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soccer genius becomes a great coach RAW novel - Chapter (82)
82. 비 온 뒤에 땅이 굳듯이(2)
마인츠의 클럽 하우스 내부에 위치한 시청각실.
1군 선수단이 삼삼오오 모여 하나둘씩 자리에 앉기 시작했고, 선수들이 전부 자리에 위치했을 무렵, 하준과 그 뒤를 따라 조르지뉴, 루카, 그리피스가 들어왔다.
“다들 잘 잤나?”
“네!”
간단한 안부 인사를 건넨 하준이 옅게 웃으며 선수단을 훑었다.
‘사기는 최상이야.’
바이에른 뮌헨과 도르트문트, 라이프치히 같은 우승권 팀과의 경기를 아직 치르지 않았지만 4경기 3승 1무라는 성적은 선수들의 사기를 최고조로 올리는 데 부족함이 없었다.
“자, 우리 다음 상대가 누군지는 전부 알고 있겠지?”
“보루센입니다!”
“보루센이요!”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선수들의 대답을 들은 하준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어 갔다.
“최근, 보루센의 전력이 더욱 강해진 것은 다들 알고 있을 거야. 그래서, 이번 전력 분석은 더욱 디테일하게 진행될 거다. 거두절미하고 영상부터 보도록 하자.”
말을 마친 하준이 신호를 주자, 그리피스가 영상을 재생했고, 영상 속에는 도르트문트의 공격 전개 과정과 연계, 득점 장면 등이 차례로 나왔다.
“으음···. 생각보다 훨씬 강한데···?”
영상을 보며 혀를 내두르는 임우정과 그 옆에서 정상기가 히죽거리며 웃었다.
“왜? 쫄았냐? 저렇게 라인을 올리면 내가 활약하기 쉬운데. 먹혀도 돼. 이 형님이 골 왕창 넣어 줄 테니까.”
“뭐라는 거야. 중원 싸움에서 밀리면 네가 움직일 시간도 별로 없을 텐데. 조용히 하고 영상이나 계속 봐.”
투닥거리는 임우정과 정상기 뒤에 앉아 영상을 노려보던 가브리엘은 영상 속 무코코의 플레이를 눈여겨보기 시작했다.
‘킬러, 그 자체군.’
민첩한 드리블과 많은 활동량, 거기에 더해 백발백중에 가까운 킥력과 동료들에게 파이널 패스를 뿌릴 수 있는 시야와 패스 능력까지.
가브리엘의 생각처럼 킬러라고 불리기에 충분했다.
반면, 가브리엘의 옆에 앉아 있던 킬리안은 지오반니 레이나와 제이든 산초, 이안 존스로 이어지는 2선 라인업에 주목했다.
‘레이나가 파이널 서드에서 공격을 주도하는 핵심이다···. 산초와의 연계도 무시할 수 없고, 존스는 연계는 조금 떨어지지만, 크랙의 모습을 보여 주고 있구나.’
나름대로의 분석을 하며 킬리안은 포가테츠와 쿠발라에게 어떤 오더를 내려야 할지에 대해 고민하며 화면에 집중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하준이 영상을 멈췄다.
“다들 영상을 봐서 알겠지만, 로이스가 감독으로 부임하고 난 후로 보루센의 플레이스타일에 변화가 생겼다.”
위르겐 클롭 이후, 게겐 프레싱이라는 컬러를 계승해 오고 있던 도르트문트는 로이스가 감독으로 부임하고 난 후, 약간의 변화가 생겼는데.
수비를 제외한 모든 필드플레이어가 강한 압박을 가하던 것과는 달리, 플레이메이킹을 주도하는 레이나와 중원에서 빌드업을 주도하는 프레드릭 입센은 압박을 전혀 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압박 면에서 변화가 생겼고, 라인을 극단적으로 올려 계속해서 공격을 퍼붓는 축구를 구사하지. 자. 그러면 여기서 질문. 우리는 저들을 상대로 어떤 플레이를 해야 할까?”
부임 초반과는 달리, 하준은 팀 전술 미팅 때마다 선수들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져 왔다. 선수들 스스로가 사고하며 전술적 접근을 할 줄 알아야 그라운드 위에서도 즉각적인 움직임이 가능하다는 생각에서 나온 것인데, 처음엔 어색해하던 선수들도 최근에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며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었다.
“라인을 높인 저들의 뒷공간을 털어 먹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플레이메이킹을 주도하는 두 명이 적극적인 압박을 하지 않으니, 중원 싸움을 터프하게 가져가는 것이 좋을 것 같은데요?”
이외에도 여러 선수의 대답이 나왔고, 그것을 묵묵히 듣고 있던 하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모두 나쁘지 않은 생각이긴 해. 그렇지만, 현재 우리의 선발 라인업과 저들의 홈이라는 불리한 점 등을 고려했을 때.”
하준의 말에 맞춰 그리피스가 영상 대신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띄웠고, 그 자료에는 전술 도식화가 띄워져 있었다.
