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surgeon who uses martial arts RAW novel - Chapter (435)
무공 쓰는 외과 의사-435화(435/540)
제85장 진실(1)
“그럴 리가 없어요. 우리 경욱이는 스스로 목숨을 끊을 아이가 아닙니다!”
서미애가 단호하게 받아쳤다.
비록 집안은 가난했지만 아들은 성실하고 올바르게 자랐다.
어떤 상황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았으며 다른 사람도 배려할 줄 아는 아이였다.
어디 그뿐이랴.
종교인으로서 내세를 믿었고.
군부대에서 잘 지내고 있다며 하루 한 번씩 꼬박 전화를 거는 효자이기도 했다.
그런 아들이 자살을 했다니…….
눈앞에 있는 사람들이 뭔가를 착각하고 있거나 오해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사람 제대로 알고 찾아오신 거 맞죠? 제 아들 이름은 유. 경. 욱. 입니다.”
서미애는 일부러 아들 이름을 또박또박 발음했다.
“수색 중대에 유경욱 소위는 단 한 명뿐이죠. 제대로 찾아온 것 맡습니다.”
안경을 낀 군인이 안경을 만지작거리며 말을 계속했다.
“저희가 여러모로 조사를 해봤는데 안타깝지만…… 아드님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입니다.”
“증거 있어요?”
되묻는 서미애의 목소리가 앙칼졌다.
“최근 아드님이 여자친구와 헤어진 사실 알고 계십니까?”
“아…… 아니요.”
“고등학교 때부터 사귄 애인이라 둘 사이가 각별하다는 건 알고 계시죠?”
“알고 있어요.”
서미애는 인정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들 여자친구의 이름은 민정이었다. 집에 자주 놀러 와서 이야기도 종종 나눠봤다.
살갑게 어머니, 어머니 부르는 모습이 참 예뻤는데.
둘이 헤어졌구나…….
아들은 왜 이별 소식을 자신에게 말해주지 않았을까.
자신에게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아서?
아니면…….
민정이를 붙잡을 수 있다고 생각해서?
아들 입으로 듣기 전까지는 의문투성이인 질문들이 먼지처럼 어지럽게 머릿속을 떠다녔다.
“근데 선생님.”
“네. 말씀하시죠.”
“여자친구와 헤어진 건 분명 괴롭겠지만 경욱이가 그 이유 하나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보호자분 말씀도 일리가 있습니다.”
진상규명위원의 의원 종규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경욱 씨가 지휘하는 소대원들을 조사한 결과. 경욱 씨가 많이 우울해했다는 공통적인 의견이 있었습니다.”
“…….”
“GP에서 근무하면 특성상 외출과 외박이 엄격하게 통제됩니다. 여자친구를 붙잡을 수 있는 기회도 줄어들 테니 심리적인 고통 또한 더 크게 느꼈을 테고요.”
“유서는 발견 됐나요?”
“아니요. 유서는 없었습니다.”
“사실…… 전 유서가 없을 줄 알고 있었어요.”
“어떻게 말이죠?”
종규가 휘둥그레진 눈으로 물었다.
“경욱이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믿지 않으니까요. 선생님. 뭔가 착오가 있는 것 같은데 진실을 밝혀 주세요.”
“…….”
“우리 경욱이. 분명 억울한 일을 당한 겁니다.”
서미애는 종규의 한쪽 팔을 붙잡고 매달리다시피 했다.
어미로서 아들이 억울한 누명 쓰는 꼴을 어찌 두 눈 뜨고 지켜만 볼 수 있을까.
오해가 있다면 바로 잡아야 했다.
“어머님. 심정은 충분히 이해합니다. 하지만 조사라는 게 정(情)으로 움직이는 게 아니라서요.”
종규가 서미애를 매몰차게 떼어낼 수 없어서 곤란해하던 그때.
누군가가 말을 걸었다.
“잠깐 이야기 좀 할 수 있을까요?”
목소리가 들린 쪽으로 종규가 고개를 돌렸다.
30대 초반 정도로 보이는 잘생기고 훤칠한 남성이 귀신처럼 곁으로 다가왔다.
* * *
2층 좌측 복도 끝.
열어 놓은 창문에서 포근한 햇살과 시원한 바람이 쏟아지고 있었다.
“네? 조사 진행 과정에 대해 알려달라고요?”
본론을 들은 종규가 미간을 찌푸렸다.
“그건 기밀입니다. 함부로 알려드릴 수 없어요.”
“의사가 환자가 다친 경위를 알겠다는데 그게 문제가 됩니까?”
준후가 강하게 맞불을 놓았다.
사실 준후도 알고 있긴 했다.
