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soccer genius becomes a great coach RAW novel - Chapter (81)
81. 비 온 뒤에 땅이 굳듯이(1)
“흐음···. 마인츠. 마인츠라···.”
도르트문트의 감독실에 홀로 앉아 있던 로이스는 모니터에 재생되는 마인츠의 경기 영상을 보며 중얼거렸다.
“상당히 짜임새 있는 경기 운영을 하는구나. 킴···.”
로이스의 기억 속에 있는 하준은 패기 넘치던 20대 초반의 스타였다. 하준이 첼시에서 활약하던 때에 한 번 마주친 이후로는 선수로서도 지도자로서도 만난 적이 없었기에, 로이스에게 이번 5라운드는 퍽 재미있는 경기로 다가왔다.
“그때도 머리가 굉장히 좋다고 느꼈지만···.”
감독이 되어서는 더 좋아졌다고 해야 하나?
뒷말을 삼킨 로이스는 짙게 웃으며 커피를 한 모금 들이켰다.
비록, 감독으로 팀을 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지도자 경험으로 따지면 하준에게 절대 밀리지 않는다 생각한 로이스는 그간 자신의 경험을 돌이켜봤다.
한지 플릭, 율리안 나겔스만, 미켈 아르테타.
자신이 코치로 거쳐 왔던 감독들의 이름이었다.
세 명의 감독을 거치면서 전술적 완성도를 높일 수 있었던 로이스는 독일 축구계에서 주목하는 새로운 지도자가 되어 있었고, 그것에 걸맞게 본인 역시 자신감에 차 있었다.
그런 로이스의 시야에 비친 하준의 팀 운영 방식은 꽤나 흥미로웠기에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못하며 빙그레 웃었다.
“이번 시즌 리그는 재미있게 돌아가겠어.”
바이에른의 독주 체제로 굳혀질 것만 같았던 이번 시즌에 자신과 하준의 등장이 불러올 파장을 예상한 로이스는 많은 이들의 예상과는 다른 결과가 나타날 것을 기대하며 화면에서 눈을 뗐다.
“예상을 깰 때가 제일 재밌는 법이지. 킴은 어떤 전략을 들고 나오려나?”
로이스가 5라운드 전술을 고심하기 시작한 그 시각.
너튜브에는 한국의 많은 축구팬을 사로잡을 영상이 하나 업로드되었다.
첼시 현지 팬들은 김하준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하준과 마인츠가 승승장구하고 있는 지금. 영상의 제목을 보고 지나칠 축구팬들은 많지 않았다.
“하. 이제는 두유노 하준킴이야? 가지가지 하네.”
불만을 토로하면서도 제목에 이끌려 영상을 클릭한 사람들은 호기심 반 불안함 반으로 영상을 시청했지만, 그들이 영상에서 보게 된 것은 전혀 다른 것이었다.
“안녕하세요. 저는 한국에서 왔습니다. 첼시 경기를 직관하려고요.”
너튜버가 중년의 한 현지 팬을 상대로 인터뷰를 시작했고,
“오! 동양에서 온 블루스구만. 반가워요. 역시 경기는 직관이 참 맛이지!”
부드러운 진행과 함께 인터뷰가 진행되었다.
“혹시, 최근 분데스리가의 마인츠를 지휘하고 있는 김하준 감독을 알고 계십니까?”
“킴? 당연히 알고말고. 블루스 중에서 킴을 모르는 사람이 몇이나 되려나? 요즈음 태어난 아이들 말고는 전부 알고 있을 텐데.”
현지 팬의 긍정적인 반응에 반색한 너튜버가 말을 이었다.
“그렇군요. 저는 김하준 감독의 나라에서 왔습니다. 한국에서는 과연, 첼시에서 김하준 감독이 어떤 선수로 인식되고 있는지를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거든요. 답변해 주실 수 있을까요?”