“나는 이번 5라운드에서 점유율을 포기하고 강력한 카운터에 집중할 생각이다.”
하준의 말에 선수단 전체가 일순간 술렁이기 시작했다.
지난 시즌 바이에른과의 포칼 결승전을 제외하고는 공격적인 색채와 점유율 위주의 전술을 버린 적이 없는 하준이였기에, 선수단은 도르트문트가 그 정도란 말인가? 하는 표정으로 하준을 바라보고 있었다.
“우리가 저들을 분석하듯이, 저쪽에서도 우리를 분석하고 있을 거다. 게다가, 로이터가 부상으로 결장하게 된 지금. 점유율을 유지하면서 저들에게 밀리지 않기에는 변수가 너무도 많다.”
하준의 말에 수비진의 핵심인 킬리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로이터가 아니라 아이스만이 출전하게 된다면 왼쪽 측면 자체가 약점이 될 수도 있다. 감독님의 판단은 상황에 맞춘 적절한 판단이야.’
킬리안은 새삼 하준을 새로운 눈으로 보게 되었다. 뛰어난 전술적 역량으로 유명해진 감독들은 자신의 전술 철학을 굽히지 않는 경향이 종종 있었는데, 눈앞에 있는 하준은 자신의 전술 철학보다도 경기에서 이길 수 있는 방법을 더 중요시하고 있었으니.
‘과르디올라 같은 스타일의 전술에 투헬 같은 결단력인가.’
킬리안은 은퇴 이후 반드시 하준의 밑에서 지도자 경력을 시작해야겠다 마음먹었다.
“그래서···.”
이후, 하준은 포인트 하나하나를 집어 선수들에게 어떤 식으로 플레이를 해야 할지를 설명했고, 이번 전술의 핵심이나 다름없는 몇몇 선수들에게 강하게 요구했다.
“이번에야말로, 각자의 정확한 판단이 요구되는 경기일 거야. 최적의 선택을 최적의 타이밍에 해낸다면, 너희는 보루센의 홈에서 저들의 가슴에 비수를 꽂아 넣을 수 있을 거다.”
선수들의 눈에 결의가 감도는 순간이었다.
* * *
시간이 흘러, 리그 5라운드 경기 당일.
전 세계 프로 축구 리그 평균 관중 1위를 기록한 도르트문트답게 홈구장 지그날 이두나 파크에는 8만여 명의 관중들이 빼곡하게 차 있었고, 벌써부터 함성과 응원가를 쏟아 내고 있었다.
“어질어질하군.”
도르트문트의 홈 서포터즈가 뿜어내는 열기를 본 조르지뉴가 혀를 차며 내뱉은 말이었다.
원정팀에게 지옥을 선사하는 구장들이 몇몇 있었지만, 그중 가장 유명한 곳이 이곳, 지그날 이두나 파크와 리버풀의 안필드였으니 옆에 있던 하준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유리한 전력으로 와도 영향을 끼칠 텐데···. 하. 조금 걱정스러운데.”
플레잉 코치로 있던 마인츠 현역 시절을 제외하고는 도르트문트를 상대로 승률 100퍼센트를 자랑하는 하준이였지만, 지그날 이두나 파크에 올 때마다 적응되지 않는 상대 서포터즈의 함성에 혀를 내둘렀다.
“오···. 실제로 보니까 정말 대단하군요. 소름이 쫙 돋는데요?”
“음. 루카는 여기에 실제로 방문한 건 이번이 처음인가?”
하준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인 루카가 탄성을 자아냈다.
“우와···. 열기가 정말···. 흠흠. 저는 선수 출신이 아니다 보니···. 보루센의 홈은 처음이에요. 하아···. 그런데 이렇게 홈 서포터즈가 무시무시하니 오늘 조금 힘들 수도 있을 것 같은데···.”
“흐음···. 그래도, 쭌과 함께 왔으니 오늘 이길 것 같은데.”
“네?”
얼빠진 표정으로 되묻는 루카의 모습에 조르지뉴가 씨익 웃으며 말을 이었다.
“쭌과 같이 첼시에서 뛰던 시절에 말이지. 보루센과의 경기에서 쭌이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지 못한 날이 없었거든.”
“아아···! 저도 본 것 같아요. 도르트문트 킬러라는 별명도 있었던 것 같은데···.”
“응. 맞아. 그래서 항간에 그런 말이 돌았단 말이지, 한국인들은 보루센 킬러의 피가 흐르느냐고. 큭큭, 여하간···. 그래서 쭌 저 녀석이 보루센을 상대한 경기는 전부 이겼단 말이지. 감독으로도 그랬으면 좋겠는데 말이지.”
조르지뉴와 루카의 만담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 하준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랬으면 나도 참 좋겠네.”
그렇게, 하준과 코치진이 얘기를 나누기를 몇 분.
선수들을 제외한 양 팀의 코칭 스탭들이 각자의 테크니컬 에어리어에 자리 잡았다.
