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soccer genius becomes a great coach RAW novel - Chapter (85)
85. 비 온 뒤에 땅이 굳듯이(5)
보루센의 골 셀레브레이션이 끝나고.
경기를 재개하기 위해 양 팀 선수들이 자리를 잡고 볼이 센터 서클에 내려앉은 그때.
씨익.
“……!”
가비가 나를 쳐다보며 웃고 있었다.
“미친 짓을 또 하려고….”
“응? 쭌, 그게 무슨 말이야?”
조르지뉴의 말에 나는 손을 뻗어 가비를 가리키며 대답했다.
“저 녀석 웃고 있어.”
“……!”
가비의 표정을 보자마자 나와 같은 반응을 보이는 조르지뉴.
가비와 단 한 시즌이라도 같은 팀에서 뛰어 본 이라면 저 녀석의 저런 웃음을 모를 수가 없었다.
보통 저런 웃음을 짓고 난 후, 녀석이 보이는 것은.
‘상하이 홍화와의 경기에서 보여 준 것과 같았으니.’
삐익!
주심의 휘슬이 울리면서 경기가 재개됐고,
녀석은 자신의 흉포함을 마구 드러내기 시작했다.
툭—!
타다닷! 타다다닷!
[산투스가 하프라인에서부터 볼을 몰고 달립니다! 엄청난 속도! 도르트문트가 황급히 압박을 가합니다만!]휘익—! 타닷!
자신에게 달려드는 도르트문트의 압박을 단 한 번의 움직임만으로 허물어 버린 가비는 계속해서 속도를 올리기 시작했다.
[대단합니다! 순식간에 세 명을 제쳐 버립니다!] [아아! 도르트문트 선수들도 체력이 많이 떨어진 상태거든요!]브라질리언 특유의 탄성과 리듬감으로 상대 선수들의 템포마저 빼앗아 버린 녀석은 경기장에 모인 수만의 관중들에게 증명하고 있었다.
저를 막을 수 있는 것은 없으며,
마음만 먹으면 너희가 자랑하는 선수단 따위는 부숴 버릴 수 있노라고.
타다다닷!
[셀발트와 허스가 동시에 달려듭니다!]원래라면 무턱대고 달려들지 않고 일부는 공간을 선점했을 도르트문트 선수단은 그러한 방어 대형을 가져갈 여유 없이 가비에게 달려들고 있었다.
‘아는 거지.’
본능적으로 말이다.
지금 저지하지 못하면 백 퍼센트 확률로 실점하고 말 것이라는 사실을.
투웅—! 타당! 타닷! 타다닷!
[산투스! 플립플랩을 선보이며 압박에서 벗어납니다!]“이익…! 엘베디! 휘베르스!”
간단하게 가비에게 뚫린 허스가 동료 수비수들의 이름을 부르며 서둘러 가비를 제압할 것을 요구했지만.
투둑! 휘이익—! 탓! 타다다닷!
[마르세유 턴을 선보이며 다시 한번 수비를 허무는 산투스! 대단합니다! 미친 드리블이에요!]저 상태의 가비를 막을 수 있는 건 베켄바우어가 다시 돌아와도 힘들 것이었다.
“허…. 가비 저 녀석….”
저 무지막지한 광경을 내 옆에서 같이 지켜보고 있던 조르지뉴의 입에서 헛웃음이 흘러나왔고, 그 옆에 있던 루카 역시 입을 다물지 못하며 두 눈을 부릅뜨고 있었다.
‘게으른 천재, 혹은 재능을 낭비하며 허송세월한 한량.’
무엇이 되었든, 지금의 가비는 그런 모습을 모두 집어 던지는 데 성공한 모습이었다.
1년 전,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에서 그저 흥미가 돋아 이런 모습을 보여 주던 것과는 달리, 지금 녀석은 자신의 필요에 의해서, 골에 대한 열망으로 움직이고 있었으니까.
그것과 더불어, 내 눈에는 녀석의 작지만 큰 변화가 감지되었다.
