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soccer genius becomes a great coach RAW novel - Chapter (9)
9. 전력 보강(1)
리그 9라운드 이후로 서울 유나이티드를 보는 세간의 시선이 달라졌다. 그도 그럴 것이, 9라운드 승리 이후로 이어진 10경기 동안 패배는 한 번도 없었을 뿐더러 6번의 승리를 더 챙겼기 때문이다.
스포츠 언론에서는 이를 대서특필했고, 하준의 정식 감독 선임에 대한 가능성을 점치기도 했다.
[또다시 승리를 거머쥔 서울 유나이티드, 김하준 매직?] [완벽하게 탈바꿈한 서울. 변화의 비결은?] [침몰하던 서울을 끌어올린 김하준의 아이들. 대표팀이 주시할까?] [리그 꼴찌에서 5위에 안착한 서울 유나이티드.] [11경기 7승 4무, 압도적으로 성적을 끌어올린 김하준. 정식 감독 선임되나?]11경기 7승 4무.
하준이 감독대행으로 나선 이후 펼쳐진 극적인 성적 변화에 서울의 서포터들은 물론이고, 스포츠 언론들 모두 찬사를 보내는 가운데 5월 중순, K2 리그는 휴식기에 돌입하게 되었다. 휴식기를 가지게 된 이유는 바로.
“월드컵이라···.”
2030 남미 월드컵 때문이었다. 이번 월드컵은 100년 전 첫 번째로 개최되었던 우루과이 월드컵을 기념하는 의미에서 우루과이-아르헨티나-파라과이-칠레로 이루어진 4개국 공동개최로 이루어졌는데, 세간의 관심이 월드컵에 쏠린 것과는 달리 하준은 월드컵에 크게 관심이 없는 눈치였다.
“월드컵 스타를 영입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다치지나 말아야 할 텐데. 하아···.”
지난 시즌까지 1부리그에 속해 있던 서울의 선수 중에서도 국가대표로 발탁된 선수가 두 명 있었는데, 바로 신영준과 정상기였다.
신영준의 경우, 중원에서 다양하게 활용하기 좋은 옵션이라 국가대표 스쿼드에 매번 이름을 올리는 선수였고, 정상기는 이번 시즌 보여 준 활약에 힘입어 후보 자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그나저나, 상기는 정말 의외네. 데뷔한 지 얼마나 됐다고.”
국가대표팀이 돌아가는 상황에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은 하준은 모르고 있었으나, 정상기의 발탁에는 국가대표팀의 피치 못할 사정이 있었다. 여전히 원톱 자원이 부족한 대표팀 사정에 더해 준 주전으로 활약하던 성주혁이 부상으로 낙마해, 대표팀 감독이 K리그 전체를 통틀어 자원을 찾던 중 정상기가 눈에 들어오게 된 것이었다.
하준이 휴식기 동안 팀 훈련을 계획하고 있던 그때.
똑똑.
감독 집무실의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네. 들어오세요.”
하준의 허락에 문을 열고 들어온 이는 구단의 수석 스카우트 진정환이었다.
“아. 오셨어요?”
“네. 감독님. 부탁하신 지역의 선수들을 파악하고 오는 길입니다. 자료를 한번 보시겠습니까?”
하준은 진정환이 건네는 스카우팅 리포트를 건네받고는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하준이 진정환에게 부탁한 지역은 독일이었다. 독일에 있는 남미, 아시아, 유럽 선수를 가리지 않고 자유계약이 임박한 선수들을 살펴보고 오라는 것이었다.
“음···. 대부분은 분데스리가2에도 들지 못하는 전력이군요?”
하준의 말에 진정환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아무래도 분데스리가나 분데스리가2에서 로테이션이라도 활약할 수 있는 자원은 저희와 컨택이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맞는 말이었다.