중계진의 멘트에 맞춰 중계 카메라가 하준과 로이스를 번갈아 가며 클로즈업했고, 두 사람 모두 시큰둥한 표정으로 팔짱을 끼고 있는 장면에 중계진이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 로이스와 킴이 똑같은 포즈에 똑같은 표정을 짓고 있군요.] [핫하게 떠오르는 신예 감독들의 공통점인가 봅니다.]이윽고, 양 팀 선수들이 그라운드에 발을 들여놓기 시작한 것에 맞춰, 중계진이 선발 라인업을 소개하기 시작했다.
[선수들이 입장하고 있군요. 양 팀의 선발 라인업을 확인하겠습니다! 먼저, 홈 팀 도르트문트의 라인업인데요!]홈팀인 로이스의 도르트문트는 4-2-3-1 대형을 가지고 나왔다.
최전방에는 유수파 무코코가 배치되었고,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에는 지오반니 레이나가, 양쪽 측면에는 제이든 산초와 이안 존스가 섰다.
중원은 프레드릭 입센과 한스-위르겐 셀발트가 구성했고,
마르셀 마이어, 니코 엘베디, 토비아스 허스, 루디 휘베르스로 구성된 백 포 라인 뒤에 스테판드라차가 골키퍼 장갑을 끼고 나왔다.
[바이에른을 상대로 막강한 화력을 뿜어내던 라인업이 그대로 나왔군요. 로이스가 킴을 경계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겠군요.] [맞습니다. 킴의 마인츠는 승격팀으로 치부할 수준이 아니라 리그 상위권에 오를 수 있는 저력을 보여 주고 있으니까요.] [동의합니다. 하이덴하임과의 경기였다면 무코코와 레이나, 산초에게는 휴식을 부여했을 수도 있겠군요.] [자, 다음으로는 도르트문트에 맞서는 원정팀 마인츠의 라인업입니다!]하준은 로이스의 도르트문트에 대항하기 위해 3-5-1-1 형태의 변형 3-5-2 대형을 가지고 나왔다.
최전방에는 정상기가 위치했고,
정상기의 바로 밑에 가브리엘 산투스가 배치되었으며,
임우정과 사비 말론, 메르베이유 파펠라가 중원을 구성했고,
프레드릭 아이스만과 키아누 크래프트가 양쪽 윙백으로 출전했다.
수비 라인은 미하엘 포가테츠, 루카 킬리안, 안드레 쿠발라로 구성된 백쓰리 형태였으며 오메르 하닌이 골키퍼 장갑을 끼고 나왔다.
[백쓰리를 가지고 나온 킴이군요. 전방에는 최근 환상적인 콤비 플레이를 펼치는 정과 산투스가 배치되어 있군요.] [맞습니다. 전방과 중원에는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은 라인업입니다. 윙어를 뺀 형태이다 보니 코르브가 출전하지 않은 것 같은데···. 새로운 얼굴이 레프트 백으로 출전했군요.] [모리츠 로이터가 부상으로 결장한 탓에 출전하게 된 경우 같네요. 18세로 아주 어린 선수입니다. 과연, 데뷔전의 부담감을 털어 내고 좋은 모습을 보여 줄 수 있을지가 관건이군요.] [수석 코치인 조르지뉴의 눈에 띄어 1군 훈련에 합류했다가, 킴이 포지션 변경을 추진했다고 하는군요. 다만, 그 시기가 오래되지 않아, 좋은 활약을 선보일지에 대해서는 살짝 의문이 드네요.]경기 시작 전, 양 팀 선수들이 서로 악수를 하며 짧은 얘기를 하고 있었고, 가브리엘과 산초 또한 마찬가지였다.
“오랜만이야, 산투스. 유럽으로 다시 돌아오지 않을 줄 알았는데.”
첼시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소속으로 자주 봐 왔던 두 사람은 옅게 웃었다.
“쭌이 지휘하는 팀을 보니까 유럽으로 돌아오지 않을 수가 없더라고.”
어깨를 으쓱이며 말하는 가브리엘을 본 산초는 마인츠의 테크니컬 에어리어에 있는 하준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선수로도···. 감독으로도···. 축구 자체를 잘한다는 게 저런 경우인가?’
산초는 첼시 시절의 하준의 모습을 떠올리다 피식 웃었다.
선수로 대성할 재능이 꺾이고, 지도자로 다시 한번 날아오르고 있었다. 이것이야말로 축구 자체를 통틀어 불세출의 재능이라고 할 만한 것이 아닌가?
자신도 은퇴 이후 저런 지도자가 될 수 있을지에 대해 생각해보던 산초는 이내 고개를 흔들었다.
‘그건 나중에 생각하고, 지금은 경기에 집중해야지.’
각자가 다른 생각을 가지고 경기 시작을 위해 자리를 옮겼고, 주심이 이내 휘슬을 입에 물었다.
[주심이 휘슬을 들었습니다. 곧 경기가 시작되겠습니다···!]삐이이익!
주심의 휘슬과 함께,
분데스리가의 두 젊은 감독의 수 싸움이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