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surgeon who uses martial arts RAW novel - Chapter (464)
무공 쓰는 외과 의사-464화(464/540)
제90장 벗어나다(5)
엽기적인 그녀가 남자 버전으로 눈앞에서 상영되고 있는 듯 했다.
당연히 주인공은 준후였다.
‘와. 보통 아니네…….’
현정이 속으로 혀를 찼다.
현정은 간호사 경력이 10년으로 최근 2년 전까지만 해도 응급실에서 근무를 했다.
그런데!
살다 살다 한손으로 흉부압박 하는 의사는 머리털 나고 처음 봤다.
이른 바 상식파괴.
하지만 준후가 하고 있는 상식 파기는 당연히 좋은 의미가 아니었다.
멍청한 짓, 그 자체였다.
한 손으로 심장이 펌핑할 수 있는 압력을 만들어낼 수 있을 리 없었다.
그게 그렇게 쉬웠으면.
그게 가능한 일이었으면.
사람들이 왜 흉부 압박을 힘들어하겠는가. 2-3분만 해도 전력질주를 한 것처럼 땀을 한 바가지 흘리겠는가.
준후가 애써 붙인 제세동기 패드를 다시 제거하고 있는 모습도 현정의 눈에 거슬렸다.
환자를 정말 살릴 마음이 있는 걸까.
알고 보니 당직 레지던트 준후의 원수였고.
준후가 당직 레지던트에게 복수를 하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망상이 들 정도였다.
현정에게 준후의 행동은 그만큼 기가 막혔다.
“과장님. 흉강 천자 세트 가져왔습니다.”
“바로 천자할 수 있게 세팅해.”
“네. 과장님.”
인턴이 흉강 천자를 준비하는 동안.
“하아…… 하아…… 하아…….”
현정은 가쁜 숨을 내쉬었다.
흉부 압박만큼은 아니지만 엠부백(공기 주머니)을 짜는 처치도 중 노동이었다.
손목이 욱신거리고 어깨는 당장 빠질 듯 했다.
얼굴은 땀으로 축축했다.
“과장님. 근데…… 어째서…… 흉강 천자를…….”
현정이 숨을 헐떡거리며 준후에게 물었다.
당직 레지던트는 아마도 과로로 인한 심장마비로 쓰러졌을 것이다.
그런데 왜 준후는 천자를 준비하고 있을까.
선뜻 이해가 가지 않았다.
“당연히 과장님께서 생각이 있으시겠죠.”
인턴이 하나 마나한 소리를 했다.
과장에게 잘 보이려고 아부를 떠는 건 아니었고 이번 인턴은 맹한 구석이 있었다.
이 사람, 진짜 찬물을 끼얹고 있네.
그러니까 이유가 궁금한 거잖아.
당신도 의사면 이유를 궁금해 해야 하는 거 아니야?
현정은 차마 입 밖으로 할 말을 못하고 속으로만 쏟아냈다.
“우현 선생. 단순한 심장 마비가 아니에요.”
“그럼 대체 왜…….”
“이거 보여요?”
준후가 검지로 우현의 왼쪽 젖꼭지에서 3센티미터 떨어진 곳을 가리켰다.
그 장소를 직접 확인하고도.
현정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거기에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파랗게 멍이 들었잖아요.”
“네.”
“이거 외상성 기흉입니다.”
준후의 목소리에 확신이 가득 찼다.
외상성 기흉.
둔기나 예기에 부딪치면서 흉강이나 흉벽에 손상이 오는 질환이다.
이로 인해 가슴에 공기가 차게 되고 폐가 짓눌리는데 증상이 심할 경우 환자는 사망에 이를 위험이 있었다.
“가슴에 멍이 든 것 하나만으로 외상성 기흉을 판단하기에는 너무 빠르지 않을까요?”
현정이 최대한 점잖게 의문을 제기했다.
준후가 과장이라도 해도 짚고 넘어갈 건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었다.
더군다나 준후는 여전히 한 손으로 흉부 압박을 유지하는 기행 중이었다.
솔직히 신뢰하기 힘들었다.
“기저 질환이 없고 병동 스태프들이 CPR을 하고 있는데 아직까지 의식불명이다.”
“…….”
“그리고 가슴에는 멍이 있다. 이 정도면 외상성 기흉을 확진하기에 부족함이 없어요.”
준후의 대답이 차분했다.
마치 자신의 진단은 틀릴 리가 없다는 듯.
이쯤 되면 현정도 될 대로 되라는 식이였다.
간호사가 어찌 과장을 막겠는가.
어차피 책임도 본인이 질 거고.
다만 특이한 점은…….
한손으로 하는 것치고는 준후의 흉부 압박이 꽤 강력하다는 점이었다.
두 손으로 할 때나.
한 손으로 할 때나.
