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surgeon who uses martial arts RAW novel - Chapter (466)
무공 쓰는 외과 의사-466화(466/540)
제91장 신경외과 과장(2)
“아이고. 골이야.”
원무과장이 양손 검지로 관자놀이를 문질렀다.
분명 30분 전부터였다.
‘그 문서’를 보고 나니 묵직한 두통이 머리를 괴롭혔다. 머릿속에 지우개가 아니라 돌이 굴러다니는 듯했다.
“무슨 일 있으십니까?”
옆자리에 앉은 김 대리가 원무과장을 보며 물었다.
“무슨 일 있지. 왜? 말해주면 자네가 해결이라도 해주게?”
“이야기라도 들어드리면 마음이 풀리지 않겠습니까?”
“미수금 때문이야.”
원무과장이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은행이나 금융 업체만 미수금이 있는 게 아니었다.
병원에도 미수금이 있었다.
수술비나 입원비를 낼 형편이 안 되는 환자들은 차후 치료비를 갚겠다는 각서를 쓰고 퇴원한다.
그런데 그 미수금 금액이 한계치를 훌쩍 뛰어넘었다.
다음 회의 때 말이 나올 게 분명했다.
“장기 연체자가 많을 것 같은데 강하게 나가면 안 됩니까?”
“그게 쉬우면 벌써 했지…….”
원무 과장의 대답에 짙은 한숨이 섞였다.
“마냥 법으로 해결하려고 하면 언론에 물어뜯기는 수가 있어. 피도 눈물도 없는 병원 돈벌레 놈들이 환자한테 돈 타령 한다고.”
“…….”
“예전에 환자가 매스컴에 찌른 적이 있거든.”
“그래도 받을 돈은 받아야 하지 않나요?”
“설령 소송한다고 해도 돈 없다고 눕는 경우가 태반이야. 이미지는 이미지대로 깎이고 미수금까지 못 받으면 완전 손해 보는 장사인 거지.”
김 대리에게 하소연하면 마음이 가벼워 질 줄 알았건만 그 반대였다.
기분만 오히려 잡쳤다.
원무과장은 드라마 속 회장들이 그러는 것처럼.
책상에 놓인 물건들을 양손으로 싹 쓸어서 바닥에 떨어뜨리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답답하다는 소리였다.
“저…… 과장님. 혹시 시간 괜찮으십니까?”
얼마 전 채용한 신입 인턴이 어리바리한 얼굴로 원무과장에게 다가왔다.
“구현 씨는 왜?”
“다름이 아니라…… 신경외과 과장님이 원무과장님을 뵙고 싶다고 해서요.”
“엥? 신경외과 과장이?”
원무과장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양 눈썹이 산봉우리 모양으로 솟구쳐 올랐다.
진료과 과장이 원무과를 직접 찾는 일은 드물었다.
아니, 원무과장이 원무과를 근무하는 동안 처음 있는 일이었다.
대체 무슨 꿍꿍이일까.
“신경외과 과장이 오늘 막 취임하지 않았습니까? 인사드리러 온 게 아닐까요?”
김 대리가 원무과장의 마음을 읽은 것처럼 말했다.
하지만 원무과장은 동의하지 않았다.
의사들은 행정 직군과 엮이고 싶어 하지 않았다.
껄끄러워서 그런지. 일하는 분야가 달라서 인지.
의사라는 특권 의식이 있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일단 응접실로 모셔. 곧바로 가지.”
“네. 과장님.”
원무과장은 일부러 5분 정도 딴 짓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나서야 응접실로 이동했다.
신경외과 과장.
서준후는 원무과 직원이 타준 녹차를 마시고 있었다.
준후의 외모를 이미 알았지만 실제로 마주 보니 더 어려 보였다. 해석하기에 따라서는 레지던트처럼 보이기도 했다.
“반갑습니다. 서 과장님. 원무과장 강선표라고 합니다.”
“신경외과 과장 서준후라고 합니다.”
원무과장이 먼저 손을 내밀었고 준후가 손을 잡았다.
두 사람은 한동안 서로를 마주한 채 어색한 침묵을 지켰다.
먼저 운을 뗀 건 준후였다.
“두통이 있으신가 보죠?”
“그건 어떻게 아셨습니까?”
“얼굴을 찡그리고 손으로 머리를 문지르고 계시니까요.”
“처리해야 할 문제가 있어서요.”
원무과장이 멋쩍게 웃었다.
“이렇게 뵙게 된 것도 인연인데 제가 잠깐 머리를 봐 드리죠.”
준후가 선뜻 자리에서 일어났다.
원무과장의 등 뒤로 이동했다.
원무과장은 솔직히 준후가 왜 이러나 싶었다.
CT나 MRI 같은 검사를 해주는 것도 아니고 이 자리에서 과연 준후가 뭘 해줄 수 있나 의심이 들었던 것이다.
척!