2부리그라고는 해도 분데스리가2는 유럽 5대 리그를 제외한 나머지 리그보다 수준이 높은 리그 중 하나였다. 그런 리그에서 로테이션이라도 가능한 선수가 많은 연봉을 주는 것도 아닌 한국으로 올 이유가 무엇이 있겠는가?
“흐음···.”
예상은 했지만, 예상보다 더 처참한 스카우팅 리포트를 손에 든 하준은 침음성을 흘리며 종이를 넘겼다. 그러던 하준의 눈에 들어오는 이름이 있었는데.
“권명호? 이 선수가 곧 자유계약으로 풀리나요?”
“아. 그렇습니다. 최근, 보훔 감독의 눈 밖에 나서 출전도 제대로 못 하는 상황이라더군요.”
“명호 정도면···.”
툭.
투둑—.
진정환의 말을 듣고 생각에 잠긴 하준이 손가락으로 책상을 규칙적으로 두드리고 있었다.
권명호.
하준과 함께 올림픽에서 활약했던 선수 중 한 명이었다. 그 예전, 전성기의 마르셀루 같은 움직임으로 왼쪽 측면을 부수며 찬스를 만들어 내는 타입의 윙백이었는데, 그런 매물이 자유계약으로 풀린다고 하니 하준의 생각이 깊어졌다.
‘과연, 아직도 그 기량이 건재한 걸까?’
권명호의 기량이 예전과 같다면 하준은 망설임 없이 계약을 추진했을 것이다. 제시할 수 있는 최대의 연봉을 주면서라도.
그러나, 감독의 눈 밖에 나서 출전 시간을 보장받지 못해 제대로 뛰지 못했다는 말이 마음에 걸렸다.
“혹시. 명호가 출전하지 못한지 얼마나 되었는지 알 수 있을까요?”
“후반기. 그러니까, 해가 바뀌고 난 뒤로는 출전을 못 했습니다. 포칼컵에나 간간히 출장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포칼컵에서 떨어지면서 그마저도···.”
진정환의 말을 듣던 하준이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뭘 말씀하시는지 잘 알겠습니다. 혹시, 스카우팅 리포트를 작성한 선수들 영상자료 같은 게 있을까요?”
“네. 몇몇 선수를 제외하고는 영상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다만, 권명호 선수의 경우는···.”
출전을 하지 못해 영상을 확보하지 못했다.
뒷말을 삼킨 진정환을 보며 하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굳이 말을 하지 않더라도 무슨 말인지 알 수 있었으니까.
“괜찮습니다. 가지고 계신 영상자료만 전달 부탁드릴게요. 고생하셨어요.”
“네. 영상 자료는 파일을 정리하여 USB에 담아 전달하겠습니다.”
말을 마친 진정환이 문을 열고 감독 집무실을 나서자, 하준은 한숨을 쉬며 소파에 거의 눕듯이 쓰러졌다.
“마땅한 매물이 보이질 않네. 자유계약으로 업어 오려는 심보가 고약해서 안 보이게 하는 건가?”
하준은 이번 여름 이적시장에서 그렇게 많은 돈을 쓸 생각이 없었다. 구단에서 이적 예산으로 책정한 액수 자체도 30억-2부리그로 강등당한 팀치고는 상당히 많았지만-밖에 되지 않았고, 그의 성에 차는 선수들은 액수도 액수이거니와 2부리그로 올 생각 따위는 추호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나저나···. 어쩌다가 감독 눈 밖에 나서는. 쯧.”
하준은 주머니를 뒤적거려 스마트폰을 꺼내 들어 권명호를 검색했다. 그가 이른 은퇴를 하기 전까지 아니, 마인츠에서 코치직을 맡고 있을 때까지만 하더라도 연락을 종종 주고받을 정도로 절친했던 친구의 부진이 안타까운 것이었다.
“실력이라도 그대로 부지하고 있어야 할 텐데.”
그래야 데려오지.
뒷말을 삼킨 하준은 스마트폰을 노려보았다.
