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surgeon who uses martial arts RAW novel - Chapter (438)
무공 쓰는 외과 의사-438화(438/540)
제85장 진실(4)
“감사합니다. 중대장님. 단결!”
성현은 경례를 올리고 중대장실을 빠져나왔다.
하지만 자기 손으로 중대장실 문을 닫고도 한참 동안 빤히 중대장실 문을 쳐다보았다.
“아저씨, 뭐 해요?”
치료계 상병 태원이 성현에게 물었다.
“아니. 그냥 좀 이상한 게 있어서요.”
“그러니까 뭐가 이상하냐고요.”
“중대장님이 진료를 특이하게 보네요?”
얼음땡에서 땡을 받은 것처럼.
성현은 그제야 굳은 몸을 풀고 태원을 향해 몸을 돌렸다.
“혹시 손 쓰는 것 때문에 그래요?”
태원이 피식 웃었다.
의무병이라서 그런지 중대장의 진료 방식을 아는 것 같았다.
성현은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바뀐 중대장의 진료에 관해서 라면 딱히 불만은 없었다.
고객 만족도, 아니, 병사 만족도가 100점 만점에 100점이었다.
일단 눈빛이 마음에 들었다.
예전에 있던 중대장은 진료를 볼 때 눈빛에 오묘한 감정을 담았다.
귀찮다는 느낌이 50퍼센트.
고작 이런 걸로 자기를 찾아왔냐고 무시하는 느낌이 30퍼센트.
기타 다른 안 좋은 느낌이 20퍼센트를 차지했다.
하지만 현 중대장의 눈빛은 따뜻했다.
휴가를 받아 집에 복귀할 때.
어머니가 자신을 바라봐주는 눈빛을 했다.
어디가 아픈지 꼼꼼하게 질문을 해주었고 성현의 이야기도 성의껏 들어주었다.
다만 의아한 구석은 성현의 전투복 상의를 젖힌 후 복부에 손을 얹었다는 부분이었다.
의사가 아닌 성현도 그 정도는 알았다.
배에 손을 얹는 게 진료와 상관이 없다는 것쯤은.
배에 뭔가를 얹는다면 그건 응당 손이 아니라 청진기여야 했을 것이다.
“우리 중대장님 별명이 뭔 줄 알아요?”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요?”
“그래서 알려주겠다고요. 우리 중대장님 별명이…….”
태원이 뜸을 들이다가 말을 이었다.
“약손이에요.”
“엄마 손은 약손 할 때. 그 약손이요?”
“네.”
태원이 미소를 머금으며 말했다.
태원은 중대장이 ‘약손’으로 펼친 수많은 환자들을 간증했다.
거의 사이비 종교 신도 수준이었다.
허리 통증이나 무릎 통증이 싹 가신다거나, 하루 종일 힘이 넘친다거나 등등.
솔직히 허풍 같이 들렸지만.
그렇다고 마냥 무시하기도 힘들었다.
성현의 소대에서 중대장의 진료를 받은 후임이 있었는데 그 후임도 중대장 칭찬을 입이 마르게 했었다.
“그나저나 중대장님이 뭐래요?”
“포상 휴가 줄 테니까 대학병원에서 꼭 진료 받아보라고 하시던데요?”
“와. 대박이네.”
“대박이죠. 여러모로.”
성현이 치료실 소파에 앉으며 말했다.
중대장의 결정에 성현은 무려 3번이나 놀랐다.
하나는 직속상관도 아닌 의무 중대장이 자신의 포상 휴가를 챙겨주겠다고 약속한 점.
둘째는 대학병원 진료를 예약해 주겠다고 한 점.
마지막 셋째는…….
순수한 중대장의 판단, 그 자체였다.
성현은 한국 도수 병원에서 이미 내시경 검사를 받았다. 만성 위염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그런데 왜?
도대체 왜?
중대장은 민간 병원을 또 가보라고 했던 걸까.
그것도 내시경을 받은 지 2달도 채 안 된 시점에서.
요즘 속쓰림이 너무 심해서 성현은 휴대폰으로 ‘2달 안에 위염이 위암으로 변할 수 있나요?’라고 검색해 보기도 했다.
대부분은 그런 일이 없다고 했다.
무려 포털 사이트 햇살신 전문가의 답변이었다.
진짜인지는 모르겠지만 햇살신은 본인이 의사라고 주장하기도 했고 말이다.
“중대장님도 다 생각이 있어서 그런 판단을 내리신 거겠죠.”
“나도 그렇게 믿고 싶네요.”
“근데 안 가고 뭐 해요?”
“중대장님이 잠깐 치료실에서 기다리라고 하시던데요?”
말이 끝나기 무섭게 중대장실 문이 열렸다.
“잠깐 연대장님 뵙고 올게. 그 자리에 있어.”
“네. 중대장님.”