종규가 아직 언론에도 공표하지 않은 사실을 자신에게 먼저 말해줄 리가 없다고.
그렇다고 순순히 물러날까?
절대 그럴 수 없었다!
준후는 진실을 원했다.
동시에 가해자가 처벌받기를 바랐으며 피해자인 경욱이 오명을 벗어나기를 바랐다.
“더 할 말이 없으니 가보죠.”
“전 할 말이 많은데요?”
준후를 비켜 가려는 종규를 준후가 막아섰다.
종규가 이리저리 방향 전환을 했지만 그때마다 준후에게 진로가 막혀버리고 말았다.
당연한 일이었다.
지구에서 준후의 피지컬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하…… 정말 이렇게 나오실 겁니까?”
종규가 인상 쓰며 준후를 노려보았다.
“네. 제대로 된 답변을 들을 때까지 계속 이럴 겁니다.”
준후가 뻔뻔하게 대답했다.
준후에게는 이번 사건에 개입할 명분이 없었다. 의사라는 권위도 딱히 내세울 만한 상황이 아니었다.
치료와 사건 수사는 별개니까 말이다.
즉, 현 상황에서 유일한 해결책은 막무가내로 들이대는 것뿐이었다.
“뭐가 그렇게 궁금합니까?”
종규가 한숨 쉬고는 양손을 허리에 얹었다.
“유경욱 소위가 자살했다고 판단하는 구체적인 근거를 알고 싶어서요.”
“그건 기밀사항이라까요?”
“조만간 언론에 공표할 거 아닙니까? 제가 대신 검수해 드리죠. 제가 납득 못한다면 국민들도 납득을 못할 겁니다.”
“돌겠네. 진짜.”
종규가 양 손바닥으로 마른세수를 했다.
부대로 곱게 돌아갈 일만 남았다고 생각했는데 뜻밖의 복병을 만나고 말았다.
마음 같아서야 무시하고 싶지만.
환자를 치료한 의사들이라 마냥 매몰차게 구는 것도 불편했다.
준후의 태도를 보아하니.
제대로 된 대변을 듣지 않으면 계속 거머리처럼 달라붙어서 귀찮게 할 것 같기도 했고.
“몇 가지 정보는 드릴 텐데 외부 발설은 금지입니다. 공식 발표 전에 오늘 한 이야기가 새어나간다면 징계를 각오해야 할 거예요.”
“물론입니다.”
준후가 고개를 끄덕였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동기부터 말씀드릴게요.”
“아뇨. 전 화약흔부터 듣고 싶네요.”
“화약흔을 알아요?”
종규의 목소리가 한 옥타브 올라갔다.
화약흔.
총기를 발사하면 남는 흔적을 화약흔이라고 불렀다. 의사라고 해도 화약흔을 모르는 경우가 제법 있었다.
“네. 압니다. 그래서 환자의 손에서 화약흔을 발견했어요?”
“아뇨. 발견 못 했습니다.”
“환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으면 손에 화약흔이 남아야 하는 거 아닙니까?”
준후가 다그치듯이 물었다.
환자가 자살하지 않았다는 증거를 준후는 화약흔의 부재에서 찾았다.
“그게…… 경우에 따라서는 총을 격발하고도 화약흔이 남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경우죠?”
“말로 설명하긴 어렵지만 그런 게 있습니다. 저희 쪽에서도 실제로 다 실험을 해보고 내린 결론이에요.”
“…….”
준후는 할 말을 잃어버렸다.
지금 이걸 해명이라고 하는 건가?
가장 중요한 부분을 이렇게 얼렁뚱땅 넘어간다고?
현 상황을 비유하면 이랬다.
지금부터 파스타를 만들건데요. 먼저 끓는 물에 파스타를 삶은 다음 준비한 재료로 대충 요리하면 파스타가 완성됩니다.
……라고 설명하는 꼴이었다.
한마디로 개소리라는 것이다.
“저기요. 위원님.”
“네.”
“페인트 사탕이라고 아세요?”
“먹으면 혀가 파래지는 사탕 아닙니까?”
“맞습니다.”
“근데 그 이야기가 갑자기 왜 나오죠?”
이해가 안 간다는 듯 종규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페인트 사탕을 먹고도 입안이 변색 되지 않는 방법을 저는 알고 있습니다.”
“정말 그런 게 가능하다고요?”
“네. 사탕이 혀, 볼, 치아, 입천장에 안 닿게 잘 먹으면 됩니다.”
준후의 설명을 들은 종규가 오만상을 썼다.
방금 자신이 했던 설명을 비꼬고 있다는 걸 눈치챘던 것이다.