아무리 친구에다 국가대표로 같이 메달을 따낸 동료라고는 해도, 감독 입장에서 실력이 되지 않는 선수를 영입할 수는 없었으니까.
* * *
타다다닷!
휘익—! 툭!
타다닷! 뻐엉—!
[권! 상대 수비를 농락하는 플레이! 측면을 허물고 크로스를 연결합니다! 판타스틱한 움직임이에요!]화면 속에서 빠른 속도로 상대 선수를 농락하는 명호를 보며 나는 안도했다. 혹여라도 기량이 녹슬었다면 자유계약으로 영입이라는 생각은 접어야 했었으니까.
“자식. 아직 녹슬진 않았네.”
예전.
그러니까, 내가 첫 번째 부상을 당해 스타일을 바꾸기 전. 올림픽 대표로 나란히 출전해 합을 맞췄던 그 순간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었다.
그 당시, 대한민국이 올림픽 축구 사상 두 번째 동메달을 목에 걸 수 있었던 이유로 세간에서는 나와 이혁호, 그리고 명호를 꼽았다. 특히, 나와 명호가 버티고 있던 왼쪽 측면은 유럽의 강호들과 견주어도 전혀 밀리지 않은 모습을 보였었으니.
상대의 파이널 서드 전체를 박살 내는 나와 왼쪽 측면을 씹어 먹는 명호의 합은 그 옛날, 마드리드의 호날두와 마르셀루를 떠올리게 하기 충분했었으니. 다른 점이라면, 마드리드 시절 호날두와 달리, 나는 골게터보다는 상대 수비진을 박살 내고 찬스를 내어 주는 쪽이라는 점일까.
“뭐, 그 덕에 혁호 그 자식이 수월하게 득점왕을 거머쥐긴 했지.”
시즌 전반기의 리그 영상과 시즌 후반기 포칼 영상을 두루 훑어본 결과. 녀석의 기량은 아직 건재하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후반기 들어 출장하지 못해 경기 감각이 떨어진 점은 내가 어떻게든 끌어 올려 줄 수 있으니 문제가 될 게 없었지만···.
“문제는 그놈이 국내로 들어올 생각이 있는가 하는 건데···.”
20대 중반.
선수로는 전성기에 들어서는 나이였다. 그리고, 전성기에 든 선수가 유럽에서 국내로 복귀하는 경우는 병역 문제를 제외하고는 극히 드물었기에, 나 역시 녀석이 우리 팀에 합류할 것이라는 확신을 내릴 수 없었다.
하지만.
냉정하게 말해서 명호가 유럽에서 계속 버틸 수 있을 가능성은 제로에 가까웠다. 개인의 테크닉과 판단력, 돌파 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나 문제는 수비력이었다. 아무리 공격적인 윙백이라도 수비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감독들은 눈길을 주지 않는다.
보훔에서 감독의 눈 밖에 난 것도 그것 때문일 것이다. 공격적으로 상대를 박살 내는 빅클럽이 아니라면 수비력이 좋지 못한 윙백은 쓰기 꺼려지는 것이 사실이니까.
그리고, 이러한 사실은 녀석이 저니맨 생활을 거듭하고 있다는 것으로 증명이 되었다. 분명히 공격적인 재능은 출중하다. 파이널 서드에서 다양한 패턴 플레이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옵션이기도 했고.
그러나.
“애매하지. 저들의 눈에는 계륵이나 다름없었을 거야.”
능력이 뛰어나다고는 하나, 1부리그의 강팀에서 자리를 확고히 다지고 있는 경쟁자들에게 비비기에는 손색이 있었다. 1부리그의 하위 팀이나 하부리그의 경우엔 수비력이 좋지 못한 녀석은 참 애매한 매물이었을 테고.
그러다 보니, 이적은 곧잘 할 수 있었지만, 나중에 가서는 결국 벤치 신세가 되어 버리고 만 것이다.
그럼에도, 내가 명호를 선택할 수 있었던 단 하나의 이유.
“측면의 파괴자라···.”