가브리엘 산투스.
[학살자]★★★★★ (한정 개방)
포지션 적합도 : 매우 좋음.
녀석이 가진 별의 개수가 네 개 반에서 다섯 개로 증가한 것.
한정 개방이라는 설명이 덧붙은 것으로 보아, 일시적인 펌핑인 것 같았지만 효과만은 확실했다.
‘메시, 호나우지뉴.’
가비의 현재 모습은 압도적인 드리블 돌파를 보여 주던 레전드들의 모습에 비교해도 전혀 꿇리지 않았으니까.
[산투스! 어느새 골키퍼와 일대일 상황!]“제기랄!”
드라차 골키퍼가 슈팅 각을 좁히기 위해 서둘러 몸을 움직였지만,
투둥. 휙! 타닷! 탓!
[아아! 드라차! 무게 중심을 잃고 맙니다!]별다른 개인기 없이 그저, 움직임만으로 드라차의 무게 중심을 빼앗은 가비는 텅텅 빈 골대로 여유롭게 볼을 밀어 넣었다.
투욱—!
촤라라라라앗!
철렁—!
[고, 골입니다! 고오오오올! 가브리엘 산투스의 미친 플레이! 압도적인 개인 기량으로 도르트문트를 쳐부수고 득점에 성공합니다!] [스코어는 4-3! 남은 시간은 추가시간을 포함해 5분이 채 되지 않는데요!]경기장에 모인 모든 사람을 경악에 물들게 한 가비의 득점.
그러나, 녀석은 골을 넣은 후에도 별도의 셀레브레이션은 하지 않았다.
그저 유유히 걸었다.
마치, 자신이 마음만 먹으면 이런 것은 일도 아니라는 듯이.
아니, 어쩌면.
일종의 경고일지도 모른다.
후반기 경기에서는 이렇게 침몰 시켜 주겠다는.
“나 참. 못 말리겠네.”
가비의 말도 안 되는 득점 이후에 더 이상 양 팀의 득점은 터지지 않았다.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동안 볼을 돌리며 보루센은 승점 3점을 챙겼고, 우리는 패배했다.
나는 선수들을 짧게 위로한 뒤, 믹스트존 인터뷰에 응했다.
“리그가 개막하고 첫 번째 패배입니다. 팀의 사기가 최고조에 달했을 시기에 찬물을 끼얹게 되었는데요.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아쉽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죠. 그렇지만, 크게 담아 두지 않으려고 합니다. 선수들은 최선을 다해 뛰었고, 보루센에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 줬습니다. 이번 패배는 최적의 전술을 들고 오지 못한 제 잘못입니다.”
“이번 패배로 독일 무대에서 첫 번째 패배를 기록하게 되었습니다. 무패 기록이 깨진 것에 대해 아쉽지는 않으십니까?”
“무패 기록에 대해서는 아쉽지 않습니다. 경기를 하다 보면 연승을 하는 때도 있고, 지는 때도 있죠. 축구란 원래 그런 것이 아니겠습니까.”
거짓말이다.
너무도 아쉬웠다.
무패 기록이 깨진 것보다도 로이스에게 패배했다는 사실이 나를 몸부림치게 만들었지만, 이곳에서 티를 낼 수는 없었기에, 최대한 의연한 태도를 보였다.
“그렇군요. 질문을 바꿔서, 오늘 경기에서 마인츠에서 돋보이는 선수가 두 명 있었는데요. 산투스와 아이스만이었습니다. 두 선수의 경기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그리고, 아이스만은 앞으로도 기용하실 생각인지?”
왜 나오지 않는가 했던 질문이 나오자, 나는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가비의 경기력은 가타부타 말할 필요가 없다고 봅니다. 그는 최고 레벨의 선수이고, 중국에서 그 기량이 녹슬지 않았다는 것을 오늘 증명했습니다. 그리고, 아이스만은 오늘 경기를 토대로 더 발전할 것이고, 이겨낼 것입니다. 시련은 재능을 더욱 빛나게 만드는 법이니까요.”
