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soccer genius becomes a great coach RAW novel - Chapter (83)
83. 비 온 뒤에 땅이 굳듯이(3)
[주심의 휘슬과 함께 경기 시작됩니다! 선축은 마인츠가 가져갑니다!]툭!
툭—!
타다다다닷!
[도르트문트! 초반부터 강한 압박을 선보입니다!]경기가 시작되고, 레이나를 제외한 도르트문트의 공격진은 곧바로 강한 압박을 시도했지만.
촤르륵—. 툭! 휘익—! 타닷!
[산투스! 압박을 쉽게 벗겨 냅니다!]볼을 가지고 있던 가비에게는 어렵지 않게 벗어날 수 있는 수준이었다.
투욱—!
타다다닷!
[산투스가 오른쪽으로 넓게 벌려 줍니다! 키아누 크래프트! 크래프트가 볼을 받습니다!]타다다닷!
[볼을 달고 전진하는 크래프트!]왼쪽 중앙 미드필더로 출전한 프레드릭 입센 역시 압박에 참여하지 않고 있는 터라, 크래프트의 앞에는 도르트문트의 레프트 백 마르셀 마이어밖에 없었고, 이를 본 크래프트는.
‘한 번에 올라간다…!’
자신이 측면을 흔들어 놓는다면 동료들이 순식간에 공간에 침투해서 좋은 위치를 선정하고 있을 것이라 굳게 믿은 크래프트가 계속해서 전진했지만.
타다다닷!
타다다닷!
그의 생각과는 달리, 순식간에 도르트문트 선수단에게 포위당하고 말았다.
“무슨…!”
자신을 포위하고 있는 선수들은 총 넷.
언제 내려온 것인지 자신의 후방을 가로막고 있는 제이든 산초와 자신의 정면에서 마주하고 있는 마르셀 마이어와 대각선 앞에서 뛰어오는 니코 엘베디.
그리고 오른쪽 중앙 미드필더로 출전한 셀발트가 자신의 측면을 가로막고 있었다.
‘미친! 반대쪽 측면이 비어도 괜찮다는 거야?’
[아아…. 크래프트가 순식간에 포위당했습니다. 저러면 패스를 주기가 어렵거든요?] [순식간에 고립되었군요.]마인츠의 테크니컬 에어리어에서 이것을 보고 있던 하준은 입술을 깨물었다.
‘당했군.’
반대쪽을 비워 두고 상대를 측면으로 몰아 고립시키는 것은 하준 본인도 종종 써먹었던 방법이었기에, 크게 놀라지는 않았다.
다만.
점유율을 버리고 측면을 주 루트로 삼아 찬스를 만들겠다는 자신의 수를 읽힌 하준의 표정이 묘하게 변했다.
“조르지뉴.”
“응?”
“아무래도 우리 수를 읽힌 것 같네. 방법을 바꿔야겠는걸?”
하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조르지뉴가 그라운드를 다시 쳐다보았을 때는.
투우웅—!
[볼을 탈취한 산초가 반대쪽으로 넓게 벌려 줍니다! 이안 존스! 존스가 달립니다!]촤앗! 타다닷! 휙! 타다닷!
이안 존스에 의해서 아이스만이 허물어지고 있는 장면이 펼쳐지고 있었다.
[아! 아이스만! 뚫리고 맙니다!] [이안 존스의 환상적인 드리블 돌파!]한편.
도르트문트의 테크니컬 에어리어에서 이를 지켜보고 있던 로이스의 입가가 씰룩하며 올라갔다.
‘저렇게 레프트 백을 부숴 버리면, 임은 섣불리 전진할 수 없을 테지. 볼 배급이 제대로 되지 않는 상황이 되면 어떻게 나올 거냐? 킴.’
만약 마인츠의 레프트 백으로 아이스만이 나오지 않고 로이터가 나왔다면, 로이스는 골치 아플 수 있었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로이터는 부상으로 결장했고, 그 자리를 아이스만이 채운 지금.