“연대장실은 왜 가시는 겁니까?”
성현이 대답하고 태원은 물었다.
“포상 휴가 좀 받아오려고.”
준후가 여유롭게 대답했다.
마치 연대장에게 포상 휴가증이라도 맡겨 놓은 사람처럼.
* * *
‘나를 만난 게 행운이네.’
준후는 치료실을 나오면서 속으로 중얼거렸다.
성현은 만성 위염과 속쓰림 증상으로 의무대를 찾았다.
보통의 군의관이라면 100퍼센트 성현에게 위산 억제제를 처방하고 진료를 끝냈을 것이다.
그리고 몇 달 뒤에.
대형 참사를 맞닥뜨려야 했을 것이다.
결론부터 말해서.
성현은 2-3기 정도 되는 위암 환자였다.
내시경 검사에도 못 잡아낸 위암을 어떻게 잡아냈냐고?
준후에겐…….
바로 내공 검사가 있었다.
내공 검사는 단순히 장기의 구조물을 살피는 효능만 있는 게 아니었다.
암 진료에도 탁월한 효과가 있었다.
암세포란 무엇인가.
자기 혼자 살겠다고 주변 세포들을 포식해서 덩치를 키우는 조직이 아닌가.
때문에 종양이 있는 부위에 내공을 불어 넣으면.
종양은 내공을 먹어 치우려는 성향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도 며칠 굶은 것처럼 탐욕스럽게.
준후는 성현의 위에 내공을 불어넣었다. 그리고 위체부 소만곡 부위에서 무시할 수 없는 흡입력을 느꼈다.
암이 있다는 증거였다.
다만 내공 종양 검사가 만능은 아니었다.
조기암의 경우 내공 종양 검사로도 걸러낼 수가 없었다.
내공을 흡수하는 건 정상 조직과 정상 세포도 마찬가지였다.
그 흡입력이 강하지 않다면.
준후로서도 정상 조직과 암 조직을 구분하기 힘들었다.
연대장실로 가는 도중.
준후는 휴대폰으로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 오랜만이다. 잘 지내지?”
-…….
“알았어. 자주 연락할게. 아, 그리고 미안한데 나 부탁 하나만.”
-…….
“환자 한 명만 다이렉트로 봐주라. 2달 전에 위 내시경 검사를 받긴 했는데 아무래도 증상이 심상치 않아.”
-…….
“노파심에 하는 소리인데 보우만 4형일 것 같단 말이지.”
-…….
“다 아니까 너한테 특별히 부탁하는 거잖아. 그래. 고맙다.”
통화를 끊고서 준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통화한 사람은 의대 동기였다.
신원대 소화기 외과 조교수였다.
말이 안 통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친분이 있어서 비교적 쉽게 진료와 검사 승낙을 받아냈다.
보우만 4형 위암.
이는 내시경 검사를 하더라도 잡아내기 힘든 위암의 형태였다.
특히 위체부 소만 또는 후벽 부위에 발생하면 위벽만 두꺼워져서 진단이 까다로웠다.
그러니까 한국 도수 병원에서 내시경을 잘못한 건 아니었다.
특이한 위암이 특별한 부위에서 발생했기에.
피치 못하게 진단을 못했을 뿐이었다.
똑. 똑. 똑.
연대장실에 도착한 준후가 노크를 했다.
들어오라는 목소리가 들렸다.
“단결.”
준후는 적당히 예의를 갖춰 연대장에게 인사했다.
연대장이 고개를 끄덕여 인사를 받고서 한 손으로 가죽 소파를 가리켰다.
준후가 먼저 소파에 앉았다.
집무실 책상에 앉아 있던 연대장이 준후 맞은편에 앉았다.
“자네 그건 알고 있나?”
“어떤 걸 말씀하시는 겁니까?”
“요즘 자네 소문이 연대에 파다하더군.”
“……제 소문이요?”
“진료를 잘 본다고 말이야. 병사는 말할 것도 없고 간부들도 난리를 치던데?”
연대장이 씽긋 웃으며 말했다.
잠깐 긴장했던 준후가 얼굴을 풀었다.
난 또 뭐라고.
“제 할 일을 다했을 뿐입니다.”
“자기 할 일을 다하는 사람. 의외로 없지.”
“삼차 신경통 치료는 잘 되어가고 있나요?”
“암. 자네 덕분에 치료가 빨랐잖아? 얼마 전에 진료를 봤는데 약물치료를 조금만 더 하면 완치될 것 같다고 하더군.”
“다행입니다.”
삼차 신경통이 목숨을 위협하는 질환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무시할 만한 질환도 아니었다.
특유의 통증.
차가운 칼로 얼굴을 베는 듯한 통증 때문에 일상을 보내기가 어려웠으니까.
“무슨 볼 일이 있어서 찾아온 것 같은데…… 아닌가?”