준후의 손바닥이 원무과장의 정수리로 올라왔다. 순간 조영제라고 투여된 것처럼 머릿속이 화끈 거렸다.
당혹스러운 일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팟! 팟! 팟!
준후는 창호지에 구멍을 뚫듯 검지로 원무과장의 머리 곳곳을 찔러댔다.
뒷목의 뭉친 근육을 손으로 주물러 풀어주기도 했다.
할 일을 마친 준후가 유유히 본래 자리로 돌아갔다.
“지금은 좀 어떠세요?”
“장난을 치시…… 는 줄 알았는데 아니군요. 대청소를 한 것처럼 머리가 편안해졌습니다. 이거 놀라운걸요!”
원무과장이 헛헛하게 웃었다.
이게 어찌된 영문인지는 알 길이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만큼은 확실했다.
준후의 손은 약손이었다.
* * *
표정이 환해진 원무과장을 지켜보며 준후는 속으로 웃었다.
내공 두뇌 조영술을 펼치고. 무림판 마사지라고 불리는 추궁과혈을 사용했으며. 뇌를 활성화시키는 점혈법까지 이용했다.
이 모든 게 고작 2분 만에 벌어진 일이라면 믿겠는가.
최근 현대 의학과 접목된 새로운 무공은 익히지는 못했지만 기존 무공과 검사 속도가 눈부실 정도로 빨라졌다.
준후의 성장은 더뎌졌을 뿐.
멈춘 것이 아니었다.
“이렇게 굉장한 마사지는 어디서 배우셨나요?”
“주변에서 알음알음 배웠죠. 스트레스성 두통이면 이곳들을 지압해 주는 게 좋습니다.”
준후가 혈 자리 몇 군데를 알려주자 원무과장이 진지하게 들었다.
직접 손가락으로 해당 자리를 눌러보기도 했다.
“그나저나 과장님께서 원무과는 어쩐 일입니까? 진료과 과장님이 원무과를 찾는 일이 없거든요.”
원무과장이 호기심에 눈을 빛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부탁드릴 게 있어요.”
“초면에 부탁이요? 무슨 부탁입니까?”
“신경외과와 관련된 통계 자료를 보고 싶습니다. 병상 회전율, 환자들의 입·퇴원 기간, 환자 재입원율, 의사별 재수술율…….”
준후는 가운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 원무과장에게 내밀었다.
방금 말한 통계자료들을 일일이 열거한 종이였다.
원무과장은 가타부타 말이 없었다. 입을 꼭 다문 채 준후가 내민 종이를 훑었다.
원무과장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다짜고짜 찾아와서 부탁부터 하는 준후를 무례하다고 생각하고 있을까.
황당해하고 있을까.
아니면 불쾌한 감정을 느끼고 있을까.
하지만 준후는 원무과장이 자신의 부탁을 들어줄 거라 믿었다.
“이것들은 왜 필요한 겁니까?”
원무과장이 준후를 똑바로 쳐다보며 물었다. 동네 아저씨처럼 친근했던 눈빛이 원무과장의 눈빛으로 돌변했다.
“신경외과 의국을 운영하는 데 필요하니까요.”
“자료를 뽑아드리는 건 어렵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게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네요.”
원무과장이 좌우로 고개를 저었다.
구슬치기를 하듯 검지로 종이를 툭툭 건드렸다.
“서 과장님. 생각보다 적극적인 분이군요. 저는 과장님이 새로 부임해서 인사 차 방문한 줄 알았는데…….”
“…….”
“이제 보니 노림수가 있었군요.”
“당연하죠. 바쁘신 분을 용건도 없이 찾아뵙는 건 실례니까요.”
“허허.”
원무과장이 고개를 끄덕이며 아까 원무과 직원이 내온 커피를 마셨다.
병원 경영에 관련된 공부를 따로 했을까.
준후가 원하는 통계들은 신경외과의 수익률 또는 환자의 만족도에 관한 것들이었다.
하지만 통계자료를 확인한다고 해서 신경외과가 확 바뀔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소화기 외과와 정형외과를 제외하면 병원에서 흑자를 내는 외과 계열은 아무 곳도 없었다.
수술 난이도에 비해 수가가 너무 짰기 때문이다.
“자료를 받아봐야 분명 실망만 할 겁니다. 딱히 개선할 것도 없을 거고요.”
“…….”
“통계 수치를 보고 부족한 부분을 개선할 수 있다면 지금까지 신경외과 사정이 왜 그대로겠습니까?”
“그야 전임 과장님이 무능해서겠죠.”
“무능이요?”
준후의 돌직구에 원무과장은 눈만 깜빡거렸다.
이거 뭐 깜빡이도 안 키고 차선을 변경하는 꼴이 아닌가.
전임 과장을 대놓고 저격하다니.
깡도 이런 깡이 없었다.
“자료를 내어주실 수 있다고 하셨으니 자료만 부탁드립니다. 의국 관리는 제 소관이니까요.”
