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surgeon who uses martial arts RAW novel - Chapter (478)
무공 쓰는 외과 의사-478화(478/540)
제93장 장악(4)
레지던트 당직실.
1-4년 차 레지던트들이 옹기종기 탁자에 모여 앉아 컵라면과 삼각 김밥을 먹고 있었다.
매일 편의점 음식으로 끼니를 때우고 있었지만 넌더리가 난다, 맛없다는 말을 하는 이는 없었다.
배고픈 게 최고의 반찬이었다.
“과장님 폼. 미쳤더라!”
치프 레지던트가 먼저 운을 뗐다.
“회진 때 최 교수님을 들이받아 버릴 줄은 몰랐는데. 코뿔소인 줄 알았다.”
“진짜 멋있었어요. 전 벌써 과장님 팬입니다.”
“너야 과장님이 화장실을 간다고 해도 감탄할 놈이지.”
치프가 우스갯소리를 하자 레지던트가 동시에 와하하 웃었다.
이제 다들 알았다.
일찍 출근한 준후가 2년 차 우현에게 응급으로 흉관을 삽입해서 목숨을 살렸다는 것을.
“꼭 생명의 은인이라고 해서 과장님이 대단하다고 하는 건 아니에요.”
우현이 정색하며 말을 이었다.
“안병태 환자 있잖아요…….”
“과장님과 최 교수님이 싸웠던 그 환자?”
“네. 수술 끝나고 계속 진통제 추가해 달라고 했거든요. 그때부터 느낌이 싸했는데 결국 이렇게 됐잖아요.”
우현은 최진구 교수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뭐랄까.
환자를 대충대충 본다고 해야 할까.
환자를 귀찮아한다고 해야 할까.
본인의 업무에 별관심도, 자긍심도 없어 보였다.
하지만 준후는 달랐다.
과장 부임 첫날임에도 환자 한 명 한 명의 정보를 꿰뚫고 있었다.
그 멋진 모습에 정점이 안병태 환자를 회진할 때 드러났다.
담당 교수 최진구.
영상진단의학의.
이 두 사람이 깜빡 놓친 판독 결과를 정확하게 읽어내어 진단 및 수술에 문제가 있음을 밝혀냈다.
“확실히 멋있긴 한데 너무 경솔했던 것 같기도 해.”
치프가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어떤 면에서요?”
“다른 교수들하고 환자들 있는 앞에서 개망신을 줬잖아. 그런 건 원래 따로 불러서 이야기해야 하는 건데…….”
“다 계획이 있으실 겁니다.”
우현도 지지 않고 맞받아쳤다.
“어련하시겠어. 그나저나 과장님이 바뀌어도 우리 생활은 똑같겠지.”
“그러게요.”
“어쩌면 과장님이 열혈이라서 더 힘들어질 수도 있죠.”
레지던트들이 차례대로 푸념을 한 바가지 쏟아냈다.
신경외과는 교수들도 고생한다는 거.
레지던트들도 잘 알았다.
곁에서 늘 지켜보고 있으니까.
하지만 교수들은 퇴근이라도 하지 레지던트는 퇴근이 없었다.
하루 종일 병동의 노예로 묶여 있었다.
정원이 부족해서 일주일에 한 번 쉬는 것도 눈치를 봐야 할 지경이었다.
신경외과의 고질적인 인원 부족.
이는 지금까지 그 누구도 해결한 바가 없었다.
똑. 똑. 똑.
노크 소리가 들려와서 우현이 들어오라고 했다.
짠하고 나타난 사람은 의외로 준후였다.
눈에 콩깍지가 씌어서 그런지 몰라도 우현은 준후의 등 뒤에서 환한 광채가 뿜어지는 것 같았다.
“과…… 과장님.”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십니까?”
준후를 발견한 레지던트들이 허둥지둥했다. 먹던 음식을 게 눈 감추듯 정리하곤 각 잡힌 모습을 보였다.
“됐어. 다들 편하게 있어. 그리고 아까 인사했는데 왜 또 인사니?”
준후가 푸근한 미소를 지으며 레지던트들에게 다가왔다.
레지던트들은 다들 긴장한 얼굴로 입을 꼭 다물고 있었다.
그들의 머리 위로 물음표가 떠올라 있었다.
준후가 왜 당직실에 왔을까.
그것이 궁금했던 것이다.
어색하고 무거운 분위기.
긴장감마저 흐르는 분위기 속에서 준후가 먼저 운을 뗐다.
“아침부터 컵라면에 삼각 김밥이라…… 어떻게 내가 근무하던 때랑 하나도 안 변했을까?”
준후가 탄식하며 말을 계속했다.
“일단 좋은 소식 두 가지가 있고 나쁜 소식 한 가지가 있다. 뭐부터 들을래?”