우현의 몸이 들썩거리는 수준은 비슷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혼자서 흉부 압박을 도맡고 있음에도 준후는 피곤한 기색이 손톱만큼도 없었다.
호흡은 여전히 잔잔했으며 얼굴에 땀이 맺히지도 않았다.
이 정도면 가히 초인적인 체력이었다.
“선생님. 천자 준비 끝났습니다. 제가 잘 해보겠습니다.”
인턴이 비장한 표정으로 말했다.
“하긴 뭘 해요.”
“네? 당연히 흉강 천자해야죠.”
“인턴 선생 말고 내가 할 겁니다. 포셉이나 줘봐요.”
준후의 발칙한 발언에 당직실은 또다시 충격에 휩싸였다.
현정도, 인턴도 할 말을 잃었다.
그러니까…….
한 손으로 흉부 압박하면서 흉강 천자를 같이 하겠다는 소리 아닌가.
이게 말이야, 방구야?
“급하니까 빨리!”
준후의 호통에 놀란 인턴이 몸을 들썩거렸다. 잠깐 머뭇거리다가 준후에게 포셉을 건넸다.
준후는 왼손으로 흉부 압박하면서 천자할 부위를 소독 솜으로 소독했다.
경이롭게도 양손이 따로 놀고 있었다.
“흉부 압박을 하는 나보다 정신이 없으면 어떻게 해요?”
준후가 날카로운 목소리로 인턴에게 핀잔을 주었다.
인턴이 준후에게 흉관을 건네는데 바늘 쪽으로 건넸던 것이다.
“죄송합니다.”
인턴이 기죽은 표정으로 방향을 바꿔 준후에게 흉관을 건넸다.
‘정말 괜찮으려나?’
현정은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다.
소독이야 그렇다 치고 흉관 삽관이 가능할까.
그것도 격렬한 흉부 압박을 하는 와중에?
준후의 행동은 아무리 생각해도 무모해 보였다.
“처치는 내가 하는데 왜 긴장은 이 간호사가 더 합니까?”
준후가 현정의 속마음을 들여다본 것처럼 말했다. 현정은 대답 대신 어설프게 웃고 말았다.
“앞으로 이런 일, 수시로 있을 테니까 심장을 단련해 둬요.”
준후의 시선이 우현의 가슴에 머물렀다.
푸우우욱!
흉관이 우현의 가슴을 꿰뚫었다.
* * *
“여…… 여기는…….”
우현은 신음을 흘리며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물속에서 눈을 뜬 것처럼 희뿌옇게 보이던 사물들이 하나둘 선명해지기 시작했다.
우현은 숙직실 1층 침대에 누워 있었다.
“선배님. 깨셨어요?”
인턴 승환이 호들갑을 떨며 우현을 내려다보았다. 승환은 의자에 앉아 우현을 지켜보고 있었다.
“뭐가 어떻게 된 거야?”
“난리도 아니었죠. 선배님이 쓰러져가지고.”
“결국 그랬나?”
우현이 얼굴을 찌푸리며 대답했다. 검에 베인 것처럼 가슴이 쓰라렸던 것이 마지막 기억이었다.
그 이후로는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이건 또 뭔데?”
우현의 검지가 본인의 가슴을 가리켰다.
가슴에 흉관이 삽입되어 있었다.
“오늘 출근한 과장님이 선배님께 흉강 천자 했어요. 과장님 개 미쳤던데요? 한 손으로 흉부 압박하면서 흉강 천자를 했지 뭡니까? 흉강 천자하고 상태가 좋아진 걸 보면 진짜 외상성 기흉이 맞았나 봐요.”
승환이 속사포로 말을 쏟아냈다.
막 의식이 깨어나서 머리가 둔한 탓일까.
그 의미가 뒤늦게 전해졌다.
새로운 과장님, 외상성 기흉, 흉강 천자.
“내가 외상성 기흉이었구나……. 어쩐지 가슴이 너무 아프다 했어.”
우현이 쓰게 웃었다.
의식을 잃기 30분 전.
우현은 야식으로 컵라면을 먹으려고 했다.
휴대폰 게임을 하면서 싱크대로 걸어갔는데 도중에 싱크대 뾰족한 모서리에 가슴을 정통으로 박아버렸다.
“크으으으…….”
날카로운 송곳에 찔린 것처럼 가슴이 아팠다.
다친 부위에 절로 손이 갔다.
그래도 처음에는 그러려니 했다.
대수롭지 않은 부상으로 넘겼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흉통은 극심해졌다. 급기야 진통제를 챙겨 먹고 버텨야 했다.
다만 그때까지도…….
외상성 기흉은 단 한 번도 의심하지 못했다.
‘좀 쉬면 낫겠지’하는 낙관적인 판단이 컸다.
라면은 결국 먹다 말았으며.
우현은 책상에 엎드려 잠시 잠을 청했다.