내 왼쪽 눈에 이식된 통찰안이 보여주는 명호의 특성은 측면의 파괴자. 그리고, 그 특성이 점멸하던 경기 영상에서 녀석은 마르셀루 못지않은 활약을 선보였다.
똑똑.
“보스. 볼러입니다.”
“아. 들어와요.”
나는 명호의 영입 건에 관해 의견을 교환하기 위해서 볼러를 호출했다. 한국에서 코치 일을 하고 있기는 해도, 독일 분데스리가 코치 경력이 있는 볼러였으니 함께 의견을 나누는데 부족함이 없을 테니.
‘잠깐. 근데 왜 한국에서 코치 일을 하는 거지?’
독일 태생에 분데스리가 코치까지 역임한 그가 왜, 아시아의 팀에서 코치직을 하는 건지 불현듯 궁금한 마음이 들었다.
“회의할 것이 있어서 불렀어요. 볼러.”
“하하. 팀의 발전을 위한 회의는 언제나 환영입니다. 보스.”
나는 소파에 앉은 볼러의 앞에 커피 한잔을 내려놓으며 맞은편에 앉았다.
“음. 회의에 앞서서, 이건 약간 개인적인 궁금함인데 말이죠.”
“음? 궁금한 점이 있으십니까?”
“볼러 코치는 분데스리가에서 코치 일을 한 것으로 아는데 어쩌다 한국까지 오게 된 겁니까?”
내 물음에 눈을 동그랗게 뜬 볼러는 이내 너털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아! 그건 말이죠. 제 와이프가 이곳, 사우스 코리아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분데스리가 코치 시절 결혼하게 됐는데, 와이프의 향수병이 너무 심해서 한국으로 옮기게 되었죠. 사랑 앞에선 분데스리가도 일개 축구 리그일 뿐이랍니다. 보스.”
자랑스럽게 사랑의 힘에 대해 설파하는 볼러를 보고 나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나는 그 정도의 사랑이 뭔지 잘 모르지만, 어쨌든 좋은 인재가 나에게 왔다면 그걸로 된 것이니.
“그렇군요···. 음. 오늘 볼러를 부른 건 다른 게 아니라 한 선수의 영입에 대해 논의하기 위함이에요.”
“오! 어떤 선수인가요?”
나는 대답 대신, 태블릿 PC를 꺼내 명호의 경기 영상을 재생해 볼러에게 내밀었다.
볼러는 영상을 보는 내내 오! 와우! 후우! 같은 감탄사를 내뱉으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고, 영상을 모두 시청한 다음에는.
“굉장한 친구군요? 공격 상황에서와 파이널 서드에서의 엄청난 파괴력은 마치 마르셀루를 보는 듯합니다. 그렇지만···.”
공격 상황에서의 움직임을 극찬하던 볼러는 인상을 굳히고는 말을 이었다.
“레프트 백으로 쓰기에는 수비력이 조금. 아니, 많이 부족한 친구로군요.”
“흐음. 확실히 그렇긴 하죠. 오죽하면 보훔의 서포터들은 그를 윙으로 출전시키는 게 낫지 않냐는 말을 할 정도니까요. 볼러는 이 친구의 영입을 부정적으로 보나요?”
내 말에 볼러는 고개를 저었다.
“그렇지는 않습니다. 확실히 장단점이 뚜렷한 선수긴 하지만, 그간 감독님의 전술 스타일로 볼 때, 저 선수의 단점을 최소화하고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파이널 서드에서 더 많은 패턴 플레이를 만들어 낼 수도 있을 것 같고 말입니다.”
볼러의 확신 어린 말에 나는 소리 없이 웃으며 전화를 들었다.
띠리리리—.
몇 번의 수화음이 울린 후.
-여보세요. 하준이냐?
다소 텐션이 낮은 목소리의 명호가 전화를 받았다.
“오랜만이다 명호야. 나랑 일 하나 같이 안 할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