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soccer genius becomes a great coach RAW novel - Chapter (96)
96. 겨울 맞이 쇼핑(3)
촤아아앗—!
삐익!
[파울입니다! 아! 양 팀 선수들이 충돌하는군요!] [아아! 일어나지 못하고 있네요!]삑! 삑! 삐이이익—!
우우우우—!
“이거 뭐…. 개판이군.”
박싱데이에 펼쳐지는 북런던 더비는 그야말로 개판이었다.
“어쩔 수 없지. 쭌, 생각해 봐. 지독한 더비 라이벌이 말론이나 임을 부상시켰다면?”
“그건 못 참지.”
“그래. 뭐, 저들도 그런 셈이지.”
토트넘의 거친 태클에 신음하며 일어나질 못하는 선수는 아스날의 중원의 핵인 루이스 백이었다. 19세라는 어린 나이에 보여 주는 퍼포먼스는 그 옛날, 파브레가스가 보여 주던 영향력을 떠올리게 했기에 구너들의 분노는 극으로 치닫고 있었다.
[백, 일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들것이 들어오는데요.] [정밀한 검사를 받아봐야 알 수 있을 것 같긴 합니다만…. 큰 부상이 아니기를 바래야겠군요.] [루이스 백이 교체 아웃됩니다. 백의 자리에는 찰리 파티노가 투입됩니다. 오랜만에 그라운드를 밟는 파티노!]“흐음…. 파티노.”
찰리 파티노.
10여 년 전, 잉글랜드의 원더키드로 아스날에서 많은 기대를 한 몸에 받던 미드필더 자원이었다. 실제로, 데뷔 후에 아스날 중원의 핵심으로 자리 잡으며 현대 축구에서 보기 드문 원클럽맨으로 서포터즈의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지만.
‘최근 들어 주전 경쟁에서 완전히 밀려 버렸지.’
파티노의 주전 경쟁에는 두 가지 변수가 있었다.
바로, 부상과 감독 교체.
부상 이슈야 폼을 회복하기만 한다면, 주전 경쟁에서 완전히 밀려 버릴 일은 없지만, 문제는 교체된 감독의 성향이었다.
아르테타가 떠난 뒤, 아스날에 부임한 사비는 파티노 보다는 백을 더 신임하며 백을 밀어주기 시작했는데, 이때부터 파티노와 구단 사이의 불화가 짙어졌다고 했다.
툭—!
[파티노! 패스로 잘 풀어 나갑니다!]“조르지뉴. 파티노의 계약 기간이 얼마 정도 남았지?”
“이번 시즌 재계약을 하지 않으면, 다음 시즌까지 뛰고 FA가 될 거야.”
29세인 파티노는 즉시 전력으로 쓸 만한 자원이었다.
그럼에도 다른 클럽들이 오퍼를 넣지 않은 이유는 1년만 지나면 공짜로 그를 업어 올 수 있기 때문일 터.
“흐음…. 1년.”
파티노의 플레이를 유심히 보고 있는 찰나.
저릿—.
익숙한 통증이 또 찾아왔고, 곧바로 파티노의 정보가 내 눈에 들어왔다.
“윽….”
찰리 파티노.
[중원 사령관]★★★★☆
포지션 적합도 : 좋음.
‘중원 사령관.’
여태껏 내 눈이 보여 준 선수들 중에 중원 사령관은 처음이었다.
수비에서 커맨더 특성을 가진 선수들은 종종 있었지만, 중원 사령관이라 명명된 선수는 찾기 어려웠는데.
‘파티노를 데려온다면….’
임우정과 사비 말론, 페퇴와 파펠라.
이들을 그라운드에서 내 생각대로 컨트롤 할 수 있을 수 있지 않을까?
아무리 전술을 잘 짜고 라인 밖에서 선수들에게 지시를 내린다고 해도, 선수들과 감독의 소통이 100%로 이루어질 수는 없다. 그래서, 감독들은 보통 자신이 가장 신임하는 선수 혹은 전술 이해도가 가장 뛰어난 선수에게 그 역할을 맡기곤 했는데.
‘우리 팀은 그 정도까지는 안 되었지.’
