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sword priest reincarnated as a swordsman RAW novel - Chapter (1)
검공가에 환생한 검제 (1)
“미쳤느냐?”
당대의 천하제일인, 천마 단목진이 눈앞에 우뚝 선 남자에게 말했다.
조롱하고자 한 말은 아니었다.
자신에게 닿을 정도는 아닐지언정, 그가 이룩한 경지는 퍽 봐줄 만했으니까. 적당히 싸우더라도 백초지적(百招之敵)은 될 수 있으리라.
그건 무당파의 태극검선, 소림의 신승이라도 감히 장담할 수 없는 일이었다.
“혈혈단신으로 본교의 문을 두드린 것도 모자라, 날 상대로 생사결(生死決)을 청하다니? 피아의 역량차를 모를 만큼 아둔한 자도 아닐진대.”
칠흑의 장포에 수놓아진 혈화(血火)가 그 기의 흐름에 따라 파도치듯이 움직인다.
앞서 거론된 태극검선이나 신승 수준의 고수라면 깨달을 수 있을 터였다. 아니, 모를 수가 없었다.
단순히 몸(體)과 기(氣)를 조종하는 경지를 넘어서, 뜻(意)과 마음(心)을 제어하는 영역에 닿은 자들에게만 보이는 경치가 존재하기 때문이었다.
일순간에 하늘과 땅이 노을이라도 진 것처럼 물들었다.
“—멋지군.”
마찬가지로 그걸 볼 수 있었던 남자가 입을 열었다.
“태극검선이 이십 장, 신승도 이십오 장에 불과했거늘. 설마 백 장이 넘어가는 권역(圈域)을 보게 될 줄은 몰랐소.”
삼류에서조차 병장기의 길고 짧음으로 우세와 열세가 정해지며, 기의 유형화가 가능한 일류고수들도 그 사정거리를 늘리고 깎아내는 데 심혈을 기울인다.
무의 경지가 높아질수록 손에 쥔 병장기의 길이에 연연하지 않는다지만, 그건 무기가 아닌 영역에서 사정거리를 경합하기 때문에 나온 말이었다.
권역.
화경의 문을 넘어서야 겨우 입문할 수 있는, 무학의 최상승 경지가 바로 그것이었다.
“흥, 시답잖은 미사여구는 집어치우거라.”
단목진의 붉은 눈동자가 상대를 천천히 훑어보았다.
푹 눌러쓴 죽립으로도 숨길 수 없는 안광, 어느새 손아귀에 쥐고 있었는데도 위화감이 없는 검, 땅에서 솟아나서 하늘을 찔러꿰뚫을 것 같은 기세.
인간의 껍데기를 씌운 검(劍).
그를 한 문장으로 품평한 단목진이 물었다.
“검제(劍帝), 죽으러왔는가?”
“그렇소. 살아남으면 더 좋겠지만.”
검제, 연무혁이 태연하게 답했다.
“가전무공의 부족한 점을 깨닫고, 이 강호무림에 출도하여 한 갑자를 보냈소. 도문에 가르침을 구한 적도 있고, 불문의 경을 탐독한 적도 있었지. 그렇게 내 나름대로 궁구를 끝마쳤으나, 이상하게 풀리지 않는 부분이 있더군.”
“그래서?”
“정도무림의 우내십존(宇內十尊), 사황련의 칠절(七絶) 모두 나에게 답을 줄 능력이 없었소. 남은 건 귀하뿐이오.”
그 말에 단목진의 얼굴이 꿈틀거렸다.
연무혁이 아무렇지도 않게 한 이야기가, 작금의 무림정세에 얼마나 큰 여파를 불러일으킬지 직감한 탓이었다.
“…몇 놈이나 쓰러트렸지?”
무표정한 얼굴로 잠시 회상해본 연무혁이 말했다.
