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soccer genius becomes a great coach RAW novel - Chapter (93)
93. 적 그리고 친구(5)
짜증스러운 전반전을 끝낸 투헬은 후반전이 시작되고 나서도 그러한 기색을 감출 수가 없었다.
[마인츠의 강도 높은 압박!] [바이에른이 볼을 뒤로 돌립니다!]“빌어먹을…! 저놈들은 단체로 도핑이라도 하고 있는 거야 뭐야?”
후반전에 양 팀이 추가로 골을 기록한 것은 없었다.
다만.
[후반 20분이 지나가는 시점인데도 여전히 왕성한 체력을 보여 주는 마인츠! 그에 반해, 바이에른은 힘겨워하고 있습니다!]저들도 사람이기에, 후반전에는 체력 안배를 하며 경기를 뛸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 그의 눈앞에 펼쳐지는 광경은 그의 예상을 한참이나 빗나가는 장면이었고, 투헬은 입술을 잘근잘근 씹으며 대책을 강구하기 위해 이리저리 머리를 굴렸다.
‘테오도르의 행동에 제약이 걸렸다. 루트와 발부에나만으로 무언가 만들어 내기에는 부족해.’
개스파 발부에나, 라파엘 루트.
스페인과 독일을 대표하는 수준급의 미드필더였지만, 오늘 경기에서 그들은 클래스에 맞는 모습을 보여 주지 못하고 있었다.
이들이 부진을 보이는 가장 큰 원인은 전방으로 볼배급이 잘 되지 않는다는 점이었는데,
중앙에서 테오도르로부터 시작하는 패스 줄기가 제대로 이어지지 않고 있는 것과 측면에서 활발하게 공격을 도와야 할 윙백들이 전진하지 못하고 도리어 밀리고 있는 점 때문이었다.
[사카와 바이드너가 활발하게 오버래핑을 하여야 할 텐데요…. 산투스와 아이스만의 존재가 저 둘의 억제기가 되고 있군요!]현시점 분데스리가에서 주력으로 손에 꼽히는 아이스만과 맞대결을 펼쳐야 하는 바이드너는 자연스럽게 오버래핑을 주저할 수밖에 없었고, 반대편의 사카라고 해서 사정이 다르지는 않았다.
제롬 뮐러의 압박에 더불어 사카가 볼을 받고 조금이라도 틈을 찾아 움직이려 할 때마다 가브리엘이 귀신같이 제롬을 도와주는 상황.
투헬과 바이에른의 입장에서는 오늘의 마인츠는 천적이나 다름없었다.
한편.
“흐음….”
마인츠의 테크니컬 에어리어에 서 있는 하준의 표정 역시 좋은 편은 아니었다.
“쭌, 왜 그래? 그래도 우리가 압도하고 있는 것 아냐?”
“경기 자체야 지배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지만….”
마무리로 잘 이어지지 않고 있다.
이것이 하준이 고심을 하게 만드는 부분이었고, 하준은 그 원인을 찾기 위해 그라운드 안의 상황에 집중했다.
‘우리가 체력적으로 우위에 있다고 여길 수 있겠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오버페이스. 선수들의 체력이 다 하기 전에 쐐기를 박아야 하는데….’
하준은 하프타임 동안 선수들에게 후반전에도 체력을 쥐어짜 상대를 압박하고 몰아넣기를 요구했다.
“감독님. 선수단에게 너무 과하게 뛰게 요구한 것은 아닐까요…? 지금이야 압도하고 있긴 하지만, 퍼지기라도 한다면 되돌릴 수 없을 수도 있습니다.”
경기를 지켜보던 루카가 하준의 옆에서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지만, 하준은 고개를 저었다.
“위험한 건 맞아. 그래서 더 빨리 골을 넣어야 하는 것이고.”
“네…?”
선수들의 체력을 위해서 더 빨리 골을 넣어야 한다는 말.
루카는 고개를 갸웃했다.
“가비를 데리고 저들에게 블러핑을 시도했었지. 실제로, 그 효과 덕에 테오도르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잖아? 그리고 지금 이어지는 타이트한 압박 덕에 저들의 플레이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어.”