마인츠의 왼쪽 측면은 도르트문트에게 아주 손쉬운 먹잇감이나 다름없었다.
이는 비단, 지금 펼쳐지는 공격 상황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었다. 왼쪽이 손쉽게 초토화된다면, 임우정은 어쩔 수 없이 후방에 머무르며 상대를 견제하게 될 것이고, 중원과 왼쪽 측면에서 엔진 노릇을 하는 임우정이 후방에 앉아 버리면, 마인츠는 말론의 롱패스에 의존할 수밖에 없을 테니까.
‘팀 전체가 주저앉는 꼴이 되는 거지.’
로이스는 피식 웃으며 벤치로 돌아가 앉았다.
오늘 경기는 자신이 이길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으니.
[포가테츠가 존스를 막기 위해 달려갑니다!]타다다닷!
킬리안의 오더를 받은 미하엘이 빠른 속도로 이안 존스를 향해 움직였지만,
툭—!
이안 존스는 무심하게 중앙의 레이나에게 볼을 넘겼고,
투웅—!
볼은 순식간에 침투 중인 유수파 무코코에게 연결되었다.
[환상적인 연계입니다! 순식간에 무코코에게 전달되는 볼! 때리나요?]뻐엉—!
“에잇…!”
이를 악문 오메르 하닌이 빠르게 반응했지만,
촤르르륵—! 철렁!
벌어진 가랑이 사이로 낮게 깔린 슈팅이 지나가고 말았다.
와아아아아!
[골! 고오오오오올! 골입니다! 도르트문트의 선제 득점! 유수파 무코코가 득점에 성공합니다!]* * *
“하아…. 쉽게 간파당할 줄이야….”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는 터치라인 근처에 있는 파펠라를 불렀다.
“파펠라.”
“네, 감독님.”
“지난 시즌, 결승전 기억나지?”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파펠라를 보며 나는 말을 이어갔다.
“가비와 상기만 놔두고 전원이 다시 한번 저 녀석들을 늪으로 끌어들여. 저놈들이 원하는 템포를 못 맞추게 하고 거칠게 녀석들을 다뤄. 그 상황에서 실점해도 상관없다고 선수들에게 전해, 저 녀석들이 집중력을 잃는 순간이 우리가 카운터를 꽂아 넣을 때니까.”
[킴이 파펠라를 불러서 열정적으로 지시하고 있군요.] [경기 초반부터 킴이 선수를 불러 강의를 펼친다는 것은 경기가 뜻대로 펼쳐지지 않는다는 소리거든요? 초반의 수 싸움에선 로이스가 이긴 것 같네요.]전반 초반인데도 늪 축구를 구사하는 것은 썩 좋은 것은 아니었으나, 어쩔 수 없었다.
‘이미 약점이 드러난 상황. 왼쪽을 집요하게 물어뜯을 텐데.’
약점을 물어뜯길 바에야 다 같이 하향 평준화 된 경기력을 선보이는 게 낫지.
“쭌, 이건…. 안티 풋볼이라고 욕 좀 먹겠는데?”
옆에서 내 말을 듣고 있던 조르지뉴가 탐탁지 않은 표정으로 말했지만 나는 고개를 내저었다.
“불리한 상황을 역으로 돌릴 수만 있다면 얼마든지 안티 풋볼을 가져갈 수 있어. 욕은 내가 먹으면 되는 거고.”
중동의 침대 축구나 중국의 소림 축구 정도만을 안티 풋볼이라 생각하는 나에게 이런 방법을 사용하는 것은 하등 문제가 되지 않았다.
팀을 지휘하는 사람은 상황에 맞게 유연한 대처를 할 줄 알아야 한다.
나는 남들과 다르다는 알량한 자존심을 지키려다 대패를 면치 못하고 경질당한 감독이 몇이던가?
‘나는 그럴 생각이 전혀 없으니까.’
전술 철학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욱 중요한 건 결과와 실리.