“어려울 게 뭐가 있겠나. 킴은 정말 대단했지. 부상만 아니었다면 세계 최고가 될 만한 재능이었으니까. 측면을 부수고 박스 안으로 들어오는 플레이···. 말 그대로 크랙이었지. 중원으로 포지션을 옮겼을 때도 정확한 패스와 빌드업 능력을 보여 주었고 말이야.”
“대단했다는 말이군요?”
너튜브의 말에 현지 팬은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안타까운 재능이었어. 요즘은 지도자로 좋은 모습을 보여 준다니 다행이지. 계속해서 승승장구해서 나중에는 우리 블루스에 돌아왔으면 좋겠어. 개인적으로 말이야. 하하.”
하준에 대한 호평 일색인 평가는 한 사람만이 아니었다.
너튜버의 인터뷰에 응하는 사람마다 혹평은 전혀 없었고, 호평과 짙은 아쉬움을 표하는 정도였으니.
“킴이 런던을 떠날 때가 너무 슬펐지. 당시, 중원에는 유스에서 치고 올라오는 좋은 자원들이 많았지만, 큰 경기일수록 킴이 필요했었어. 투헬 역시, 킴을 잡지 못한 것이 너무 안타까웠다고 말했으니까.”
“킴? 말 그대로 천재였지. 아쉬운 점이라면, 천재적인 재능을 그의 육체가 오롯이 담아내지 못했다는 점 하나뿐이지.”
“정말 대단한 플레이어였어요! 몇 시즌 뛰지 않았지만, 지금 첼시 유스 중에는 킴의 플레이에 매료돼서 입단한 선수들도 많은 거로 알고 있거든요.”
“측면과 중원에서 그런 활약을 보여 주는 선수는 흔치 않지. 측면에서는 남미 선수처럼 플레이하다가, 중원으로 옮긴 후에는 바르셀로나를 선수로 보는 듯했으니까. 껄껄.”
이렇게 호평 일색으로 점철된 영상은 순식간에 인기 급상승 동영상으로 떠 한국의 많은 사람들이 보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하준과 마인츠에 대한 관심도도 평소보다 급증하기 시작했다.
[런던 현지 팬들의 호평 일색. 김하준을 과소평가하는 것은 오히려 우리였다.] [너튜브에 인기 급상승 영상으로 소개된 런던 현지 팬들의 김하준 언급 영상.] [김하준의 활약상 재조명.] [마인츠 05 레플리카 판매 급증. 수입 업체들 함박웃음.] [신규 팬층 대거 유입. 마인츠 05 국민 클럽 되나?] [N전자, 마인츠 05 스폰서쉽에 관심.] [서울 유나이티드 감독 대행 시절, 청소년 대표팀 코치가 될 뻔한 김하준?]-와. 하준 코인 달달하게 타네 ㄷㄷ. 조회 수 엄청 끌었네.
-솔직히 호평 반 혹평 반으로 나올 줄 알았는데, 현지 팬들 전부 호평 일색이니 보는 내가 당황스러웠음. ㄷㄷ.
-단기 임팩트로는 카카, 호나우지뉴랑 비벼도 손색이 없는데 당연하지. 그것도 첼시에서 ㄷㄷ.
-ㅇㅈ. 아직도 챔스에서 마드리드 수비진 찢어버리고 단독 골 넣은 게 눈에 선한데.
-근데 저 영상 엄청 퍼지긴 했나 봄. 라이트한 축구 팬들도 마인츠 엄청나게 파기 시작했던데?
-내 주변에 축구 안 보던 여사친들도 갑자기 마인츠 레플리카 이쁘냐고 물어보기 시작함. ㄷㄷ.
-어, 그건 김하준 얼굴 보고 입덕한 거 아니냐?
-시작하는 계기가 뭐가 중요하겠냐. 다 같이 응원하면 좋은 거지.
-그거 뭐냐, 이벤트로 출시됐던 김하준 레플리카 그거 리셀하던데 요즘.
-ㄷㄷ. 리셀한다고? 애초에 국내에 물량이 있긴 했나?