“그건 맞습니다만…. 저들이 작정하고 우리 체력이 떨어졌을 때를 공략한다면요…?”
“그런 확신을 가지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 빨리 득점을 해야 한다는 거야. 우리는 유럽 대항전에 참가하지 않고 있지? 저들은 무의식중에 그렇게 생각할 거야. 마인츠는 시즌 경기 수에 여유가 있어서 이런 체력을 낼 수 있다고.”
엄밀히 말해서, 지금 마인츠가 바이에른을 압도하는 경기력을 보이는 이유는 선수단의 퀄리티가 좋아져서도, 바이에른의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도 아니다.
상대를 속이고.
또, 그것을 진실이라 믿게 만드는 판을 깔아 놓음으로써 상대가 상대의 한계선을 스스로 단정 짓게 만들어 버린 것뿐.
또한.
그렇기에, 상대가 진실을 알아채기 전에 몰아쳐야 하는 이유이기도 했다.
투우욱—!
[아! 오랜만에 리가 볼을 잡았습니다! 하프라인 근처까지 밀려 있던 리가 볼을 가지고 전진하는데요!]타다닷! 타다다닷!
이혁호의 단독 드리블이 시작되고 폭발적인 스피드를 끌어 올리려는 찰나,
타다다닷!
그의 앞에 복병이 등장했다.
“……!”
[포가테츠! 언제 저 위치까지 올라간 거죠? 리를 압박합니다!] [주위에 있던 크래프트까지 포가테츠를 지원하고 나섭니다!]‘미하엘, 저쪽에서 최전방 공격수 두 명 중 한 명이라도 드리블을 시작하려는 기미가 보이면 높게 전진해서 압박해.’
미하엘은 이혁호가 볼을 받기 직전, 하준의 지시를 떠올렸고, 하준의 지시대로 움직였다.
상황 판단과 불규칙한 상황에서의 순발력이 떨어지는 미하엘이었지만, 상황을 지정해 준 다음에는 거칠 것이 없었고,
퍼억!
촤아앗!
“무슨…! 말도 안 되는…!”
[포가테츠! 몸싸움에서 리를 압도합니다! 리! 볼을 탈취당하는데요!]빠른 발과 압도적인 피지컬로 무장한 미하엘의 압박에 이혁호는 대항할 수 없었다.
툭—!
[포가테츠가 말론에게! 말론 볼을 잡습니다!]이혁호에게서 탈취한 볼을 건네받은 말론은 전방을 보며 눈을 번뜩였다.
스페인 중원의 미래라 불리는 이 젊은 미드필더의 두 눈에는 확실히 보였다.
적의 심장을 꿰뚫을 수 있는 길이.
투우웅—!
[말론! 주저하지 않고 바로 롱패스를 뿌립니다!]말론의 발을 떠난 볼은 낮게 깔리며 빠르게 쏘아졌다.
이른바,
대지를 가르는 패스라 불리는 그것이 그라운드 위에 그대로 재현된 것이다.
그리고.
그 패스의 종착역은,
타다다다닷!
[산투스! 산투스가 볼을 잡습니다!]가브리엘의 바로 앞이었다.
뻐엉—!
[산투스 바로 때립니다아아아앗!]페널티 박스 바깥쪽에서 대각선으로 때린 중거리 슛은 괴랄하게도 휘어지며 슈넬러를 현혹했고,
“안 돼에에에—!”
이름 모를 바이에른 서포터의 외침과는 달리.
철렁—!
승부의 쐐기를 박는 골로 연결이 되었다.
[고오오오오올! 엄청난 패스에 이은 원더골입니다! 가브리엘 산투스! 이로써 스코어는 3-1입니다! 바이에른 뮌헨이 그들의 홈,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침몰하고 있습니다!] [바이에른 서포터들이 자리를 이탈하고 있네요! 차마 보지 못하겠단 얘기죠?] [맞습니다. 마인츠를 상대로 홈에서 저렇게 밀리고 있는 모습을 용납할 수 없을 겁니다.]씨익.
