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soccer genius becomes a great coach RAW novel - Chapter (84)
84. 비 온 뒤에 땅이 굳듯이(4)
드레싱 룸에서는 선수들이 제각기 다른 방법으로 체력을 보충하며 하프 타임을 보내고 있었다.
“그래도 녀석들 되게 당황한 것 같던데, 어느 정도 괜찮지 않을까?”
“저들 마음대로 안 되니까 짜증이 나겠지.”
“가비의 골이 들어갔으니, 이제는 라인을 조금 내리지 않을까?”
근처에 있는 선수들끼리 전반전에 대한 얘기를 나누고 있을 때, 중앙에 앉아있던 킬리안은 바나나를 입에 넣으며 생각했다.
‘후반전에도 이런 게 가능할까?’
전반전에는 어찌어찌 가능했다 하더라도, 저 보루센이 과연 후반전에도 당해 주려고 할까?
루카의 머릿속에는 이러한 의문이 떠나질 않았다.
그리고, 정말로 운이 좋아서 후반전에도 이런 양상이 계속된다고 한들.
‘우리의 체력이 먼저 바닥날 수도 있다. 그리고….’
고개를 돌린 킬리안의 시야에는 다소 움츠러들어 있는 아이스만의 모습이 비쳤다.
‘저 녀석까지 커버할 자신이 없어.’
미하엘을 이끌어 주는 것까지야 자신의 능력으로 충분히 커버가 가능한 일이었지만, 왼쪽 측면의 아이스만까지 빈틈을 메꿔 주며 커버하기에는 체력적으로도 거리상으로도 어려운 일이었으니.
‘그나마 가비의 골이 터져 나와서 다행이라지만….’
다가오는 후반전에 대한 불안함으로 킬리안이 한숨을 내쉬는 찰나.
끼이익—.
하준과 코치진이 드레싱 룸 문을 열고 들어왔다.
“다들 많이 힘드나?”
“아닙니다!”
선수단을 전체적으로 한번 훑은 하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어 나갔다.
“체력적으로 많이 부담될 것을 잘 안다. 다만, 너희가 이렇게 힘든 만큼 상대도 힘들 거야.”
늪 축구의 무서운 점은 양 팀이 수준 낮은 경기력을 선보이는 것 하나 때문은 아니다. 수준 낮은 경기력은 둘째 치고, 양 팀 선수단의 체력을 야금야금 갉아먹어 결국에는 퍼지게 만들어 버리는 것이 가장 치명적인 문제였다.
“후반전엔 보루센도 라인을 조금 내리고 플레이할 거야. 최대한 자신의 플레이와 템포를 지키려고 하겠지.”
하준은 머리를 쓸어 넘기며 전술 판을 가리켰다.
“후반전에는 전반전과 같이 움직이지 않아도 된다. 우리가 원래 계획했던 대로, 측면을 주 루트로 삼을 거야. 말론.”
“네.”
“좌, 우를 가리지 않고 공간이 나는 쪽으로 패스를 자주 뿌려 줘.”
“네.”
이어서, 하준은 임우정에게 시선을 옮겼다.
“우정.”
“네, 감독님.”
“후반전에는 조금 더 공격적으로 플레이해도 좋다. 다만, 파이널 서드에 진입하기 전까지는 하프 스페이스를 이탈하지 마. 파이널 서드로 진입한 후에는 가비와 상기, 아이스만과 평소처럼 연계해서 풀어 나가.”
“알겠습니다. 감독님!”
드레싱 룸에 있는 다른 선수들은 몰랐겠지만, 조르지뉴와 루카, 그리고 주장 킬리안은 알 수 있었다.
하준이 도박에 가까운 모험 수를 던진 것을.
‘임에게 적극적으로 전진하라고 했다는 건….’
킬리안은 후반전에 수비진이 맞이할 상황을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분명, 도르트문트는 자신들의 라인을 파괴하며 추가 득점을 할 것이다. 그것이 불 보듯 뻔한데도 임우정의 전진을 지시했다는 것이 의미하는 바는 하나였다.
