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Story of a Knight In A Ruined Fantasy World RAW novel - Chapter (127)
“오! 오셨습니까? 뭐 좀 찾으신 거라도?”
아르센이 다시 돌아오자, 마룬이 반갑게 웃으며 그를 맞이했다. 너무 해맑아서 바보처럼 보일 정도의 웃음.
그 웃음을 보며, 아르센은 일전 별부르미의 장로인 라티스와 했던 대화를 떠올렸다.
‘마룬은 어느 쪽입니까?’
별부르미 내의 파벌 싸움에 대해 알게 되었을 때, 그에게 던졌던 질문이었다.
만약 마룬이 아르센을 감금하려는 파벌 소속이라면 항상 경계하고, 배신당하기 전에 먼저 뒤통수를 쳐야 했다.
긴 시간 함께 모험하고 목숨을 맡긴 전우이지만, 뱃속에 칼을 품은 전우를 상대로 무슨 의리가 있을까.
막말로, 그들 중 누군가가 식사에 몰래 약만 타도 일행 전체가 위기에 빠지는 것이다.
그런 아르센의 질문에, 라티스는 고개를 저었다.
‘마룬은 어느 파벌에도 소속되어 있지 않습니다. 정확히는······둘 다 마룬을 가담시킬 엄두를 못 낸다고 해야겠군요.’
그의 말에 의하면, 마룬은 별부르미의 유일한 마법 기사로서 상당히 존중받는 위치에 있었다.
그들 사이에서 명문화된 계급은 없지만, 장로들 바로 아래 서열로 여겨질 정도.
그러나 워낙 사람이 어린애처럼 순진하고 가벼워, 정치적인 무언가를 깊게 생각하고 지지할 만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 문제였다.
‘의외군요, 그래도 기사씩이나 되는 인재인데.’
‘마룬이 어떻게 기사가 되었는지는 말 안 했나 보군요.’
마룬이 유일한 마법 기사가 된 사유도 듣고 보면 어이가 없는데, 훈련 중 험한 낭떠러지에서 굴러 무리를 이탈, 반쯤 죽어가다 간신히 기사가 되어 살아난 것이라고 했다.
그전까지는 다른 별동대 인원들과 같은, 무예를 연마하는 별부르미의 전사단 중에서도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았다고.
‘마룬뿐만 아니라, 별동대의 전사들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들은 따로 교육받느라 조직 내의 정치에서 떨어져 있으니까요.’
‘알겠습니다. 조언 감사합니다.’
아르센으로서는 나쁘지 않은 결론이었다.
그가 사이코패스도 아니고, 한솥밥을 먹은 동료들을 죽이고 싶을 리 없었으니.
“찾은 게 있습니다.”
“네?”
마룬의 반문을 들으며, 아르센은 배낭에서 책을 꺼냈다.
이 유적의 주인, 혹은 연구자였을 누군가가 적어 놓았던 그 일기장을.
잠시 다른 마법사들과 떨어진 뒤 이를 넘겨주자, 마룬은 차분히 책을 넘겼다.
그렇게 수십 초, 한참 들여다보던 마룬이 신음을 흘렸다.
“음······.”
“혹시 뭐 특이한 거 있습니까?”
아무래도 별부르미의 간부로서 아르센보다 아는 것이 많을 것이기에 질문했건만, 마룬은 엉뚱한 대답을 했다.
“아뇨, 글씨를 너무 못 써서 알아보기가 힘들어서요.”
“아.”
확실히, 책을 자주 읽던 사람이 아니라면 보기 힘들 정도로 악필이긴 했다.
허탈한 것도 잠시, 아르센은 동화책을 낭송하듯 내용을 읽어주었다.
전투 인형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마룬이 얼굴을 굳혔다.
“어, 그건.”
그러고 보니, 마룬은 아르센이 그 정체를 짐작하여 라티스 장로에게 확인받았음을 모르고 있었다.
아르센은 이에 대해 아주 짤막하게 설명했다.
“전투 인형에 대해서라면 라티스 장로에게 들었습니다.”
“정말요? 근데, 그럼······.”