“루카.”
“네, 감독님.”
“이제 잠그라고 해.”
* * *
삑! 삐익! 삐이이익—!
[스코어 3-1로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마인츠가 바이에른을 꺾는 데 성공합니다!] [지난 시즌, 포칼 결승에서의 복수를 하는 데 성공한 마인츠! 대단한 경기력이었습니다!]가비의 골 이후, 내 말대로 잠그며 내려앉은 우리를 상대로 바이에른은 맹공을 퍼부었으나, 득점을 이루지 못한 채 경기는 우리의 승리로 끝이 나게 되었다.
“하…. 킴. 축하해.”
가라앉긴 했지만, 아직도 붉은 기가 도는 얼굴을 한 투헬이 내게 다가와 악수를 청했고, 나는 옅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좋은 경기였어요. 고생하셨습니다.”
“이것 참. 오늘 된통 당했군. 그나저나, 무슨 마법을 부렸기에 가비가 저런 모습을 보일 수 있는 거야? 너도, 나도 첼시에 있을 적, 가비의 모습을 기억하지 않나.”
기막혀하는 투헬의 질문에 나는 어깨를 으쓱일 뿐이었다.
“게을러빠진 녀석이 성실해졌다. 뭐 이렇게 설명하면 되려나요?”
“하하…. 가비가 성실하다라…. 이것 참. 나는 너의 전술적인 역량만을 높게 평가했는데, 선수 조련하는데도 일가견이 있었나 보구나.”
“운이 좋았죠.”
가비의 영입과 태도 변화는 정말로 운의 영역이 맞았다.
가비와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에서 만나지 않았더라면,
유스 시절 가비가 나를 따르며 비상식적인 유대를 만들지 않았더라면,
이런 결과를 도출해 내지 못했을 테니까.
“그나저나…. 경기들 쭉 보니까, 테오도르를 완벽한 주전으로는 사용하지 않던데, 어떻게 이번 겨울에 임대 한번 어떻ㄱ….”
“말도 안 되는 소리! 미쳤다고 테오도르를 너에게 빌려주겠어?”
끄응.
“아니 뭐…. 싫으면 싫다고 하면 되지. 거, 왜 화를 내고 그래요?”
“크흠. 킴, 양심이 없어진 건지, 뻔뻔해진 건지는 잘 모르겠다만 흠흠…. 뭐, 후반기에는 되갚아 줄 테니까 그때까지 잘 지내고, 나는 이만.”
자신도 모르게 화를 낸 것이 무안해진 탓인지 투헬은 헛기침을 해대며 자리를 떴고, 나 역시 발걸음을 옮겨 통로 안으로 들어갔을 무렵.
“야, 김하준.”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
“아…. 음…. 어, 오랜만이다.”
어색하게 삐걱거리는 내 몸을 통제하지 못한 채 어정쩡하게 인사를 건네자, 혁호 녀석은 어딘가 화가 난 얼굴로 내게 다가왔다.
“멍청한 새끼. 언제까지 그럴 거야? 네가 중2병 걸린 어린애야?”
말의 의도를 해석하기 어려웠다.
내가 저의 선의를 곡해한 것에 화가 난 것인지,
아니면, 계속해서 저를 피하는 것 때문에 화가 난 것인지.
“내가 무슨….”
“다 이해한다고 이 빌어먹을 새끼야.”
녀석의 말에 내 말문이 막혔다.
짧은 한마디였지만 묵직한 충격에 내가 말을 잇지 못하고 있자,
“우리 사이에 구구절절 이것 때문에 미안했네, 괜찮네 또 어쩌네 해야겠냐? 그 좋은 머리 뒀다가 이런 데에는 왜 안 쓰는 건데? 하여간에 배배 꼬여 가지고는.”
“…….”
툭.
녀석은 빠르게 한마디를 쏘아붙인 뒤에 내 어깨를 손을 한번 얹고는 씨익 웃었다.
“이만하면 됐어 이 자식아. 미안해하지 않아도 되니까, 오늘 이후로는 예전으로 돌아가는 거다. 그럼.”