‘난타전으로 끌고 갈 생각이구나.’
보통 난타전이라고 하면, 대다수의 사람은 스쿼드 전력이 비슷한 팀들끼리의 경기에서 일어나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난타전은 말 그대로 치고받는 싸움. 전력 차이가 아무리 난다고 하더라도 양 팀이 계속해서 득점을 반복한다면 그것 또한 난타전.
더군다나, 도르트문트가 라인을 내리고 시작한다면, 가브리엘과 정상기만으로는 계속해서 골을 넣기에는 한계가 있을 터.
결국, 하준은 좋으나 싫으나 전방의 숫자를 늘려 난타전을 유도해야만 하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파펠라는 조금 더 높은 위치에서 측면과 중앙을 공략해. 파펠라의 빈자리는 크래프트, 네가 중원으로 들어와 메꾼다.”
“네!”
“알겠습니다!”
파펠라와 크래프트에게 지시를 마친 하준은 전술 판의 하단부 수비라인의 자석 세 개를 넓게 벌리며 킬리안을 바라봤다.
“그리고…. 킬리안, 미하엘, 쿠발라.”
“네.”
“측면 자원들이 오버래핑해 있을 경우에, 미하엘과 쿠발라는 하프 스페이스에서 측면까지 신경 써 줘야 해. 그리고, 킬리안. 네 판단이 제일 중요하다.”
미하엘은 대인방어에, 그리고 쿠발라는 커버에 그 진가가 드러나는 편이라면, 킬리안의 진가는 넓은 시야와 경기 흐름을 읽는 눈에 있었다.
경기 흐름을 읽는 출중한 능력에 준수한 수비력이 더해진 킬리안은 팀이 2부에 떨어졌을 때에도 대표팀에 합류했을 정도로 백포, 백쓰리를 가리지 않고 수비라인의 커맨더로 활약했기 때문에 하준은 킬리안에게 중책을 맡겼다.
“실점하지 않는다면 정말 좋겠지만, 적어도 한 골 이상은 실점하고 말 거야. 여기서 중요한 점은 실점을 얼마나 최소화할 수 있느냐야. 킬리안, 나는 네 판단을 믿는다.”
“알겠습니다….”
짝짝!
세부 지시 전달을 마친 하준이 손뼉을 쳐 분위기를 환기한 후, 다시 입을 열었다.
“오늘 경기는 굉장히 중요해. 이번 시즌, 바이에른은 지난 시즌보다 훨씬 강해졌어. 보루센과의 오늘 경기는 바이에른에 대한 백신 접종이나 다름없다. 누군가는 말하더군, 우리가 승격팀이기 때문에 이 정도로도 충분히 괄목할 만한 성적을 내고 있다고. 너희는 이 성적에 만족하고 주저앉을 텐가?”
“아닙니다!”
선수단의 우렁찬 대답에 만족한 하준이 씨익 웃었다.
“나는 너희를 믿는다. 경기 결과에 대한 책임도 전부 내가 진다. 그러니, 저들에게 보여 주고 와라. 우리는 그저 그런 승격팀이 아니라는 것을.”
말을 마친 하준이 문을 열고 나섰고, 남아있는 선수들은 전의를 불태우며 비장한 표정으로 신발 끈을 동여매기 시작했다.
그리고.
하준을 따라 문을 나선 조르지뉴가 입을 열었다.
“쭌. 자신 있어? 저렇게 선수들을 위로 배치해도….”
“아니.”
고개를 내젓는 하준을 보며 조르지뉴가 벙찌는 모습을 보였고, 그 모습에 하준이 쓰게 웃었다.
“자신이 있어서 하는 게 아니야. 그나마 이게 최선이니까 하는 거지. 그러니까, 아이스만을 빨리 키워 보자고.”
조르지뉴는 코치 생활을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감독의 입장이 얼마나 복잡한 것인지를 깨달았다.