“역시 귀신같으십니다. 사실 포상 휴가증을 부탁드리려고 왔습니다.”
“포상 휴가증? 얼마 전에 전투 체육으로 받아가지 않았어?”
연대장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받은 건 의무병들에게 뿌렸습니다. 방금 환자를 한 명 봤는데 아무래도 민간 병원에서 진료를 보는 게 더 좋을 것 같아서요.”
준후는 성현에 관한 내용을 짧게 노티했다.
물론 내공 종양 검사에 대한 내용만 쏙 빼놓고.
연대장은 별말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책상으로 돌아가서 무언가를 챙겨 소파로 복귀했다.
“자. 받아.”
“이렇게 많이 주셔도 되는 겁니까?”
연대장이 내민 휴가증을 내려다보는 준후의 눈동자가 휘둥그레졌다.
포상 휴가증이 무려 3장이었다.
“사실 나도 부탁할 게 있거든.”
연대장이 헛기침하며 말을 이었다.
연대장의 말에 따르면.
조만간 부대가 혹한기 훈련을 치른다고 한다.
혹한기 훈련이란 추운 겨울 날씨에 진행하는 훈련인데 여름에 유격 훈련이 있다면 겨울에는 혹한기 훈련이 있었다.
훈련 난이도는 최상이라고 했다.
“내가 올해 진급 심사가 있거든?”
연대장이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물론 진급 심사가 없더라도 당연히 벌어져서는 안 되는 일이기는 하지만 말이야.”
“…….”
“이번 혹한기 훈련에서 크게 다치거나 목숨을 잃는 병사가 없었으면 좋겠어. 자네라면 환자 관리를 잘 할 수 있겠지?”
포상휴가증을 왜 이렇게 많이 챙겨주나 싶었는데 연대장도 나름 꿍꿍이가 있었다.
준후는 즉답하지 않고 연대장과 시선을 교환했다.
포상 휴가증은 자칫 독이 든 성배가 될 수 있었다.
해석이 과할 수도 있지만.
어찌 보면 청탁(?)의 대가가 아닌가.
청탁이 성공하지 못하면 그 뒷감당은 오롯이 준후의 몫이었다.
앞으로 준후의 군 생활이 피곤해질 수도 있었다.
장교들이 아무리 군의관을 군인 취급하지 않는다고 해도, 일단 원수를 지게 되면 괴롭힐 방법은 많았으니까 말이다.
“환자 관리는 제 의무이자 책임입니다. 포상휴가증은 감사히 받겠습니다.”
준후는 선뜻 휴가증을 챙겼다.
청탁이고 자시고를 떠나서.
적어도 자신이 근무하는 동안.
자신의 근무하는 부대에서.
병사나 간부들이 다치거나 아프지 않기를 준후는 진심으로 바랐다.
“대답을 듣고 나니까 든든하구먼.”
“저만 믿으시죠.”
“암. 믿고말고. 앞으로도 잘 부탁하네.”
연대장과의 담화를 그렇게 끝났다.
준후는 의무대로 돌아와 성현에게 휴가증을 건넸다.
* * *
그날 저녁.
한국 도수 병원 신경외과 중환자실.
민석은 유경욱 소위의 침상 옆에 서 있었다.
목숨이 위태로웠던 응급 수술이 끝난 지도 벌써 3주 전의 일이었다.
유경욱 소위는 여전히 의식불명 상태였다.
바이탈은 안정적이었고.
심전도 리듬은 고르고 규칙적이었다. 자가 호흡이 가능했으므로 산소마스크는 착용하지 않았다.
다만 의식이 없어 직접 식사를 못 했으므로 비위관(콧줄)을 통해 영양을 제공하고 있었다.
소변은 소변줄로, 대변은 대변줄로 빼내고 있었다.
“설마설마 했는데 진짜네요.”
민석이 감탄하며 곁에 선 준후를 쳐다보았다.
소위에게 식물인간 판정을 내려야 한다는 압박이 꾸준하고 강력하게 들어오는 가운데.
가뭄의 단비 같은 소식이 있었다.
바로 환자의 뇌전도 검사 상태였다.
뇌파 리듬이 차차 활기를 띠고 있었다.
일주일 전만 해도 EEG 리듬은 쥐 죽은 듯 고요했다.
파형과 반응성이 낮았고, 진폭수가 적었으며, 발생시간이 불규칙했다.
그런데 왜인지는 몰라도 일주일 전부터 환자의 EEG 리듬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지금처럼 호전된다면 며칠 내에 의식을 되찾는 것도 불가능한 건 아니었다.
만약 환자가 의식을 되찾는다면.
총상의 진실에 대해서도 들을 수 있을 테고 말이다.
“선생님. 이번에는 대체 어떤 요술을 부린 거죠?”
민석이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