임우정과 사비 말론이 뛰어난 전술 이해도를 보여 주고 있긴 했지만, 내 생각을 그들이 정확히 구현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조르지뉴.”
“응?”
“사 오자. 파티노.”
“쭌, 파티노를 데려오는 것 자체는 동의할 수 있어. 그렇지만 이적 자금은 어떻게 댈 거야? 잉여 자원을 다 팔고 이적 자금을 늘려도 에니스 하나 사 오는 게 고작일 텐데?”
조르지뉴의 현실적인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최대한 비싸게 팔고, 또 다른 자금줄을 열어야지.”
말을 마친 나는 곧장 스벤손 단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띠리리링—.
몇 번의 수화음이 지나고.
-무슨 일인가, 킴?
“제가 지금 런던에 있어서 바로 일 처리가 곤란한데 말입니다. 매각 대상자들 비싸게 팔아 주실 수 있죠?”
분데스리가의 셀링 클럽 중 하나인 마인츠의 수뇌부는 기본적으로 잘 사고 잘 판다. 구단에서 감독을 지내고 단장을 역임 중인 스벤손 역시 다르지 않을 터.
-슈미트, 하인즈, 밥지엔 말이군.
“네, 맞아요. 그리고 이적 자금 좀 늘려 주시면 좋겠는데.”
-으음…. 이번 시즌 예산도 많이 늘린 거라 조금 힘들 것 같은데 말이야.
맞는 말이었다.
아무리 이적 시장이 미쳐 돌아간다고 해도, 마인츠에서 선뜻 1억 유로 이상을 이적 예산으로 반영했으니 무리한 것은 확실했다.
“한정판으로 내놓은 제 레플리카. 그거 정식 발매해서 파세요. 아시아 시장에서 재미가 좋을 겁니다.”
해프닝으로 끝났던 내 계약 기념 레플리카는 이번 시즌이 시작되고 나의 요청으로 판매가 중지되고 있었다. 선수도 아닌 감독의 이벤트 레플리카로 화제가 되는 것도 좋지 않다고 생각한 데다, 그 당시에는 그다지 돈이 되지 않을 것 같았으니까.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프리미엄이 붙어 리셀이 진행되고 있는 사실을 확인한 나는 그것마저도 이용할 생각이었다.
-뭐? 정말인가? 킴, 자네의 레플리카라면 아시아도 아시아지만 마인츠 안에서도 점유율이 엄청날걸세.
“그리고. 월드플릭스에서 시즌 2를 제작하자는 말이 오갔었죠?”
지난 시즌, 우리의 다큐로 재미를 톡톡히 봤던 월드플릭스는 시즌 2 제작 제안을 했었다. 그러나, 나는 시즌 진행 중에 그것이 방해될 것이라 판단해 그 제안을 거절했지만, 월드플릭스에서는 마음이 바뀌면 언제라도 연락을 달라고 했었다.
-그랬지….
“그것도 한다고 하세요. 대신, 계약금 제대로 땡겨 오셔야 합니다. 시즌 1 수익이 엄청났으니, 그쪽에서도 그 정도는 예상하고 있을 테니, 처음부터 세게 부르세요.”
-흐음…. 알겠네. 예산은 어느 정도로 생각하고 있나?
“최우선적으로 영입할 대상은 사우스햄튼의 다넬 에니스, 그리고 아스날의 찰리 파티노입니다. 그들을 충분히 영입할 수 있는 금액이면 좋겠어요. 단장님도 아시다시피, 알려진 몸값 외의 변수도 고려해 주셔야 합니다.”
-알겠네. 일단, 오늘 당장은 어려울 것 같아. 나도, 상부에 보고해야 하니 말이야.
“하루 정도는 상관없습니다. 단장님도 아실 겁니다. 우리는 투자 없이 이 순위를 유지할 수 없는 것을요.”
-알다마다. 걱정하지 말고, 좋은 자원을 찾아보게.
“네. 고생해 주세요.”
뚝.
이 방법을 호프만 회장이 승인한다면 며칠 내로 이적 자금 추가 편성이 완료될 것이기에 나는 한숨을 내쉬며 조르지뉴를 바라봤다.
“쭌, 그래도 예산이 바로 나오기는 힘들지 않을까…? 선수들이 바로 매각되는 것도 아니고.”