선수들 앞에서 저리도 대담하고 확신을 가지고 말하던 하준의 머릿속에서 얼마나 많은 경우의 수가 펼쳐지고, 또 얼마나 많은 전술적 상황이 겹쳐지고 있을지 그로서는 감히 예상조차 되지 않았으니.
‘하긴…. 그러니까, 저 나이에 주목받는 감독이 될 수 있었던 건지도….’
* * *
후반전이 시작되고,
도르트문트는 하준이 예상한 대로 수비라인을 내린 채로 경기에 나섰다.
[전반전과는 달리 양 팀 모두 과열된 양상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전반전처럼 가다가는 후반이 끝나기도 전에 퍼질 수 있으니까요.]10분 정도의 시간이 흐르고.
잔잔하지만 치열한 중원 싸움 끝에 먼저 공격 기회를 잡은 쪽은 마인츠였다.
[크래프트가 패스를 차단합니다! 크래프트가 바로 말론에게!] [말론! 그대로 임이 움직이는 쪽으로 패스를 찔러 줍니다!]타다다닷!
촤앗!
타다다닷!
[임! 임이 볼을 운반합니다! 빠르게 달리는데요!]“존스!”
볼을 운반하는 임우정을 막기 위해 자리를 옮기던 셀발트가 측면에 있는 존스에게도 커버를 요청했고, 이에 두 명의 선수가 임우정을 압박하는 그림이 만들어졌으나,
‘가비…!’
프리롤로 뛰고 있던 가브리엘이 아래로 내려와 있는 것을 본 임우정은 망설임 없이 그에게 볼을 넘겼다.
툭—!
[임이 볼을 잘 지켜 내며 산투스에게 연결했습니다!] [산투스! 전진합니다!]타닷! 타다닷!
가브리엘의 전진에 도르트문트 수비진은 당황하지 않고 체계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센터백 토비아스 허스가 가브리엘을 막기 위해 자리를 이탈하고, 휘베르스와 엘베디가 후방 공간을 점유하는 형태로 대인 방어와 지역 방어 체계를 동시에 만들어 냈지만.
씨익.
타닷! 투웅—. 탁! 타닷! 타다닷!
가브리엘은 전성기 시절의 호나우지뉴가 보여 주었던 움직임을 보였다.
볼을 밀고 당기며 상대방의 템포를 뺏고 리듬감 있게 벗어나는 그것을 선보이며 허스의 압박을 단숨에 허물어 버렸고,
[산투스! 허스의 압박을 손쉽게 벗어납니다! 유려한 드리블 실력입니다! 아름다운 드리블이에요!]투우웅—!
곧바로 왼쪽 측면을 향해 로빙 패스를 가져갔다.
[산투스의 로빙 패스! 왼쪽 측면으로 날아갑니다!]그리고 그 패스가 닿는 곳에는.
타다다닷!
빠른 속도로 오버래핑 중인 아이스만이 있었다.
[아이스만! 아이스만의 오버래핑! 아이스만이 패스를 받고 달립니다!]오버래핑 중인 아이스만을 막기 위해 휘베르스가 곧바로 움직였지만,
투욱—!
타다다다닷!
볼을 길게 차 놓고 폭발적인 주력을 선보이기 시작한 아이스만의 전진을 막기란 요원했다.
[폭발적인 치고 달리기! 마인츠에 새로운 스피드 스타가 나타났습니다!]단지 치고 달리기 하나만 가지고 있었다면, 하준이 굳이 레프트 백으로 포지션을 변경해 가며 아이스만을 1군에 데리고 있을 필요가 없었고,
하준이 아이스만을 1군에 남겨야겠다고 마음먹게 만든 아이스만의 장기가 곧 터져 나왔다.
뻐엉—!
[아이스만의 크로스으으으! 날카롭게 날아가는데요오오!]측면에서 올라간 아이스만의 날카로운 크로스는 수비수들 사이로 뛰어드는 정상기의 이마에 정확하게 배달됐고,
탕!
솨아아아—!
철렁—!
정상기의 다이빙 헤더 골의 어시스트를 기록할 수 있게 되었다.
우우우우—!