“좋은 소식부터 듣고 싶습니다.”
우현이 씩씩하게 선수를 쳤다.
“첫 번째 좋은 소식은 앞으로 너희들 근무가 좀 더 편해질 것 같다는 소식이다.”
준후의 설명이 이어졌다.
준후의 말에 따르면 서울 본원에서 3년 차 레지던트가 부산으로 파견을 온다고 했다.
“와. 대박!”
“정말이십니까?”
레지던트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군부대 위문 공연에 걸그룹이 등장한 것처럼.
부산에서 서울로 파견을 보내지 않아도 된다는 점.
무엇보다 경험이 풍부한 3년 차가 온다는 점에서 레지던트를 양팔 들어 환호할 수밖에 없었다.
“레지던트 모집 공고도 추가로 냈다. 적어도 일주일 안에 2명 정도 1년 차가 추가될 거야.”
“공고를 내도 지원자가 없지 않겠습니까?”
치프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인사과와 상의해서 공고 내는 방식을 조금 바꿔봤다. 직접 확인해 볼래?”
준후가 빙긋 웃으며 휴대폰을 내밀었다.
휴대폰을 확인한 레지던트들이 두 눈을 의심했다.
“이건…….”
“세상에…… 이런 방법도 있었구나. 과장님이라서 가능한 것 같습니다.”
“잘하면 가능성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당직실이 한 번 더 뒤집어졌다.
준후는 신경외과 레지던트 모집 공고를 구직 사이트에 올리지 않았다.
파격적으로…….
뉴튜브 채널과 SNS 계정에 올려 버렸다.
130만 채널을 보유한 뉴튜브 계정과 200만 팔로워를 가진 SNS 계정이니만큼 그 파급력은 구직 사이트가 발끝조차 따라갈 수 없었다.
물론 뉴튜브와 SNS를 이용한다고 해서 100퍼센트 지원자를 구한다는 보장은 없었다.
그렇다고 해도.
평소 준후의 채널과 계정을 눈여겨보던 의학도가 있다면 관심을 끌기에는 충분했다.
“참고로 벌써 1명은 지원 의사를 밝혔다.”
“벌써 말입니까?”
“그래. 여성 지원자니까 합격하면 잘해줘.”
신경외과의 경우.
지원자가 지원을 중도 포기하지 않으면 합격은 거의 따놓은 포도나 다름없었다.
레지던트들은 오두방정을 떨며 자기들끼리 하이파이브를 했다.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고 제자리에서 방방 뛰는 녀석도 있었다.
그 심정을 모르는 준후가 아니었기에 레지던트들의 모습을 흐뭇하게 쳐다보았다.
“그리고 한 명씩 내 쪽으로 와.”
“제가 먼저 가겠습니다.”
우현이 번쩍 손을 들고 준후와 마주섰다.
준후가 이번에는 또 무슨 좋은 소식을 전할까.
다들 기대 만발이었다.
“힘 빼고 가만히 있으면 돼.”
준후는 우현의 목과 어깨와 허리에 추궁과혈 마사지를 해주었다.
빠드드득.
빠드드득.
관절 꺾이는 섬뜩한 소리가 당직실에 울려 퍼졌다. 몇몇 레지던트들은 잔인한 공포영화라도 보는 것처럼 몸을 움츠렸다.
“자. 끝!”
준후는 우현의 등을 팡 두들기면서 은근슬쩍 내공 수액술을 펼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지금 컨디션은 어때?”
“이상하게 몸이 가볍고 힘이 넘칩니다. 날밤을 새워도 끄떡없을 것 같습니다.”
우현이 몸을 몇 번 움직여 보고 환하게 웃었다.
신기한 노릇이었다.
고작 마사지 한 번 받았다고 모든 피로가 씻은 듯이 사라지는 것은.
“자. 다음.”
“…….”
준후의 부름에도 선뜻 나서는 이가 없었다. 관절 꺾이는 소리가 너무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모양이었다.
“마사지 꼭 받으세요. 안 받으면 손해예요.”
우현의 절실한 간증에도 당직실은 고요하기만 했다.
결국 준후는 치프를 손으로 찍어서 불러냈다.
울며 겨자 먹기로 준후 앞에 선 치프.
그는 얼굴을 잔뜩 찌푸린 채 준후의 추궁과혈 마사지와 내공수액술을 받았다.
치프의 표정이 180도 달라졌다.
“미친! 돌았네! 아…… 죄송합니다. 과장님. 너무 효과가 좋아서 그만 말실수를…….”
* * *
마사지를 끝낸 준후가 눈앞에 정렬한 레지던트를 살폈다.
다들 기적의 마술을 본 것처럼 황당하다는 표정이었다.
밑바닥을 기어 다니던 컨디션이 껑충 뛰었으니 놀랍긴 할 것이다.