그리고 의식이 증발해 버렸다.
그것이 이번 사건에 숨겨진 진실이었다.
“새로운 과장님이 날 살렸구나.”
“네.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어요. 과장님이 선배님을 제때 발견한 것도 컸고.”
“…….”
“흉강 천자를 응급으로 시도한 것도 컸죠.”
“생명의 은인이네.”
우현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과장이 자신을 살린 데 가장 큰 공은 무엇이었을까.
우현은 관심이라고 생각했다.
첫 출근하는 과장이 당직실에 들릴 이유는 없었다. 본인 집무실에서 일정을 관리하기도 바쁠 테니까.
그런데 과장은 달랐다.
친히 당직실을 찾았고 우현이 쓰러진 것을 발견했다.
만약 과장의 관심이 없었다면.
우현은 컨퍼런스 직전에나 동료들에게 발견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쯤 저승길을 걷고 있었을 것이다.
“메이유에서 7년 동안 수련하고 다른 경력도 화려한 분이던데 역시 뭔가 다르긴 다르네.”
“좋은 분인 건 확실한데 그래도 걱정이 되네요.”
“뭐가?”
“아시잖아요. 저희 교수님들 한 성깔 하는 거.”
승환의 지적에 우현은 반박을 못했다. 기 센 교수들 사이에서 과연 과장이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
선뜻 고개가 끄덕여지지 않았다.
“내가 도울 수 있는 게 있으면 꼭 돕고 싶네.”
* * *
그날 오전.
준후는 병동 오전 컨퍼런스와 회진에 참여하지 못했다.
우현을 치료하느라 바빴고.
치료가 끝난 후에는 곧바로 별관 강당에서 진행하는 월례회에 참석했기 때문이다.
월례회에서 준후는 공식적으로 자신의 존재를 알렸다.
강단에 올라 간단하게 취임사도 밝혔다.
짝! 짝! 짝! 짝!
취임사가 끝난 후 쏟아지는 박수갈채, 자신을 향한 수천 개의 눈동자.
준후는 그제야 과장이 됐다는 실감이 났다.
‘아침부터 정신이 없구나.’
강당을 나온 준후의 발걸음이 바빴다.
엄밀히 따져서 스케줄이 밀린 건 아니었다.
외래 진료는 며칠 뒤에 시작이었다.
외래 진료를 보지 않았으니 화자가 없고 환자가 없으니 수술도 없었다.
하지만 준후는 스스로 계획해 둔 일이 많았다.
그걸 전부 처리하려면 당분간 눈코 뜰 새가 없으리라.
준후가 종종걸음으로 도착한 곳은 본관 3층.
복도 끝에 위치한 병원장실이었다.
똑. 똑. 똑.
노크하자 비서가 모습을 드러냈다.
“오늘 취임한 신경외과 과장님이시죠?”
“절 아시네요? 월례회에 참석하셨나요?”
“월례회에 참석 안 해도 그 정도는 알고 있어야죠. 안 그래도 병원장님이 찾으셨습니다.”
비서가 빙긋 웃었다.
병원장실 안에는 접견실이 따로 마련되어 있었는데 비서가 준후를 접견실로 안내했다.
소파에 병원장이 앉아 있었다.
다리를 꼰 채 느긋하게 커피를 마시는 중이었다.
병원장의 이름은 표성덕.
준후는 이미 표성덕과 깊은 인연이 있었다.
왜냐하면…….
준후가 신원대 본원에서 레지던트를 하던 시절.
표성덕이 신경외과 과장이었기 때문이다.
못 본 사이에 표성덕은 꽤 후덕해져 있었다.
갸름했던 턱선이 자취를 감추었다.
아랫배는 올챙이처럼 볼록했다.
그런데도 특유의 사악한 눈매는 여전했다.
개구리 왕눈이에 나오는 투투 같은 분위기랄까.
준후가 가볍게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성덕의 맞은편 소파에 앉았다.
성덕이 탐색하듯 준후를 위 아래로 훑었다.
“솔직히 의외였어.”
“뭐가 말씀입니까?”
“자네가 부산까지 내려올 줄은 몰랐거든. 당연히 서울대 본원에서 근무할 줄 알았지. 본원이라면 동료나 선배도 많으니까.”
“…….”
“굳이 부산을 택한 이유가 있나? 본원에서 과장까지는 못 시켜준다고 했나 보지?”
“아뇨. 본원에서도 과장 제안이 있었습니다. 제원대랑 다른 대학병원에서도 똑같은 제안이 왔고요.”
“그래?”
성덕이 눈썹을 치켜떴다.
어디 더 말해보라는 눈치였다.
준후가 대체 왜 좋은 자리를 마다하고 부산으로 지역을 옮겼는지 몹시 궁금하다는 눈치였다.
“제가 부산에 온 이유라면…….”
준후가 웃으며 말을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