손해만 보면서 철학을 지킬 생각 따윈 추호도 없었다.
그리고.
이 방법에 대한 결과는 얼마 지나지 않아 나타났다.
삐익!
[마인츠의 파울! 입센이 그라운드 위에 쓰러져 있습니다.] [임이 경고를 받는군요.] [다행히 부상은 아닌 것 같습니다. 입센이 일어나네요.]상대를 거칠게 다루라는 내 말을 확실하게 수행하는 선수들 덕에, 보루센은 자신들이 원하는 템포를 제대로 가져가지 못하기 시작했다.
물론.
그런 상황 속에서도 레이나-무코코-산초로 이어지는 연계 플레이는 빛을 발하며 우리에게 또 한 번 실점을 안겨 주었지만.
철렁—!
와아아아아!
[고오오오올! 산초의 골! 도르트문트가 2-0으로 앞서갑니다!]“쭌, 지금이라도 방법을 바꿔야 하는 게 아닐까?”
조르지뉴의 말에 나는 고개를 저었다.
“조금만. 조금만 더 있으면 돼.”
저들이 원하는 템포를 잡지 못하게 만들고 있으니, 조금만 기다리면 빈틈이 생기고 균열이 만들어질 터.
조르지뉴의 말도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아니다.
‘빌드업과 패스를 통해 만들어 가는 플레이를 해왔고, 또 그것을 선호하니까.’
나 역시 그런 방법을 선호하지만, 현재 우리의 상황은 그것을 가져갈 그것이 되지 못하고 있으니.
“조르지뉴.”
“응.”
“상황에 맞춰서 타협해야 하는 때가 자주 있을 거야. 타협한다고 반드시 이긴다는 법도 없지.”
“그러면….”
지금 방법을 쓰는 의미가 없지 않냐고.
이 말이 조르지뉴가 하고 싶은 말일 테지.
“절대적인 건 아무것도 없어. 상황에 따라 가장 가능성이 있는 방법을 사용하는 것뿐이야. 언젠가, 너도 감독으로 팀을 지휘하게 되면 이해 할 수 있을 거야.”
데뷔로 보나, 선수 경력으로 보나 조르지뉴는 나보다 더 긴 커리어를 갖고 있었다.
그러나, 지도자로서는 달랐다.
코치로 전술에 관여하거나 선수의 훈련을 돕는 것과 감독으로 팀을 총지휘하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으니까.
‘나도 많이 컸네.’
데리고 있는 수석 코치에게 이런 말을 하게 될 줄이야.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우리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촤아앗—!
[킬리안의 슬라이딩 태클! 볼만 정확하게 빼낸 킬리안이 곧바로 말론에게!]집요하게 상대를 흔들어 둔 덕분에, 녀석들의 대열과 집중력은 상당히 흐트러져 있었고, 시야가 넓은 말론이 이를 인지하지 못할 리 없었다.
투우웅—!
[말론의 롱패스! 전방으로 길게 뻗어 나갑니다!]타다다다닷!
[산투스! 산투스가 폭발적인 스프린트를 보여 줍니다!]씨익.
‘됐다…!’
말론이 롱패스로 볼을 보낸 곳은 라인이 미세하게 어그러져 있는 곳이었고, 말론에게 볼이 갔을 때 이미 눈치를 채고 있던 가비가 빠르게 볼이 떨어질 곳으로 스프린트를 시작했다.
촤앗!
타다다닷!
[볼을 부드럽게 받아 낸 산투스가 속도를 더욱 높입니다! 라인을 높인 도르트문트! 순식간에 뒷공간을 내주고 마는데요!] [수비들이 정의 오프더볼 무브먼트를 견제하느라 정작 산투스의 움직임을 신경 쓰지 못했군요!]상대는 오프더볼 무브먼트로 골을 만들어 내는 정상기의 움직임을 경계하던 것과는 반대로, 가비의 오프더볼 무브먼트는 상정하지 않고 있었다.
‘저 녀석은 육각형인데 말이지.’