이후에도 비판의 주된 대상을 최대한 나에게 옮기는 답변을 한 후, 마인츠로 돌아갈 준비를 하기 위해 나는 자리를 떴고,
그렇게 이틀이 흘렀다.
“으으으…. 얼마나 잔 거야?”
경기 당일과 그다음 날까지 경기 복기를 하며 제대로 된 수면을 취하지 못한 탓일까?
눈을 뜨니 해가 중천에 떠 있었다.
“하. 큰일 났네.”
선수들도 늦지 않는 훈련에 내가 지각이라니, 이래서야 면이 서지 않을 텐데.
나는 서둘러 준비를 마치고 훈련장으로 향했고, 훈련장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삐익!
“후욱…!”
“훅!”
여느 때와 다름없이 열심히 훈련에 매진하는 선수단과 훈련을 지도하는 조르지뉴와 루카, 그리고 코치진이 보였다.
훈련장에 있는 선수들과 코치진 모두가 내가 온 것을 눈치도 채지 못한 채 훈련에 열중하고 있었고, 나는 멀찍이 서서 그들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주전과 로테이션, 후보를 막론하고 모두가 독기에 찬 눈빛을 한 채로 훈련에 매진하고 있는 모습에 나는 어딘가 울컥하는 기분이 들었다.
‘녀석들….’
강한 상대였다고.
어쩔 수 없었다고.
전력 차이가 그렇게 많이 나는데 이 정도면 선방한 거라고.
그런 식으로 합리화하며 흘려보낼 수도 있었지만, 녀석들은 달랐다.
지난번의 패배를 곱씹으며 한 단계 더 발전하려는 열의를 불태우는 선수단과 코치진을 바라보며 나는 마음 한구석이 먹먹했다.
‘자만하고 있던 건 나였는지도 모르겠네.’
감독 대행으로 서울 유나이티드를 지도하던 순간부터, 지금까지.
거듭되는 성공 가도에 나도 모르는 새에 나는 대단하다고 자만해 왔는지도 모른다. 실상은 여전히 증명해야 하는 위치임에도.
“녀석들도 저렇게 열심히 하는데, 내가 멈춰 있을 수는 없지.”
저 기특한 녀석들을 성공으로 이끌 책임이 있는 나는 여기서 멈출 수 없다.
더욱더 발전하여 팀을 이끄는 것.
그게 나의 존재 의의였으니.
* * *
하준이 훈련장에 발을 들여놓은 것도 눈치채지 못한 채, 훈련에 매진하고 있던 선수단은 저마다 그날의 경기를 떠올리고 있었다.
‘무코코의 침투를 제대로 잡아내지 못했다.’
수비진의 핵심인 킬리안은 그날의 경기를 머릿속으로 복기하며 자신의 실책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실점의 원인이 되는 실책을 저지르지는 않았지만, 수비 라인의 조율과 리딩을 도맡는 그로서는 상대 공격의 흐름을 제대로 파악해야 하는 입장이었고, 그것을 제대로 해내지 못했기에 세 번의 실점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었다.
‘레이나와 산초의 연계, 그리고 무수히 많은 페이크 중에서 기습적으로 들어오는 무코코의 라인 브레이킹….’
킬리안은 다짐했다.
두 번 다시 이런 경기를 만들지 않겠다고. 도르트문트가 아닌, 바이에른을 상대하더라도 상대의 의도를 바로 간파하겠다고.
그리고, 이러한 생각을 하는 것은 중원과 전방에 위치했던 선수들 또한 다르지 않았다.
‘아이스만이 노출한 공간을 제대로 커버하지 못했어. 템포를 놓친 거야.’
준수한 박스 투 박스 플레이를 보여 왔던 임우정은 지난 경기에서 적절한 시기에 수비 지원을 하지 못했던 것의 원인을 떠올리며 앞으로 어떻게 해 나가야 할지를 머릿속으로 그렸다.