“벽력도(霹靂刀)는 왼팔을 잃어버렸고, 운검(雲劍)은 경맥이 손상되어서 폐관에 들어갔소. 녹림왕 파산부(破山斧)는 단전을 깨고 사지를 끊어놓았으니 지금쯤이면 죽었을 거요. 독수혈랑(毒手血狼)은 매복하고 있던 수하들과 함께 논밭의 비료로 뿌려주었고, 유령객(幽靈客)은 목을 쳤지. 그 후에 찾아온 비룡창(飛龍槍)과는 오십 초를 겨뤄서 눈 하나를 뺏었지만, 취걸개(醉乞丐)가 끼어들어서 끝장을 보진 못했구려.”
“나머지는?”
“우내십존은 대부분 논검이나 약식으로 된 비무가 아니라면 거절하겠다고 응답했소. 반대로 칠절은 호기롭게 받아주는가 싶더니, 셋을 줄줄이 황천길로 보내버리니 문을 닫아걸고 내 부름에도 대답이 없더이다.”
“하! 참으로 기가 막히는구나.”
살면서 누군가에게 감탄해본 적이 드물었던 단목진이지만, 연무혁의 광기 어린 행적에는 그럴 수밖에 없었다.
우내십존 중 셋이 중상을 입고, 칠절 중 셋이 죽었다.
마도천하에 가장 큰 장애물이라고 할 수 있는 화경급 고수 여섯이 죽거나 전력 외가 된 상황이었다. 천마신교의 총군사, 마뇌 벽리상이 알게 된다면 물구나무를 선 후에 발로 박수를 쳐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검제, 지금이라도 신교에 투신하겠다면 부교주로 임명하마. 일인지하 만인지상으로 만들어주겠다.”
파격적이기 그지없는 제안에, 검제 연무혁이 답했다.
“싫소.”
“뭐, 그렇겠지.”
단목진 역시 기대도 안 했다는 얼굴로 반응했다.
정문으로 쳐들어와서 생사결을 건 시점에서 알고 있었지만, 투항할 생각 따위는 한 푼도 없었으리라.
오직 무인으로서 강해지는 것만을 추구하는, 옛 시대에서나 찾아볼 법한 구도자(求道者). 그 원초적인 무인의 갈망이 천마 단목진에게 들불처럼 번지는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생사결을 받겠다. 백 초는 어울려주마.”
연무혁으로서는 그럴 의도가 없었겠으나, 그가 저지른 일로 천마신교가 큰 이득을 본 것도 사실이었다.
신교의 정점으로서 보답해줄 만한 명분이 된다.
단목진이 두 팔을 늘어트리면서 말했다.
“선공하라. 본좌가 선을 취하면, 너는 공세로 돌아서는 일도 없이 패사(敗死)한다.”
“그렇게 하지.”
연무혁은 거리낌없이 그 제안을 받아, 양손으로 쥔 환검을 비스듬히 치켜세웠다.
그와 동시에 연무혁을 중심으로 한 권역이 확장되어, 사십 장 가까이를 집어삼켰다.
단목진처럼 하늘과 땅을 아우르는 것은 아니었으나, 뭐든지 벨 수 있을 듯한 예리함이 묻어나오는 검권(劍圈). 심지어 그 형태가 원형에서 뾰족한 칼날처럼 변화하더니, 천지를 장악한 단목진의 권역을 뚫고 들어가기 시작했다.
“호오.”
오랜만에 그 간합을 놓친 단목진이 감탄하려는 순간.
일원오행검결(一元五行劍訣)
오상류(五象流)
청룡(靑龍)의 기(技)
연무혁의 검극에서 오색 강기가 일렁거리는가 싶더니, 이내 새파란 벼락불이 되어서 쏘아져나왔다.
화경급 고수의 호신강기조차 종잇장처럼 관통하는 쾌검.