온더볼 상황에서도 수비 라인을 찢어발기며 초토화 시키는 녀석인데, 그런 녀석에게 광활한 공간이 생긴다?
‘제발 골 좀 넣어 주세요. 하는 꼴이나 다름없지.’
타다다다닷!
[빠른 속도로 질주하는 산투스! 도르트문트 수비진이 빠르게 내려오고 있습니다만, 거리 차이가 상당합니다!]“젠장!”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가비의 슈팅을 막기 위해 드라차가 나오는 것이 보였지만, 나는 크게 개의치 않았다.
‘못 막을걸?’
내가 측면에서 플레이하던 당시.
첼시에서 전진 드리블 능력과 여러 개인기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능력이 팀 내 최고라고 평가받던 것은 1, 2군을 통틀어 나와 가비가 유일했다.
‘뭐, 다른 선수들이 개인기가 나쁘다거나 드리블을 못했던 건 아니지만.’
[스테판 드라차! 산투스를 막기 위해 나옵니다!]툭—. 타아앙! 타닷! 휘익—! 타닷! 타다닷!
[어어어! 산투스! 마르세유 턴을 선보이며 드라차를 허물어 버립니다!] [슈퍼플레이! 이제 산투스의 앞에는 아무도 존재하지 않습니다!]드라차를 손쉽게 허물어 버린 가비는 무심하게 발을 휘둘렀고,
투욱—!
철렁—!
보루센의 골망을 흔들었다.
[고오오오올! 골입니다! 가브리엘 산투스의 슈퍼플레이! 믿어지지 않는 득점입니다! 폭발적인 스프린트 이후에 마르세유 턴으로 골키퍼까지 제치고 간단하게 골을 만듭니다!] [한순간에 분위기를 바꿔 놓는 골이 터집니다! 가브리엘 산투스으으!]“흐음.”
나는 고개를 돌려 반대편에 서 있는 로이스를 살폈다.
경기 초반만 해도 벤치에 앉아 여유롭게 경기를 바라보던 로이스는 보루센이 템포를 제대로 가져가지 못하자 일어서서 고래고래 소리치고 있었는데.
“지금도 열이 받았나 보네.”
“응?”
내 말에 조르지뉴가 고개를 갸웃하자 나는 턱짓으로 로이스를 가리켰다.
“로이스 말이야. 앞서 가고 있긴 해도, 자신이 원하는 대로 경기가 펼쳐지지 않으니 열이 받았는데 실점까지 했잖아? 아유, 고소해라.”
언론을 통해서 은근히 자신이 더 낫다는 식으로 말하는 게 거슬렸는데, 저리 얼굴을 붉히고 화내고 있으니 기분이 참 좋았다.
우우우우—!
“아, 저 사람들 또 저러네. 선수 때보다 더 기분이 별론데?”
“내버려 둬, 조르지뉴. 여기나, 안필드나 저런 소리가 나야 우리가 잘하고 있다는 거 아니겠어?”
지그날 이두나 파크와 안필드에서 원정팀으로서 수만 명의 야유를 듣는 것.
그것은 일종의 마약이나 다름없었다.
‘우리가 잘하고 있을 때 나오는 거니까.’
남은 전반전 정규 시간은 5분 남짓.
전반전은 2-1로 종료될 것이 확실했지만,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었다.
“쭌, 저쪽에서도 방법을 타개하기 위해서 후반전에 다른 수를 가지고 나올 텐데….”
“그렇겠지. 반면, 우리는 여전히 약점을 가지고 있고.”
아이스만의 저돌적인 오버래핑을 사용하고 싶어도, 아직 완성되지 않은 피지컬 탓에 보루센의 강한 압박을 이겨내지 못하고 있었고, 수비적으로는 아예 취약한 상태이니 여러모로 제약이 많았다.
그렇지만, 어쩌겠는가?
어떻게든 만들어 내야 하는 것을.
“우리도 다른 수를 만들어 내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