떨떠름하게 구는 것을 보니, 그 역시 기사를 지배하는 것이 타인에게 이해받기 힘든 일임을 잘 아는 모양이었다.
“그건 나중에 직접 보고 판단하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저 뒤에서 나온다는 전투 인형이 뭐일 것 같습니까?”
“네? 음, 글쎄요, 그건 잘······사실 전투 인형, 그러니까 기사들을 다루는 건 장로님들의 권한이거든요.”
자기는 그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다며, 마룬은 고개를 저었다.
정말 모르는 것인지 감추는 것인지 유심히 관찰했으나, 그 알기 쉬운 얼굴에 수상한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어쩔 수 없죠, 그럼 슬슬 출발합시다. 충분히 쉰 거 같으니.”
* * *
찢고, 부수고, 가르고, 지지고, 태우고, 얼리고.
휴식으로 체력을 보충한 뒤, 그들은 보이는 모든 적을 다양한 방법으로 파괴하며 나아갔다.
갈수록 마주치는 생물들의 형태가 변하기 시작했다.
점점 더 크기가 작아진 대신 민첩해졌고, 좌우 대칭이 맞기 시작했으며, 돌출된 혈관이나 잘못 달린 부속지와 같은 기괴하고 불필요한 특징이 줄어들었다.
그 대신, 조금 더 실험적인 형태와 기능이 많이 나타났다.
“윽!”
길쭉한 촉수가 창처럼 뻗어 나와 목숨을 노렸다.
아르센은 고개를 꺾어 피하는 동시에, 날아든 촉수를 그대로 도끼로 갈랐다.
놀랍게도, 촉수는 마력이 실린 도끼를 받아냈다.
조금 전까지 강철도 뚫을 듯 매섭던 촉수는 마치 마시멜로처럼 뭉근히 바뀌어, 도끼를 푹신하게 받아냈다.
상대는 몸 전체가 그런 촉수로 이루어진 괴물이었다.
물리적인 공격으로는 죽이기 힘든 상대.
하지만, 물리적이지 않은 공격으로는 쉽게 꺾을 수 있었다.
“불 갑니다! 위쪽으로!”
신호에 몸을 푹 숙이자, 아르센의 상반신이 있었던 곳으로 불꽃 화살이 쏘아졌다.
화살은 그를 지나 촉수에 꽂혀, 마치 기름에 불을 끼얹은 것처럼 맹렬히 타올랐다.
자연스럽지 않은 반응, 아무래도 촉수를 감싸는 분비물이 가연성을 가진 모양이었다.
생물 자체의 마법 저항력도 보잘것없었고.
불타는 촉수를 보며 한숨 돌리자, 마룬이 뒤쪽에서 다가오며 으스댔다.
“물리력이랑 마법 저항력까지 다 좋은 녀석은 없네요.”
마룬의 말대로, 등장하는 적은 둘 중 한 가지로 공략이 가능했다. 물리적 공격, 혹은 마법.
가끔 기사처럼 마법 몇 방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무시하는 실험체는 육체적으로 그리 뛰어나지 않았고, 따라서 아르센의 도끼질 몇 번에 맥없이 무너졌다.
반대로 그런 공격을 쉽게 이겨내고 특이한 능력을 보여주는 실험체들은 마법 공격에 맥없이 무너지곤 했고.
“둘 다 충족하기가 어려웠나 봅니다. 이걸 만든 사람들이.”
“으음······.”
그들은 가끔 죽은 실험체의 몸뚱이를 이리저리 뒤적이며 약점 같은 것을 분석해 보았지만, 그다지 의미 있는 자료가 되지는 않았다.
겉으로 보이는 생김새만이 아니라, 급소가 될 수 있는 내장 역시 제멋대로 자리해 있었던 탓이다. 아르센이 생각하기에는, 뇌가 오른쪽 허벅지에 들어 있고 심장이 왼쪽 앞발 언저리에 있던 녀석이 가장 기상천외했던 것 같았다.
도대체 신경계와 심혈관계가 어떻게 설계되어 있는지는 상상도 가지 않았지만.
“자, 다음 방으로 가죠. 이게 마지막이면 좋겠는데.”