천둥소리조차 느릿느릿한 세계에서, 연무혁은 그가 뻗어낸 검이 흑백의 세계를 가로지르는 것을 보았다. 모든 게 느려진 세상 속에서 유일하게 빠르고 날카로운 검.
그러나.
“오행을 기반으로 한 벼락, 재미있군.”
정확하게 그 검극을 눌러서 멈춰세운 것은, 새카맣게 물든 단목진의 손가락이었다.
후발선제(後發先制)!
새삼스럽게 실감하게 된 역량의 차에 전율하는 것도 잠시.
일원오행검결(一元五行劍訣)
오상류(五象流)
결전오의(決戰奧義)
황룡(黃龍)의 진(震)
두 걸음 물러나서 거리를 벌린 연무혁이 전신의 내공 3할을 단숨에 가속시켰다. 무리한 내력 운용으로 기경팔맥이 뒤틀려, 목구멍에서 피 냄새가 넘어오지만 신경쓰지 않는다.
눈앞에 있는 자야말로 천하제일인.
몇 세기만에 다시 나타난 현경급의 고수일지니!
“흐하하하하하하! 그래, 오거라! 본좌에게 그 초라한 칼날을 닿게 해보아라!”
간만의 즐거움에 높게 홍소하는 단목진의 등 뒤에서 거대한 마신상이 떠올랐다.
삼면육비의 마신, 아수라(阿修羅).
환상 따위가 아니라 그 거대한 몸 전부가 파멸적인 강기로 형성되어있는 염체다. 아직 공세로 전환하지 않은 상태인데도 연무혁의 두 발목이 땅에 파묻힐 정도의 압력이 덮쳐왔다.
“크, 으아아아아아아!!”
그럼에도 멈추지 않고 더욱 큰 걸음을 내디뎌, 오색 강기의 덩어리처럼 변한 연무혁이 질주했다.
힘의 우열은 명백하다.
당랑거철(螳螂拒轍)과 같이 무모한 돌진이었으나, 무림인은 그 누구도 그를 비웃지 못할 터였다. 강자에게 도전하는 약자. 무(武)는 언제나 약자가 강자를 타도하는 길이었기에.
콰르르르르릉!
천지가 진동한다.
아수라상의 여섯 팔과 오색 번개가 맞부딪힐 때마다 구름이 찢어지고, 땅이 갈라지면서 흙먼지를 내뿜었다.
천하제일인, 천마 단목진.
천하제이인, 검제 연무혁.
시간상으로는 불과 일다경도 안 되었지만, 그 사이에 오간 공격은 구파일방 몇 곳을 멸문시키고도 남을 정도로 흉험하기 그지없었다.
카아앙!
하지만 이 생사결에도 결국 끝은 찾아왔다.
“…백이십칠 초. 백 초에 정확히 끝낼 셈이었거늘, 내 예상을 크게 뛰어넘었구나.”
아수라상을 흩어버린 천마, 단목진이 넝마처럼 변한 장포를 벗어던졌다. 천잠사로 만든 옷이었는데도 두 사람의 격돌에서 발생한 충격파조차 버텨내지 못한 것이다.
그걸 본 연무혁이 실소하다가 울혈을 토해냈다.
두 다리는 이미 사라져서 서있을 수가 없었고, 심장 부근에 난 구멍에는 더 이상 심장이 남아있지도 않았다.
“쿨럭! 큽, 커헉! 큿, 끝까지, 닿지…못했는가.”
최후의 일격으로 내지른 검이 그 압력을 못 이기고 부러져, 일점에 모였어야할 강기가 흩어져버렸다.
닿았다고 해도 치명상은 될 수 없었겠지만, 마지막 한 수가 허무하게 실패한 것은 여러모로 미련이 남는다.
그러자 단목진이 피식 웃으면서 그 앞에 마주앉았다.
“곧 사라질 생명보다 닿지 못한 검격을 아쉬워하는가. 자네 같은 무골(武骨)은 처음 보는군.”