제 할 말을 마치고 미련 없이 발걸음을 옮기는 녀석을 보며 나는 잠시간 멍하게 서 있었다.
결국, 이번에도 먼저 손을 내미는 쪽은 내가 아니구나.
“아직도 어른이 되려면 멀었구나.”
언제쯤 어른이 될 수 있을까.
* * *
한편, 대한민국 서울에서는.
[바이에른 뮌헨, 홈에서 마인츠 05에 3-1 충격 패.] [슈퍼 코리안데이! 정상기와 이혁호 둘 다 빛났다!] [지난 시즌 결승전의 복수를 마친 김하준과 마인츠.] [팀 내 최고 평점 가브리엘 산투스, 몸값 폭등 중?] [뮌헨을 부순 가브리엘 산투스와 빛바랜 엘링 홀란드.] [이혁호, ‘몹시 어려운 경기였다. 마인츠가 굉장히 준비가 잘 되어 있었다.’] [이혁호, ‘경기 내용과는 별개로 오랜 친구를 만나서 반가웠고, 많은 대화를 나눴다.’] [11라운드 이후 3위로 떨어진 바이에른 뮌헨과 2위로 오른 마인츠 05.] [어부지리로 1위를 차지한 도르트문트.] [토마스 투헬, ‘킴의 철저한 준비에 한 방 먹었지만, 후반기에는 다를 것.’]-와 실화냐? ㅋㅋㅋㅋㅋㅋㅋ.
-ㅁㅊ ㅋㅋㅋㅋㅋ 홈에서 뮌헨을 두드려 패네 ㅋㅋㅋㅋ 김하준 클라스 보소 ㅋㅋㅋㅋ.
-ㄹㅇ 가브리엘이 개 깡패야. 경기에 끼치는 영향력이 어마무시하던데?
-ㅇㅈ. 솔직히, 저 폼으로 챔스 나가는 팀이었으면 발롱도르 후보에 들었을 텐데, 아쉽네.
-다음 시즌을 노려야지, 다음 시즌에는 마인츠도 충분히 챔스 나갈 것 같은데?
-국뽕 빼고 봐도 이건 킹정이지.
-이혁호야 골 넣을 건 당연히 알고 있었는데, 정상기가 뮌헨 상대로 선제골 박을 줄은 몰랐네. 정상기 몸값 오르는 소리 여기까지 들리누 ㅋㅋㅋㅋ.
-투헬 얼굴 시뻘게진 거 ㄹㅇ 킬포였는데 ㅋㅋㅋㅋㅋ 아, 후반기에도 시원하게 깨버리고 투헬 천적으로 진화하면 좋겠네ㅋㅋㅋㅋㅋ.
-사실 지금도 천적이나 다름없지 않음? 지난 시즌 포칼 결승에서도 막판 실수만 아니었으면 뮌헨 잡고 우승하는 거였는데 ㅋㅋㅋㅋㅋ.
-경기 끝나고 이혁호는 김하준이랑 무슨 얘기 했을까? 그라운드 위에서 했으면 우리도 봤을 텐데 궁금하게.
-한동안 그런 루머 돌지 않았냐? 김하준이랑 이혁호 사이 안 좋다고.
-근데 이혁호가 굳이 인터뷰에서 저리 언급한 거 보면 그건 그냥 루머가 맞는 듯 ㅋㅋㅋㅋ.
하준과 마인츠가 바이에른을 무너뜨리고 난 뒤에 올라오던 기사들을 권명호가 웃으며 훑고 있었다.
“그래도 잘 해결했나 보네, 이 X신들.”
친한 친구들 사이에 언제부터인가 퍼진 감정의 골이 깊어져 서로가 힘들어하던 것을 옆에서 지켜보던 그는 이제야 한시름 놓았다는 듯이 기지개를 켰다.
“하여간에, 철딱서니 없는 것들. 꼭 사람 속을 썩인다니까?”
툴툴거리며 혼잣말을 내뱉는 그였지만, 그의 얼굴에는 그 누구보다도 기쁨이 진하게 묻어 나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