-마인츠 직관했다가 사 온 사람들 꽤 있었던 듯.
-N전자에서 마인츠 스폰할 지 고려 중이라던데?
-크! 코리아 커넥션 가나요?
-청대 코치 될 뻔했었네. 안 가길 잘했다.
-ㅇㅈㅇㅈ. 청대 코치했으면 욕만 오지게 먹고 지금처럼 빛 보기 힘들었을 듯.
이른바, 김하준 신드롬이라고 불러도 될 만한 현상의 시작이었다.
* * *
보루센과의 5라운드를 준비하고 있는 중, 사고가 터졌다.
“로이터가 부상이라고?”
“응. 방금 의료팀에서 전달해 왔는데, 최소 한 달은 경기에 결장할 거라더라.”
조르지뉴의 말을 들은 나는 터져 나오는 한숨을 막을 수 없었다.
“하아···. 하필이면, 이럴 때에···.”
레프트백 뎁스가 얇다 보니 언제고 이런 일이 터질 수 있긴 했지만, 아이스만의 적응이 어느 정도 끝나면 괜찮아질 줄 알았는데.
로이터의 부상이 먼저였던 모양이다.
“조르지뉴, 아이스만의 훈련은 어떻게 되고 있어?”
“으음···. 나름대로 순조롭게 적응 중이긴 한데···.”
말끝을 흐리는 조르지뉴를 보며 직감할 수 있었다.
‘적어도 보루센과의 경기에서 기용할 만큼 적응한 건 아니라는 얘기네.’
그러나.
어쩔 수 없이 아이스만을 출전시켜야 하는 상황인지라 어떻게든 아이스만의 약점을 최소화하는 수밖에 없는 상황.
“백쓰리로 가는 수밖에 없겠네.”
“응. 나도 그렇게 생각해, 쭌.”
“감독님, 이런 상황이라면 정과 산투스를 최전방에 두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지 않겠습니까?”
루카의 말도 충분히 일리가 있었다.
약점이 생겨 버린 상황에서 전방에 투톱을 세우는 것 보다, 원톱을 세우고 중원을 두텁게 하는 것이 더 합리적인 방법이니까.
“루카, 그 말도 맞지만···. 정과 가비의 콤비 플레이에 걸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까?”
이어진 조르지뉴의 말 또한 그럴듯했다.
최근, 가비와 정상기의 콤비 플레이로 많은 득점을 만들어 내고 있었기에, 우리의 가장 큰 무기라고 할 수 있는 둘을 찢어 놓는다는 것은 주 무기를 버리는 행위나 다름없었으니.
“흐음. 다들 들어 봐. 이건 어때?”
나는 전술 판에 자석을 움직여 중원에 세 개의 자석을 붙여 놓았다.
“가비가 메디아푼타에서 시작하는 거야. 그리고 중원은 우정, 말론, 파펠라로 구성하는 거지. 우정과 파펠라가 양쪽 메짤라를 맡고, 크래프트가 유사시에 중원을 지원하는 구조로 말이야.”
내가 생각한 이 방안의 핵심은 크래프트의 움직임이었다.
계속해서 급변하는 경기 상황 속에서 크래프트는 자신의 판단으로 중원으로 들어가 중원의 수를 늘릴 것인지, 오버래핑을 시도해 공격의 숫자를 늘릴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10여 년 전, 칸셀루가 과르디올라 밑에서 그러했듯이.
“하지만 감독님, 왼쪽이 문제입니다. 임이 메짤라로 기용되었을 때의 경기력은 좋습니다만, 아이스만이 수비적으로 많이 부족한 지금, 왼쪽 측면이 역으로 초토화될 수도 있습니다.”
“맞아. 그렇다고 말론의 수비력이 눈에 띄게 좋아진 것도 아닌 지금에는 더더욱.”
“으음···.”
루카와 조르지뉴는 역으로 당할 수 있는 상황을 확실히 말해 주었고, 나는 고민에 빠졌다.
‘이안 존스였나?’