“…어떠셨소, 내…검은?”
잡담 따위에 쓸 시간은 이제 없었기에, 천하제이의 무인은 그저 천하제일인에게 평가를 요구했다.
단목진은 그 바람에 화답하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쓸 만하더군. 검도, 내공도. 하지만 너무 서둘렀어. 그것만 아니었어도 현경에 도전해볼 만했을 텐데.”
“서둘…렀다니, 무엇…을?”
“오행기(五行氣)를 한 자루의 검으로 다루려면 현경의 벽을 넘어서고 난 후에 시도했어야해. 비검(飛劍)이나 어검(御劍)을 응용하면 다섯 자루도 쓸 수 있지 않은가?”
연무혁보다 몇 수 앞선 고수답게, 단목진은 한 번 겨뤄봤을 뿐인 무공에서 개선할 만한 점들을 찾아냈다.
“오행기의 균형 면에서도 몇몇 문제가 있었네. 화기(火氣)와 토기(土氣)에 비해서 수기(水氣), 목기(木氣), 금기(金氣)는 좀 빈약하더군. 본래대로라면 빈틈이 없어야할 오색 강기에 틈이 생겨난 것도 그 때문이겠지.”
“…과, 연.”
“수련과정에서 치우침이 나타났거나, 검결의 이해도에서 각 속성을 융화하는 과정이 부족했던 것 같군.”
그런가, 하고 눈을 크게 뜬 연무혁이 미소지었다.
오랫동안 풀리지 않은 난제가 한 번의 생사결로, 몇 마디의 가르침으로 술술 풀려나간 것이다. 얼마 못 가서 죽게 된다는 현실은 아무래도 좋았다.
조문도석사가의(朝聞道夕死可矣).
아침에 도를 깨우쳤다면, 저녁에는 죽어도 좋다.
그 말처럼 연무혁의 마음 속에는 한 점 후회도 없었다.
“자네도 알고 있겠지만, 무인이 품을 수 있는 이치는 다섯. 혼원(混元), 태극(太極), 삼재(三才), 사상(四象), 오행(五行)의 이치가 그에 해당하네.”
죽어가는 그를 앞두고, 단목진은 말을 멈추지 않았다.
존중할 만한 무인에게 삶의 마지막까지 그가 깨달은 무학을 최대한 전해주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육합(六合)은 산 자가 감당할 수 없고, 칠성(七星)은 별이 선택하는 것이며, 팔괘(八卦)는 몸 안이 아니라 몸 밖에 있는 것이니 무공과는 길이 다르지. 구궁(九宮)은 운에 기대야하고, 십전(十全)은 이론상으로만 떠들 수 있는 허상일세.”
동공이 점점 풀어져가는 연무혁의 머릿속에서 그가 한 말이 어지럽게 소용돌이쳤다.
생사지간에서 깨우치는 진리는 더욱 가까워지는 법.
“혼원에 가장 중요한 게 순수성이라면, 오행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균형이겠지. 조화롭지 못한 오행은 그 근간부터 취약해지는 법. 자네의 오행기는 검기성형(劍氣成形)에 진입한 후에야 틀을 만들었으니, 그 이전 경지에서 초래한 불균형이 다음 경지를 가로막는 벽이 된 거라네.”
“…….”
“다음 생에도 무인으로 살지 말지는 모르겠네만, 본좌가 한 말이 전해졌기를 기원하지. 구천을 떠돌지 말고 쉬이 가게나, 검제여.”
어느샌가 숨이 끊어진 연무혁의 시신을 두고, 단목진은 알 수 없는 감정을 느끼면서 뒤돌아섰다.
괜찮은 싸움이었다.
피가 끓어오르고, 투지가 치밀어올랐다.
검제에게 패배할 가능성은 3푼도 되지 않았으나, 또 반대로 생각하면 무려 3푼이나 된 것이다. 스스로가 곧 천하무적임을 믿어의심치 않았던 단목진에게 그건 즐거운 오산이었다.