그렇게 중얼거린 뒤, 문을 열었다.
모두의 얼굴에는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번 방은 유난히 그 문이 커다랗고 화려해, 특별한 방으로 보였기에.
* * *
마지막 방의 풍경은, 조금 익숙했다.
과거 영화에서 흔히 나오던, 콜로세움을 연상시키는 외관.
둥근 경기장과 그 위에 층층이 세워진 관람석의 모습은 고대의 검투장, 희생자의 피를 머금어 번성하는 죄악의 공간을 그대로 옮겨놓은 모습이었다.
그 경기장 한가운데, 멍하니 배회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아니, 저것이 정말로 사람이던가.
전투 인형, 아마 그렇게 불렸을 존재.
1.5m에서 2.5m 정도까지, 그 체격도 생김새도 다양한 데다, 각자 화려한 옷까지 입고 있어 특색이 뚜렷했다.
프릴 달린 화려한 드레스부터 튜닉, 집사를 연상시키는 고풍스러운 연미복, 상반신을 드러낸 야성적인 생김새까지.
멀리서 얼핏 보기에는 영락없이 인간처럼 보였으나, 잘 들여다보니 몇 가지 결정적인 차이가 있었다.
우선 눈. 흰자위 없이 단색인 눈은 유리구슬처럼 빛났다.
피부는 머리카락 외에 털 오라기 하나 없이 매끄러워 도자기 같았으며, 얼굴도 몸매도 조각해 만든 듯 아름다웠다.
인간과 닮았지만 묘하게 구분되는 그 생김새는, 이미 불쾌한 골짜기를 넘어 신비해 보일 정도였다.
‘왜 인형이라고 했는지 알겠군.’
깎아 만든 듯 아름다운 생김새를 한 인간 형태의 생물이라니, 여기에 인형 외의 어떤 이름을 붙일 수 있을까.
그때, 한 마법사의 넋 나간 중얼거림이 들려왔다.
“아름답다······.”
그 중얼거림에, 배회하던 전투 인형들이 일제히 고개를 돌렸다. 마치 로봇처럼.
그리고 다가오기 시작했다.
천천히, 사냥감을 향해 접근하는 고양이 같은 발걸음으로.
“어어?”
우습게도, 그 순간 모두가 경계심을 늦추고 있었다.
상대가 얼핏 보기에 사람처럼 생겼으며, 또한 아름답다는 이유였다.
참으로 바보 같은 일이나, 본래 사람이라는 것이 이런 관념에 지배당하는 어리석은 생물 아니던가.
후회할 새도 없이, 인형들이 일제히 덤벼들기 시작했다.
“아아아아악-!”
“하아아아아앗-!”
달려오며 내지르는 포효는 인간의 목소리와 다를 바 없어 더더욱 소름 끼쳤다.
이에 맞서고자 마룬이 크게 외쳤다.
“공격해!”
즉시 벼락이 몇 가닥 쏘아졌지만, 새하얗게 빛나는 전격은 상대의 몸에 닿는 순간 맥없이 사라졌다.
강한 항마력을 지닌 대상을 공격할 때의 전형적인 증상.
이들의 마법 저항력은 적어도 기사와 비슷한 수준인 것이 분명했다.
기사를 상대로 마법은 거의 쓸모가 없음은 상식인바, 마법사들이 절망 어린 탄식을 흘렸다.
‘무슨 속도가!’
상대가 달려오는 속도는 끔찍이 빨라, 평범한 인간은 물론 기사조차 능가할 정도였다.
말하자면, 아르센과 거의 비슷한 수준.
즉, 상대는 아르센과 맞먹는 신체 능력을 가진 십여 명의 비무장 기사인 셈이었다.
“마법사들은 모두 뒤로! 마룬 경, 뒤를 지키십시오!”
그나마 다행인 점이 있었다.
전투 인형들은 하나같이 그럴싸한 의복을 걸치고 있을 뿐, 제대로 된 무기나 방어구를 착용하고 있지는 않았다.
달려오는 자세로 보아 싸우는 방법을 익힌 모양새도 아니었고.