보루센의 오른쪽 측면을 담당하는 잉글랜드의 신성.
이안 존스는 산초와는 달리, 드리블로 상대를 무력화시키는 크랙에 가까운 선수였다. 산초가 동료들과의 연계와 번뜩이는 센스로 활약을 펼친 것과는 반대로 말이다.
‘말론의 커버를 기대하기도 어려우니. 하, 머리 아프네.’
나는 한숨을 내쉬고는 입을 열었다.
“확실히, 두 사람의 말이 맞아. 그렇다면, 우정이를 하프 스페이스에서 박스 투 박스 움직임을 가져가게 하는 건 어떨까?”
하프 스페이스.
측면과 중앙 사이의 애매한 공간.
현대 축구가 발전하면서 하프 스페이스의 중요성은 어린아이도 알 정도가 되었고, 그것은 지금이라고 다르지 않았다.
“상황에 따라 수비를 커버하고, 전진하며 볼배급까지 맡길 생각이군.”
“맞아. 왼쪽으로 공격이 전개될 때에는 그런 식으로 움직이게 해야 할 것 같아. 그리고···.”
말은 박스 투 박스지만, 내가 임우정에게 부여할 역할은 움직임에 제약이 많을 것이다. 그리고, 그 여파로 2선에 있는 가비와 최전방의 정상기에게 지원할 수 있는 횟수도 적어지게 될 것이고.
“이런 방식은 정말 좋아하지 않지만···. 가비에게 프리롤을 주고, 가비 개인 능력에 조금 기대야 할 것 같아.”
왼쪽 측면이 불안정해진 상황에서, 중원과 후방을 안정화 시키고 나면 어쩔 수 없이 공격을 가비의 개인 능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된다.
조르지뉴와 루카 또한 이 사실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었기에 고개를 끄덕였고,
“상황이 상황이니 어쩔 수 없지. 그리고, 가비의 능력도 전혀 안 죽었으니 기댈 수 있기도 하고.”
“맞습니다. 위험한 상황이 된 만큼,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은 다 사용하는 것이 좋죠.”
“후우···. 이번 보루센과의 경기에서 핵심은 좌우 측면의 움직임이야. 당장, 오늘 전술 훈련 때도 선수들에게 제대로 숙지 시켜 줘.”
수비 라인의 불안정 때문에 임우정에게 리미트를 걸어 버린 지금. 정상기와 가비를 도울 방법은 말론과 임우정의 롱패스와 아이스만, 크래프트, 그리고 파펠라의 측면 공격 정도밖에 없었다.
“그래야겠지.”
“그리고. 이번 경기에서는 점유율을 버릴 거야. 살을 주고 뼈를 취하는 수밖에 없으니까.”
로이스의 보루센은 극단적으로 라인을 끌어 올리는 팀이었다. 그만큼 뒷공간이 많이 생긴다는 얘기였기에, 우리는 이번 경기에 한해서 점유율을 버리고 카운터 어택을 노려야만 했다.
“보루센의 공격진을 막으려면 어쩔 수 없겠지요.”
분데스리가의 적폐라고 불리는 바이에른을 제외한다면 두 번째로 스쿼드가 강력한 것이 보루센이었다.
최근에는 산초까지 복귀하게 되면서,
유수파 무코코, 제이든 산초, 지오반니 레이나, 이안 존스로 이루어진 1, 2선 자원들이 파괴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고, 중원 자원 또한 분데스리가 내에서 탑급으로 분류될 자원들로 괜히 분데스리가 이인자 타이틀을 딴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가비를 데려오지 못했으면 정말 골치 아팠을 뻔했네.’
나는 선수 한 명에게 모든 공격 작업을 맡겨 버리는 것을 선호하지 않았으나, 지금 상황에서는 가비가 없었다면 대책마저 세울 수 없었을 테니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독일에 온 뒤로 가장 힘든 경기가 될지도 모르겠어.”
어쩌면, 바이에른과의 경기보다도 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