“젊은 나이에 과장에 부임했으니 과장님 실력이 좋은 건 알겠습니다. 하지만.”
“하지만?”
“너무 의욕이 과하면 좌절도 클 겁니다.”
“사람은 포부가 클수록 행동도 커지는 법이죠. 저는 신경외과 의국을 싹 뜯어고칠 겁니다.”
준후가 야심찬 포부를 밝혔다.
레지던트 때야 직급이 낮아서 어쩔 수 없었지만 지금은 사정이 달랐다.
준후는 과장이었다.
의국을 손아귀에 넣고 주무를 충분한 권력이 있었다.
준후는 신경외과가 병원 재정을 축내는 미운 오리 새끼 취급을 받는 게 싫었다.
그래서 의국의 수익률을 드라마틱하게 끌어올리고 싶었다.
수익률이 올라가면 발언권이 세지고 발언권이 세지면 더 많은 일들을 처리할 수 있게 될 테니까.
또한…….
서전으로서는 이미 충분히 인정을 받았으니 지금부터는 관리자로도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있었다.
“문제를 해결할 구체적인 방법이라도 생각해 두셨나요?”
원무과장이 못마땅하다는 목소리로 물었다.
그는 여전히 준후를 불신하고 있었다.
“포부만으로 목표가 이뤄지는 건 아닙니다.”
“지금 말씀드리면 재미없으니 나중에 직접 확인하시죠. 제가 부임하고 나서 통계 수치들이 어떻게 변해 가는지.”
“허허. 이것 참…….”
원무과장이 머리를 긁적거렸다.
할 말이 쌓였지만 억지로 참는 기색이었다.
“그래서 자료를 받는데 얼마나 걸릴까요?”
“과장님께서 직접 오셨으니 최대한 빨리 처리해 드리겠습니다. 2-3일 안에 다시 연락드리죠.”
“감사합니다.”
준후가 씽긋 웃었다.
확실히 본론을 꺼내기 전.
원무과장에게 추궁과혈을 해준 보람이 있었다.
두통을 해결해 주니 닫혔던 마음이 열린 게 분명했다.
어쨌거나 과장으로 해야 할 첫 번째 숙제가 끝났다.
신경외과 통계자료가 도착하는 즉시 이를 분석해서 대책을 세우면 될 것이다.
-신경외과가 외과 계열 수익률이나 환자 서비스 측면에서 최정상에 우뚝 선다.
그것이 준후의 원대한 야망이었다.
남들에게는 뜬구름 잡는 이야기처럼 들릴 수 있어도 준후에게는 당장 손에 잡을 수 있는 만큼 선명한 목표였다.
“그럼 이만. 앞으로도 종종 찾아뵙겠습니다.”
준후가 먼저 인사하고 떠났다.
한편 원무과장은 멀어지는 준후의 모습을 빤히 지켜보았다.
그러다가 쓰게 웃으며 팔짱을 꼈다.
“아직 신경의과 의국 교수들을 안 봤나 보네. 그러니까 저런 맹랑한 소리를 하지. 독사들이 우글거리는 풀숲에 뛰어든 겁 없는 토끼 한 마리라…….”
원무과장은 준후에게 진심으로 연민을 느꼈다.
* * *
원무과를 떠난 후 준후는 곧바로 3층 수술실을 찾았다.
“과장님. 수술실은 어쩐 일이세요?”
지나가던 간호사가 준후를 먼저 알아보고 물었다.
“아직 수술 스케줄이 없지 않으세요?”
“네. 스케줄 없습니다.”
“그럼 어쩐 일로…….”
준후가 용건을 말하자 간호사가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신경외과 수술 계획표를 출력해서 준후에게 건넸다.
준후는 계획표를 쓱 훑다가 곧바로 2번 수술방의 참관용 수술실로 입장했다.
수술방 구조를 비롯해서 수술 장비까지.
부산 신원대학교 병원의 수술방은 서울 본원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긴 다르면 오히려 그게 이상할 것이다.
수술까지 남은 시각은 20분.
먼저 도착한 레지던트와 소독 간호사가 바쁘게 수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 분주함이 유리창 바깥에서도 생생하게 전해질 정도였다.
비품 창고를 들락날락거리고.
드레싱 카트를 수시로 나르고.
환자가 도착하고.
마취의가 도착해서 환자를 전신 마취하고 등등.
준후는 그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았다.
준후의 두 번째 스케줄은 수술 참관이었다.
부산 신원대 서전들의 집도 실력을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의국의 수준을 파악하는데 집도의의 수술 솜씨만큼 중요한 것도 없었다.
지이이잉.
잠시 후 수술방 문이 열리고 한 사내가 수술방으로 들어왔다.
스케줄표에 따르면 집도의의 이름은 김한상.
신경외과에서 가장 오래 근무한 부교수였다.
전공은 뇌종양 파트.
준후가 예상하기로 김한상과 자신은 앙숙이 될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