“글쎄. 일단은 부딪혀 봐야지.”
지출이 급하다면 구단에서 대출로 금액을 가져올 가능성이 높았다. 선수 매각과 월드플릭스와의 계약금. 그리고 아시아 시장에서 내 레플리카가 가져올 수익들로 대출금을 상환할 수 있다면 문제가 되지는 않을 테니까.
예전, 바르셀로나가 그리즈만을 영입할 때 그러했듯, 이적료를 급하게 대출하는 경우가 그리 드문 일은 아니었다.
‘갚지 못해서 부채가 되었을 때가 문제인 거지.’
뭐가 어떻게 되든, 이 도박의 실행 여부는 호프만 회장의 결정에 달렸다.
‘승인을 해 줘야 할 텐데….’
* * *
내 요청은 바로 다음 날 승인이 떨어졌다.
-킴, 회장님의 승인이 났어. 머지않은 시일 내에 이적 자금을 추가로 편성할 테니, 괜찮은 영입을 부탁하지.
“네, 힘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단장님.”
승인이 떨어지고 바로 나에게 연락한 것이 아닌 듯, 내가 통화를 종료하자마자 인터넷에는 월드플릭스와 마인츠의 기사로 도배되기 시작했다.
[월드플릭스와 마인츠의 협업 재개 협상? 반전의 팀 시즌 2 제작되나?] [월드플릭스, ‘마인츠와의 협업은 우리에게 크나큰 기회. 빠른 시일 내에 계약 완료로 이끌 것.’] [마인츠, ‘아직 확정된 것은 없어. 확정된 사안에 관해서만 얘기할 것.’] [고액의 계약금을 준비하는 월드플릭스?] [반전의 팀 시즌 1로 아시아 시장의 매출을 싹쓸이했던 월드플릭스, 시즌 2 제작에 혈안을 올리다.] [반전의 팀 시즌 1의 점유율, 아시아가 1위, 2위는 독일, 오스트리아였다.]-뭐야? 시즌 2 만드는 거? 엌ㅋㅋㅋㅋㅋ 볼 거 또 생겼네! ㄱㅇㄷ. ㅋㅋㅋㅋㅋ.
-월드플릭스가 저렇게 저자세로 나오는 거 보니, 정말 쏠쏠했나 보네 ㅋㅋㅋㅋㅋ.
-미국의 생쥐 회사가 이제는 영화뿐 아니라 스포츠로도 발 뻗고 있는 상황에서 마인츠를 잡으면 월드플릭스는 개꿀이지.
-진짜, 마인츠는 김하준 잡은 거 두고두고 감사하겠네 ㅋㅋㅋㅋㅋㅋ.
-ㄹㅇ. 승격시켜줘, 성적 내줘, OTT 플랫폼에서 모셔 가려 해.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네 ㅋㅋㅋㅋㅋ.
-시즌 2 나오면 무조건 본다.
-아 당연하지, 개인적으로 가브리엘이 훈련장에서는 어떤지도 궁금함 ㅋㅋㅋㅋㅋ.
-와, 근데 아시아 시장만 독식한 줄 알았는데, 독일에서도 인기 많았나 보네 ㄷㄷ.
-마인츠에서 김하준은 거의 신으로 추앙받고 있고, 독일 전역으로 범위를 넓혀도 나겔스만 이후 저런 감독이 처음이니 화제를 몰고다니고 있긴 함.
-독일 친구들한테 물어보니, 독일국뽕 빼면 로이스랑 김하준 지지하는 애들 반반으로 갈린다던데?
-하긴, 현시점에서 투헬한테 카운터 먹일 수 있는 거 김하준 밖에 더 있나? 다른 팀 팬들은 김하준이 바이에른한테 시원하게 엿먹여주니 더 좋겠지 ㅋㅋㅋㅋㅋㅋ.
‘협상 진행 중인가 보네.’
기사의 8할은 월드플릭스 측에서 냈을 것이 분명했다.
이적 자금에 대한 뒷얘기를 모르는 월드플릭스 측에서는 다큐멘터리 제작을 한시라도 빨리 진행하고 싶을 테니, 먼저 언론에 터뜨려 대중들의 관심을 끌게 하는 편이 일을 성사시키는 데 좋을 테니까.