[고오오오올! 골입니다! 정의 다이빙 헤더가 득점으로 연결됩니다! 스코어는 2-2! 동점입니다!] [아이스만의 날카로운 크로스도 정말 좋았습니다! 이제 승부는 다시 원점입니다!]“좋았어!”
[킴이 어퍼컷을 날리며 좋아하는군요.] [대단히 기쁠 겁니다. 분위기를 다시 가져오는 골이니까요.]아이스만과 정상기의 합작 골로 인해 경기 분위기가 마인츠로 넘어 올 것 같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타다닷! 툭! 휘익—! 타다닷!
[입센이 부드러운 탈압박을 보여 줍니다! 아! 바로 패스를 뿌리네요!]투욱–!
촤앗!
[이안 존스! 존스가 볼을 받았습니다! 달리기 시작하는데요!]타다다닷!
폭발적인 주력과 상대를 허물어 버리는 드리블 능력으로 순식간에 마인츠의 왼쪽 측면을 초토화하기 시작한 존스.
그런 존스를 상대하기에는 아이스만의 능력은 너무나도 부족했다.
타닷! 툭—! 타다닷! 휙! 휙—! 타앗!
“익…!”
간단한 페인팅 동작에 그대로 속아 존스를 놓치고 만 아이스만.
[아이스만! 그대로 뚫려 버립니다! 위험한데요!]손쉽게 측면을 허용한 마인츠는 대가를 치러야만 했고.
그 대가는.
철렁—!
실점으로 치를 수밖에 없었다.
와아아아아!
[고오오오올! 지오반니 레이나! 레이나의 호쾌한 중거리 슛입니다!] [측면을 허문 존스가 아주 기가 막힌 패스를 넣어 줬습니다!] [스코어는 다시 3-2! 난타전이 이어지는군요! 경기를 지켜보는 입장에서는 정말 재미있는 경기 양상이 벌어집니다!]그리고.
도르트문트는 프레드릭 아이스만이라는 약점을 쉽사리 놓아 주지 않고, 계속해서 물어뜯었다.
타다다닷!
툭-! 타다앗! 탓! 타다닷!
[이안 존스의 플립플랩! 아이스만! 또다시 돌파를 허용하고 맙니다!]“미하엘! 붙지 말고 공간을 잡아!”
“네!”
아이스만의 실책을 본 킬리안이 곧바로 미하엘의 위치를 조정하며 최대한 각을 줄였지만.
[존스! 그대로 때립니다!]뻐엉—!
다소 먼 거리에서 왼발로 그대로 때린 존스의 슈팅은 수비에 걸리지 않은 채로 마인츠 골대 상단 구석으로 쏘아졌다.
“Xhit!”
마인츠의 골문을 지키던 오메르 하닌이 슈팅을 막기 위해 황급히 몸을 던졌지만,
철렁—!
실점을 막을 수는 없었다.
와아아아아!
멀리서 도르트문트의 골 셀레브레이션을 지켜보던 가브리엘은 입가를 뒤틀며 웃었다.
“하…. 조금 짜증나네.”
마인츠에 합류하기 전까지만 해도 팀의 승패 여부 따위는 그에게 아무런 영향도 끼치지 못했기에, 가브리엘은 이런 감정이 익숙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그가 마인츠의 테크니컬 에어리어로 시선을 돌리자,
‘쭌….’
한숨을 내쉬고 있는 하준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가브리엘에게 하준은 유스 시절부터 친하게 지낸 형이자, 축구를 돈벌이 수단으로 치부하게 된 자신에게 축구의 재미를 다시금 일깨워 준 은인이기도 했다.
지금 자신이 이토록 짜증이 치미는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하준을 위해서 무엇 하나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 가브리엘은,
“경기를 뒤집을 수는 없어도….”
차갑게 웃으며 센터 서클로 자리를 옮겼다.
“언제든지 너희 골문을 찢어 버릴 수 있음을 일깨워 줄 수는 있겠지. 이건 일종의 예고편이야.”
후반기에 너희가 어떻게 될지에 대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