솔직히 추궁과혈과 내공 수액술을 이렇게 대놓고 써도 되나 걱정을 하긴 했다.
효과가 워낙 드라마틱해서 입소문이 퍼지면 준후가 곤란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걱정 따위 개나 줘버리기로 했다.
눈앞에 고통 받는 레지던트들이 있는데 못 본 척도, 모른 척도 할 수 없었다.
“앞으로 회진이 끝나며 무조건 너희들에게 마사지를 해줄 거야. 그럼 너희들이 하루를 보내는데 보탬이 되겠지.”
“감사합니다. 과장님.”
“감사합니다.”
레지던트들이 일제히 허리까지 숙여가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레지던트들 입장에서 준후는 그야말로 빛이었다.
부족한 인원을 보충해 주지.
몸 건강도 화끈하게 챙겨주지.
퇴임한 전임 과장은 꼰대라는 별명답게 레지던트들을 막 굴렸다.
나는 너희 때, 너희들보다 더 고생했어. 선배들에게 수시로 맞았고 잔 날보다 안 잔 날이 더 많았어. 이 정도 고생하는 걸 하늘에 감사해.
이게 바로 전임 과장의 18번 멘트였다.
그런데 준후는 어떤가.
레지던트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들을 부임 첫날에 바로 해결해 버리는 수완을 보여주었다.
제정신이라면 준후의 팬이 되지 않고는 못 배기는 것이다.
“그런데 안 좋은 소식이 뭔지 여쭤 봐도 되겠습니까?”
우현이 이번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꿀걱!
마른침을 삼키는 레지던트들.
그들은 뒤늦게 안 좋은 소식도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앞선 좋은 소식들이 워낙 강력해서 어떤 안 좋은 소식이 전해지더라도 달콤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기는 했지만.
“아. 그거? 대단한 건 아니고 너희들 수련을 시켜주려고.”
준후가 안심하라는 말투로 말했다.
“수련이라면…… 어떻게…….”
“바보처럼 보일지 몰라도 꾸준히 날 따라 하면 최소한 2년 안에 남부럽지 않은 양손잡이 서전이 될 수 있다.”
준후는 레지던트들 앞에서 양손으로 가위바위보를 했다.
그 속도가 전광석화였다.
한 치의 버벅거림도 없었다.
때로는 오른손이 이기고 때로는 왼손이 이기고 등등.
준후의 양손은 자유자재로 혼자서 잘 놀았다.
준후가 펼친 건 무림에서 배운 ‘양수호박기술’이었다.
양손으로 가위바위보를 하면서 양손을 발달시키는 기상천외한 무공 말이다.
만약 레지던트들에게 딱 하나의 무공만 가르쳐야 한다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양수호박기술’을 가르쳐야 한다고 준후는 확신했다.
준후가 양수호박기술로 가장 톡톡히 재미를 봤기 때문이다.
한 손만 쓸 수 있는 것.
양손을 다 쓸 수 있는 것.
이 둘은 하늘과 땅 차이였다.
물론 한 손만 쓴다고 해서 명의가 될 수 없는 건 아니지만.
양손을 쓸 때 수술 효율이 극대화되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축구나 농구에서처럼 말이다.
“너희들도 따라 해봐.”
“네. 과장님.”
“네. 과장님.”
준후의 지시를 받은 레지던트들이 열심히 양손으로 가위바위보를 했다.
당연히 결과는 개판이고 난장판이었다.
양손이 따로 놀았다.
고장 난 기계처럼 기괴하게 움직였다.
가위바위보를 내는 양손의 속도 또한 현저하게 달랐다.
“하…… 머리 빠개지겠네.”
“이거 생각보다 훨씬 어려운 것 같습니다.”
“손하고 머리가 같이 꼬이는 기분입니다.”
레지던트들이 준후를 따라해 보고서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당연한 반응이었다.
원래부터 만만치 않은 무공이었으니까.
“그래도 꾸준히 하다 보면 익숙해질 거야. 날 믿고 따라오면 반드시 보상이 있을 테고.”
“근데 양손 가위바위보를 알려주시는 게 안 좋은 소식이었습니까?”
우현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어쨌거나 너희들 입장에서는 숙제가 늘어난 셈이니까. 내가 바쁜 너희들을 오래 붙잡았구나. 그만 간다. 고생하렴.”
준후는 손을 흔들고 당직실을 빠져나왔다.
병동 복도를 통과하며 코앞까지 다가온 첫 외래 진료를 기대했다.
의국 뿌리는 고루 다져놨으니 앞으로는 못난 윗대가리만 싹둑 쳐내면 되겠지.
당신들 각오 단단히 하는 게 좋을 거야.
당신들이 만든 세상.
내가 송두리째 뒤엎어 버릴 테니까.
준후의 각오가 날카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