“우내십존과 칠절, 과연 그 나머지도 본좌를 만족시켜줄 수 있을지 궁금하구나.”
무미건조한 살육이 될 뿐이라고 생각했건만, 나름대로 즐길 구석도 있어보이지 않는가.
투쟁심에 눈을 뜬 천마가 산을 내려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천마신교는 중원에 선전포고했다. 화경급 고수 여섯의 공백은 백년대계를 십 년 앞당길 정도로 큰 것이었다.
훗날 거론되기를, 천마대전(天魔大戰).
그렇게 검제 연무혁은 모두의 기억 속에서 잊혀져갔다.
* * *
의료실이었다.
겉보기로 14살 정도의, 곱상하게 생긴 남자아이 하나가 그 머리에 흰 붕대를 감은 채로 누워있었다.
가만히 그를 내려다보던 남자가 질문했다.
“381번 훈련생의 상태는?”
그 나직한 목소리에 뭐가 두려운지, 치료사는 어깨를 잘게 떨어가면서 대답했다.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가벼운 외상입니다.”
“그런데 왜 눈을 뜨지 않지? 벌써 사흘째다. 방계라고 해도 카르데나스의 혈통이다. 이런 타박상 따위로 뇌손상을 입었을 리가 없단 말이다.”
“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치료사의 애매모호한 대답에 한층 더 기분이 나빠진듯, 제 이마를 짚은 사내가 양미간을 찌푸렸다.
기초검술훈련을 진행하던 와중에 벌어진 사고였다.
앞과 옆으로 나란히 서서 기본동작을 연습하던 중, 뒤에 선 아이가 실수로 앞에 선 아이의 뒤통수를 후려쳐버린 것이다.
어린애의 힘으로 휘둘렀다지만 목검은 둔기, 급소에 맞으면 진검과도 같은 살상력을 발휘한다. 황급히 뛰쳐나와서 아이의 상처를 살폈지만, 다행스럽게도 뇌진탕으로 기절한 것 외에는 후유증이 남을 만한 부상은 아니었다.
그런데 왜 눈을 뜨지 못하는가.
“아직 선별식도 치르지 않은 아이다. 이대로 정신을 차리지 못한다면… 너도 나도 책임을 지게 될 거다.”
“그, 그런!”
치료사는 억울함으로 울상을 지었지만, 카르데나스의 피는 그 정도로 값진 것이었다.
아르카디아 제국을 수호하는 검!
세계 최강의 검사를 대대로 배출하는 혈통의 재능은, 셀 수 없이 갈라져나온 방계의 혈족에서도 예외없이 발현된다. 수백, 수천 명이나 되는 아이들을 한 곳에 모아놓고서 어릴 적부터 훈련시키는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이었다.
적어도 반 이상이 정예기사가 될 수 있는 재능을 보유하며, 한 세대마다 서너 명은 소드마스터가 될 재목이 나온다.
“단장님께 보고드려야겠군. 너도 따라오도록.”
결국 이 사고를 책임지기로 한 사내, 그때 훈련을 담당했던 평기사가 긴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그 뒤를 따라서 죽상을 한 치료사가 방을 나섰다.
그로부터 얼마 후였다.
“…….”
침상에 누워있던 소년이 갑작스럽게 눈을 떴다.
조심스럽게 상반신을 일으켜본 그는 제 가슴팍을 몇 번인가 더듬거리더니, 자기 손바닥까지 불신 어린 눈으로 살펴보았다.
그리고는 방 안을 천천히 둘러보다가, 어디 납치당하기라도 한 것 같은 얼굴로 중얼거렸다.
“…뭐가 어떻게 된 거지?”
소년, 아니 그 몸에서 깨어난 검제 연무혁이 당황한 얼굴로 두 눈을 깜빡거렸다.