그리고, 임우정 옆에서 훈련에 매진하던 정상기 또한 독기에 찬 눈빛을 하며 지난 경기를 머릿속으로 그렸다.
‘철저하게 고립당했어.’
경기에서 득점을 기록하긴 했지만, 경기 전체의 흐름으로 봤을 때, 전방에서 고립되어 팀에 제대로 도움이 되지 못한 것이 대부분이었고, 후반전이 거의 끝나 가던 시간에 가브리엘이 보여 준 엄청난 퍼포먼스를 떠올린 그는 이를 악물었다.
‘여기서 안주할 수는 없지. 반드시 따라잡는다…!’
선수들의 이러한 변화를 캐치한 조르지뉴는 훈련 세션을 진행하면서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
‘녀석들. 충격이 어지간히 큰 것 같네.’
그도 선수 생활을 해왔었기에, 선수들의 마음을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한편으로 선수들의 이러한 모습이 조르지뉴의 눈에는 무척이나 대견하게 보였다.
‘합리화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패배감에 빠지지도 않았어. 아주, 건전한 선수단이야.’
승격 후, 리그에서 제아무리 좋은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지만 마인츠는 어찌 되었건 결국 승격팀.
전력 차가 많이 나는 상대에게 처참하게 경기력이 밀리고 난 뒤에, 이런 모습을 보이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라는 얘기였다.
그럼에도 이렇게 대견한 모습을 보여 줄 수 있는 근본적인 이유가 무엇일까?
조르지뉴는 섣불리 답을 찾지 못했다.
‘쭌이 선수단을 이렇게 변화시킨 것일지도.’
그가 합류를 결정하기 전, 영상으로 확인했던 마인츠는 지난 시즌 전반기만 하더라도 성적은 형편없었고, 패배감에 찌들어 있어 보이는 그저 그런 팀에 불과했다.
그런데, 하준이 지휘봉을 잡은 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이 시점.
선수단은 전혀 다른 멘탈리티와 기량, 그리고 조직력을 보이고 있었다.
이러한 점은 지난 경기, 최악의 데뷔전을 치른 프레드릭 아이스만이라고 해도 다르지 않았다. 어린 나이에 패배의 주요 원인이 된 경기를 치르고도 눈에 불을 켜고 훈련에 매진하는 모습을 본 조르지뉴는 망치로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하하…. 어쩌면 괴물 같은 팀을 만들어 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네.”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조르지뉴의 혼잣말에 옆에 서 있던 루카가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보기에도 팀의 정신무장 상태는 범상치 않아 보였으니.
“선수들에게 이런 동기부여를 주는 요인이 무엇일까요? 좋은 모습이라 저희 입장에선 좋지만…. 솔직히 이해가 잘 되진 않네요.”
루카의 말에 조르지뉴는 고개를 돌려 한 곳을 가리켰고, 루카는 조르지뉴가 가리킨 방향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
“원인이라…. 아무래도 쭌이겠지.”
조르지뉴가 가리킨 방향에는 언제 온지 모를 하준이 팔짱을 낀 채로 서 있었고, 루카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신뢰를 주는 리더의 존재는 그 어떤 것보다 강한 동기부여가 될 수 있거든.”
조르지뉴는 생각했다.
이들에게 하준의 존재란 자신들을 성공으로 이끌어 줄 지도자이자 가장 믿음직한 동료일 것이라고.
“아마도, 녀석들은 쭌이 지시한 내용에 대한 의심은 일체 존재하지 않을 거야. 자신들의 기량이 제대로 올라오지 못해서 그것을 이행하지 못했다고 생각하겠지.”
팀을 지휘하는 감독이 뛰어난 전술역량을 지닌 것으로도 모자라, 모든 선수에게 신임을 얻고 있다.
“비가 온 뒤에 땅이 단단해지듯이, 우리 팀 또한 더 강해지게 되겠지.”
조르지뉴는 생각했다.
이 팀은 머지않아 바이에른 독주 체제를 깰 거대한 팀이 될 것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