“거참…… 비유 한 번 이상하게 하시네. 하여간 그런 방법이 있습니다. 본인이 이해를 못한다고 해서 그게 꼭 거짓은 아니에요.”
“총에서 지문은 검출됐습니까?”
준후가 지문으로 화제를 돌렸다.
유경욱 소위가 스스로 방아쇠를 당겼다면 총에 소위의 지문이 남아야 했다.
“아뇨. 지문도 검출 안 됐습니다.”
“소위가 자살했다고 주장하면서 계속 정반대되는 이야기만 하시네요?”
준후가 팔짱을 낀 채 빈정거렸다.
“격발 전에 총기 손질을 하면 지문이 안 남을 수 있어요.”
“그럼 소위가 격발 전에 총기 손질을 했습니까?”
“…….”
“조사 안 하셨습니까?”
“공식적으로야 총기 손질을 안 했지만 혼자서 따로 총기 손질을 했을 수도 있죠.”
“총기 손질을 했을 수도 있고 안 했을 수도 있다면 양쪽 가능성을 다 따져봐야 하는 거 아닙니까?”
이때다 싶어서 준후가 공격에 나섰다.
검술과 마찬가지로 화술에도 흐름이 있었다. 기세를 탔을 때 적극적으로 밀어붙여야 했다.
“그런데 왜 소위가 총기 손질을 해서 권총에 지문이 안 남았다는 쪽으로만 가정을 하시는 거죠?”
“다른 이유도 있어요.”
“뭡니까?”
“소위가 장갑을 끼고 격발을 했을 가능성도 있어요.”
“장갑을 끼고 격발했다고요?”
준후가 콧방귀를 끼었다. 장갑을 끼고 권총 자결을 한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도 준후는 신중하게 접근하기로 했다.
어떤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한다면 자신과 종규 사이에 아무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민석 선생님.”
“네.”
민석이 모처럼 존재감을 드러냈다.
“환자가 응급실 실려 올 때 장갑을 끼고 있던가요?”
“아뇨. 못 봤습니다.”
“담당 선생님이 장갑을 못 봤다고 하는데요?”
“그럼 병사들이 장갑을 벗겼나 보죠.”
“소위의 장갑을 벗겼다는 병사들의 증언은 확보했나요?”
“……아니요.”
“그럼 장갑을 안 낀 것 아닙니까?”
“너무 경황이 없어서 본인이 한 일을 깜빡했을 수도 있죠.”
“상황을 본인이 유리한 쪽으로만 기가 막히게 해석하시네요. 감탄했습니다.”
“비꼬지 마시죠? 원래라면 귀찮게 이런 이야기를 할 필요도 없는 상황입니다만?”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이만.”
준후가 가볍게 목례를 하고 반대편 복도로 걸어갔다.
그 뒤를 민석이 허겁지겁 따라 붙었다.
“정말 이대로 물러나시게요? 건진 게 하나도 없는데요?”
민석이 걱정스런 표정으로 물었다.
민석 역시 진실을 밝히고 싶어 하는 입장이었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데 저라고 무슨 재주가 있겠어요.”
준후가 허탈하게 웃었다.
대화하면서 의미 있는 정보를 빼내려고 했지만 실패하고 말았다.
상대가 마음의 빗장을 잠갔다면.
설령 준후라고 해도 그걸 열 방법은 없었다.
터벅. 터벅.
착잡한 마음으로 복도를 걷던 중 때마침 중환자실이 있는 왼쪽 통로에 시선이 갔다.
이제 남은 방법은 단 하나뿐.
환자를 회복시켜 진실을 되찾는 것뿐이었다.
* * *
한국 도수 병원과 조금 떨어진 식당 골목.
종규는 범신과 함께 으슥한 골목에 자리를 잡았다.
“그 젊은 의사, 성격이 보통내기가 아니던데요? 무슨 수사관처럼 질문을 하네요?”
범신이 준후와의 대화를 떠올리며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적당한 답변을 하면 물러갈 줄 알았건만 준후는 사건과 관련된 핵심 정보를 조목조목 따졌다.
누가 보면 종규가 아니라 준후가 진상 의원회 의원인 줄 착각할 정도였다.
범신의 말에 종규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군복 바지 주머니에서 담배를 한 대 꺼내 물었다.
찰칵!
후우우!
한숨 섞인 담배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바람을 타고 하늘로 올라갔다.
오늘따라 유독 담배가 썼다.
종규는 목구멍이 뻑뻑해질 때까지 연달아서 담배를 연기를 빨아댔다.
담배의 크기가 순식간에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위에서 자살로 처리하라는데 나보고 어쩌라고 X발!”
종규가 절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