스마트폰으로 보던 기사를 종료하고 소파에 널브러지듯 앉아 멍하니 있기를 몇 분이 지났을까.
“오빠!”
현지의 목소리가 몽롱한 내 정신을 일깨웠다.
“음…? 뭐야, 갑자기?”
외출한 아버지, 어머니가 돌아올 시간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저 천방지축이 간식거리를 가져다줄 리도 없는데.
“그저께 세실 만나고 왔어?”
아아.
제 친구 관련된 얘기구나.
“응. 만나고 왔지. 공항에서 한 약속을 지킬 겸 해서.”
“세실이 런칭 준비 중인 브랜드 모델 해 준 거야?”
“어…. 뭐, 그렇긴 한데. 어떻게 알았어?”
내 말에 현지는 자신의 폰을 꺼내 SNS를 켜서 내 눈앞에 들이밀었다.
“세실이 준비 중인 브랜드 SNS에 오빠 사진이 떴으니까 그렇지. 갑자기 팔로워가 엄청나게 늘었어. 거기다, 언제 출시하냐고 아우성이야 사람들이.”
“잘됐네.”
“뭐가 그리 무미건조해? 세실은 오빠 덕분에 화제 됐다고 엄청 고마워하던데.”
“그게 뭐 내 덕분이야. 본인이 디자인을 잘해 놨으니 그런 거지.”
“쯧, 이런 늙은이 같으니라고. 인터넷으로 기사나 봐. 지금 그거 관련된 기사 많이 뜨고 있어.”
현지의 질책에 나는 다시 폰을 열어 인터넷에 접속했다. 이번에는 한국 사이트가 아닌 영국 사이트로 들어가 뉴스 탭을 눌렀는데.
[런칭 준비 중인 브랜드 ‘스완’, 마인츠의 킴이 모델?] [우월한 핏을 보여 준 킴. ‘스완’은 어떤 브랜드?] [‘스완’의 공식 SNS 삽시간에 팔로워 급상승, 킴 효과?] [마인츠, ‘킴의 사생활에 대해서는 우리가 아는 것이 없다. 구단의 일에 지장 주지 않는다면 우리는 신경 쓰지 않아.’] [‘스완’의 대표 세실리아 스완, ‘킴과는 지인 사이. 나의 부탁을 흔쾌히 들어주었다.’] [메시-호날두 자선 경기에서 킴의 가족과 함께 포착되었던 세실리아 스완.] [스완과 킴은 연인 사이?] [세실리아 스완, WAGS가 되나?]-세상에, 킴은 늙지를 않는구나.
-모델에 꿇리지 않는 핏이야, 감독이 아니었다면 모델로 활동해도 됐을 정도야.
-지난번 자선 경기 영상을 보면, 킴의 가족들과 세실리아 스완이 같이 있던 걸 볼 수 있어. 보통의 지인은 아닌 것 같은데?
-하긴, 분데스리가가 윈터 브레이크라고는 해도, 이 시기에 조금 아는 정도로 모델을 해 주진 않겠지.
-선남선녀네.
-다들 킴과 스완의 관계에 대해서만 보지 말고, 옷도 한번 봐봐. 정말 잘 빠졌는데? 발매되면 바로 구입할 생각이야.
-스트릿 씬의 새로운 강자가 될 수 있을 것 같은데?
-이것이 의도된 것이든 아니든 간에 스완은 엄청난 마케팅 효과를 보게 됐네.
“무슨 기사가….”
수십 개에 달하는 기사와 댓글 등을 보며 내가 얼빠진 표정을 하고 있을 때.
“쯧쯧…. 가십거리의 주인공은 화제를 알지도 못하고 있었다니.”
“내가 뭐, 축구 말고 다른 데다 관심을 둘 수가 있냐?”
“하긴. 그것도 그렇네. 세실이 오빠 출국하기 전에 저녁을 사고 싶다네? 너무 고맙다고.”
“아니, 굳이 그렇게 까지는 안 해ㄷ….”
나는 말을 다 잇지 못했다.
“씁! 무슨 눈치가 그렇게 없어? 출국 전에 스케쥴이나 맞춰 놔.”
아무래도, 한두 번 보고 말 인연은 아닌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