모름지기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상대가 가지지 못한 자신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해야 했다.
지금 이 자리에서는 무장과 기예, 즉 짐승을 상대하고자 발전시킨 인간의 힘이 이에 해당했다.
우선, 아르센은 달려오는 적을 향해 도끼를 휘둘렀다. 맞기만 한다면 순식간에 몸을 쪼갤 맹렬한 일격을.
하지만 상대는 민첩하게 몸을 숙여 이를 피했다. 그 움직임도 고양이처럼 날렵하거니와, 체격이 작아 피하기 쉬웠다.
뛰어난 반사신경에 감탄하는 한편, 가속된 사고로 이를 인지하고 있던 아르센은 곧바로 고개 숙인 상대의 얼굴을 걷어 찼다.
“아악!”
그가 걷어찬 적은, 십 대 후반으로 보이는 소녀의 형상을 하고 있었다. 두 갈래로 곱게 땋은 인형의 머리는 검었으며, 눈은 파랬다. 엘로이즈와 같은 색상.
아르센은 자기도 모르게 속으로 욕설을 내뱉었다.
‘젠장.’
발에 얼굴을 차여 코가 부러지고 이빨이 부러졌지만, 인형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아르센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하얗고 가느다란 손가락, 그 손가락이 모여 이루어진 주먹. 얼핏 보기에는 전혀 위협적이지 않은 공격이었다.
그러나 주먹이 방어를 위해 뻗은 팔에 닿은 순간, 그곳에 걸려 있던 방호 주문이 발동했다.
그냥 맞았다면 갑옷이 손상되었을 공격이라는 의미였다.
“큭!”
아르센은 주문의 반발력으로 상대가 주춤하는 틈을 노려, 도끼를 든 손을 재빨리 휘둘렀다.
인형의 몸은 그녀가 걸친 드레스와 함께 반으로 토막 나, 새파란 연기를 뿜어냈다.
그 안의 뼈와 살점은, 역겹도록 인간과 닮아 있었다.
‘이걸로 하나······.’
하나를 죽였다고 안심할 수는 없었다. 아직 적은 많았기에.
다음으로 닥쳐 들어온 것은 멋들어진 정장을 걸친 거한, 아르센이 보기에도 거한이라 느껴질 정도로 큰 체구를 가진 남성형 인형이었다.
체형 역시 근육이 잘 발달한 모양새였는데, 생김새답게 인형 중에서도 힘이 강한 모양이었다.
아르센이 퍽 소리가 나도록 힘껏 걷어찼는데도, 조금 얼굴을 일그러트리며 몇 걸음 물러설 뿐이었다.
물러서며 드러난 뒤쪽에는 아르센보다 조금 작은 체격을 한 남성형 인형이 있었다.
두 인형 다 빚어낸 듯 아름다운 얼굴을 분노로 일그러트리고 있었다.
각각 다른 색을 한 눈동자가 유리구슬처럼 빛났다.
“흐읍!”
아르센은 숨을 들이쉬어 몸에 산소를 불어 넣으며, 그대로 도끼를 가로로 휘둘렀다.
선두에서 달려오던 거구의 인형은 두 팔을 들어 그것을 막아내려 했지만, 커다란 도끼날은 무자비하게 이를 갈랐다.
연기를 뿜어내며 갓 잡힌 생선처럼 파닥거리는 두 팔.
“크아아악!”
비명, 인간과 똑같은 비명.
이것들의 목소리는 인간과 똑같았다. 그래서 들을 때마다, 어쩌면 대화를 나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착각이 들었다.
물론 어림도 없는 이야기였지만.
이 거한을 공격한 탓에, 뒤에 있던 인형에게는 허점을 드러내게 되었다. 물론 의도한 허점이었다.
조금 전 사용된, 지난날 유적 도시에서 완벽히 보충한 방호 주문.
이는 무기를 든 아르센조차 쉽사리 뚫을 수 없었던 만큼, 맨주먹 한두 번은 막아줄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젊은 청년 형상의 인형은 아르센을 무시하고 그대로 마법사들에게 돌진했다.
“뭐?”
“온다! 마, 마룬 경!”
