!”
오늘 경기 MOM으로 선정된 프랑코가 믹스트존에서 인터뷰를 마친 직후라 내게도 인터뷰 요청이 들어와 발걸음을 잠시 멈추었다.
“네. 질문하세요.”
내가 인터뷰 요청에 응하자, 기자는 기다렸다는 듯이 질문지를 꺼내 들었다.
“우선 감독대행 체제로 첫 경기 만에 승리를 거두셨습니다. 축하드리구요. 먼저 데뷔전을 승리로 이끈 소감은 어떠신지요?”
소감이라.
대단히 기쁘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저, 망신을 당하지 않았구나 하는 정도였으니. 그러나, 인터뷰에 이렇게 말할 수는 없어서 적당한 말들을 찾아 머리를 굴렸다.
“리그 개막 후 첫 번째 승리를 거둘 수 있어서 대단히 기쁘게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승리로 선수단의 기세가 올랐으면 좋겠네요.”
“생각보다 덤덤하시군요. 다음으로, 이번 경기 MOM에 선정된 프랑코 트라몬타나 선수의 활약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프랑코가 오늘 선보인 활약에 만족합니다. 그는 제가 지시한 것을 백 퍼센트에 가깝게 그라운드에서 구현했으니까요. 앞으로도 그의 활약을 기대합니다.”
이후로 몇 가지의 질문과 답변이 이어졌고, 기자는 마지막 질문을 꺼냈다.
“조금 이르긴 하지만, 오늘 같은 경기력이라면 서울 내부에서는 승격에 대한 계획도 충분히 하고 있을 것으로 생각되는데, 코치님은 승격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하시나요?”
아마 이게 질문들 중 핵심일 것이다. 여기서 내가 어떻게 대답하느냐에 따라 실릴 기사의 제목도 달라지겠지. 그렇다고 해서 겸양을 떨거나 말을 흐릴 생각 따위는 없었다.
자의는 아니었지만, 감독대행을 맡게 된 이상, 나는 승격 그 이상을 노리고 있으니.
“장담하죠. 우리는 이번 시즌 승격을 이루어 낼 것이고, 나아가 리그 우승에 도전할 것입니다. 누군가는 말하겠죠. 겨우 한 경기 가지고 섣부르지 않냐고. 그런 분들께도 말씀드리겠습니다. 시즌이 끝날 때까지 지켜봐 주시죠. 제 말이 맞을지 틀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