당황도 잠시, 아르센은 재빨리 드러난 빈틈으로 파고들려는 다른 인형 하나를 걷어차며, 조금 전 팔을 잘라냈던 거한의 목을 잘라 숨통을 끊었다.
피처럼 격렬히 뿜어지는 푸른 안개.
이를 무시하고, 아르센은 한 발짝 뒤로 물러나 계속해서 몰려드는 인형들로부터 방어하기 좋은 포지션을 선점했다.
그때, 뒤에서 비명이 들려왔다.
“끄아아아아악!”
익숙한 목소리에, 아르센은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돌렸다.
그가 사고 속도를 높이는 특기가 있지 않았다면, 절대 해서는 안 될 위험한 묘기.
덕분에, 아르센은 마법사 한 명의 머리가 뽑혀 나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조금 전 파고든 인형은 마법사의 머리를 뽑은 채,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주람!”
마룬이 처절하게 외쳤지만, 목이 머리에서 떨어져 나간 인간이 대답할 수 있을 리 없었다.
그 광경에 분노하는 한편, 아르센은 달려드는 인형들의 움직임을 분석했다.
‘이놈들······내게는 관심이 없어.’
조금 전의 상황으로 보아, 이들의 공격 대상은 아르센이 아니었다.
아르센이 완전히 문 앞을 틀어막고 있어 그를 배제하고자 공격할 뿐, 인형들은 어떻게든 틈만 나면 아르센의 무시한 채, 마법사부터 공격하려고 했다.
쉬운 상대를 노리려는 전략적인 움직임은 아니었다.
오히려 팔이나 다리 하나를 잃더라도, 어떻게든 마법사들부터 죽이겠다는 그 행동 방식에서는 광기가 느껴졌다.
분명히 이 인형들은 생물이건만, 행동하는 것은 어찌 이렇게 기계와 같단 말인가.
‘왜지? 내가 계승자라서? 아니면 저들이 마법사라서?’
“으억! 헉!”
그때, 마룬의 다급한 비명이 들려왔다.
마룬은 조금 전 그 인형에게 깔린 채 버둥거리고 있었다.
그나마 미늘창의 자루로 상대를 떠밀고 있었지만, 바들바들 떨리는 모양새가 위태롭기 짝이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상대는 아르센과 맞먹는 신체 능력을 지닌 전투 인형이 아닌가.
그에 비해 마룬은 평범한 기사 중에서도 약한 축이니, 둘의 능력 차이는 인간과 맹수의 그것과 같았다.
위기의 순간, 누가 봐도 마룬은 곧 죽을 것으로 보였다.
아르센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그리되었을 것이다.
‘터져라!’
아르센은 도끼를 크게 휘둘러 문 앞의 인형들을 잠시 물러나게 만든 뒤, 등에 달아 두었던 투창을 뽑아 던졌다.
마력을 가득 담아, 그 안에 담긴 마법이 시전되도록 하여.
매섭게 쏘아진 투창은, 그대로 마룬의 목을 잡아 부러트리려던 인형의 옆구리를 뚫고 박혔다.
“끄아아아-!”
처절한 비명.
그것이 들리고 일 초도 지나지 않아, 투창이 폭발했다.
“후.”
사방으로 쏟아지는 살점.
인형이 항마력이 있다고 해도, 몸 안에서 터지는 폭발까지 견뎌내기는 힘들다는 사실이 입증되었다.
바로 밑에 있던 마룬 역시 폭발의 범위 안에 있었지만, 유물 갑주를 걸친 그는 쉽사리 견뎌낼 수 있었다.
“커헉, 헉······.”
목이 졸렸던 탓인지 다급하게 숨을 빨아들이는 마룬.
안타깝게도, 아르센에게는 이를 지켜볼 여유가 없었다.
이미 전투 인형 두 기가 빈틈을 파고들어, 마법사를 노리려 하고 있었기에.
마룬은 그나마 기사라서 몇 초쯤 버텼지, 다른 마법사들은 저항도 하지 못하고 살해당할 것이 뻔했다.
아르센은 다시 한번 인형 하나를 걷어차며 달려드는 상대를 저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